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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목졸라 죽이려 했던 사람은 놀랍게도 한센 바라스 였다.
처음엔 날 따먹을 생각이었는데 구슬의 조종을 당해 죽이려고 들었다고 예상되었다.
류스가 날 처음에 발견했을 땐, 바라스가 내 옷이 반쯤 풀어헤치고 목을 조르고 있는 상태였다고 했다.
눈에 뵈는 게 없을 정도로 이성을 잃었던 류스가 류흐네르로 한센 바라스의 구슬을
완전히 분해해버리고 나를 깨웠고, 나는 그제서야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그와의 ... 멋진 키스 (앗...!!) 뒤에 나는 그에게 안긴 채로 그만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고,
그가 부숴버린 문의 보상을 해주고 새 방으로 옮겼다는 것이었다.
최고급의 견고한 방문을 박살내버린 그는 이미 「바람의 속삭임」에서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고
나는 그의 아름다운(?) 연인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식사를 하려고 밑에 내려가면 어느새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식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고,
어차피 루안다 후작령에서의 구슬은 이미 분해했기 때문에 우리는 또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 전에 나는 류스와 레이에게 잠깐 들렀다.
내가 속상할 때 나의 끔찍한 술주정을 받아줬을 착한 레이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레이?”
오늘은 레이가 쉬는 날이라 레이의 집을 수소문하여 그곳으로 갔다.
작고 허름한 집이었는데,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정말 최악의 환경이었다.
내가 문을 살짝 두드리며 레이를 부르자 레이가 문을 열었다.
“누구세... 로린 누나.”
“응. 레이. 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서, 인사 하러 온거야.”
“작고 누추한 집이지만 잠깐 들어와서 얘기하세요. 누나.”
“아니야, 지금 출발하는 길에 너희 집에 들렸는 걸.
그 날, 나 술 마신날, 받아줘서 고마워. 이 말 꼭 하고 싶었어. 레이.”‘
“뭘요. 당연히 그래야죠-.”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마워. 그리고..”
나는 레이의 손을 집어 손바닥을 펴게 한 후 내가 준비해온 조그만 주머니를 그의 손에 올려다 놓았다.
그는 처음에 의문어린 표정을 짓더니 곧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고는 당혹스러우면서도
약간은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그의 그런 표정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화내지마. 누가 아무것도 안 받고 그냥 준대니?”
“예에?”
내 말이 끝나자 마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저 남정네, 아니 소년은 귀여움 그 자체였다.
“나는 너한테 투자하는 거야.”
“투..자요?”
“그래, 투자. 니가 이 보석들로 공부를 하는거야. 그리고 난 뒤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날 도와주면 되지.”
“훌륭한 사람이라면.......?”
“니가 되고싶은 직업에서 최고가 되어줘. 넌 할 수 있어.
나는 널 믿으니까, 이렇게 너에게 투자하는 거야.”
얼떨떨한 기분에 휩싸인 듯한 레이를 보며 나는 다시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후에 나를 만나고 싶다면, 오르헨 제국의 레이든 공작가를 찾아.
참고로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면 그 주머니를 보여주도록 해. 그럼, 레이.
다시 만날 때까지 몸 건강히, 공부도 열심히 해줘. 누나, 기대하고 있을게. 안녕.”
그의 결좋은 다갈색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나는 레이의 초특급 울트라 귀여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는 살짝 뽀뽀를 해버렸다. 순진한 소년 레이는 볼이 빨갛게 물들어 버렸고
나는 싱긋 웃고는 뒤돌아 서서 가버렸다. 조금 뒤 등 뒤에서 레이의 씩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나 공부 많이 해서 누나한테 꼭 갈께요!!! 기다려요!!!”
푸르른 하늘 아래, 바람이 살랑이는 어느 아름다운 가을날이었다….
“레이디, 그러니까, 레이디, 전 말이죠”
“네!! 알았다구요!! 유카넨 황자님!!”
“그런데 왜 대답을 안하셨어요”
“그건 당연히 그 쪽이 계속 귀.... 아니예요!! 그런데 왜 절 따라다니시는 데요?!!”
“그야 레이디를 제 신부감으로 맞으려고 그런다고 했잖아요!!!”
“네?!!”
“난 레이디가 맘에 들었다니까요. 쪽-"
“뭐,뭐뭐하는짓이예요!!! 일국의 ㅎㅗ우읍…”
내 볼에 살짝 키스하더니 손으로 내 입을 막아버리는 이 막무가내 스타일의 남자는
에휴르 왕국의 3황자 유카넨 서드 이렌 코우하라 에휴르.
솔직히 하는 행동으로 보아 황자와는 거리가 조금 멀긴 하지만 입고 있는 옷의 재질을 생각하면
황자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연녹색의 짧은 머리에 금안을 가진 부드러운 인상의 남자였는데
레이디 레이디 거리는 것이 어째 호스트 삘이 물씬 풍겨오는 천방지축 황자님이었다.
아, 그렇다고 해서 그의 광휘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귀여우면서도 부드러움을 갖춘 알수없는 촐랑매력(?)이 듬뿍듬뿍 쏟아져 나와서
왠만한 여인네들이라면 꼴딱 넘어가게 생겼다. 물론 나야 휘황찬란한 류스의 외모와
우리 사랑스런 오빠 시안의 얼굴 그리고 짜증나지만 곱상한 사힌님에게 길들여져서
넘어갈 만큼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쩐지 슬그머니 따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군...
