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큐의 히메유리(1987, 요나조 노부코) 40.
● 제 IV부 제 3장 한 조각의 거즈
육군 병원은 이동을 완료했다. 본부는 야마시로(山城), 제1외과는 나미히라(波平), 제2외과는 이토스(糸洲), 제3외과는 이하라(伊原)에 정착했다. 나는 이토스의 벙커였다. 부상병의 치료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상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군인들조차 방치하고 있었다.
부상병들은 치료도 받지 못하고 시마지리(島尻)의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었다. 군의관은 치료에 필요한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위생병들에게도 약이나 붕대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음식도 부족했다.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먹을 것을 스스로 찾아 먹으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육군 병원은 더 이상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단순히 조직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만 병원 사령부와 외과의 연락이 취해지고 있을 뿐이었다.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병원 본연의 목적은 사라지고 군의 조직 유지 기능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연락병 조직은 위생병 한 명과 학생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해가 진 후 벙커를 나와 야마시로 사령부로 갔다가,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다음날 아침 자신의 벙커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어느 날 오후, 팔에 부상을 입은 군인이 모습을 보였다. "붕대 좀 주시겠어요? 아주 조금만이라도 됩니다만...” 라며 그 부상병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거즈를 찾고 있었다. "상처 부위의 피부를 닦을러고합니다. 아주 작은 거즈라도 됩니다” 라며 그는 진물이 나는 상처를 보여 주기도 했다.
위생병은 그 정도의 일에는 관심을 표하지 않았다. 왠만한 일에는 매정함이 몸에 베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탁해도 소용없어.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니까. 부상병 치료는 더 이상 할 수 없어요."
그래도 부상병은 좀처럼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병원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군인은 학생들을 향해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우리에게 왔다.
"여기 군의관들은 복부를 다치지 않도록 거즈를 배에 드루고 있다고 하는데..."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 갑자기 진지한 얼굴이 되어 속삭였다. "전황은 별로 좋지 않다. 만약 적에게 잡히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라고 의미 있는 듯 물었다.
"자살할 겁니다." 우리는 평소처럼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살을 한다고? 무기도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자살할 생각이야.” 그는 작은 목소리로 "권총 있나? 칼은? 수류탄은?" 우리가 잠자코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조금 있으면 단도를 받을 거예요"라고 중얼거리듯 내가 말했다. "친구 중사가 총검 끝의 단도를 떼어 칼을 만들어 준다고 했어요." 부상병은 머리를 가로저으며 "수류탄이 가장 좋다. 하나로 열두세 사람은 한 번에 죽을 수 있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수류탄이 남아도는 것이 있으면 하나 주시겠습니까?"라고 친구 중 한 명이 물었다. "있어" 라고 그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만약 너희가 거즈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과 바꿔 줄 수 있어."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이라고 내가 중얼거렸다. 나가자토 중사가 준 거즈가 배낭에 있었다. 그 거즈는 셔츠를 두세 장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그냥 물러서는 것은 싫었다. 친구에 대한 허세도 있었다. '수치를 당하기보다는 목숨을 버리라'는 가르침에 따른다는 자신을 인정받고 싶었다. 내가 배낭에 손을 넣고 거즈를 찾고 있는 것을 군인은 애타게 보고 있었다.
"자, 이것을 주겠습니다"라고 나는 거즈를 한 조각 군인에게 건넸다. "그 대신 수류탄을 주세요." "미안하지만 수류탄은 지금 묵고 있는 부락에 두고 왔다. 내일 가져다 줄 게”라며 그는 그 자리를 떠났다. 그는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31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