특급호텔 서머패키지의 계절이 시작됐다. 서머패키지의 기본은 객실 요금 할인이다. 싼 가격을 기본으로 여러 혜택이 추가된다.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바캉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호텔리어도 덩달아 바빠졌다. 서머패키지 때문이다. 서머패키지는 특급호텔이 서비스와 가격으로 대결을 벌이는 일대 격전장이다. 호텔마다 새로운 서비스와 혜택을 개발하고,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 패키지상품을 내놓는다. 호텔리어로서 고백하는데, 서머패키지는 1년 장사를 가늠하는 잣대와 같다. 서머패키지 시장에서 앞서면 1년이 편하다. 호텔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크다.
특급호텔 서머패키지 공략법 대공개
호텔 패키지, 비수기 타개책에서 비롯
할인에서 시작, 혜택 늘리며 진화 거듭
국내에선 트렌디한 휴가 문화로 첫선
지금은 아이 동반한 가족이 70% 차지
오전 11시 당일 숙박예약 앱 접속하면
가장 싼 가격으로 패키지 예약 가능해
이제는 대놓고 ‘호캉스’라는 용어를 쓴다. 우리 호텔리어가 퍼뜨리는 데 성공한 신조어다. ‘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라는 뜻이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호캉스’로 검색하면 11만 개가 넘는 포스팅이 뜬다. 호캉스가 널리 쓰인다는 것은, 서머패키지가 그만큼 활성화했다는 의미다. 호텔리어로서 뿌듯하다. 국내 레저 문화에서 특급호텔, 특히 서울 시내의 특급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세태는 10년 갓 넘은 현상이어서이다.
‘호텔 패키지’라는 개념부터 알아보자. 무엇이든 개념을 알아야 공략법이 생기는 법이다. 레저 업계에서 패키지(Package)는 혜택을 모아주는 것을 이른다. 항공·숙박·식사·가이드 등 여정 일체를 책임지는 여행사 패키지상품을 떠올리면 쉽다.
호텔의 기본 서비스는 ‘B&B(Bed&Breakfast)’다. 기본으로 잠자리와 아침밥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호텔 패키지에는 잠자리와 아침밥 말고 다른 서비스가 추가되어야 한다. 재워주고 먹여주면 됐지, 또 무슨 혜택을 준다는 걸까. 호텔 패키지의 추가 서비스는 의외로 ‘가격’이다. 여기에는 호텔의 기원에서 비롯된 사연이 숨어 있다.
호텔은 여행자를 위한 시설이다. 여행자의 시초는 출장자였다. 업무로 다른 도시를 여행하는 고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호텔이다. 초창기 호텔이 기차역 주변에 들어선 까닭이다. 철도가 놓이고 호텔이 들어서면서 관광산업도 비로소 시작되었다. 지금도 이 전통은 유효하다. 비즈니스 호텔은 여전히 주중이 주말보다 객실 요금이 비싸다.
문제는 바캉스 시즌이었다. 여름 휴가철이 되자 비즈니스 고객도 죄 휴가를 떠났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 고객의 출장 수요에 의존하는 호텔은, 레저 업계가 성수기를 누리는 바캉스 시즌에 외려 파리를 날렸다. 고민 끝에 찾아낸 돌파구가 시장 개척이었다. 출장자가 아닌 여행자, 나아가 인근 주민을 호텔로 끌어들였다. 그 유인책이 가격 인하였다. 어차피 비는 방, 싸게라도 팔면 큰 손해는 면할 수 있어서였다.
이쯤에서 독자 여러분은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호텔 패키지의 기본은 ‘할인’이다. 호텔마다 패키지상품을 기획할 때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건, 사실 혜택의 종류보다 객실 요금이다. 1만∼2만원 차이에서 판매량이 달라진다. 올여름 시즌엔 그랜드 하얏트 호텔과 더 플라자 호텔이 가격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둘째, 호텔 패키지는 서머패키지가 원조다. 요즘엔 밸런타인데이·봄꽃·어린이날·단풍·크리스마스 등 1년 내내 패키지상품이 나오지만, 원래는 서머패키지 하나뿐이었다. 다른 시즌의 패키지는 사실 서머패키지에서 이름과 혜택만 살짝 바꾼 게 대부분이다.
‘골드미스’라는 단어가 있었다. ‘웰빙(Well-being)’이 유행어처럼 떠도는 시절이었으니 2000년 직후였겠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미혼 여성’. 호텔리어가 공략한 서머패키지의 첫 고객이다. 아직은 호텔의 문턱이 높았던 시절.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가 필요했다.
‘트렌디한 그녀들의 특별한 바캉스’ ‘골드미스의 파자마 파티’가 마케팅 포인트였다. 여성 친구들 서너 명이 몇만 원씩만 모으면 하룻밤을 특별하게 보낼 수 있다고 홍보했다. 당시 서머패키지를 소개하는 신문에는 젊은 여성들이 베개 싸움을 하는 사진이 걸리기도 했다.