특히 예쁜 입술말이야.. 켈켈켈.
“레이디- 사람들 앞에서는 나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이름 불러주세요. 유카넨~ 이라구요!!”
“싫어요. 화... 유카넨 님은 유카넨 님 가는 길이나 가세요.
그리고 모르실 까봐 하는 얘긴데 저는 평민이라구요.”
“평민? 오노, 내 생각에 레이디는 귀족인데. 그렇게 하고 다니면 누가 봐도 귀족이지. 안그래요?”
“푸후. 졌어요. 제가. 유카넨 님. 그건 그렇다 치고 저는 일행이 있다구요-”
“목적지는?”
“모르죠. 일행이 와야 아니까.”
“그럼 그 일행 올 때까지만이라도 나와 차 한잔 어때요? 아름다운 레이디.”
찻집 의자에 앉아있는 내 앞에서 한 쪽 무릎을 꿇고 다짜고짜 내 손에 키스해 버리는 그 때문에
찻집의 사람들 -에..그러니까 대부분 귀족-이 집중되었다.
나는 당황스러움에 어서 일어나라고 그에게 소곤소곤 말했지만
그는 내가 내 시간을 허락해 줄 때까지 일어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할 수 없이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그러겠다고 했다.
고집불통 매력만점 황자님은 결국 내 앞에 앉아서 차를 주문했다.
이렇게 나와 모르는 사람, 그러니까 유카넨과의 합석이 시작되었다.
“레이디, 그런데 레이디는 어느 나라 귀족이죠?”
“에.......그러니까..”
“그러니까.”
“음....... 좋아. 비밀이예요.”
“예에? 그런 것 쯤은 밝히셔도 괜찮은데. 제국의 귀족이예요?”
“몰라요.”
“말해줘요- ”
“나도 몰라요.”
“왜요? 말해주기 싫어요?”
“그러니까…..어..... ‘비밀은 여자를 여자로 만든다.’라는 말 아세요?”
“처음 듣는 데요?”
지구에 있을 때 내가 오질라게 좋아했던 만화책, 명탐정 코난에서 나왔던 대사를 말하고
화제를 돌려버렸다. 그는 내 말에 관심을 보였고 나는 그 말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비밀이 많으면 신비로워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여자를 더욱 신비로운 여자,
그러니까 아름다워 보이는 여자로 만든 다는 말이예요. 저는 그 말, 좋아하거든요.”
“나도 앞으로 그 말 좋아할래요. 레이디는 미모도 뛰어나시고 학식도 깊으신,
제 신부감으로 아주 금상첨화로군요!! 저와 결혼해 주세요, 눈부신 레이디.”
“에.. 그게요...”
아 나 정말!! 말이 또 의도 하지 않은 구석으로 흘러가 버렸다.
나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고는 머뭇머뭇 거렸다. 그 때 류스가 이 쪽으로 오고 있었다.
나는 구원자를 만난 기분으로 활짝 웃으면서 류스에게 손짓했다.
류스는 내가 유카넨과 마주보고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묘한 표정으로 걸어왔다.
“아, 이분이 레이디의 일행이신가 보군요. 이 분 뿐인가요?”
“아 네. 이제 오셨으니까 가봐야 겠군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저, 실례지만 목적지가 어디죠?”
'안녕히계세요'라고 말하려던 내 말을 재빠르게 가로채고는 류스에게 정중히 묻는
그는 작은 악마같았다. 류스는 유카넨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는
위험이 별로 없다 판단했는지 말문을 열었다.
“에휴르 왕국의 수도, 미카네스.”
“와!! 레이디, 저와 인연이신 가봐요. 저도 미카네스로 귀환하던 길이었는데.”
<이 시끄러운 사람, 누구지?>
<에휴르 왕국 3황자 유카넨이요.....>
<귀찮은 떨거지가 붙었군.>
<엑? 저래도 외모는 죽여주잖... 네네.>
외모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마자 싸늘한 예기를 뿜어대는 류스 덕분에 나는 말을 멈추어야만 했고,
우리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조심스레 살피던 유카넨은 결국 내가 우려하던 말을 꺼냈다.
“씨익-. 동행해도 되죠? 제가 이래뵈도 에휴르의 아들이라 그곳 지리는 빠삭하거든요.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에휴르의 3번째 아들, 유카넨입니다.”
황족이나 궁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지만 우리는 그의 정체에 대한 것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천사같은 외모의 그의 미소는 천사와는 정 반대의, 악마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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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준주연급의 대형 인물을 등장시키려고 했지만은 아무래도 그러면 급전개가 되어버려서
포기했답니다. 유카넨은 조연 정도가 될 예정이예요.
그리고, 이제 저희 학교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답니다.
여느 때 처럼 공부하러 가야겠죠? ㅜㅜ
그럼 12월 10일... 쯤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 때까지 로린과 류스 그리고 새로운 아이 유카넨 잊어버리지 말아주세요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첫댓글 아악 너무 긴 시간이에요 ㅜㅜ 시험 공부 열심히 하시고 좋은 성적 거두세요
시험.... 망했답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 잘 읽고 가요‥, ^-^,
ㅋㅋ악마의 미소의 정체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