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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에서 계획한 A 코스인 '수예마을 → 물탱크 → 거북바위 → 작약산 → 시루봉 → 암봉 → 헬기장 → 은점재 → 은점봉 → 조봉 → 어룡산 → 꽃데이(고모산성휴게소) → 진남휴게소'의 14km 구간을 6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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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산
높이: 774m
위치: 경북 문경시 가은읍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라는 우리 고유의 산줄기 개념에 비춰보면 문경지방을 에워싼 백두대간이 청화산을 지나 눌재를 건너 속리산 문장대, 천왕봉을 지나 형제봉(803m)을 지나 추풍령을 향하여 가는데 형제봉을 조금 지나 다시 북으로 한 줄기를 달고 있으니 이 줄기가 상주시 화북면 갈령을 지나 문경시와 상주시 경계를 이루며 농암면으로 다시 향하는 뭉우리재를 건너 작약산을 만들어 놓고 다시 북으로 향하여 어룡산까지 이어져 있다.
이 작약산을 경계로 하여 상주시 이아면 무릉리와 문경시 가은읍 수예리가 있다. 그러나 작약산의 모습은 함창벌에서 더 잘 보이며 높이 솟은 모습이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이 산은 함창읍의 진산이다. 상주지에는 이 산을 재악산이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작약의 꽃봉오리같이 아름답다고 하여 작약산이라고 하는 이산은 횡령에서 더 동쪽으로 수십 리를 뻗어 와서 크게 자리 잡고 높게 솟은 진산이다.
삼봉이 가지런히 중천에 솟아오르고 줄기를 길게 뻗어 계곡이 깊고 송림이 울창하여 모습이 중후하다. 중턱에서부터 절벽과 층암으로 첩첩이 쌓아 올리고 조금 빈 마루에는 기암괴석을 상당하게 나열하여 오르면 오를수록 경치를 더한다. 그래서 이 산이 이일제를 받아 거느리는 재악이고 이 재악을 진산으로 도읍이 펼쳐진 것이라 한다."
가은읍 수예리를 찾아올라 윗수예에서 작약산을 바라보며 산행을 할 수 있고, 상주시 아산면 장암리를 찾아 수예까지 임도를 따라 갈띄재에 올라 수예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할 수 있으나 이 임도는 차량 통행이 어렵다. 윗수예에서 바로 보이는 능선을 찾아 정상까지 약 1시간 오르면 정상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함창벌의 모습은 정말 좋고 멀리 백두대간에 자리 잡은 속리산· 청화산·희양산·조령산 모습이 아름답다.
내려오는 길은 작약산에서 북동쪽으로 능선을 타고 약 20분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측길은 상주시 이안면으로, 좌측길은 가은읍 쪽으로, 계속 능선을 타면 삼각점이 있는 762m 고지로 갈 수가 있다.
시간이 있으면 능선을 계속 타고 나갈 수가 있으나 식수는 수예리에서 준비하여야 한다. 작약산은 가은읍 수예리에서 시작하고 마치는 것이 차량 이용이 제일 편리하다. - 한국의 산하
어룡산[魚龍山]
높이: 617m
위치: 경북 문경시 마성면
문경시에서 문경읍을 거쳐 3번 국도를 20분 달리면 강변을 따라 병풍을 둘러친 듯 기암괴석이 보이는 곳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유명한 경북 팔경 중의 제 일경인 진남교반으로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이다.
이 진남교반을 만들고 있는 어룡산이다. 이 진남교반에는 많은 이야기와 전설이 전해 내려오지만, 그중에서도 아직 남아 있는 고모산성, 돌고개, 서낭당, 영남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토끼벼랑(토천)이 있으며 진남유원지와 진남휴게소가 있어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돌고개, 서낭당은 옛날 모습 그대로 정감 넘치는 모습을 오늘도 옛길을 찾아 걷는 나그네를 반겨준다.
이 서낭당에는 부모와 딸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데 이 고개 옆에 살면서 떡을 해서 지나가는 길손에게 팔고 있었는데 과거를 보러 가던 한 젊은 선비와 이 집 딸이 인연을 맺고 기다렸으나, 젊은 선비가 오지 않아 상심하여 병이 나서 죽었다 한다. 그 후 젊은 선비의 꿈에 그 여인이 나타나므로 소원을 물으니 그 자리에 집을 짓고 제사를 지내 달라고 하여 지은 집이라 전한다.
진남휴게소 뒤에 있는 고모산성, 토끼벼랑, 서낭당을 둘러보고 어룡산을 산행하는 것도 좋다. 산행 들머리는 진남휴게소에서 진남교를 건너 오른쪽 진남유원지(숲)로 가서 시작해도 되고 똑바로 가서 가은선 철도를 넘어 진남굴 위 잘록이에 와서 산행을 시작해도 된다.
진남숲에서 급경사 길을 30분 오르면 정상이 250m, 248m, 253m인 봉우리에 도착하는데 여기 전망이 아주 좋아서 진남교반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곳으로 어룡산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여기서 20여 분을 내려서면 가은선 철도가 통과하는 진남국 바위로 잘록이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어룡산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식수는 진남휴게소에서 준비해야 한다. - 한국의 산하
애초 이번 주 토요일인 9월 2일은, 8월 31일 고흥 팔영산 선녀봉 코스 산행 후 이틀이 지나지 않아, 산행 후 최소 이틀은 쉬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산행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목요일인 8월 31일 팔영산행을 우여곡절 끝에 취소하고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문경 작약산행 계획을 급하게 신청해 오르게 됐다. 처음 작약산행이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게시판에 올라왔을 때 이미 신청한 다른 산악회의 팔영산행과 충돌해 고민을 많이 했으나, 팔영산 선녀봉 코스 산행은 계속 벼르고 있던 산행이라, 만일에 대비해 작약산은 주시만 하고, 팔영산을 선택했다. 목요일, 토요일이라, 체력이 좋은 산꾼은 둘 다 오를 수도 있겠지만, 난 그럴 만한 체력이 없다. 물론 무리할 수도 있으나, 가야 할 산이 많이 남은 상태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체력을 안배해야 한다.
