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있는 단편 소설 칼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다.
이 소설은 화자이자 주인공, 신애가 칼에 대한 독백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신에는 비록 주부이지만 칼을 보는 능력이 뛰어났으며, 일년마다 주기적으로 칼을 갈정도로 애호가이다. 칼가는 사람들이 오면 항상 칼을 보며 "이 칼은 대장장이가 수많은 망치질, 셀수도 없는 담금질을 했을 것이며, 그 아들이 정성스럽게 갈았을 것이다" 라며 감탄했다. 그런 신에에게도 아주 무서운 칼이 있었다. 30cm 길이의, 전에 남편이 사준 칼이었다. 이 칼은 전혀 식칼처럼 생기진 않은, 좀 꺼림칙한 칼이었다. 그렇게 칼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생각하고 있던 그때, 남편이 들어오자 갑자기 우리들은 난장이라며 말하는 신에, 그러나 피곤한 남편은 듣는둥 마는둥 딴소리만 하고, 그렇게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하며 위화감을 조성하였다. 그것은 중학생 딸아이와, (아마 취준생 혹은 대학생인) 아들과의 대화에서도 그랬다. 아버지(남편)는 밖에서 12~13시간 동안 있느라 항상 피곤에 찌들어 있어 가족과 대화를 하지 못하고 매일 똑같은 신문만 읽는다. 신에는 집에 제때제떄 물이 나오지 않아 항상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물을 받아놔야 한다. 이 가정은 어찌 이렇게 불행해졌을까?
사실 이 가정이 처음부터 이런게 아니었다. 남편과 신에의 부모님은 독립운동가였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였다. 그들도 그랬다. 남편과 신에는 어릴 때부터 만나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며 결혼까지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상과 꿈은 자시고 당장의 일부터 해야 했고, 내일 먹고 사는 것이 문제였다. 할아버지(현재 아들 딸 기준)부터 이어져온 정의로운 마음씨, 불의를 참을 수 없는 마음씨가 오히려 아버지, 남편에겐 독이 되었다. 그것이 그들을 빚더미에 앉게 했다. 그래도 어찌저찌 지금 있는 집도 팔고 빚도 갚아서 새로 들어간 집이.. 바로 여기인 것이다. 엄마는 걱정했다. 곧 있으면 자신은 상상도 못할 엄청난 지식과 방대한 생각을 가진 아들이, 정의라는 유전되는 방해물에게 또 당할지도 모르기 떄문이었다.
한편 뒷집과 앞집의 상황은 달랐다. 사실 그들도 예전에는 똑같은 서민이었지만, 아들 딸의 사업이 잘된 후로는 뒷집 앞집에서 시끄러운 티비소리와 연속극, 라디오 소리가 쉴세없이 들리곤 했다. 그들은 신에 앞에서 계속 아들 딸 사업이 잘된것을 자랑질하기도 했다. 그렇게 계속 고통을 받고 있던 가족들.. 자그마치 6년이 지났다.
이제 신에의 나이는 쉰둘이다. 그녀가 남편과의 추억 회상을 할때부터, 딸에게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해줄 떄 부터 그랬다. 그러다가 우연히 피로 물든 칼을 보게 되고, 딸에게 낮에 잠깐 일이 있었다 변명하며 낮에 있던 일에 대해 회상한다.
밖을 보니 앞집 여자와 뒷집 여자가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었다. 난장이였다. 키가 작은 난장이. 난장이는 자기가 수도를 고치면 물이 더 빨리 나올 수 있을 거라 했지만 이웃집들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때 신에가 대뜸 나와 말했다. 제가 살게요. 앞 뒷 집이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수도꼭지를 새로 달아본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언쟁하는 사이 난쟁이는 달아났다. 무슨 이유인진 모른다. 저멀리 윗골목쪽으로 달아나고 있어 신에도 쫓아가다가, 어느 펌프집 아래에 멈춰섰다. 그 안에는 한 사나이가 있었다. 앞니가 부러진, 한 쪽 팔에는 벌거벗은 여자의 문신을 하고 있는 꺼림칙한 사나이. 그는 손님이 오자 반가워하며 우물을 파고 자가 수도를 설치하라며 열심히 떠벌거렸다. 앞 집도 뒷 집도 여기에서 안한 곳이 없다며 열심히 자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나이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누군가를 잡으려 뛰어나가려고 했다. 난장이였다. 아까 도망간 그 난장이. 어찌저찌 신애도 똑같이 쫓아가다가 어느새 난장이와 함께 도망가고 있었다. 사나이는 시야에 보이지 않았고, 다시 사업에 대해 난장이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난장이 덕분에 집에 새 수도꼭지를 맞췄다. 난장이는 이렇게 하면 다른 집들보다 몇시간 더 빠르게 물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자부했다. 그렇게 신애와 난장이는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난장이는 난장이가 아니다. 보잘것없는 사람도 아니다. 벽돌 공장 밑에서 아내와 자식 셋을 부양하는,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동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키우는, 옆집이 키우는 돼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신에는 난장이가 이웃으로써 참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아까 그 사나이었다. 사나이는 난장이를 집밖으로 꺼내어 던져버리고, 그를 죽도록 두들겨 패고 있었다. 신에가 계속 말로 말려봤지만 소용없었다. 난장이는 꿈틀거리는 자벌레처럼 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움직이고 있었다. 신에는 이제 칼날을 간 이유를 알았다. 30cm길이의 전에 남편이 사준 식칼같지 않은 그 무서운 칼을.. 써야할 떄를 알았다. 대장장이가 수많은 담금질을 하고, 그 아들이 풀무질을 하던 그 칼을 써야할 때를 알았다. 그녀는 난장이를 구하기 위해 단숨에 부엌으로 뛰어들어, 그 칼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난장이를 죽도록 패는 사나이를 향해 죽일 기세로, 진짜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아쉽게도 칼은 사나이의 내장을 피했고, 겁을 먹은 사나이는 꽁지빠지게 도망쳤다. 신에는 난장이를 살펴보았고, 다행히 난장이는 죽지 않았다. 그 부은 입술로 간신히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리고 신에는 난장이에게 말한다.
"아저씨. 저희들도 난장이랍니다. 서로 몰라서 그렇지, 우린 한편이에요."
낮에 있던 이런 사건을 딸이 알리가 없었다. 그런 딸을 진정시키며 오늘부터는 물이 좀 빨리 올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곧 물이 나오자, 딸아이와 함께 기뻐하며 이야기는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