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조치훈9단을 티비에서 보게 되었네요.
80년대 초중반을 자기의 시대로 이끌었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고생하다가 90년중반에 다시 부활했던..불사조.
제가 어린시절 처음 바둑을 접할땐 왠지 싫어했던 조치훈9단이었습니다. 최근에 좋아지기 시작하는 특이한...ㅋㅋ
조치훈9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3연패뒤4연승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에겐 다른 의미로 2가지가 떠오릅니다.
1.오늘 티비를 보다보니 조치훈9단이 손에 지압기같은걸 들고 만지작거리면서 수읽기를 하더군요.
젊은시절 조치훈하면 바둑만큼이나 수읽기할때 성냥개비 부러뜨리기도 유명하지요. 저에게 떠오르는 첫번째 이미지는 그 성냥개비입니다.
이젠 연륜이 생기면서 굳이 그렇게 안해도 되는가봅니다만. 또 국제대회이기도해서 그런것도 있겠지만요..^^
아무튼 성냥개비를 부러뜨리는 조치훈9단의 모습을 볼수없는것도 아쉬움중 하나입니다.
2.두번째 이미지는 섭위평9단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입니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섭위평9단의 자서전비슷한걸 본적이 있습니다.
그걸 대충 훑어보다가 조치훈9단에 관한 부분을 읽고 감명을 받은적이 있었지요.
섭위평9단이 80년대초에 일본하고의 많은 교류전에서 일본의 숱한 강자들을 꺾으면서 일본킬러로 부상하고 있었죠.
그때 막 중.일슈퍼대항전도 생겼던 때였고, 슈퍼대항전 말고도 이런저런 친선대국에서 일본의 일류기사들에게 연승하면서 자신감이 넘쳐나던 때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당시 최강자였던 조치훈9단과의 대국이 이루어지게 됐답니다.
섭위평은 조치훈의 기보를 놓아보고 생각보다 별로라고 느꼈답니다. 어떻게 이런 바둑으로 일본 제1인자가 됐을까...
후지사와의 화려한 감각, 가또의 강력한 펀치, 고바야시의 냉정함, 오다께의 미학, 다께미야의 우주류, 임해봉의 끈기...
이런 일류기사들에겐 자기들만의 특징이 있었는데 그런 일류기사들을 다 꺾어본 섭위평으로선 특징없는 조치훈의 바둑이 우습게 느껴졌을수도 있었겟지요.
'내가 이번에 조치훈을 꺾어서 다시한번 일본바둑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테다'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대국당일날.. 먼저와서 바둑판앞에 앉아서 조치훈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치훈이 도착. 바둑판 맞은편에 앉는순간...
섭위평은 갑자기 조치훈이 두배로 보였답니다. 자리에 마주 앉는순간 기세에 눌렸답니다. 아..이사람이 왜 1인자구나 하는걸 그순간 느꼈다더군요.
바둑은 물론 졌구요.
제가 조치훈9단에게 느끼는 두번째 이미지는 이것입니다. 특색없는 바둑. 제가 맨첨에 조치훈을 안좋아했던 이유도 그거였지요.
아마추어로선 먼가 기풍이 확연히 드러나는 스타일이 좋은데. 조치훈9단에겐 그런게 드물었지요.
요샌 폭파전문가니 하는 그런말을 갖다붙이긴 합니다만. 그것도 꼭 조치훈9단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기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아무튼 박영훈4단과의 이번대국이 어쩌면 조치훈9단에게 세계대회 결승에 오르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열심히 두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p.s:갠적으론 조치훈9단을 박영훈4단보다 더 좋아하지만.. 이번은 박영훈4단을 응원하고 싶습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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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삼성화재배를 티비로 보면서 생각난 조치훈9단의 이미지 2개.
느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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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11 16:38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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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반전이라는건가요?
성냥개비 부러뜨리는 습관이 사라진 이유에는 두가지설이 있다던데.. 그중 첫째는 호텔직원이 부러진 성냥개비를 치우는 모습을 보고 그후부터 고친 것이고 둘째는 소비자보호단체(?)같은 곳의 압력이라던가 -_-a 조치훈 9단의 성격상 전자가 유력하다고 덧붙인 글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맞는지는 잘.. ㅋㅋ)
반전이라기보단 솔직한 심정이죠.ㅋㅋ. 가또9단이나 조국수님이 올라오지 않는이상.. 박영훈4단을 응원할듯..
저는 조치훈님을 응원했다는... 감동을 주는 바둑!! 이창호님 다음으로 좋아하는 기사입니다. 지난 어떤 세계기전에서 두 분이 함께 두는 것을 보고 무척 마음아팠습니다.ㅡ.ㅡ
조치훈의 바둑은 '목숨을 걸고 두는 바둑' '휠체어바둑' 이라고 일컬어 졋엇죠..
대국에 대한 그 열정에 저도 감동....^^
네 어쩐일인지 성냥개비부러뜨리는 버릇은 없어졌는데 그 이후엔 티슈를 잡아뜯어내는 버릇이 생겨나기도 하고...요즘은 주로 머리를 학대하시더군요 --;;
아하, 그래서 늘 사진 속의 대국 중인 조치훈님은 엉클어진 헤어스타일로 등장하시는군요...어딘가 자유분방한 광인(?)의 이미지를 닮은 듯 하여 매력적으로 보이던데요, 호호...
조치훈9단 이미지하면 머리뜯기 머리때리기 성냥부러뜨리기(손으루, 이빨루.) 장고.. (NHK에서 바둑중계 하는거보면 오전내내 3수,5수두고 해서 정지화면아냐? 했던 적도 있지요 ㅎㅎ) 그리구 바둑스타일이 없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힘들구요.. 조치훈9단만큼 자신의 스타일이 확실한 바둑도 없습니다..
지독할 정도의 실리추구, 폭파부대.. 보통사람들은 그렇게 못 두죠... 전성기때 기보를 보시면 그 치열함을 느끼실수 있을듯... 고바야시9단의 지하철하고는 좀 다르죠..
아 하....저는 느림보님의 글을 읽고 가믓이 쏴~~~함을 느끼는건 웨 그런지.^^ 잘 읽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