8월 31일 목요일 구산역에서 5시 47분 열차를 타고 사당으로 향하기 위해, 새벽 4시 50분경 기상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얼린 물 두 통과 오이, 자두, 비상식 등을 넣은 숄더힙색을 메고 5시 39분 집을 나서 6시 29분경 사당역에 도착했다. 6시 40분 사당역 1번 출구 옆에 있는 공영주차장 출발이지만, 최근에 승차장 가운데 있는 종합 판매대에 김밥이 없다는 얘기도 들려, 그럴 때 다른 곳에 들릴 시간이 필요해 조금 서둘렀다. 다행히 정상 영업 중이고 김밥 또한 있다. 당연히 김밥 한 줄을 사서 힙색에 넣고, 1번 출구로 나가, 버스가 기다리는 공영 주차장으로 갔다. 공영주차장에는 수원 방면으로 출발하는 전세 통근 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언덕에 붉은 벽돌 건물의 흰 글자가 오늘은 눈에 확 들어온다. 평소 많이 본 건물이나, 그 글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여유가 있어 눈에 들어온 거 같다. 산악회 전세 버스 사당 출발지에 늘 등장하는 그 유명한 '까리따스수녀원'이다.
수녀원 위치도 모르고, 1번 출구 수녀원 앞에 정차한다는 산악회 전세 버스를 참 많이도 탔다. 해서 수녀원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주차장을 끝으로 가니, 벽 쪽에 꽤 많은 산꾼이 서성이고 있다. 이 시각 여기 있는 산꾼이라면, 나와 같이 40분에 출발하는 팔영산행 버스를 탈 사람들이다. 7시 출발 버스를 타려고 벌써 오지는 않았을 테니. 그때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눈치챘어야 했다, 그중 아는 사람이 있나 살펴보며, 버스가 있는 구석으로 우회전해 살펴보니, 빨간 버스 한 대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당연히 팔영산행이라 생각하고 접근했는데, 7시 출발 남원 '동악산'행이다. 현재 시각 6시 37분! 그리고 4분 뒤인 6시 41분 '태안해변길 3'으로 가는 버스가 들어왔다. 우리가 타야 할 버스는 이미 늦었다. 10분 정도 늦는 거야, 뭐! 산악회 게시판에 어떤 정보가 있을까 해서 가보니, 아직 도착도 안 한 버스는 예정된 시각에 출발한 거로 표시됐다.
그걸 보고 그냥 있을 인간이 아니라,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아직, 도착도 안 한 버스가 정시에 출발한 거로 표시되는 건 시스템 오류가 아니냐?’고 묻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한참 후의 답이지만, 관리자가 올린 글이 가관이다. 시간이 되면 자동을 바뀌는 거라 문제없다는 투다. 도착도 안 한 버스가 시간이 되면 출발로 바뀌는 건 시스템이 아니지! 어쨌든 7시가 되자, 7시 출발 동악산, 태안해면, 계족산으로 가는 버스가 떠나고 나니, 남은 건 팔영산행 버스를 기다리는 일행이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아까부터 초조하게 핸드폰을 들고 통화 중인 사람이 인솔 대장이다. 7시가 지났으니, 대장도 설명을 해야 할 상황이라, 현 상태에 관한 알려준다. 기사가 늦잠을 잤는데, 그 버스 차고지는 의정부라 여기까지 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려, 다른 차를 수배했고, 7시 20분경 도착 예정이란다.
늦은 거 7시 20분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 사이 수원으로 출근하는 통근 전세 버스가 계속 들어와 승객을 싣고 떠났다. 그리고 7시 20분이 지났지만, 버스는 소식이 없다. 해서 산악회 게시판에 기다리다 간다는 것과 이 건은 환급으로 끝날 게 아닌 거 같은데, 운영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는 글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가기 전 인솔 대장에게 지금 출발해서 정상적으로 산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면, 대중교통으로 집에 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리고 낭비한 시간을 메꾸기 위해 과속이라도 해 사고가 나면 어쩔 거냐고 약간 언성을 높였다. 이게 다 알리바이를 위한 거다. 나중에 관리자? 운영자가 딴소리할 것에 대비한! 그 과정에서 한 산꾼이 인솔 대장에게만 얘기하고 조용히 귀가했다는 걸 알았다. 누군지 궁금해 귀가 후 신청자를 찾아보니, 두 명이 취소했다. 12번이 나니, 28번이다. 늦었지만 출발한 이후 취소한 건 이 산악회는 산행이 끝나면, 현금영수증을 발급한다. 발행한 걸 취소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잠도 못 자고 새벽부터 설치다가 결국 산행을 못 하고 귀가하며, 산행 준비는 다 된 상태라 이대로 북한산으로 가, 아니면, 중원산이나, 운악산? 그러기에는 북한산을 빼고는 늦었다. 그때 떠오른 게 다른 산악회의 토요 산행 중 주시하고 있던 게 기억나, 열차 안에서 사이트로 들어가 확인했다. 문경 작약산이다. 현재 두 자리가 비어, 먼저 그나마 좋은 자리를 신청한 후 입금했다. 그리고 확인하니, 이미 그 자리도 다른 산꾼이 신청했지만, 운영자가 아직 확인을 못 한 상태였다. 고로 마지막 자리가 내 차지가 됐다. 자리야 어떻든 가고 싶었던 산을 가는 건 다 평소 산신을 깍듯이 받들어 모셔, 산신이 보우하신 덕이다. 산행 준비는 다른 산과 다름없다. 그리고 날머리에 유명한 유원지의 휴게소가 있다니, 하산주를 겸해 늦은 점심도 먹을 수 있을 거지만, 만약에 대비해 김밥은 사 간다. 날씨도 괜찮다는 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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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10분 신사역에서 출발하는 안내산악회 전세 버스라, 5시 10분 기상해 아침을 먹고, 6시 집을 나서 연신내역에서 열차를 타고 신사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6시 50분경 승차장에 도착해 역으로 올라가 4번 출구를 향해 가며 김밥집의 동태를 살폈다. 토요일이라, 셋 다 이른 새벽부터 영업 중이다. 그중 4번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틈새 상품으로 김밥을 판매하는 즉석 빵집에서 한 줄 사, 힙색에 넣었다. 이후 주변을 살피며 4번 출구로 나가자,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응? 이번에 동행하는 산악회는 31인승 한 대가 여기서 출발하는데, 등산객은 그보다 많아, 골목을 들여다보니, 동호회 비슷하게 운영하는 작은 안내산악회가 오랜만에 출발해 그 승객도 있었다.
