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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자녀, 하루 10분, 아이 행복을 좌우한다"
김 부장은 아이가 초등학생 시절에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다. 부장 진급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일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옛날 사람처럼 일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성실함이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일에 매진해도 늘 시간이 부족했기에 항상 야근을 반복했었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 주말에는 집에서 쉬기 바빴고, '아빠'라는 소리가 회사에서 내가 필요할 때 불리는 '김 부장'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 덕분인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이때다 싶어 아이에게 한 걸음 다가가려 하니 아이는 또 한 걸음 멀어진다. 중학생이 되면서 부쩍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기에 한 걸음 떨어져서 눈치껏 아이의 성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큰 사고 안 치고 자라쥐서 고맙기도 하고, 특별한 재능은 없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게임이나 유투브에 너무 빠져 지내는 건 아닌가 격정도 되지만 그저 조용히 지켜 보는 중이다.
중년의 기업 리더들과 마음 관리 워크숍을 진행하다보면 일이 아닌 가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다. 그들의 아버지는 OECD 최고의 노동시간을 자랑하고 경제적, 사회적 책임을 전담하는 대신 집안일 면제권을 부여 받았었다. 반면 그들의 자녀는 개인 가치와 시간을 중시한다. 이제는 두 집 중 한 집은 부모가 맞벌이를 하며 가정 내 아버지의 역할도 달라졌다. 현재 중년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경험한 아버지상과 현시대가 요구하는 아버지상의 차이가 너무 크다. 나보다 어른인 사람들에게는 배우지 못한 새로운 아버지상으로 나를 만들어가야 하니 막막함과 어려움이 가득하다.
심지어 우리 팀 신입사원은 나보다 우리 아이의 나이에 가깝다. 그들과 필요한 정보는 주고받지만, 거리감이 있다. 생각하고 감정을 나누는 방식이 다른 그들이 김부장을 멀게 느끼는 만큼 김 부장도 그들이 멀게 느껴진다. 김 부장은 우리 아이와도 이렇게 멀어지는 게 아닐지, 점점 자기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아이가 대견하면서 섭섭하다. 미안함, 아쉬움, 걱정 등 다양한 감정이 그를 집에서 더 조용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워크숍에서 남들보다 일찍 결혼한 양 부장의 이야기에 다들 귀를 기울였다. 다들 중∙고등학교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자녀의 아빠인 반면 그는 벌써 두 딸이 대학 을 다니고 있다. 양 부장은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면 얼 굴에 웃음꽃이 핀다. 딸이랑 주말에 서점도 가고 카페도 가는데 심지어 애들이 사춘기도 없이 잘 자라쥐서 정말 고맙다고 한다.
김 부장은 자녀가 성년이 되어서도 아빠와 여가를 즐겁게 보내는 생경한 풍경이 부럽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 나와 어떤 관계가 될까 심란해지기도 한다. 양 부장도 다른 부장들처럼 치열하고 바쁜 직장 생활을 해왔는데, 과연 비결이 뭘까?
"우리 집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매일 아침 30분씩 독서 시간을 가졌어요. 물론 저도 읽고 애들 엄마도 읽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족끼리 대화도 많이 하고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근처에 앉아 있던 김 부장은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자신의 중학생 아들이 과연 매일 30분 독서를 할까 싶어 이미 마음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도 책을 별로 안 읽기 때문에 양 부장네 이야기는 신화로 남겨야 할 듯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자 녀와 멀어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걱정만 늘어난다.
간혹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자녀 문제가 큰 이슈로 불거지는 경우가 있다. 본인은 기업 총수, 국회의원, 전문직 등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이들에게도 자녀 문제만은 쉽지 않은 듯하다. 3,40대에 자기 일에만 몰입한 사람은 대부분 일과 가족의 균형을 잃게 되고, 더욱이 자녀 이슈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더 서툴고 자녀와 잘 지내는 방법도 모른 확률이 높다.
아이들과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아버지일수록 불안할 수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내에게 우리 아이가 영재일지도 모른다는 기대 부푼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랄수록, 현실을 인지할수록 바깥일로 바쁜 아빠에게까지 전달되는 이야기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아이의 진로와 성적 문제, 그 외 아이가 성장하는 데 주의 깊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 사교육비 등등 아이의 내밀한 사정보다는 아내를 통해 결과만 듣게 된다.
그러다보니 아이의 삶에 대한 정보를 캐묻기보다는 자신의 성장 경험에 의존해 아이의 상황을 유추할 뿐이다. 그 결과 부모로서 내 아이들이 인생의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하는 애정 어린 마음은 듣기 싫은 잔소리로 전달되기 일쑤다. 나와 닮아서 좋은 것보다는 닮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어찌나 눈에 잘 띄는지. 이런 내가 아이에게 지금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마음 체크업
누구나 처음 부모가 되기에 양육 방식이나 기준에 대해 서툴고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계속 높아져만 가는 사회적 기준에 자녀를 맞추느라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나의 자녀가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는가? 행복한 아이로 자라게 하려면 부모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 스스로 질문해보자.
