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 칠갑산 자락에 위치한 알프스마을에서 얼음분수축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인들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알프스 마을은 하늘에 맞닿았다고 해서 ‘천장(天庄)’이라 불렸다고 하는데요. 하늘과 가까운 만큼 산기슭 마을엔 겨울도 빨리 찾아오고 늦게까지 머물러 늦가을 얼기 시작한 눈은 봄볕이 드리우기 전까지 녹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어느 겨울날 나무에 핀 얼음꽃을 보고 마을 주민들이 마을을 ‘천연 겨울왕국’처럼 꾸며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에 얼음 조각을 다듬고, 눈밭에 놀거리를 만들고, 마을 이름도 천장리에서 ‘청양 알프스 마을’로 바꿨다고 해요.
얼음축제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한 해 30만명이 찾는 지역 대표 축제로 성장해 올해로 16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칠갑산 얼음분수축제는 2월18일까지 하는데요. 축제장 내 산책로는 눈과 얼음이 섞여 매우 미끄러우니 눈길에서도 잘 미끄러지지 않는 방한화를 신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소: 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 164-1
*전화번호: 041-942-0797~8
*입장료: 9000원, 썰매장 이용료: 2만9,000원
*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야간 개장: 오후 6~8시(주말 9시까지)
*포털사이트 예매나 ‘청양투어패스’ 구매 시 할인
기존 24시간권인 청양투어패스(9,900원)를 48시간권으로 늘린 패키지(1만5,900원)를 구매하면 칠갑산 얼음분수축제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청양투어패스는 군 내에 있는 유료 관광지(5개소) 무료입장과 카페(13개소) 아메리카노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방문한 날은 날이 따뜻해 눈이 많이 녹아서 살짝 걱정이었는데 축제장에 들어서니 설국이 펼쳐집니다. 축제장으로 향하는 길목엔 뽀로로, 피카소, 나폴레옹 등 캐릭터 모양의 얼음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시선을 사로 잡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이글루에 들어서니 예술 얼음 조각과 화려한 조명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신비의 얼음동굴엔 십이지신 동물 조각이 있어 일행들과 함께 내띠 동물 조각 찾기를 했는데 재미가 솔찬하네요.
축제장엔 즐길거리도 가득합니다. 얼음썰매, 눈썰매, 얼음봅슬레이 등 다양한 놀이시설의 썰매장이 있어 연령대별로 체험을 즐길 수 있어요.
짚트랙, 빙어낚시, 맨손빙어잡기 등 가족·연인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많이 있어요. 짚트랙 이용권은 10,000원, 빙어체험은 기본 3분에 5,000원인데, 서비스 시간을 엄청 많이 준다고 합니다. 체험으로 잡은 빙어는 기본 3,000원에 튀김을 해준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알프스 마을은 천장호 출렁다리로 연결됩니다. 축제장 입구쪽에서는 밤을 굽기 체험을 하고 있어 급 식욕을 자극하네요. 체험코너에서 사용하는 농산물은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밤, 고구마라고 합니다.
*군밤, 군고구마 체험비: 5,000원
주차장에서 식당가에 가니 1박2일 촬영을 했다는 식당이 있어 늦은 점심으로 산채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가격대비 맛도 좋고 반찬도 깔끔했는데요. 특히 깎두기가 맛이 좋아 주인장에게 비법을 물었더니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과 청양 고추가루로 담근다고 합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었으니 이제 천장호 출렁다리를 건너야겠지요. 입구에는 귀여운 청양이 조형물이 관람객들을 반겨줍니다. 콩밭 매는 아낙네상도 보이고, 앙증맞은 청양고추 조형물도 든든하게 자리해 있네요.
천장호에 사는 다양한 공룡들을 주제로 회화적 요소를 강조해 다룬 작품들도 조성돼 있습니다. 작품의 외형은 삼각 파라메트릭기법(반복된 패턴)을 이용하여 표현했고, 다양한 면과 입체적 형상으로 익숙한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현했다고 해요. 대부분 공원에 설치된 조형물은 시설 보호를 위해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데 이곳의 공룡들은 아이들이 등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천장호 출렁다리보다 더 스릴 넘친다고 입소문난 어드벤처 놀이시설도 보이네요. 그물망 다리와 타워를 건너는 177m 무료 체험시설 ‘네트 에코 워크’는 인디아나존스 코스 등 5개 코스의 최대 높이는 10m에 달합니다. 안전을 위해 키 140cm이상 이용 가능하다고 하네요. 건널때는 한명씩 천천히 걸어 가고, 앞사람이 다리를 다 건넌 후에 다음 사람이 건널 수 있습니다. 아이들 전용인줄 알고 포기하려고 했는데 성인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해 지인과 함께 걸어 봤어요. 걸을때마다 어릴적 숲에서 외나무 다리을 타고 걷던 것처럼 스릴감 있고 짜릿짜릿 합니다. 진행방향은 공원입구에서 황룡정 출구로 나가면 됩니다. 흔들다리 중간에 장애물도 있고 네트 사이로 호수의 아름다운 풍광도 관람 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출렁다리 입구엔 소금쟁이 고개도 있는데요. 이곳은 아주 먼옛날 청양과 정산을 오가던 사람들이 이용한 고갯길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어느 화창한 봄날 한 소금장수가 이 고개에서 소금지게를 세워놓고 쉬고 있을때 호랑이 한마리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해요. 너무 놀란 소금장수는 엉겁결에 지제를 받치고 있던 작대기를 잡아채어 손에 쥐고 호랑이를 노려 보았습니다. 그순간 지게가 넘어지면서 시장에서 산 그릇과 볏짚 가마니에 남아 있던 소금이 와르르 쏱아지고 말았는데요. 호랑이는 그릇깨지는 소리와 하얀 소금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다 달아났습니다. 호랑이가 사라지자 쏟아진 소금을 수습하던 소금장수는 본인의 바짓가랑이에 누른 물이 흘러내린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너무 놀란 소금장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바지에 오줌을 싸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날 밤 주막에 묵게 된 소금장수는 호랑이를 만났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이 소문이 퍼져 고개 이름이 소금쟁이 고개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고 해요.