궁금증을 해결하고 늘 그렇듯이 버스 정류장으로 가 의자에 앉아,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속속 도착하는 등산객과 오가는 행인을 관찰했다. 그리고 버스 도착 시간이 가까워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사거리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갔다. 이 산악회 버스는 시청을 기점으로 명동, 신사, 죽전 순으로 정차한다. 그럼, 한남대교를 건넌 후 신사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야 할 거 같은데, 눈여겨보지 않아 명확하지 않으나, 직진으로 오는 거 같아,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주시했다. 직진이다. 내가 아는 상식과 맞지 않아, 지도로 확인했다. 4번 출구가 한남대교에서 직진하는 거다. 왜 한남대교가 오른쪽이라고 알고 있었을까? 강남은 지하로만 다녀서 그런가?
숙제 중 하나를 해결하고, 버스로 가 따로 짐칸에 실을 게 없어 바로 탔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 가장 편한 자세로 잠을 청했으나 오지 않아, 책을 읽었다. 그런데, 버스가 출발하고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운 걸 확인하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인솔 대장의 방송 소리에 잠이 깼다. 충주 휴게소에서 15분간 휴식한다는 안내다. 충주 휴게소면 고구려 기마병의 동상이 있는 곳이라 버스에서 내리며 찾아봤으나 없다. 일단 출발 때부터 신호가 왔던 볼일 본 후, 어떻게 된 일인지 소공원으로 가보니, 중앙탑 모형이 서 있다. 아, 기마병은 천등산 휴게소다! 들릴 때마다 헷갈린다. 기록으로 남길 가치조차 없는 탑 모형이라 바로 버스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아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지도를 나눠준다.
먼저, A 코스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는데, 코스야 다 아는 거고, 문제는 은점치에서 은점봉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거기서부터 등산로가 거의 없다시피 한다는 거다. 그리고 은점봉에서 하산하면 임도에 정자가 보이는데, 새봉(조봉)은 정자에서 능선으로 올라가야 한다. 문제는 그동안 산꾼이 거의 다니지 않아, 아예 길을 없으니, 꼭 가야 할 이유가 없으면 임도로 계속 가라고 권했다. 그리고 정자에서 임도로 어룡산 방향으로 가면 컨테이너가 나오고, 거기서 300m가량 더 가 임도가 급격히 우회전하는 곳에서 직진해 능선을 타라고 했다. 그 지점에서 임도로 계속 가면 날머리에서 멀어지니 특히 주의하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길이 없다는 얘기에 핸드폰의 등산 앱 지도를 확인했다. 지도에 등산로가 보이면 그걸 따라가면 되니 문제 될 게 없다.
없다! 등산객이 많이 사용하는 등산 앱은 확인할 필요도 없고, 오지 산행에 특화된 등산 앱의 지도에는 은점봉이 명기되지는 않으나, 대략 어딘지 알 수 있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은점봉에서 새봉과 어룡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없다. 고로 실제 등산로가 없다면, 지도에 의지해 갈 수도 없다. 꼭 가야 한다면, 그나마 새봉과 어룡산의 위치는 명기되어 있으니, 그 방향으로 가며 지속해 지도를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후 B, C 코스에 관해 설명했으나, 관심이 없어 제대로 듣지 않아 기억도 안 난다. 중요한 마감 시간은 A, C 코스 5시, B 코스 4시로, A 코스 소요 시간을 7시간 반으로 책정했다. B 코스는 A와 같이 출발해 은점봉에서 좌회전해 불정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하는 계획으로 6시간 반의 소요 시간이다. 대장의 판단으로는 5시간이면 충분한 코스라, 날머리에 아무것도 없으니, 마감까지 기다리지 말고, A, C 코스 날머리인 진남휴게소로 바로 출발하라고 권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B 코스로 달리는 산꾼의 명단을 알고 있어야 해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두 명에 불과했다. 그 둘도 A 코스 산행을 하다가, 정 못할 거 같으면 B 코스 날머리로 내려갈 거라, 지금 B 코스라고 확정적으로 말하지 못한다고 했다. 나라도 그럴 거다. 해서 혹시 B 코스로 내려가게 되면 대장에게 전화해 달라는 거로 코스 얘기는 끝났다. 그리고 대장이 질문이 있는지 한 바퀴 돌고 나서, 7시간 반이면 너무 길다고 한 시간 줄이자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여기저기서 반발이 심하다. '시간이 남으면 막걸리 마시면 되지 왜, 시간을 줄이냐?'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게 떠들다 보니, 9시 30분이 넘어 들머리가 멀지 않다는 대장의 얘기에 따라, 바람막이를 벗어 힙색에 넣고,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끈을 조이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9시 37분경 들머리인 수예 마을회관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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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일행이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산행 준비를 하는 동안 주위를 둘러봤다. 웬만한 산의 등산로 입구 마을에는 다 있는 등산 안내도가 없다. 그래서 같이 안내도를 보고, 산행을 검토하는 과정이 생략됐다. 그러면서, 인솔 대장이 설명한 코스가 아니라, 다른 코스로 작약산에 오르는 등 처음부터 코스가 꼬였다. 코스 설명이 끝나고 대장 본인은 부상 중이라, C 코스로 간다고 했으니, 선두만 믿고 따라가야 하는데, 그 선두가 문제를 일으켰다. 하긴 대장이 동행한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그리고 출발 전 처음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사용하는 새 등산 앱을 기동해 고도를 확인했다. 436.8m다. 경험이 쌓이지 않아, 어느 정도의 오차가 나는지 현재로서는 판단할 수 없어, 일단 오차가 없다는 가정하에 계산해 보면, 작약산의 높이가 774m니, 표고차가 337.2m에 불과해 동네 뒷산 수준이다.
