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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하늘이 마치 불이라도 질러 놓은 듯 붉던,
이곳에 온 후 처음으로 동쪽끝 다운타운의 커피집에서
대접만한 머그 잔에 나온 카푸치노를 마셨던 그 날,
K교수님이 한 권의 책을 건너 주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란 작가의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책입니다.
이전, 미국에 살던 10여 년 동안
나는 성경책과 열 손가락으로 꼽을 종교서적을 읽은 거 말고는
다른 책은 손도 대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영어 실력 늘려보겠다고 혼자, 혹은 아이들과 읽은 얘들 책이야 좀 되겠지만)
그래서 나는 내안에 대중문화의 긴 암흑기 하나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너무나 많이 오르내려
노력하지 않아도 귓전에 들려왔던 것들 말고는
그 기간 동안 이 세상에서, 특히 한국에서,
어떤 책이 나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어떤 작가가 유명해 졌는지, 어떤 노래가 유행하고 있었는지...
깜깜합니다.
그 간극이 도무지 따라 잡을 수도 없이 큽니다.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이 나오는지
그것 따라가려고 해도 가랑이가 찢어질 판인데
지나간 것은, 때로 갑갑하긴 하지만
그냥 깜깜한 대로 남겨둘 수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우리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어쩌구 하며 소개를 하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인 파울로 코엘료란 사람도 나는 처음 듣는 낮선 이름입니다.
아~ 그렇지만 난 이곳에서 나의 무식함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이 책에서 나는 이 작가가 좋아한다는 또 한 사람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헨리 밀러란 작고한 작가입니다.
그 이름 역시 내게 낯설었지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의 저서는 읽어본 적은 없지만 낯은 겨우 익은 정도입니다.
코엘료는 ‘사랑, 그것이면 충분하다’란 제목으로
헨리 밀러에 대한 이야기를,
아니 사실은 그가 아니라 ‘한 때’ 그와 함께 살았던 한 여자 이야기를 합니다.
‘호키’ 라는 일본여자입니다.
일본에 갔던 코엘료는 호키를 만나게 됩니다.
밀러가 남겨놓고 떠난 국제적 명성으로 분주하고 화려한 삶을 살고 있겠지 하는 코엘료의 생각과는 달리
허름한 곳에서 초라하게 살고 있는 그녀와 그는 만나게 됩니다.
대문호의 미망인이라면 누리려할 법한 것들에 초연했던 그녀는
‘사랑으로 충분하다.’란 말을 그에게 합니다.
밀러와 호키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쉰이 넘은 여성편력이 대단했던,
(호키와의 결혼이 그의 여덟 번째 결혼이라 합니다.
돈이 많은 것도, 유명한 것도 아닌 평범한 어떤 남자가(그에게 그런 일이 일어 날리도 없겠지만)
여덟 번이나 결혼을 했다면 우리 모두(특히, 여자들은)
‘상종 못할 잡 놈’쯤으로 여겨버렸을텐데
예술을 한다는 유명인에게 벌어지는 이런 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그 잦은 감정의 이동이 , 그래서 야기되는 복잡한 사생활이
마치 그의 창작활동의 원동력이라도 되는 것처럼 관대 내지는 허용적인 것 같습니다)
과거 출판이 금지되기도 했던 외설소설들을 썼던 유명작가와
레스토랑에서 피아노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이었던,
스무살이 채 안되던 일본인 여자와의 만남이
세간에 어떤 가십거리가 되어 오르내렸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일겁니다.
삼류도 더한 삼류는 더이상 없을거 같습니다.
우리가 가진 도덕 잣대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관계입니다.
당사자에게는 로맨스였을지 모르지만
누가 보아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관계였을 겝니다.(불륜이란 단어를 피한 이유는 밀러가 그 당시 일곱 번째 결혼 관계에 있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코엘료는, 그러나 누구나가 가진 도덕적 잣대를 그녀에게 들이대지 않습니다.
사랑이면 충분했다는 그녀를 믿습니다.
어떤 사랑을 했길래, 그것 하나로 그녀는 충분할 수 있었을까...
시작이 옳지(?) 않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키의 사랑이(그들의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가 남긴 문학적 업적이라든지, 그가 그 나이에 얼마나 순수하게 그녀를 사랑했었는지와 상관없이
여전히 밀러라는 작가는 내게 이상스럽게 보이니까...)
코엘료 같은 그녀 편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사랑이왼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았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돈이면 모든 게 해결이 되고 사랑도 돈을 따라 움직인다는 이 시대에
어쩌면 그녀의 사랑은 숭고하게 보이기 까지 합니다.
그녀의 편이 되어주고 싶게 만듭니다.
진실로 사랑했다고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작이 잘못되었다고 모두 나쁘다란 생각은 이제 버려야겠다 생각합니다.
잣대란 것을 이제는 남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다 보기위한 윤리로만 사용해야겠습니다.
나를 정말 돌아다 본다면
내가 돌 던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섣불리 잣대 들이대고 말을 앞세우는 실수를 범하는 일은 가능하면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첫댓글 잘지내고 있죠.. 이곳에 있는 이미숙,박순옥,윤
경언니들께 현숙씨의 힘을 빌어 춘주수필 회원에 가입하게 했습니다. 먼곳에 있어도 춘주수필및, 문창반문우들과 언니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현숙씨의 열정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요. 잘했죠

끈임없이 수필쓰기에 매진하는 현숙씨에게 힘을 얻어 반성하는 의미로 저역시 수필 한편 써야겠네요. "사랑, 그것이면 충분하다"의 글 잘읽었어요. 감사해요. 
현숙씨 
홧팅

