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마가 세번째 동거남과 쓴 교환일기“너무 슬퍼. 그래도 우린 아
기를 낳아 기를 수가 없잖아”
1991. 11. 4 오늘부터 도시짱과 둘이서 사는거야. 아이짱이 남자와
함께 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정말 오래간만. 지금까지 좋아하는 남
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일 함께 지내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
어. 아직 서로 좋아한지 한달 정도. 그래도 너무 좋아 일초라도 당
신을 떠나고 싶지 않아….
1991. 11. 11 처음으로 무직이 되어 몇 달째. 빨리 안정된 일을 하
고 싶다. 뉴욕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여러 가지로 귀찮게 해
서, 아이짱 미안해. 지금은 생활이 안정되지 않았지만 찬찬히 장래
를 생각해야지. 아이짱과 결혼도 하고. 나도 아이짱 사랑해.
1992. 1. 18 요즘 일이 너무 많아 좋아하는 도시짱과 지낼 시간이
거의 없어요. 그러나 도시짱은 항상 집안에서 기다려 줍니다. 고마
워요. …그리고 요즘 미안.
1992. 2. 4 전보다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가끔 미칠 것 같다.
이대로 아이가 어디론가 가버리는 것 아닌가, 나쁜 생각만 든다. 참
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옆에 있어줘. 부탁이야….
1992. 6. 16 너무 좋아하는 도시짱의 아기이니까 낳고 싶어. 너무
슬퍼. 그래도 우린 아기를 낳아 기를 수가 없잖아. 무책임한 내가
잘못했어. 꼭 낳고 싶었어.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자.
1992. 6. 18 아이짱 미안해. 내가 무책임했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어. 아기에게 미안하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어. 다시 그때가 와서
아기가 태어나도 또 한명 살아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살기
로하자….
1992. 9. 30 외로운 것은 마찬가지. 요즘 며칠동안 사소한 싸움이
잦구나. 때때로 불안해져. 아이가 쌀쌀맞다고. 남자는 그런 작은 일
에 신경쓰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 이지마가 가출을 반복하던 당시 그녀의 어머니가 쓴 일기의 일부
9월28일/학교 지각. 귀가 오후 7시. 월요일은 언제나 학교에 보내는
게 힘들다. 다그쳐 물어보았지만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등교시키려
다가 아버지가 회사에 늦는다.
10월3일/“다카짱하고 동물원에 간다”고 말하고 나갔지만 가지 않
았다. 우에노의 쇼핑가에서 놀다가 오후 9시 귀가. 거짓말을 하는
데 대해 거리낌도 없는 것 같다. 동생들 운동회 때문에 딸 혼자서
집을 보다. 남편 양복의 주머니에서 4천엔이 없어지다. 오후 4시에
놀러 나가 오후 9시에 귀가.
10월9일/교복을 입은 채로 나갔다가 돌아와 사복으로 다시 외출했
다. “나쁜 짓 안해. 금방 돌아올게.” 이런 말이 입에 붙었다. 나
가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어도 듣지 않는다. 밤11시 전화. 친구집에
서 자고 온다고 했다. 택시라도 타고 돌아오라고 했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10월10일/오후 4시 귀가. 돌아오자마자 친구한테서 전화 몇통 왔다.
안도군과 약속한 모양. 아버지가 “안 내보낸다”고 하자 울고불고
한다. “일단 내보냈다가 돌아오면 소년원이나 감별소나 아무데라도
집어넣으면 되잖아. 친구가 (그곳에) 들어갔다 나왔지만 조금도 나
아지지 않았다고. 나도 좋지 않단 말이야.”
10월12일/전날 들어오지 않아 학교를 쉬다. 대낮에도 돌아오지 않았
다. 사이토군 집에 가보았다. 하급생 남자 한명과 미에코짱과 딸은
사이토군의 방 벽장에 숨었다. 방은 담배 냄새. 사이토군의 설득으
로 복도에 나와 이야기했지만 반성 없음. 저녁 귀가.
10월16일/15일에 다시 외박. 남편도 격노해 죽을 정도로 때리다. 열
심히 막았지만 상당히 맞았다. 남편은 몸 상태가 안좋다고 하소연.
부부가 아이를 갱생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서글픈 생
각을 했다.
10월24일/학원에 가지 않고 밤에 놀러 나갔다. 8초메 단지의 6호동?
사이토군의 집인가? 미에코짱의 집인가? 딸의 거짓말은 계속된다.
안도군과 사귀지 않는 것일까. 만나고 있는 것 같다. 밤 11시 45분.