수예마을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고 앞서간 일행의 뒤를 따라 마을을 관통하는 포장도로로 위로 향해, 산행 이정표 중 하나인 물탱크를 지나, 9시 51분경 비포장 임도로 들어섰다. 그리고 1분 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직진은 임도가 계속되고 우회전은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으로 보인다. 우회전만 지시하고 있는 이정표에는 '작약산 정상, 약 30분'이라 적혀 있다. 당연히 선두는 우회전해 올라갔고, 나머지도 별 의심 없이 우회전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산악회 코스 계획은 임도를 따라 직진이다. 그런데, 거북바위에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그 코스 계획이 아주 오래된 구 지도를 근거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이라 생각하며 우회전해 올라가며 보니, 이 역시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임도다.
10시 정각 이정표가 있는 임도 갈림길에 도착했다. 작약산 정상까지 0.4km다. 말인즉 400m만 가면 정상이라는 얘기다. 그럼, 아래 이정표의 30분과는 무언가 안 맞는다. 아니면 거의 직벽에 가까운 400m든지! 지금까지는 등산객이 많이 찾지 않아, 울창한 수풀에 가린 완만한 경사의 구 임도 등산로였으나 이정표를 지나자, 급경사의 좁은 등산로로 바뀐다. 내가 좋아하는 등산로다. 구 임도 등산로로 호흡을 조절하며 이정표까지 오는 동안 많은 일행이 추월해 앞서갔다. 대부분 안면이 있는 산꾼들이라, 그중 몇은 어제 과음했냐고 물었다. 반주는 했으나, 과음 정도는 아니지만, 추월을 허용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게 번거로워 긍정하고 말았다. 시동이 걸리려면, 한번 땀을 쫙 빼야 하는 체질이라 초반에는 후미로 처진다. 그들과 같이 많은 산행을 했음에도, 산행 끝에 선두 그룹에서 달려가는 것과 먼저 와서 하산주 마시는 것만 기억한 결과다. 하다못해 등산방 친구들도 비슷한 얘기를 하니, 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급경사의 좁은 등산로도 중간중간 당연히 완만한 경사로 돌아가는 우회로가 있다. 과거라면 급경사로 지름길로 가겠지만, 요즘은 그래봐야 시간 단축이 거의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우회로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절대 버리지 못하는 게 전망대다. 급경사 등산로로 오르다 보면, 왕복해야 하는 바위 전망대가 나타나면, 대개는 그냥 가던 길을 가나, 반드시 전망대로 간다. 이번 또한 첫 번째 전망대를 지나칠 수 없어, 전망대로 갔다. 보이는 거야 올라온 마을과 그 뒤로? 앞으로? 물결치는 능선이다. 전망대에서 기록을 남긴 후 등산로로 되돌아가지 않고, 관목을 뚫고 올라갔다. 왕복이라는 걸 싫어하고, 어차피 급경사 등산로는 정상으로 향하니, 위로 오르다 보면 만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등산로를 버리고 굳이 따라온 몇 명의 일행이다. 관목으로 덮인 암릉으로 10여 미터를 올라, 정규 등산로로 들어서 조금 가자, 갈림길이다. 여전히 작약산 정상까지 0.4km라는 이정표가 우뚝 서 있다.
구미리마을회관 갈림길에서 2분가량 가니, 갈림길은 아니나, 작약산 정상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친절한 이정표가 있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5km, 즉 500m로, 2분 전보다 100m가 늘었다. 다들 그걸 보고 혀를 차지만, 그나마 믿을 만한 이정표는 국립공원 정도고, 이런 이정표가 대한민국 산에 즐비하니 놀랄 것도 없다. 어쨌든 500m 이정표에서 4분가량 가자, 약수터 삼거리 이정표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2km! 너덜에 가까운 급경사 등산로로 4분 만에 300m를 올라왔으면 대단히 빠르다. 여기서부터는 작약산 유일의 전망대라는 거북바위를 찾으며 올라가야 한다. 대장의 코스 설명에 의하면 정상에서 70m 거리라고 했으니, 이정표 기준 아직 130m를 더 가야 하나 이정표는 믿을 상황이 아니다.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전망대가 될 만한 바위를 찾으며 올라가는데,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하지만, 아직 정상은 멀어 보여 동영상을 찍지는 않고 계속 급경사를 올랐다. 역시 예상대로, 음성을 듣고 4분가량 올라가자 다시 친절한 이정표다. 정상까지 거리는 없고, 약수터까지 0.6km, 아래 이정표에 약수까지 0.3km였으니, 300m를 올라왔다. 그리고 이정표 위에 일행이 쉬고 있는 암릉이 보인다. 생긴 건 거북이를 닮지 않았으나, 다들 거북바위를 찾으며 올라왔으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유일한 암릉이라, 그 바위에 앉아 있는 산꾼에게 전망대냐고 묻는다. 답은 '아니다!'다. 조금 더 가면 있을 거로 생각하고, 정상이 멀지 않았으니, 동영상을 찍으며 가, 10시 23분경 도착했다. 정상에는 앞선 일행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고, 정상석 앞엔, 거북바위는 50m 직진하라는 철 재질의 이정표가 서 있다.
다들 그 이정표를 보고, 아니 왜 거북바위가 작약산을 지나서 있냐고 한마디씩 한다. 와중에 그나마 경험이 많은 산꾼이 우리가 대장이 지시한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바람에 거북바위의 위치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판단이다.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갈림길에서 수풀이 우거진 임도 방향으로 갔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어쨌든 그건 그거고, 먼저 도착한 일행과 상부상조해 인증을 남기고, 동영상을 찍으며 50m 거리라는 거북바위로 향했다. 그 길목에서 돌아오는 일행과 교행하기도 하며, 바위로 향해 10시 27분경 앞선 일행이 거북이 등에 올라 인증을 남기고 있는 작약산 유일의 전망대에 도착했다. 대장의 말대로 주변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탁월한 조망처다. 다만, 문경을 오가며 특이한 모습이 궁금해 알아봤던 주흘산을 제외하고는 정확히 이름을 언급할 수 있는 산이 없다. 비록 오르기는 했으나, 그 모습을 정상에서 어떻게 볼 수 있겠는가?
