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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 신석정 시낭송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백목련
낭송하기 좋은~ 구상 시 15편
1. 오늘
2. 초토의 시 1
3. 여명도
4. 강36
5. 마음의 눈을 뜨니
6. 사과 한 알 속에는
7. 백련
8. 8.15 Ⅰ-모과옹두리에도 사연이 16번-
9. 한가위(동심초12, 사모곡)
10. 새해
11. 노경
12. 뿌리송1
13. 어느 비 개인 석양
14. 신라토기
15. 겨울강 산조-강27
16. 모과 옹두리엗 사연이 27
1. 오늘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로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2. 초토의 시 11.
-적군 묘지 앞에서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
어제까지 너희가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둔덕을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랑보다도
더욱 신비스런 것이로다.
이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할 고향땅은 30리면
가로막히고
무주공산의 적막만이
천만 근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의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람 속에 깃들여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북으로 흘러가고
어디서 올려오는 포성 몇발
나는 그만 이 은원의 무덤앞에
목놓아 버린다
3. 여명도(黎名圖)
동이 트는 하늘에
까마귀 날아
밤과 새벽이 갈릴 무렵이면
카스바마냥 수상한 이 거리는
기인 그림자 배회하는 무서운
골몰,,,,
이윽고
불이 울자
원한에 이끼 낀 성문이 뻐개지고
구렁이 잔등같이 독이 서린 한길 위를
횃불을 든 시빌이
깨어라!
외치며 백마를 달려.
말굽소리
말굽소리
창칼 부닥치어
살기를 띠고
백성들의 아우성
또한 처연한데
떠오는 태양 함께
피 토하고
죽어가는 사나이의 미소가
고웁다.
4. 강36
내가 이 강에다
종이배처럼 띄워 보내는
이 그리움과 염원은
그 어디서고 만날 것이다.
그 어느 때고 이루어질 것이다.
저 망망한 바다 한복판일는지
저 허허한 하늘 속일는지
다시 이 지구로 돌아와 설는지
그 신령한 조화 속이사 알 바 없으나
생명의 영원한 동산 속의
불변하는 한 모습이 되어
내가 이 상에다
종이배처럼 띄워 보내는
이 그리움과 염원은
그 어디서고 만날 것이다.
그 어느 때고 이루어질 것이다.
5. 마음의 눈을 뜨니
이제사 나는 눈을 뜬다
마음의 눈을 뜬다
달라진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제까지 그 모습, 그대로의 만물이
그 실용적 이름에서 벗어나
저마다 총총한 별처럼 빛나서
새롭고 신기하고 오묘하기 그지없다
무심히 보아오던 마당의 나무,
넘보듯 스치던 잔디의 풀,
아니 발길에 차이는 조약돌 하나까지
한량없는 감동과 감격을 자아낸다
저들은 저마다 나를 마주 반기며
티없는 미소를 보내기도 하고
신령한 밀어를 속삭이기도 하고
손을 흔들어 함성을 지르기도 한다
한편, 한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새삼 소중하고 더없이 미쁜 것은
그 은혜로움을 일일이 쳐들 바 없지만
저들의 일손과 땀과 그 정성으로
나의 목숨부터가 부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너무나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물의 그 시원의 빛에 눈을 뜬 나,
이제 세상 모든 것이 기적이요,
신비 아닌 것이 하나도 없으며
더구나 저 영원 속에서 나와 저들의
그 완성될 모습을 떠올리면 황홀해진다
6. 사과 한 알 속에는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구름이 논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대지가 숨쉰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강이 흐른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태양이 불탄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달과 별이 속삭인다
그리고 한 알의 사과 속에는
우리 땀과 사랑이 영생한다.
7. 백련
내 가슴 무너진 터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솟아난 백련 한 송이
사막인 듯 메마른 나의 마음에다
어쩌자고 꽃망울은 맺어 놓고야
이제 더 피울래야 피울 길 없는
백련 한 송이
온밤내 꼬박 새워 지켜도
너를 가리울 담장은 없고
선머슴들이 너를 꺽어간다손
나는 냉가슴 앓는 벙어리될 뿐
오가는 길손들이 너를 탐내
송두리째 떠간다 한들
막을래야 막을 길 없는
내 마음에 망울진 백련 한 송이
차라리 솟지나 않았던들
세상 없는 꽃에는 무심할 것을
너를 가깝게 멀리 바라볼 때마다
퉁퉁 부어오르는 영원의 눈시울
8. 8.15 Ⅰ
-모과옹두리에도 사연이 16번-
망국의 TM라림과 그 설움을 맛보지 않고서
이날의 우리의 환히를 어찌 알리야?