가정마다 삶의 기준도, 교육 방식도 다르다. 부모의 기준이 바로 서야 중심을 잡고 일관된 방향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요즘 가장 좋은 방식이 무엇인지 찾기보다는 무엇이 가장 우리 가족에게 맞는지 찾아야 한다. 어떤 방식이든 우리 가족이 다함께 행복하고, 더 나은 삶에 다가가고 있으면 충분하다.
사춘기는 봄을 생각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아이들의 마음에 봄이 한 번씩 찾아온다. 새로운 생각과 감정이 새싹처럼 자라나고 앞으로 다가올 여름, 가을, 겨울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진다. 청소년기를 흔히 가장 치기 어린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지만, 인생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과도기이기도 하다. 그 시기를 잘 보내야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다.
종종 부모는 아이를 위한다는 핑계로 아이가 스스로 제대로 자랄 기회를 빼앗는다. 조용하던 김 부장의 참을성이 바닥나면 사춘기 자녀의 가지치기를 위해 급하게 가위를 들 수도 있다. 제대로 줄기를 뻗어보기 전에 가지가 잘려나갈 수도 있고, 또는 조금이라도 다칠까 아예 유리관을 씌워 혼자 힘으로 자라날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다. 부모가 자기 아쉬움과 불안감 때문에 아이의 부족함에 더 집중해서 시간이 해결해줄 일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감 없는 거친 문제해결은 아이의 마음을 닫아버릴 위험이 있다.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면 나의 부모, 나의 삶과 내면을 먼저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바람이나 욕구를 자녀에게 투영하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심리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윈했든 원하지 않았든 내 모습에서 내 부모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내 아이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닮지 않길 바랐던 나의 단점과 습관을 아이가 닮았을 수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나를 닮아 좋은 기질과 성격도 분명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진 행복한 경험과 좋은 면들, 그리고 강점에 집중해보자. 나의 자녀에게도 이런 속성들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내 아이의 약점을 부모가 판단해서 미리 가지치기하는게 아니라, 다른 어떤 좋은 가지가 있는지 알려주고 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자녀의 약점보다 내재한 강점과 긍정적인 자원들을 발견해주고 성장의 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지해주자. 그게 바로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심리적 지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아이의 강점을 발견하고 응원해준다. 부모의 인정은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법이자 아이가 삶을 살아가는 동력이다. 둘째, 부모로서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의 부모가 자신의 강점을 발휘해 난관을 이겨낸 이야기를 들은 자녀는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과 긍정적인 자아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셋째, 의도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의도적으로 하루 10분이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아무리 바쁜 직장인도 하루 10분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아빠의 미션은 10분 동안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레슬링도 좋고 그냥 꼭 안아줘도 좋다. 아니면 그냥 아이 옆에 앉아 있거나 아이에게 아빠와 대화하고 싶은 주제를 물어봐도 좋다. 아이가 청소년이라면 10분간 아이가 요즘 좋아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10분의 시간이 하루하루 쌓이면 아이와의 심리적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또 이런 과정들을 통해 아이는 자연스럽게 긍정울림을 경험하고 자신의 경험 속에 부모의 사랑을 자연스레 저장하게 된다.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려보자. 어떤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가? 사람들은 부분 기억을 조합해 자기 방식대로 왜곡하고 해석하여 저장한다. 자녀들은 어린 시절의 어떤 부분 기억을 갖고 있을까? 때로는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다. 부정 편향성으로 인해 안 좋은 기억이 오래가고 실제보다 더 강하게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부모도 사람이기에 실수하고 잘못된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다. 어쩌면 내 노력과는 별개로 오점이 많은 부모로 기억될 수도 있다.
그러니 아무리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매년 한 번 정도는 오랫동안 기억할 긍정울림이 있는 특별한 경험을 자녀에게 선물해야 한다. 내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곳으로 여행을 가도 좋고, 간만에 가족끼리 외식하는 것도 좋고,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 가르쳐주기 같은 자녀들의 한 번뿐인 소중한 첫 경험들을 함께하는 것도 좋다. 자녀와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자.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부모가 불행하면 아이도 불행하다. 가족 관계와 가족 안에서의 경험은 인생 전반에 걸쳐 타인과의 대인 관계나 상호작용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혹시나 자녀의 마음이 이미 굳게 닫혔거나 부모와의 심리적 거리가 멀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하루 10분, 아이와 의도적으로 행복한 시간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만약 하루 10분의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이렇게 스스로 질문해보자. "회사에서 후배 1명을 육성하는 것과 우리 아이 1명을 잘 키우는 것 중 내 삶에서 더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딱 10분이다. 적어도 하루 10분은 나와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투자해보자.
젠틀마인드 중에서
박정효.우보영 지음
첫댓글 하루 10분 백만번 동의합니다.
10분이 훌쩍 지나갔다면 당신은 미치도록 행복한 순간을 경험한 것이다. 기억하라 이 순간을!
[고전이 답하다 중에서]
우리 모두 10분 습관!
@재미(8기 백경미) 하루 10분이면 충분하다. '생각하는 시간'을 딱 한 번만 가져보자. 세상을 이길 수 있는 아이템을 얻고 싶지 않은가? 10분이면 충분하다.
하루에 10분 참 중요합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10분의 중요성 이제부터라도 실천해야 되지 않을까?
나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