국내 특급호텔이 서머패키지 시장을 키운 이유도 애초에 호텔이 패키지를 기획한 이유와 같다. 서울 특급호텔의 주요 고객은 외국인 비즈니스 고객이었고, 그들도 여름 휴가시즌 서울을 찾지 않았다.
서머패키지가 정착되자 호텔 사이에서 패키지 전쟁이 발발했다. 파격적인 혜택과 이벤트가 속출했다. 이를테면 A호텔이 스위트룸 1박 숙박권을 경품으로 내걸면, B호텔은 호텔 피트니스 회원권을 경품으로 내놨다. 그 시절엔 손해도 마다치 않았다.
요즘은 호텔마다 특색을 살린 패키지상품을 내놓는다. 야외수영장이 딸린 호텔은 수영장 이벤트를 내세우고, 도심 호텔은 문화공연 티켓을 제공한다. 식음 매장이 강한 호텔은 음식이나 음료를 포함한다. 요금이 추가되지만, 개별 가격보다 50% 가까이 싸다. 분명한 것은, 혜택이 늘어나면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특급호텔이 일부 젊은 여성의 전유물이던 시절은 지났다. 지금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주요 고객이다.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현재는 서머패키지 고객의 70% 이상이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다. 5세 미만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특히 많다. 아이가 어릴수록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 해외여행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호텔의 마케팅 포인트도 당연히 아이에게 맞춰져 있다. 객실을 만화 캐릭터로 도배하거나, 연회장을 아이들 놀이방으로 꾸미기도 한다. 아이용 베드 추가는 기본이고, 객실에 텐트를 치기도 한다. 선물도 학용품·인형 등 어린이용이 대부분이고, 데스크 직원이 아이에게 과자를 쥐여주며 꼬이기도 한다. 부작용도 있다. 서머패키지 시즌, 뷔페 레스토랑은 조식 타임마다 긴 줄이 서고 수영장은 아이들 울음바다가 되기 일쑤다.
이제 특급호텔 서머패키지 공략법을 공개한다. 서머패키지의 기본 서비스는 앞서 말했듯이 할인이다. 가격을 확인해보는 게 첫째 공략법이다. 호텔의 평소 요금과도 비교하고, 다른 호텔의 패키지 가격과도 비교해야 한다.
서머패키지는 원칙상 추가 할인이 없다. 원체 싸게 나와서다. 그러나 이 오랜 원칙이 모바일 환경에서 무너지고 있다. 당일 숙박예약 앱 때문이다. 패키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오로지 가격이라면, 아래처럼 해보시라.
①일단 짐을 싸놓는다 ②오전 11시를 기다린다 ③오전 11시 스마트폰 당일 숙박예약 앱에 접속한다 ④제일 파격적인 가격의 패키지상품을 예약한다 ⑤예약한 호텔로 떠난다 ⑥정오에 맞춰 체크인을 한다.
호텔 패키지는 원칙상 할인이 없다. 처음부터 낮은 가격으로 나온 상품이어서이다. 그러나 당일 숙박예약 앱에서는 할인 상품이 나오기도 한다. 잘 찾아보시라.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호텔 간 경쟁이 치열하듯이 당일 숙박예약 앱의 경쟁도 뜨겁다. 호텔이 제공하는 가격보다 숙박예약 앱에 더 싼 가격이 뜨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첫 예약자에게 요금의 10% 이상을 깎아주는 앱도 있다.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이유다. 드문 경우이지만, 호텔과 제휴한 신용카드 회사에서 일정 등급 이상의 회원에게 호텔 패키지상품 할인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호텔에서 이틀 이상 묵는 ‘연박’은 장단점이 공존한다. 우선 장점. 연박을 하면 체크인과 체크아웃 사이 3∼4시간을 더 머무를 수 있다. 체크아웃 시간인 정오(또는 오전 11시)부터 체크인 시간인 오후 3시까지는 수영장과 키즈 라운지가 가장 한가한 시간이다. 선물을 노린다면 연박은 피해야 한다. 선물 제공 기준이 보통 체크인 1회로 한정돼 있어서이다. 한 여성 고객이 4박을 하면서 4번 체크인과 4번 체크아웃을 반복해 4번 선물을 받아간 사례를 똑똑히 기억한다.
가족 고객이 대세라지만, 서머패키지를 찾는 성인 커플도 꾸준하다. 술을 좋아하는 커플이면 10만원 정도 더 내고 클럽 라운지 서비스를 추가하자. 클럽 라운지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와인 한 병만 마셔도 본전을 뽑고 남는다.
끝으로 호텔리어의 서머패키지를 이용법을 소개한다. 호텔리어도 서머패키지를 애용한다. 다만 7월 중순 이전(얼리 패키지) 또는 8월 중순 이후(레이트 패키지)를 선호한다. 혜택은 별 차이가 없는데, 성수기 가격보다 15~20% 싸다. 무엇보다 사람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