꿈속에서만 쫓던 파랑새가
불시에 내 품에 날아든
그런 황홀‧‧‧.
보는 사람마다 붙들고
함께 함성을 올린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눈물의 흘린다.
어제까지의 그 암담은 어디로 가고
어제까지의 그 실의 어디로 가고
다함없는 사랑이 내 가슴에 흘러 넘친다.
삶의 용력이 내 전신에 용솟음친다.
풍선처럼 부풀어 마냥 나는 꿈결 속에서
나는 역사의 신 앞에
비로서 한 번 감사의 합장을 한다.
9. 한가위(동심초12, 사모곡)
어머니
마지막 하직할 때
당신의 연세보다도
이제 불초 제가 나이를 더 먹고
아버지 돌아가실 무렵보다도
머리와 수염이 더 세었답니다.
어머니
신부형이 공산당에게 납치된 뒤는
대녀 요안나 집에 의탁하고 계시다
세상을 떠나셨다는데
관으로나 모셨는지, 무덤에나 지었는지
산소도 헤어릴 길 없으매
더더욱 애절탑니다.
어머니
오늘은 중추 한가위,
성묘를 간다고 백만 시민이
서울을 비오고 떠났다는데
일본서 중공서 성묘단이 왔다는데
저는 아침에 연미사만을 드리곤
이렇듯 서실 창가에 멍하니 앉아서
북으로 흘러가는 구름만 쳐다봅니다.
어머니‧‧‧‧
어머니‧‧‧‧
10. 새해
새해 새아침이 따로 있다느냐?
신비의 샘인 나날을
너 스스로 더럽혀서
연탄빛 폐수를 만들 뿐이지
어디 헌 날, 낡은 시간이 있다드냐?
네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아침을 새아침으로 맞을 수가 없고
결코 새날을 새날로 맞을 수가 없고
너의 마음안의 천진을 꽃피워야
비로소 새해를 새해로 살 수가 있다
11. 노경 (老境)
여기는 결코 버려진 땅이 아니다.
영원의 동산에다 꽃 피울
신령한 새싹을 가꾸는 새 밭이다.
젊어서는 보다 육신을 부려왔지만
이제는 보다 정신의 힘을 써야 하고
아울러 잠자던 영혼을 일깨워
형이상의 것에 눈을 떠야 한다.
무엇보다도 고독의 망령에 사로잡히거나
근심과 걱정을 능사로 알지 말자.
고독과 불안은 새로운 차원의
탄생을 재촉하는 은혜이어니
육신의 노쇠와 기력이 부족을
도리어 정신의 기폭제로 삼아
삶의 진정한 쇄신에 나아가자.
관능적 즐거움이 줄어들수록
인생과 자신의 모습은 또렷해지느니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더욱 불태워
저 영원의 소리에 귀기울이자.
이제 초목의 잎새나 꽃처럼
계절마다 피고 스러지던
무상한 꿈에서 깨어나
죽음을 넘어 피안에다 피울
찬란하도고 불멸하는 꿈을 껴안고
백금같이 빛나는 노년을 살자.
12. 뿌리송1
한겨울 아파트 뜰에
크고 작은 나무들이
빈 가지를 뻗치고 서 있다
말할 나위도 없지만
저 해골처럼 뻣뻣하고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이
오늘의 생명을 유지하는 겅는
꽁꽁 얼어붙고 굳어 버린 땅 밑의
뿌리들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 뿌리들이 말라 죽고
얼어 죽고 썩어 버려서는
오는 봄부터의 새순도, 새 잎도
새 가지와, 새 꽃과, 새 열매도
어찌 바랄 수 있으랴
그리고 뿌리는 저런 땅 위
계절의 조화와 그 번성 속에서도
자신의 떡잎새나, 마른 가지나
빙충이 꽃이나, 쭉정이 열매를
탓하거나 아랑곳하지 않으며
낙화나 낙과나 낙엽에도 미련 없이
오직 시간의 흐름을 묵묵히 기다린다
또한 뿌리는 기둥이나 줄기의
권력과 같은 위력이아 위세,
무성한 잎새의 재물과 같은 풍요,
꽃의 영화나 열매의 공적과 보응에
집착하거나 참함이 엇이 실로 무심히
오직 자기 생명의 영위와 그 확중에
휴식을 모르는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오, 뿌리의 더할 나위 없는 숨은 공덕
우리 인간의 마음의 뿌리도
저 나무의 뿌리를 닮을진저
13. 어느 비 개인 석양
태풍까지 스쳐 간
어느 비 개인 석양
아파트 뜰 등덩굴 시렁 밑
평상에 앉아 있다.
