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를 향한 출발
우주여행을 떠날 시간이 다 되자, 마지막까지 전송 나온 시디바와 초시의 아내 수스코가 몇 번이고 나를 포옹해 주며 잘 다녀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해저기지에서 함께 생활했던 다른 외계인과 코디우거스 친구들도 따뜻한 격려의 말들을 잊지 않으며 우주여행의 장도를 축복해 주었다.
우주여행을 떠난다는 흥분된 기분 못지않게, 잠시나마 그리운 얼굴들과의 이별 또한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게 했다. 그동안 해저기지에서 지내면서 알게 되고 사귀게 된 친구들과 1년 남짓 되는 사이에 깊은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초행길인 우주여행이 마냥 즐겁지만 않고 마음 한구석에 불안한 생각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우주여행 도중에만에 하나 잘못된 불상사가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우주의 객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주를 향한 긴 여정의 시간은 임박해 왔고 설렘과 불안한 마음이 겹쳐지기는 했지만 기분만은 무한하게 들뜨고 있었다. 그리고 들뜬 기분 속에서도 배웅 나온 사람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고마움의 표시는 깍듯이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나를 높은 정신세계로 안내해 준 시디바와 아니의 어머니인 수스코에게는 큰절을 올리며 더욱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고 마지막 예를 갖추었다.
배웅 나온 사람들에 대한 나의 작별 인사가 끝나자 초시는 얼른 떠나자고 재촉했다. 나는 UFO에 오르기 전 다시 한 번 배웅 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배웅 나온 사람들도 우리들이 UFO에 승선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아니의 손을 잡고 UFO의 선실에 들어가 편하게 자리를 잡은 후에도 들뜬 기분이 가라앉지 않았는데, 그러한 기분을 눈치챈 아니가 어떤 향료를 코끝에 적셔 주며 맡으라고 했다. 그 향료 냄새를 맡고 나니 저절로 흥분되고 들뜬 기분이 가라앉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었다.
내 마음이 안정된 것을 알고 초시가 UFO 비행체를 향해 "아디, 카미주미!"라고 출발 명령을 내렸는데 그 소리를 알아들은 UFO는 저절로 비행체의 모든 기능들을 작동시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UFO의 움직임은 빛의 움직임처럼 가볍게 느껴졌는데, 해저기지의 좁고 긴 동굴문을 빠져나온 후 깊은 바닷속을 한참 동안 잠수한 후에 수면 위로 솟아올라서 지구의 상공으로 솟구쳤다. 지구의 상공에서 UFO는 바로 우주의 공간으로 진입하지 않고 지구를 한 바퀴 선회하며 작별의 인사를 고했다.
지구를 한 바퀴 선회한 UFO는 금세 우주공간을 향해 우주속도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잠깐 사이에 지구는 주먹보다 작은 별의 모습으로 멀어져 갔다. 그러다 시야에서 지구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자 무슨 소중한 것이 주변에서 종적을 감춘 것처럼 마음이 허전해졌다.
지구 태양계를 벗어날 때 UFO는 1단계 물질속도로 비행했기 때문에 서서히 멀어져 가는 지구와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UFO는 우주를 여행할 때 3단계 비행법으로 날아갔다.
1단계는 물질속도, 2단계는 초광속, 3단계는 순간이동이었다. 탐사 목적일 때는 1단계 비행, 우주공간을 통과할 때는 2단계 비행으로 날았다.
UFO에 몸을 싣고 우주를 날아가는 기분은 편안한 안방에 앉아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과 다르지 않았다.
UFO가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 공기가 없는 우주의 한복판을 날아가고 있는데, 지상의 실내에 앉아 있는 현상처럼 편했다. 호흡하는 것도 불편이 없었고 몸을 움직이거나 활동하는데 아무런 제약도 따르지 않았다.
우주의 허공에는 숨 쉬고 호흡할 수 있는 공기가 없다고 하지만, UFO 선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름다운 화초들이 화사하게 피어나 선실을 향기롭게 장식하고 있었고, 귀엽고 예쁜 애완용 동물들이 재롱을 떨며 기어다니는 UFO의 선실은 그저 지상의 한 공간처럼 쾌적하고 평안할 뿐이었다.
UFO는 공기 한 줌 없는 우주의 공간을 날고 있었지만, UFO의 선실은 지상의 자연 속에서 지내는 기분처럼 신선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었고 평안한 정서에 젖어서 우주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UFO 선실 내부에는 지상의 정원과 같은 넓은 생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움직이고 활동하는데 아무 불편이 없었으며, 그 안에는 우주여행을 하는 도중에 어떤 불편도 느끼지 않도록 완벽한 준비들이 갖추어져 있었다.
특히 실물처럼 느껴지는 넓은 가상공간에서는 자연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현상들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어 지상에서 지내는 기분과 다르지 않았다.
마음이 답답하고 자연의 산책을 즐기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실물세계와 똑같은 가상공간에 진입해서, 자연의 숨결을 느끼거나 뛰고 달리며 새로워진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UFO 선실의 가상공간에서는 현실세계의 모습과 똑같은 느낌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고, 산을 오르거나 바다를 건너는 체험을 비롯해서 풀과 나무와 꽃을 만나는 일들이 현실세계의 자연과 전혀 다른 느낌이 아니었다.
UFO의 선실에서는 맑고 신선한 공기가 계속 발생하고 있었으며, 호흡하면서 탁해진 공기는 자연스럽게 청정한 공기로 정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선실의 벽을 기어오르며 자라고 있는 초시거수란 식물은 풍부한 산소를 발생시키는 식물이었다. 말하자면 초시거수 식물은 선실 내부의 혼탁한 공기를 흡수해서 다시 맑고 신선한 산소를 만들어 내뿜어주는 작용을 했다.
