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콧속 섬모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점액 분비와 면역 물질이 줄어들면서, 코 점막의 1차 방어력이 약해져 호흡기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코 점막은 숨을 들이쉴 때 외부 병원체가 가장 먼저 닿는 곳으로, 호흡기의 최전선이다. 이 최전선을 지키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섬모(Cilia)'다. 섬모는 콧속(비강)에 촘촘히 난 미세한 털로, 파도치듯 움직이며 병원체를 목 뒤로 실어 내보낸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 방어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실제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2001년 연구에서 40세를 넘어서면서 콧속 섬모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모가 느려진 만큼 바이러스가 코 안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는데, 연구진은 섬모 기능 저하가 고령층의 호흡기 방어력 약화와 연관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 섬모는 코 점막 위에 자리 잡고 함께 작동하기 때문에, 섬모의 움직임이 둔해진다는 것은 곧 코 점막 전체의 방어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저하된 코의 방어 기능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이비인후과 전문의 오승리 원장(숨앤소리이비인후과의원)과 함께 코의 생리학적 방어 기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코 점막 관리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코는 호흡기 바이러스의 첫 관문… "점액섬모 운동으로 병원체를 걸러낸다"
호흡기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주된 통로는 코다. 콧속 공간인 비강은 안쪽 벽이 점막층으로 덮여 있는데, 점막이란 표면이 늘 촉촉하게 젖어 있는 얇은 조직을 말한다. 이 점막층은 코로 들어온 병원체가 폐와 기관지 같은 하기도, 곧 목 아래쪽 호흡기로 내려가기 전에 이를 일차적으로 걸러 내는 방어막으로 기능한다.
코 점막의 섬모·점액 작용 원리와 면역 상태에 따른 방어력 차이|출처: 하이닥
이 방어막이 기능하는 핵심 원리는 '점액섬모 운동'이다. 점막 표면은 끈끈한 점액으로 덮여 있고, 그 아래에는 섬모라고 불리는 미세한 털이 촘촘히 돋아 있다. 먼저 점액이 숨과 함께 빨려 들어온 바이러스와 먼지를 붙잡는다. 그러면 아래쪽 섬모가 초당 십여 차례씩 박동하면서, 병원체를 머금은 점액을 목 뒤쪽으로 계속 밀어낸다. 그 결과 바이러스는 코 안에 머물지 못하고 목구멍 쪽으로 쓸려 나가 결국 삼켜진 뒤 위산에 대부분 파괴된다.
물리적 배출에 더해 면역·효소 작용에 의한 방어도 이뤄진다. 점액 속 면역글로불린A(IgA)는 바이러스·세균 등 다양한 병원체에 달라붙어 그 활동을 막고, 라이소자임(lysozyme)은 세균의 세포벽을 분해한다. 이렇게 병원체는 점막을 파고들기 전에 상당 부분 차단된다.
40세 이상 성인… 섬모 운동 느려지고 면역물질도 줄어
문제는 코 점막의 1차 방어선이 나이가 들수록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01년 국제학술지 '미국호흡기·중환자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에 게재된 연구에서 연구팀은 11~90세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비강 섬모의 기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40세 이상 성인은 그보다 젊은 성인보다 비강 섬모의 박동수가 뚜렷하게 느렸고, 섬모 내부 미세구조에 이상이 나타난 사례도 더 많았다. 섬모 운동이 느려질수록 흡입된 병원체가 점막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지며, 그만큼 병원체가 세포에 달라붙어 침투할 기회도 커진다.
노화로 달라지는 것은 섬모의 속도만이 아니다. 점액이 뻑뻑해져 배출이 더뎌지고, 점막 표면에서 병원체를 미리 무력화하던 면역물질의 분비도 함께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변화가 겹치면서 1차 방어선 전체가 약화된다.
이와 관련해 오승리 원장은 "노화로 섬모 기능이 떨어지면 병원체가 점막에 더 오래 머물러 부비동염이나 기관지염, 폐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비형 IgA는 병원체가 몸에 침투하기 전 점막 표면에서 이를 중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나이가 들면 분비형 IgA의 면역반응이 저하되기 때문에 1차 방어막이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점막 표면에서 바이러스 침투 경로 차단, '카모스타트' 성분 주목
이처럼 노화로 저하된 코 점막의 1차 방어 기능을 근본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최근에는 약해진 방어력을 보완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점막 세포에 침투하는 경로 자체를 국소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성분이 '카모스타트(Camostat)'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상피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에 결합한 뒤, 숙주 효소 TMPRSS2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절단해 세포막 융합을 매개하며, 이 과정을 통해 세포 안으로 침투한다. 카모스타트는 이 TMPRSS2의 활성을 억제해 바이러스와 세포의 융합을 차단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20년 국제학술지 'Cell'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세포 단계(in vitro) 실험에서 카모스타트를 처리했을 때 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식물 유래 다당류인 잔토모나스 발효 추출물(Xanthan gum, 잔탄검) 성분을 더하면 점막 위에 얇은 겔 막이 생겨 카모스타트가 점막에 더 오래 머물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성분을 함께 사용한 인플루엔자 A·B형 실험에서는 단독 사용 대비 더 우수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2025년 국제학술지 'Viruses' 관련 연구).
이러한 원리를 적용한 비강 스프레이 제품도 이미 시중에 출시돼 있다. 외출 전이나 식사 전 하루 2~3회 콧속에 분사하는 것만으로도 점막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귀가 후, 바이러스 복제(증식) 단계까지 억제해야
외출 전에 바이러스의 침입 경로를 차단했더라도, 귀가 후 점막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바이러스까지 고려하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먼저 상기도 점막 표면에 부착한 뒤 상피세포 안으로 침투하며, 이후 세포 내에서 일정 기간(잠복기) 충분히 증식해야 임상적으로 감지되는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주로 거론되는 성분이 '니클로사마이드(Niclosamide)'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 내로 침입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사람 기관지 유래 기도상피세포 모델을 이용한 시험관(in vitro) 연구에서 세포 내 바이러스 RNA가 유의하게 감소했고, 이러한 효과는 Alpha, Beta, Delta 변이에서도 유사하게 확인됐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수십 년간 구충제로 쓰이며 안전성 자료가 축적된 성분이며,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목록에도 올라 있다.
노년기 호흡기 건강, 사전·사후 관리로 지켜야
앞서 살펴본 대로, 나이가 들면 코 점막의 1차 방어 기능은 점차 저하되기 쉽다. 문제는 이 방어 기능이 약해질수록 바이러스의 침투 자체를 완벽히 막아내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코 점막 관리는 침투 경로를 미리 차단하는 사전 방어뿐 아니라, 이미 유입된 바이러스의 초기 증식을 억제하는 사후 관리까지 함께 아우르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중 국소 방어는 감염이 처음 시작되는 코 점막에서 바이러스를 차단하고 억제함으로써, 호흡기 감염을 초기 단계에서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오승리 원장|출처: 숨앤소리이비인후과의원
오승리 원장은 이러한 국소 접근을 백신과 견주어 설명했다. 그는 "백신은 중증화 및 사망 위험을 낮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코점막에서 바이러스가 감염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를 완전히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국소 전략은 주사와 달리 통증 없이 비강에 분사하는 방식이라 사용이 편리하고, 비강 점막에 물리적 보호막을 형성해 바이러스의 상피세포 접근을 줄이고, 이에 따라 감염 기회 및 이후 증식 가능성을 낮추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