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의문 하나.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은 9개의 우승 반지를 가지고 있을까.
정답은 ‘아니오’이다. 타이거즈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96년, 97년이었다. 90년대 중반부터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우승 반지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해태는 예외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9번 우승 때마다 함께 했던 김응룡 감독(현 삼성 감독)도 우승 반지는 하나도 없다.
‘오리’ 기아 김종국(29)도 마찬가지다. 96년 입단과 함께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했지만 우승 반지는 갖지 못했다.
그러나 기아가 올 해 우승을 한다면 반지를 제작할 것이 확실하다. 이번이 첫 번째 우승 반지가 된다. 유독 김종국에게 반지가 중요한 까닭은 12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피앙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은 김종국의 야구 인생에서도 단연 최고의 해라 할 만하다. 5년만에 올스타로 선정됐고 이달 초 열린 아시안게임 국가 대표로 뽑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생애 최초로 도루왕 타이틀(50개)도 차지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시리즈 우승과 우승 축하연이 될 결혼식 뿐이다. 김종국은 그 전 단계인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2차전은 단연 김종국의 날이었다.
김종국은 이날 홈런 하나 포함 4타수 3안타의 맹타에 두 번의 보내기 번트 성공 등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냈다. 연장 11회 2사 만루에서 끝내기 좌전 안타를 터뜨려 팀에 짜릿한 승리를 안긴 것도 김종국이었다.
김종국은 “나도 (이)강철이 형, (이)종범이 형과 같이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던 멤버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우승 반지를 신부의 손가락에 끼워 주는 영화 속 한 장면이 펼쳐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