칠갑산 동쪽 기슭의 36번 국도변에 위치한 천장호는 깨끗한 물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합니다. 1972년 12월부터 약 7년에 걸쳐 축조한 천장호는 1,200㏊의 농경지 관개용 저수지인데요. 깨끗한 수면과 빼어난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청양명승 10선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천장호에 안개와 구름이 내려 덮이고 걷히는 모습은 칠갑산의 경관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데요. 맑고 푸른 물은 호수면이 고요하고 호수 안으로 뻗어 들어간 산자락 풍경이 운치를 더해 해마다 관광객과 낚시꾼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근에 칠갑산 자연휴양림도 있다고 하니 다음 여행에는 1박하면서 안개와 구름이 내리고 걷히는 장관을 꼭 관람하고 싶네요.
천장호 출렁다리는 길이 207m, 폭 1.5m, 높이 24m 규모입니다. 다리 중간엔 세계에서 제일 큰 청양고추와 구기자 모양의 조형물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네요. 다리중간에 청양고추와 구기자 조형물만 봐도 누구나 여기가 청양이란 걸 단번에 알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장호 중간지점부터 청룡조형물까지 출렁이는 구간을 걸을 때는 상하좌우로 흔들려 마치 배를 타는 느낌이었어요.
* 야간개장기간 : 매주 금/토/일
* 3월~10월: 21:00
* 11월~2월: 20:00
천장호 출렁다리를 건너면 황룡과 호랑이 조형물이 있습니다. 천장호에는 황룡과 호랑이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요. 칠갑산은 만물생성의 7대 근원 칠(七)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갑(甲)자를 써 생명의 발원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또한 금강상류의 지천을 굽어보는 산세에 일곱장수가 나올 명당이 있어 칠갑산(七甲山)이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해요.
어느 날 이곳에 살던 아이가 몸이 아파 의원을 찾아가야 하는데 냇물에 큰 물이 흘러 건널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이곳에서 승천을 기다리던 황룡이 승천을 포기하고 자신의 몸으로 다리를 만들어 건너게 하여 한 아이의 생명을 구했는데요. 이를 본 칠갑산 호랑이가 감명을 받아 영물이 되어 이곳 주민들을 보살펴 왔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출렁다리 왼편으로 가면 칠갑산 등산로와 알프스 하늘다리로 이어지는데요. 일행들과 함께 알프스 하늘다리 방향으로 이어진 데크길을 걸어 보았습니다. 데크길 중간중간에 포토존도 많고 좋은 글귀도 많이 보이고 오른편 산에는 얼음분수가 있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도란도란 걸으며 인생사진 남겨도 좋을것 같네요. 데크길 중간지점에서 천장호에 비친 출렁다리의 모습이 멋져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데크길 끝부분엔 천장호에서 걸어나온 목이 긴 공룡(브라키오사우루스)을 주제로 회화적 요소를 가미한 '천장호 공룡이야기' 전망대가 보입니다. 이곳이 포토포인트로 인증사진을 찍고 돌아 나와도 좋고 데크를 따라 카페에 들려 커피한잔 해도 좋은 곳이예요. 데크길 양편으로 아치를 만들어주는 솔향을 맡으며 걷노라니 마음이 맑아집니다.
천장호를 따라 둘레길이 한바퀴 이어졌으면 더 좋겠다는 생갓을 하며 다시 호랑이 조형물 앞으로 돌아왔어요. 이번엔 오른편 둘레길로 이동하니 소원바위와 천장호 둘레길로 이어집니다. 소원바위로 향하는 길에는 유명 시인의 시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시가 새겨진 시비가 조성되어 있어 가파른 오르막길에 쉼을 선사하네요.
‘칠갑산 소원바위(용호장군 잉태바위)’ 앞에 빼곡히 매달린 소원지가 인상적입니다. 소원바위는 시집간 딸을 위해 700일을 정성 들여 기도한 끝에 태어난 아이가 거란족으로부터 고려를 구한 용호장군이 됐다는 전설이 담긴 바위라고 해요.
최근 내려오는 이야기는 이지역 목면에 거주하는 유 모 할머니가 아들이 44살이 넘도록 아기를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매일같이 이 바위에 찾아와 지극정성으로 소원을 빌었는데요. 마침내 결혼 7년만에 아기를 잉태하여 2013년 10월 29일에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생했다고 합니다. 또한 소원바위 아래 천장호는 여성의 자궁형상으로 임신과 자손의 번창을 상징한다는 어느 풍수사의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어, 소원을 성취하는 명소로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해요.
청룡의 해를 맞아 겨울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은 분들과 소원성취를 이루고 싶은 분들에게 청양 알프스마을과 천장호 출렁다리 방문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