전망대에서 주변 절경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작약산 정상으로 돌아와 다음 봉우리인 시루봉으로 향했다. 그리고 10시 43분경 임도 갈림길에 도착했다. 울창한 숲이고 오지이기는 하나, 작약산에서 어룡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의 높이가 600m 내외로 낮아 숲이 없어도 보이는 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해서 기록이라고 남긴 게 이정표 정도다. 그리고 이정표가 없으면 자연 이정표와 등산로! 익숙한 리본도 기록으로 남기며, 등산로라 부르기조차 힘든 희미한 길을 따라 시루봉으로 향해, 11시 4분경 시루봉에서 0.5km 거리의 임도 삼거리에 도착했다. 작약산 정상에서 1.7km를 왔다. 그리고 등산 앱이 반응하기를 기다리며 시루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위가 시루봉이 맞는데, 등산 앱은 반응이 없어, 일단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 11시 16분경 앞선 일행이 인증을 찍고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해 정상석을 보니, 시루봉이 아니라 '勺藥山'이라고 음각되어 있다. 혹시 작약산은 문경, 시루봉은 상주? 그럼, 둘 다에 작약산이라고 음각한 이유가 설명되는데! 어쨌든 다시 일행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기고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의 '준·희'가 만든 '작약지맥' 안내도가 있다. 만나면 늘 반가운 게 '준·희'의 맥 표지인데, 안내도는 처음이라, 기록으로 남겼다. 아니, '준·희'가 만든 게 아닌가? 단지 작약지맥 표지를 안내도 위에 놓은 건가? 그럼, 안내도는 누가 만들었지? 정상석을 만든 지자체? 안내도에는 출처가 없어 추측만 할 따름이다. 시루봉에서 해야 할 일이 끝내고, 은점치를 향해 출발해, 11시 22분경 암봉에 올라섰으나, 전망대라고 하기에는 숲이 전망을 방해해 보이는 게 한정적이다. 그나마 보이는 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음으로 가려고 보니, 길이 없다.
우리를 암봉으로 인도한 선두는 길을 찾아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길을 찾아 되돌아간다. 그걸 보고 있다가 암벽으로 내려가도 될 거 같아 시도해 봤으나, 미끄러워 포기하고 그들을 따라 되돌아갔다. 그 암봉에서 70여 미터를 되돌아가니, 갈림길이다. 그리고 지나치는 사람이 많은지 산악회 리본도 여기저기 달려있다. 하지만, 앞만 보고 빠른 속도로 가면 지나치기 좋은 위치다. 뒤따라가는 사람이야 아무 생각 없이 앞사람만 보고 가니 발견하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산꾼은 혼자 움직여야 길을 잃지 않는다. 그렇게 많이 당한 경험이 있어 뭉쳐서 갈 때도 주위를 확인하려고 의지를 다지나,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습관적으로 앞사람만 따라간다.
가능하면 앞선 일행과 거리를 두고 가려고 애를 쓰며 급경사를 내려가다가, 산행이 끝나면 늦은 점심을 먹어야 하니, 그걸 맛있게 먹으려면 이 정도에서 참으로 김밥을 먹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늘 그렇듯이 손을 뒤로 돌려 힙색에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다. 그걸 다 먹은 후에는 입가심으로 자두를 먹었다. 평소라면 꺼내는 게 귀찮아 그대로 가져가겠지만, 들고 온건 다 먹고 가기로 산행 습관을 바꾸기로 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은점치와 은점봉을 향해 가는데, 오지임에도 생각보다 빠르다. 그리고 시루봉부터는 등산로가 괜찮다. 11시 52분경 헬기장을 지난 후 왼쪽 숲 사이로 간혹 보이는 봉우리와 능선을 눈여겨보다가 기록으로도 남겼다. 처음에는 시루봉이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바위 봉우리다. 잠깐 길을 잃고 헤맸던 그 암봉이다.
암봉의 모습을 제대로 남기기 위해 여러 방향에서 기록을 남기려고 애를 썼으나, 숲이 방해해 포기하고 갔다. 그런데, 무언가 싸한 느낌이 들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좀 전에 갈림길을 지난 거로 나온다. 갈림길? 못 봤는데, 암봉에 집중하느라 놓쳤나? 그나마 이 등산 앱의 지도는 은점봉이 보이는 것에 감사하며 길을 가며 보니, 칼등 능선이다. 그런데 길이 의외로 좋아, 그걸 동영상으로 찍었다. 그리고 조금 더 가, 왼쪽으로 작약산과 시루봉, 암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와 능선, 그 아래에 있는 마을 기록으로 남겼다. 상태가 좋은 등산로로 은점치를 향해 가다가, 중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행을 만났다. 우리를 암봉으로 인도했던 산꾼이다. 뒤에서 그들에게 길을 알려주고 그 뒤를 따라가, 12시 23분경 은점치에 도착했다. 물론 이정표 따위는 없다. 다만, 고개고 위치상 은점치라 추정할 뿐이다. 그 고개에는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고개가 은점치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봉우리는 은점봉이다. 여기까지는 오지답지 않게 등산로가 좋았는데, 고개를 지나 봉우리로 향하는 등산로는 아예 안 보인다. 다만, 위가 아니라 왼쪽으로 희미하게 길의 흔적이 있어, 그 방향으로 갔다. 중간에 작은 산사태로 길이 끊기기도 하며, 옆으로 계속 가는 게, 은점봉이 아니라, 그걸 우회하는 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해서 위로 향하는 길의 흔적이 있는지 오른쪽 위를 주시하며 가다가, 흔적을 발견하고 그걸 따라 위로 향했다. 하지만, 그 길 역시 사라지기 일쑤라, 길에 연연하지 않고, 일행이 잘 따라오나 확인하며 가능하면 관목을 피해 급경사를 올랐다. 와중에 위에서 무언가 굴러떨어지는 거 같아 앞선 일행이 실수로 돌을 건드린 거로 생각해 바짝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는데, 빠른 속도로 뛰어내려오는 오소리다! 해서 그놈에게, '야, 뭐가 급해 그렇게 뛰어가냐? 사진 한 장 찍고 가라!'고 권했으나, 무시하고 달려 내려갔다. 무정한 놈! 그렇게 힘겹게 올라가다가 뒤처진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등산화를 살펴봤다. 바꿔야 할 때다. 이미 목요일 주문해 금요일에는 도착할 거로 예상했는데,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신고 온 거지만, 혹시 늙은이 혹사?
