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장수 할머니
한 고급 주택가에서 할머니 한 분이 대문을 열고 나왔다.
"다녀오세요. 어머니."
노인대학에 다녀오신다며 곱게 단장하고 집을 나서는 할머니를 며느리가 배웅하고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는 일과로 며느리
는 언제나처럼 시어머니를 대문 앞까지 따라 나왔다.
그런데 대문 앞의 며느리가 보이
지 않는 곳까지 오자 할머니의 걸음은 빨라졌다.
할머니가 날마다 가는 곳은 노인
대학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달동네 허름한 가게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더니 맡겨 놓은 듯한 손수레에 배추를 가득 실었다.
그리고는 배추수레를 끌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기 시작했다.
"배추 사세요 배추. 싱싱한 배추
가 왔어요."
할머니는 큰 소리로 손님을 불러 모았다.
"한 포기 더 얹어 줄 테니 사 가요
. 새댁!"
며느리도 모르게 하는 할머니의 배추이동판매는 해질녘까지 계
속 되었다.
그러다 어둠이 내려앉고 배추가 열 포기쯤 남았을까,
큰 길에서 야채를 파는 트럭 한 대가 올라왔다.
"할머니, 오늘은 여기서 만나네
요.
남은 배추 저 주세요. 팔아드릴
게요."
"번번이 .... 고마워서 원.... 허허허"
"날도 추워지는데 힘든 장사 그
만하세요. 할머니."
할머니 고생하는 게 늘 안타까웠
던 트럭행상 청년이 배추를 옮겨 싣다 말고 권했다.
그럴 때마다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던 할머니가 그날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내가 왜 배추장사 하는지 아우?
그러니까... 그날이 우리 아들 여섯살 생일이었지."
할머니는 잠시 회상에 잠겼다.
"엄마, 정말 시루떡 사 줄거지?
정말이지?"
"그럼, 이거 다 팔고 꼭 사 줄게."
젊은 배추장수 엄마의 말에 아들
은 환하게 웃음을 지었습니다.
"헤헤, 야... 신난다."
생일날 시루떡을 사 달라고 졸라
대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가며 장사를 나섰는데 그날따라 손님
이 주체할 수 없이 많았다.
수레에 가득 실린 배추는 금세 동이 났다.
그런데 그렇게 경황없이 떨이를 하고 정신을 차렸을 때 아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어? 얘가 어디 갔지... 상우야 상우야!"
할머니는 그렇게 아들 하나 잃었
던 것이다.
생일날, 먹고 싶다던 시루떡을 끝내 먹이지 못하고 손을 놓쳐 버린 아들.
그 아들이 어디선가 배추 사라고 외치는 엄마 목소리를 듣는다면 지금이라도 맨발로 달려 나올 것만 같아 할머니는 부자가 된 오늘도 배추장수를 그만 둘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TV동화 {행복한 세
상}에서 소개한 내용으로 젊은 시절 먹고살기 위해 정신없이 배
추장사를 하다가 생일날 시루떡
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여섯 살 먹
은 아들을 잃어버리고서, 잘 사는 할머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그 아들을 잊지 못해 어디
선가 나타날 것 같아 며느리 몰래 배추장사를 하러 다니는 그 모성
에 그저 마음만 아리고 눈물이 핑 돕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어머니들의 한
결 같은 자식사랑은 그 누구한테
도 뒤지지 않고 똑 같으리라 생각
을 하면서, 더욱이 치매와 육신의 노쇠로 인하여 노후생활을 고통
스럽게 보내고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니 그 불효스러운 죄송함
에 쏟아지는 눈물이 앞을 가리고
가슴이 먹먹하여 한동안 글을 정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주자 10회 가운데 불효부
모사후회(不孝父母 死後悔)란 글귀가 떠올라서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불효부모사후회 뿐만 아니라,
불효부모노후회(不孝父母 老後悔), 불효부모병후회(不孝父母 病後悔)란 생각도 함께 들었습
니다.
우리를 낳아주고 키워주시며 가
르쳐 주신 부모님들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고 더 이상 지켜
봐주지 않으며, 더 이상 품어주
지도, 더 이상 그 무엇을 바라지
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목소리 한 번 더 듣고 그저 얼굴 한 번 더 보며, 그저 손 한 번 더 잡아보고 그저 사랑하는 자식
들과 이야기 한 번 더 나누고 싶
은 마음, 그 뿐이 아닌가 싶습니
다.
첫댓글 엄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