나무와 꽃과 잔디풀 잎새에는
아직도 빗방울들이 반짝이고
더러는 굴러 떨어지고 있다.
때 아닌 선들바람마저 불어 와
내 몸마음이 마냥 싱그러워져서
저 빛나는 푸르름과 더불어
마치 즐거운 꿈 속에 든 것 같다.
태풍일과후랄까!
지난 세월, 고되고 괴롭고 쓰라리고
안쓰럽고 부끄럽고 뉘우쳐지는
삶의 고비와 갖가지 사연들이
그야말로 비바람 자듯 개이고
엄두도 못 낼 평화와 안식 속에 있다.
이윽고 저 장밋빛 황혼처럼
나의 이승의 노을에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마저도, 이 저녁엔
소년 적 해질 무렵이면 찾으시던
어머니의 그 부름, 그 모습처럼
두렵기커녕 도리어 기다려진다.
14. 신라토기
내 서재 한구석에는
신라토기 항아리 하나가
놓은있다.
아득한 천 년 전
빚어진 그 모습 그 채로
그제나 이제나 더없이 소박한
그 모습으로 놓여 있다
오직 그 어느 한 세월
땅 속에 파묻혔었는지
물살 무늬의 주름 사이에는
바랜 흙의 흰 자취가
곱게 배어 있다.
이 땅의 모진 그 풍상 속에서
흠 하나 없이 오롯이 남아
모든 것이 스러지고 사라졌건만
이렇듯 시방 나와 함께 있다는
그 사실이 실로 놀랍고 신기하다.
휘둘러보아야 이 방 안에는
그 모두가 백년 안쪽의 문물
이 또한 세월과 더불어
스러지고 사라지겠지만
저 토기만은 지장의 화신인 듯
이 세상 끝마칠 때까지 불변하려는가?
15. 겨울강 산조-강27
섣달 매운 날씨 이른 아침
마치 매일 예배를 보듯
나는 오늘도 강에 나와 있다.
강은 숨을 죽이듯 물살 하나 없고
건너 모래톱도 추위에 질린 얼굴을 하고
배들은 모두 기슭에 움츠리고 있는데
흰 물새 몇 마리 강뭉를 차며
얼어붙은 하늘을 날고 있다.
헌데 계절의 무덤 같은 이 삭막 속에서
신이같은 저 강에서, 아니 내 가슴에서
대금의 산조가 울려오며
이 산 저 산봉우리 옹달샘에서
한 방울의 이슬이 땅껍질을 뚫는 소리
바위 숲을 헤쳐 나오는 계고의 물소리,
천길 벼랑을 내려 구르는 폭포소리,
이 들판 저 들판에서 흘러온 여울들이
대하를 이루어 출렁이는 강물소리,
하늘의 천둥소리, 비소리, 눈보라소리,
헤어릴 수 없는 낱낱의 물방울들이
낳고 죽고 맺고 엉키고 합치는 소리,
영절한 그 소리, 소리들을 내더니
이제 그 가락은 내 앞을 흐르는 강처럼
저 멀리 아득히 자취를 감추면서
영산회상으로 변하여 울려오고
나의 과거와 오늘과 미래도
그 신운에 녹아 흐른다.
16.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 27
6.25 그날의 경악과 절망을 맞본 사람은
지구의 종말을 맛더라도 덜 당황해 하리라
하루만에 폐잔병의 모습으로 변한
국군과 함께 후퇴라는 것을 하며
수원에서 UN군 참전의 소식을 듣고서야
'노아'의 방주를 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에서 정보부태 정치반원으로 배속되어
공산당들 총살장에 입회를 하고 돌아오다
어느 구멍가게에서 소주를 마시는데
집행리 였던 김하사의 술회
"해방 전 저는 광도에 살았는데
그때 어쩌다 행길에서 동포를 만나면
그렇게 반갑더니, 바로 그 동포를
제 손으로 글쎄, 쏴죽이다니요..
망할 놈의 주의(主義)...그 허깨비 같은
주의가 대체 무엇이길래....
하고 그는 '으흐흐...'흐느꼈다.
나는 전란을 치르면서 30년이 된 오늘이나
저 김하사의 표백(表白)
'망할 놈의 主義...그 허깨비같은
주의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놈의 주의가 원숩니다....'
보다, 더 또렷한 6.25관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