일행이 뒤에서 따라오는 걸 확인하고, 정상이라 생각하고 위로 올라가니, 정상이 아닌 능선으로 좌우로 뻗은 등산로가 보인다. 왼쪽은 어룡산 방향 오른쪽이 은점봉 정상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석은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회전해 정상을 향해 가며 오른쪽을 유심히 살펴보니, 그 중간에 아래에서 올라오는 등산로 표시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 몇 개가 보인다. 은점재에서 발견하지 못한 등산로가 있다. 그리고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산꾼의 소음이 더욱 잘 들린다. 그 소음을 들으며, 완만한 경사로로 가, 12시 48분경 은점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돌탑이 있고, 그 앞에 '銀店峰'이라 음각한 정상석이 서 있다. 그리고 어느 길로 도착했는지 모를 서너 명의 일행이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찍는 중이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은점봉의 점의 한자가 가게를 뜻하는 '店'을 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금은방의 은방(銀房)? 혹시 근처에 은광(銀鑛)이?
일행이 인증을 남기는 걸 지켜보다가, 정상석이 빈틈을 이용해 사진을 찍은 후,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고 하자, 인증을 찍던 일행이 부른다. 임도는 반대편으로 가야 한다는 거다. 응? 그렇지 않아도, 올라올 때는 상상도 못 한 잘 정비된 등산로를 반대편에서 보고 정체가 궁금했는데, 임도로 내려가는 길이란다. 그럼 빙 돌아가는 건데, 분명 우리가 올라왔던 곳에 아래로 내려가는 등산로 가 있으니, 그 길이 맞다. 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왔던 길로 돌아가자, 올라오기는 반대쪽에서 왔으나, 산세나 모든 게 나를 따라가는 게 맞는다고 여긴 산꾼이 뒤를 따라와 둘만 그 방향으로 갔다. 그리고 그 길목에서 이제 막 능선에 올라선 오소리 동지를 만났다. 왜 다시 오냐고 묻는 말에, 이 방향이 임도로 가는 빠른 길이라고 알려주고 계속 가, 1시 정각에 정자가 있는 임도에 도착했다. 역시 우리가 내려온 길이 대장이 언급한 정확한 등산로다.
비록 작약산 정상은 계획한 코스가 아닌 다른 길로 올랐으나, 은점봉에서 임도로 하산은 계획한 등산로로 내려갔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하산한 들머리와 문이 있는 임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며 보니, 산악자전거용 도로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 정자 앞에서 들머리를 찾아, 새봉으로 향할지, 대장이 권한대로 임도로 어룡산 들머리까지 갈지 선택해야 한다. 같이 내려온 산꾼은 고민 없이 임도로 계속 간다. 하지만, 오지를 사랑하는 산꾼을 자처하는 인간이 길을 찾지 못해 봉우리를 버리고 임도로 우회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행위라, 정자 앞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능선을 따라 들머리가 있는지 살피며 앞으로 계속 가다 보니, 가족묘다. 묘 다음에 길이 있을 거 같지 않아, 정자 방향으로 돌아가며 혹시 놓친 게 있나 왼쪽의 능선 방향을 꼼꼼히 살피다가, 관목 사이로 길을 발견했다.
관목을 헤치고 능선으로 올라, 10여 미터를 간 후 기념으로 아래로 보이는 문경 종합사격장으로 향하는 임도이자 산악자전거 도로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산꾼이 나를 추월한다. 분명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일행일 텐데, 초면이다. 그렇게 해서 새봉 직전까지는 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이 갔고, 그 산꾼이 먼저 새봉으로 출발한 이후 못 봤다. 어쨌든 길이 있는 거 같으면서도 없어, 그저 관목이 방해하지 않는 곳을 골라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처음 새봉에 관해 언급할 때는 임도를 벗어난 짧은 거리에 낮은 암봉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오르며 보니, 아니다. 인솔 대장이 극구 말린 이유를 알았다. 길을 만들며 어느 정도 올라가자, 앞에 급경사 봉우리가 보여, 당연히 새봉이라 생각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 1시 21분경 도착했으나, 정상이 아니라 안부다. 그나마 나뭇가지에 매달린 두 개의 산악회 리본이 위안이다.
안부에서 바라보니 진행 방향으로 봉우리가 있다. 저거다. 다시 힘을 내 정상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로 향하자, 1시 33분 등산 앱이 새봉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해서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을 향해 오르며 보니,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응? 이 오지에 감시 초소? 어쨌든 그 초소를 보며 올라, 1시 39분 정상에 도착했다. 물론 정상석은 기대를 안 했으나, '동부 베아사'라는 산악회? 단체에서 만들어 나뭇가지에 매단 정상 표지가 있어, 그것과 초소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제는 정자가 있는 임도로 하산했듯이 컨테이너가 있는 임도로 올라서야 한다. 그런데, 초소를 지나자, 낮은 기복이 반복되는, 거의 평지 수준이다. 다만 울창한 관목 아니면 숲이라 그걸 뚫고 가는 게 쉽지 않다. 간혹 길 같은 게 있기도 하나, 그게 지속되지는 않는다. 와중에 배도 채우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오이를 꺼내 먹기도 하며, 수시로 등산로로 표기가 없는 지도로 위치를 확인하며, 어림잡아 어룡산 방향으로 갔다.