초시거수 식물에서 내뿜는 신선한 공기와 상큼한 향기는 UFO 선실의 환경을 더할 수 없이 쾌적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초시거수 식물의 뿌리는 흙 속에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 드러나 있는 점들이 특이했다.
UFO는 우주속도로 비행하고 있지만, 선실의 내부에는 작은 요동 하나 없었다. 지상의 실내에서 생활하듯, UFO 선실에서는 하고 싶은 행동은 무엇이나 할 수 있었다.
UFO를 타고 있으면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우주의 은하계와 성단들을 밤하늘처럼 관찰할 수 있었다.
밤하늘 효과를 만들어 주는 UFO의 이푸 프로그램을 통해 아름답게 반짝이는 성좌들을 감상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UFO 선체의 외부에는 초광속 전자눈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전자을 통해 우주의 아무리 먼 거리도 가깝게 관찰할 수 있어 우주의 신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전자눈으로 우주를 관찰한 내용은 바로 UFO 선실 내부의 포스머스 화면에 영상으로 나타났으며, 그래서 아무리 멀리 떨어진 천체나 성단의 모습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살펴볼 수 있었다.
이렇게 우주의 먼 곳까지 관찰하는 UFO의 전자눈과 포스머스 화면이 아니면 우주여행이 너무 단조롭고 지루할 것 같았다.
그러나 우주공간을 맨눈으로 바라보면 단지 아무 것도 눈에 띄지 않는 허공에 지나지 않았다.
우주는 지상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밝은 공간도 아니오. 밤하늘에 반짝이던 영롱한 별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오는 세상도 아니었다.
UFO를 타고 우주의 공간을 아무리 빠르게 날아가도 어두컴컴한 빈 공간만 무한하게 연속되는 경우도 있었고, 멀리서 바라보이는 별빛조차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삭막한 공간도 있었다.
지상에서 만끽하던 태양빛이 무척이나 그립게 느껴질 때가 많은 것이 우주의 공간을 날아가는 우주여행이기도 했다.
우주에는 태양보다 더 밝은 빛을 내는 성좌들이 숫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반짝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의 어두운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해할 수 없었다.
전자눈을 통해서는 우주공간에서 흐르는 각종 에너지의 현상들도 관찰할 수 있었다.
지상의 대기권에는 공기층이 형성되어 있듯, 우주공간에는 우주에너지의 층들이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전자눈을 통해서 포스머스 화면에 나타나는 우주에너지의 현상들은 다양한 성질과 다양한 파장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우주의 공간을 흐르는 온갖 기운의 에너지들은 포스머스 화면에 급하게 흘러 다니는 빛줄기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황혼에 핀노을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그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인 현상들이 우주의 실체를 보는 듯 했다.
다르게 나타났다. 에너지의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현상, 에너지의 급류가 흐르는 듯한 현상, 에너지의 혼돈이 거듭되는 현상 등 다양했다. 끝없는 수평선에 잔잔하게 일렁이는 듯한 에너지의 바다도 있었다.
우주의 에너지들은 우주의 다른 공간을 지날 때마다
맨눈으로 바라보이지 않는 우주의 공간에 그처럼 다양하게 형성된 우주에너지의 현상들을 전자눈으로 바라보는 느낌이 새로웠다.
그러한 느낌을 아니에게 전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우주의 공간에 이처럼 다양한 우주에너지가 형성되어 있을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소. 보이지 않는 우주에너지의 실체는 무엇인지 궁금하오."
아니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우주는 그만큼 보이는 세상보다 보이지 않는 세상이 더 다양하다는 실증이기도 하지요. 맨눈으로 바라보면 우주에는 별만 떠 있고 빈 공간만 존재하는 것 같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감추어져 있는 새로운 창조의 모습들이 더욱 천태만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그러면 마치 우주에는 보이지 않는 창조의 손이 있어 보이지 않는 호령으로 우주를 다스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드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창조의 보이지 않는 손은 우주에너지의 현상으로 존재하면서 우주의 온갖 영성과 창조를 주도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우주는 맨눈으로 바라보면 빈 허공에 지나지 않지만, 그 공간에서는 쉬지 않고 창조적 에너지가 생성되어 우주의 공간을 흘러 다니고 있지요. 그 기운에 의해서 삼라만상의 뭇 생명들이 태어나고 영적이고 초월적인 힘들이 발생한다고 설명할 수 있고요. 우주에 가득한 그 창조적 에너지에 의해서 인간도 무한한 잠재력을 활성화시킬 수 있고, 우주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기적을 창조할 수 있어요. 즉 영감과 창조의 힘을 발휘하는 우주에너지의 현상들이며, 우주정신세계를 수련하면 영감과 창조의 우주에너지를 몸속에 증폭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깨닫기 바래요."
아니의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있는 중에도 UFO는 쉬지 않고 우주의 빈 공간을 날아가고 있었는데, 그 아름다운 우주에너지의 현상들은 여전히 포스머스 화면에 나타나 신비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우주는 어디나 똑같은 빈 공간이었지만 어떤 공간을 지날 때는 우주 에너지의 현상이 증폭되기도 하고, 어떤 우주의 공간을 지날 때는 약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어떤 우주의 공간에서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우주에너지 현상이 나타나, 마치 오로라의 찬란한 빛들이 눈처럼 쏟아져 내리며 우주의 공간을 가득 채우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어떤 우주의 공간에서는 폭풍우 같은 우주 에너지가 생성되어 강한 기운으로 역동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3 <4차원 문명세계를 향한 UFO 여행기> - 박천수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