후후.. 잘하셨어요. 언니들...그리고 문창반 여러 선생님들 참 보고 싶네요.
글쓰긴...제겐 그냥 즐거운 작업이예요. 무엇을 쓰고 있을때 전 즐거워요. 변변치 못한게 문제긴 하지만 ㅠㅠ
선옥씨도 화이팅 입니다.
글도 많이 쓰시고 즐건 봄 날도 보내시길 바래요.
성경에도 여호와하나님,예수, 다음에 사랑이란 단어가 1000번 가까이 나오고, 유행가에도 사랑이 빠지면 히트가 않된다고 하는데, 사람의 입에는 사랑이라는
말을 달고 살아가고 있는데....좋은글 감사합니다.
영어수업 하는 곳에 이슬람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몇 있어요. 종교음악외엔 어떤 음악도 들을 수 없다하더라구요.
우리가 매일 부르는 그 흔한 사랑노래도 부를 수 없다니...너무 심하죠.
우리야 너무 모든것에서 사랑타령을 해대는거 같지만.
봄날...잘 지내고 계시죠?
쓴 글을 모아두고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 다시 꺼내 읽어 보면 부족한 부분이 보입니다. 그 만큼 실력이 늘었다는 증거지요.
다시 퇴고의 과정을 거치면 책 한권이 됩니다. 잘 보관하여 두셔요.
나쁜 습관인데...저는 퇴고의 과정을 별로 하지 않아요. 그냥 신나게 써내려가고, 다 됐다 끝내곤 합니다.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보고 정말 몰두해서 고치고,고치고 하는 과정을 거쳐야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을텐데...글을 쓰는 것은 고치는 작업이란 말 공감백번 하면서도 저는 잘 안하고 있어요ㅠㅠ. 미숙한 글이지만 장희자선생님께 지적을 부탁드립니다.^^ 그간 썼던 글들은 다 보관되어 있습니다만 책으로 낼 만한 것들인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현숙씨, 인사도 못하고 귀국 했네요. 글 쓰기 하는것이
거운 작업이란 말 부럽습니다. 아무래도 난 열정이 부족한가봐요. 꾸밈없이 올려주는 글이 참 좋습니다. 

드디어 귀국하셨군요. 너무 오래 안 오셔서 아주 미국사람되는건 아닌가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원성호선생님 건강하시죠? 건강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귀국을 하셨군요. 궁금하면서도 연락도 드리지 못했어요.
즐거운게 글쓰기가 되는건 걍 별 고민없이 쓰고싶은대로 쓰니 그런거 같아요. 각고의 노력을 해야 좋은 글이 나올텐데...그러면 아마도 즐거운 작업은 되지 않을거 같고...둘 중 뭘 포기를 해야할건 같은데... 고맙습니다. 이제 산행도 하시고 바쁜 나날을 보내시겠네요. 부러움^^
미국에 사시면서도 지속적으로 우리 카페를 찾아주시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넷이란게 얼마나 감사하니 모르겠어요. 이렇게 가깝게 서로를 연결시켜주니.
박현숙 선생님
감사합니다. 유익하고 좋은 글을 올려 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 
겁고 보람찬 삶을 누리실 것으로 여겨집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인 듯 합니다. 선생님께서 언급한 것 처럼 그 일본 여인에 대하여 어떤 잣대로 무어라 단정 하기는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미국에 계시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고
반가운 소식 전해 주시기를 ...
감사합니다. 이런 사안에 대해선 여전히 뭐라 말하기가 참 난감한것 같아요.
한가지 분명한건 나를 돌아다 보고 내가 잘하고 있는가를 살피는게 중요하지 남이 어떻고 할건 없다는 것 같습니다.
알면서도 자꾸 남얘기에 더 핏대를 올리는게 우리지만 ㅠㅠ...
늘 건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책과 벗하며 여전히 글 잘 쓰고 즐겁게 시간보내고 있네. 좋은글과 함께 소식 들으니 반갑네.
글쎄, 사랑 앞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항상건강하고 , 밝은미소와 함께하세요.
같이 놀 사람이 없으니 책은 한국에서 보다 더 보게되는거 같아요.
머리가 너무 무거워져 나가는건 아닌지 걱정되네..ㅋㅋ
아이들이 담주면 학기가 끝이나 요즘 각과목마다 프로젝들 내느라
나까지 밤늦게 앉아있어야 하고 좀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방학되면 세달을 아이들과 씨름하며 보맬 생각을 하니 좀 끔찍해져요.
언니는 여전히 바쁘시죠?
모두들 참 많이 보고 싶어요.
함께 보낸 시간이 많이 그립고...
집에 있을 때 보다 나가 있을 때가 생활이 좀 더 활력을 얻었던 경험이 생각납니다.
고국과 떨어져 사시는 생활이 오히려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의 원천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요.
사월님 글을 대할 때, 가감없이 담백하고 자연스러워 시원한 느낌을 받습니다.
전 워낙에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이번 경우는 좀 젊었을 때의 이국 생활과는 또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안정감이 없으니 불편한것이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걍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통하는 익숙해진 사람들 곁에서 사는게 좋지 하는 생각이 더 듭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즐기는 마음보다도요.
오늘은 바람이 몹시 붑니다.
그러고 보니 바람 없이 잔잔했던 날이 봄이후엔 별로 없었던거 같아요.
졸작에 넉넉한 칭찬을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