그렇게 가다 보니, 임도가 멀지 않았다는 감이 온다. 그리고 조금 지나니, 예상대로 오른쪽 아래로 임도가 보인다. 컨테이너가 있는 곳이 멀지 않았다. 임도를 보자, 남은 거리, 관목을 뚫고 가야 할 이유가 없어 임도로 내려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기념으로 주변을 기록으로 남긴 후 임도를 따라 컨테이너로 향해, 2시 10분경 도착했다. 임도 기준 8분 거리다. 컨테이넌 옆에는 산악자전거 동호인을 위한 갑판 쉼터가 있다. 컨테이너는 행사를 위한 건물로 보인다. 대장의 코스 설명에 의하면 컨테이너에서 임도를 따라 300m가량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이는 지점에서 직진하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해서 주의하며 갔으나, 막상 그 위치에 도착해 보니, 이정표가 있는 건 아니나 누가 봐도 어룡산으로 가는 길은 직진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현재는 아니나 과거에는 임도로 쓰였던 거로 보이는 등산로로 어룡산으로 향하며, 어떻게 표기되는지 궁금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등산로에 들어선 거로 나온다. 이제는 그저 구 임도 등산로를 따라가면 된다. 그런데, 가다 보니, 갑판 계단이다. 그리고 임도로 오며, 힐끔 일행을 본 거 같은데, 이후 보이지 않아 착시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다. 부부인 일행이 앞에 계단을 내려가고 있어, 그 뒤를 따라갔으나, 계단이 끝난 하산길에서 속도를 내지 못해 별수 없이 그들을 추월했다. 그리고 마지막 깔딱이라 생각되는 곳을 힘겹게 올라가는데, 내 옆 좌석의 산꾼이 바위에 앉아 쉬고 있다고 조봉을 다녀오는 거냐고 물어 그렇다고 답하자, 새봉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 일일이 다 답해주고 그를 뒤로 하고 정상으로 향했다.
이후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로 5분가량 가니, 등산 앱이 어룡산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그때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2시 46분에 도착했다. 작은 정상석이 있는 정상에는 우리 일행 둘이 사진을 찍고 있고, 왼쪽으로 갑판 전망대가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텐트 한 동이 설치되어 있고, 정상석 옆에 그 주인장으로 보이는 야영꾼이 방해받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서 있다. 그 친구는 무시하고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긴 후 전망대로 가, 주변 절경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었다. 이후 일행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기고 왔던 길 50여 미터를 되돌아 진남휴게소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진남휴게소 1.5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하며 시계를 보니, 3시 1분이다. 목표한 3시 반까지 휴게소 도착은 어렵지 않아, 급할 게 없다. 해서 남은 한 조각의 오이를 꺼내 목도 축이고 배도 채우며 내려가, 3시 18분경 일행 중 한 명이 쉬고 있는 갑판 전망대를 지났다. 모양으로 봐서 쉼터는 아니고 오른쪽을 조망하는 전망대라고 설치한 거 같은데, 울창한 숲에 가려 보이는 게 없다. 해서 전망대는 무시하고 지나쳐, 3시 22분경 휴게소에서 0.4m 거리에 있는 이정표를 통과했다. 분위기로 봐서는 임도인데, 막상 내려가는 길은 갑판 계단이라 그걸 따라 내려가, 3시 27분 코스의 주요 이정표 중 하나인 ‘꽃차데이’에 도착했다. 그 앞의 터널을 지나면, 휴게소다.
터널을 지나자, 영강을 가로지르는 몇 개의 다리가 보이고 저 건너로 휴게소 건물과 주차장이 보인다. 그리고 주차해 있는 버스도 보이나, 우리가 타고 온 차는 아니다. 애초 계획은 4시 B 코스 날머리에서 출발이나, 하산이 빠르면 일찍 출발할 수도 있어, 도착했나, 주차장을 유심히 살폈으나 안 보인다. 다리를 건너 다시 찾아보기로 하고, 몇 개의 다리 중 보도용으로 만들어진 다리로 영강을 건넜다. 그리고 좌회전해 휴게소 방향으로 가다가 반대쪽에 오던 오소리 동지 중 젊은 친구가 인사해 ‘어디 가냐?’고 물었다. 씻으러 화장실로 간다는 거다. 아니, 휴게소 건물에 화장실이 있을 거고, 바로 아래가 강인데, 주차장 끝으로 간다니 이해가 안 되지만, 다녀오라고 얘기하고 휴게소 앞 갑판에 앉아 있는 일행을 향해 갔다.
3
다리를 건너 날머리인 진남휴게소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작약산에서 어룡산까지의 산행은 끝이나 등산 앱의 기록을 종료한 후, 먼저 도착한 일행에게 우리 버스의 위치를 물었다. 아직 도착 전이란다. 현재 시각 3시 32분 B 코스 날머리인 휴양림에서 4시에 출발 예정이니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다. 알면서도 버스 위치를 물은 이유는 대장이 짧은 코스라 4시까지 기다리지 말고 출발하라는 언급이 있었고, 아무래도 슬리퍼를 신고 강이든 계곡이든 들어가는 게 편해서다. 그렇다고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면 하산주나 세족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해, 휴게소에서 영강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강으로 갔다.
내려가서 보니, 강태공 한 명에 일찍 도착해 씻고 있는 일행이 한 명, 두 명이다. 거의 다 씻은 일행을 보고, 나도 힙색을 벗어 한쪽에 두고, 다른 산의 계곡과 같이 강으로 들어갔다. 슬리퍼가 있었으면, 굳이 바지를 걷지 않고 들어가겠지만, 다시 등산화를 신어야 해 물에 젖지 않게 바지를 걷었다. 계곡에 비할 바는 아니나, 그래도 물이 깨끗해 주저 없이 들어가 계곡에서 씻듯이 씻고 있으니, 일행이 하나둘 내려와 합류한다. 와중에 속옷만 입고 물에 들어가 눕는 산꾼도 있다. 심정으로야 동참하고 싶지만, 휴게소 아래 강이라 그 욕구는 버리고 수건을 이용해 씻고, 러닝은 빨아서 입었다. 그리고 강에서 나와 복장을 재정비하고 3시 45분경 늦은 점심에 하산주를 곁들이기 위해 휴게소로 갔다.