아사쿠사에 있으니까 돌아온다고 전화. 돈을 훔치는 방법이 날로 교
묘해진다. 1주일전에는 서랍장 위에 있던 할머니 담뱃값을 슬쩍했
다. 2천엔. 오늘은 회사용 금고에서 1만엔을 가져갔다. 아버지는 손
가락 하나라도 부러뜨리지 않으면 고치지 못할 것이라며 격노. 남의
돈에 손을 대는 버릇은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 것일까, 골치를
썩인다.
10월26일/아침 7시45분 돌아오다. 식사도 하지 않고 학교에 갔다.
저녁 6시 학교에서 귀가. 학원에 가지 않고 2초메 단지에서 여자
둘, 남자 여섯이서 모여있다.
10월27일/학교에서 고교진로 설명회. 학교에서 돌아오자 금고를 부
수고 현금 10만엔, 통장 3개를 훔쳐갔다. 밤에 귀가. 친구에게 꾼돈
7만엔을 갚았다고 한다. 친구의 주소, 연락처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시 소년원인가. 시부야에서 통장 현금을 맡기고 내일 역에서 만나
기로 약속하고서 그 아이의 전화와 주소도 알아두지 않았다고 한다.
누군가 입회해서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10월29일/아침에 깨우면 언제나 “응. 일어났어”라고 대답한다. 정
직하게 등교하고 하교도 순조. 학원에도 갔다. 돌아와 집에서 한자
연습을 하고 있는 딸을 보고 오늘 하루 정말 기뻤다. 최근 1년 이렇
게 기분좋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딸이 순진하고 중학생다워지면
이렇게 집안이 밝고 즐거워지는 것일까,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11월2일/중학교 정도는 졸업시키고 고등학교에도 보내고 싶었지만
포기할 때가 온 것 같다. 가족 모두가 딸의 생활을 바로잡기 위해
애원했지만 이제 힘에 부쳐서 좌절감이 덮친다. 만일 고교에 가지
않는 경우에는 의절까지 생각한다. 밤 11시 동네 아이들하고 다시
생일파티를 갖고 “또 모두에게 선물을 받았다”며 전화. 남편이 “
빨리 돌아오라”고 주의를 주었다. 역시 오늘 밤도 돌아오지 않았
다.
11월4일/결국 1, 2, 3일 계속해서 외박. 연락 없음.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다. 어젯밤 꿈속에서도 나쁜 짓을 하고 있는 딸을 보고 혼자서
울었다. (중략) 딸이 다니는 중학교 직원실에서 세쓰코, 히카리 등
과 시너를 하고 있다는 연락 왔음. 오후 5시 카운슬러 선생과 면담.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소년원에 보내도 좋다는 승낙서에 도장
을 찍었다.
11월5일/변함없이 아침에 일어나지 않고 학교에도 가지 않았다. (중
략) 오전 11시. 일어나 머리를 감고 외출하려고 했다. 학교에 가지
않을 때는 놀러 나가는 것과 전화하는 것만큼은 허락하고 싶지 않
다. 그런데도 가로막는 나에게 “너, 저리 비키라고 하는데 안들려!
확 죽여버릴거야”라며 탁자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흔들어댄다. 죽는
것은 하나도 두렵지 않다고 생각하며 “죽이고 싶으면 죽여”라고
대답했다. (중략) 오후 3시 치과 예약으로 집을 나갔다. 역시 치료
가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스즈키군은 오후 9시 귀가. 기타가와군
은 집에 없다고 한다. 또 시너를 하고 있다면 경찰에 데려가지 않으
면 안된다. (중략)
아무리 애쓰고 또 애써도 반항하기만 할 뿐, 내게는 거짓말만 한다.
물건을 사줄때만 고맙다고 하고, 그 감사도 거짓이라는 것을 아는
이상 좋아할 수도 없다.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집에서 내보내 독립
시키겠다는 아버지의 생각을 따를 생각이다. (중략)
이제 무리다. 한계에 왔다. 내일부터는 학교 가라고 깨우지도 않을
생각이다. 이제부터는 그 애는 스스로가 소중한 인생의 진로를 결정
할 것이다. 타락한 인생도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우리 부부는 3년
간의 전쟁, 잠들지 못하는 밤을 며칠이나 지새우며 어떻게든 노력해
왔지만 이제 자신의 몸에도 한계를 느낀다. 이제 나이를 먹는 만큼,
이제부터는 동생들에게 힘을 쏟아 엄마로서 열심히 할 예정이다. 정
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편안하게 지내고 싶다. 소년원에 들어가는
것도, 중학교를 중퇴하는 것도, 졸업해 취직하는 것도 좋다. 모두
자신이 결정해 자기 책임으로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