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설득의 3요소를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라고 합니다. 아주 간략하게 말하면 에토스는 신뢰, 파토스는 감정, 로고스는 논리에 호소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의하면 설득의 60%는 에토스에 의해, 30%는 파토스에 의해, 단지 10%만이 로고스에 의해 좌우된다고 합니다.
에토스: 만약 위의 진술을 내 생각엔 이건 진짜라고 믿으라고 하면 설득이 될까요? 그럴리가요. 똑같은 말이라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고 하니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거잖아요. 설득에 있어서 그래서 신뢰가 이처럼 중요합니다.
파토스: 인간은 기본적으로 감정적인 존재입니다. 아무리 완벽한 논리, 객관적 사실, 빼박 통계를 들으밀어도 감정을 건드리지 못하면, 상대방은 고개는 끄덕일 수 있지만 설득은 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죠. 그래서 광고 특히 공익광고 같은 것을 떠올려보면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감정에 호소하는지 쉽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로고스: 거칠고 과격하게 말하면 로고스는 팩트폭행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했듯이(에토스에 호소 중) 로고스는 사실 누군가를 설득하는데는 겨우 10%밖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겨우 10%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되는 영역이 또 로고스입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한 사람의 로고스는 에토스 즉 신뢰의 영역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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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전 설득이 되었는데요.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뭐 이런 설득의 요소를 아무리 다 완벽히 갖추고 있어도 "그 사람이 싫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라는 것입니다. 딱 저부터 그렇더라고요. 전 좋아하는 사람이 말하면 설득당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더라고요. "자, 어서 뭐든 말만 해봐. 내가 다 설득당해줄테니. 난 준비됐다고." 대충 이런거 있잖아요. 반면에, 싫어하는 사람이 입이라도 뗄려면, 이미 전 철벽을 치고 있고요.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설득이란 행위 자체보다 설득하는 너의 존재가 훨씬 중요하다고 예수님께서 엄청 강조하셨던 것 같은데... 맞나요? ㅎㅎ
권도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