휴게소 건물의 외관만 보고 겁을 먹고 들어가 보니, 고속 도로 휴게소와 비슷한 구성이다. 다만, 관광지의 휴게소라, 마트라기보다는 관광상품 가게라고 부르는 게 합당할 거 같다. 그리고 분식, 양식, 한식 등이 있어 한식으로 가 메뉴를 살펴봤다. 일단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관광지 일반 식당과 달리 눈치보지 않고 혼밥이나 혼술이 가능해 좋았다. 자영업자는 다 망하고 이런 류의 휴게소가 다 장악할 거 같다는 예감이 드는 순간이다. 메뉴 중 다른 건 딱히 당기지 않고, 황태구이가 당기는데, 메뉴에는 그저 '황태구이'라 적혀 있어, 계산대 직원에게 정식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해, 그것과 이슬이를 주문하고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정수기의 차가운 물을 받아 마셨다. 얼마나 더위에 시달렸는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이라, 10L 정도는 마실 수 있을 거 같았으나, 황태구이와 이슬이를 먹고 마셔야 해 참았다.
차가운 물로 갈증을 해결하자, 이제야 정신이 들며 주변에 앉아 있는 일행이 보이기 시작한다. 옆 식탁은 인솔 대장과 산꾼이 막걸리 두 병과 무언가를 먹었는데, 다 먹은 후라 메뉴가 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대각선 건너는 여러 안내산악회 오지 산행에서 거의 매번 만나는 두 여성 산꾼이다. 그리고 분식 코너에는 맥주와 면 종류를 먹는 일행이 보인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영강에서 씻은 일행이 하나둘 도착해, 어느 순간 식당을 거의 채웠다. 그렇게 일행을 관찰하고 있으니, 번호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진동해, 그걸 주고 주문한 음식을 들고 자리로 가는데, 막 도착한 일행이 들고 있는 쟁반을 보더니, '술'은하고 물어, 고개로 계산대를 가리켰다.
음식은 관광지의 다른 식당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맛이다. 어느 순간 대한민국 음식 맛이 서울 기준으로 평준화됐다. 거기에 대형 업체가 갖는 경쟁력 덕분에 더 깔끔하다. 어쨌든 황태구이 정식에 이슬이를 반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버스가 도착했을 거 같은 4시 30분경 휴게소 건물에서 나갔다. 그런데, 휴게소 건물 처마 밑 의자에 우리 일행이 죽 앉아있다. 버스가 아직이라는 얘기다. 식당에서 대장을 만났을 때 버스 도착 시간을 물었다. 애초 B 코스로 하산하기로 한 두 명은 A 코스로 달렸고, 다른 팀이 B 코스로 하산했는데, 와중에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중이라 늦는다는 얘기를 들어 그러려니 하고 같이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그 자리가 햇살을 정면으로 받는 위치라, 자리에서 일어나, 주차장 주변을 돌아다니면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4시 45분 지금쯤 버스가 도착했을 거라는 생각으로 대형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가며 보니, 여전히 일행이 주차장 도로를 사이에 두고 휴게소 건물 처마 밑 의자와 건너편 갑판에 앉아 있어, 갑판 기둥에 등을 대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는데, 마감 시각인 5시 직전인 4시 58경 도착했다. B 코스로 하산한 일행이 늦어, 출발이 늦어진 결과다. 고로 버스에 갈아입을 옷가지를 둔 A, C 코스를 달린 일행은 버스가 도착하자, 인솔 대장이 뒤처리할 시간 10분을 더 줘야 했다. 대형 산악회와 중소 산악회의 차이가 여기서 난다. 시간이 되면 바로 출발하는 대형 산악회와 달리 중소 산악회는 승객의 편의를 최대한 봐준다. 일정을 킨 승객의 불만 따위는 무시하고. 그래서 대형 산악회보다 회비가 비쌈에도 유지되는 이유일 거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으나, 오지 산행을 하려면 대안이 없어 따라다닌다.
그나마 다른 산행에 비해 빠른 5시 7분경 진남휴게소를 출발한 버스에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깨어보니, 천둥산 휴게소를 지나고 있는 게 충주다. 그럼, 여주가 멀지 않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인솔 대장이 방송 중이다. 도투락 휴게소에서 10분 휴식한다는 안내다. 도투락 휴게소 몇 번 왔었는데! 어쨌든 버스에서 내려, 볼일을 본 후 식당으로 가 갈증을 해소했다. 배가 불러, 물 외에는 생각이 없어서다. 그리고 버스로 돌아가며 보니, 덕평 휴게소다. 그러면 서울 코 앞이란 얘기다. 현재 시각 6시 25분, 7시 전 서울 도착이 가능하다. 그럼 8시경 집에 도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휴게소를 출발한 버스가 먼저 죽전에 승객을 내려주고 양재에 도착한 시각이 7시 14분에 기대보다는 늦었다. 그래도 이 시각 도착은 기사의 탁월한 솜씨 덕이라 내리면서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지하철로 집으로 향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물론 집에서 차가운 소나기를 맞은 후 삼겹살로 2차 하는 걸 잊지 않았다.
선두가 길을 혼동하는 바람에 '거북바위'를 거쳐 작약산으로 가야 하는 산악회 계획과는 달리 '수예마을 → 물탱크 → 작약산 → 거북바위 → 작약산 →시루봉 → 암봉 → 헬기장 → 은점재 → 은점봉 → 조봉 → 어룡산 → 꽃데이(고모산성휴게소) → 진남휴게소'의 16.2km(램블러) 구간을 5시간 56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5시간 56분, 휴식 0!
전형적인 흙산에 기복도 심하지 않았으나, 웬만한 등산 앱에는 등산로가 없고, 실제 등산로도 명확하지 않아, 고생을 좀 해야 하는 오지다.
다른 한국산과 같이 울창한 숲이라 보이는 게 별로 없으나, 시작이나 다름없는 작약산 정상 부근의 거북바위와 끝이나 다름없는 어룡산 정상이 조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준다.
오지 중의 오지 조봉에 오른 산꾼은 둘에 불과했을 정도라, 오지 산행을 즐기는 산꾼이라면 반드시 탐험해 봐야 할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