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10244일이 지나가네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이 시간 동안 꿈을 꾸는 소년처럼 살아왔습니다. 20대의 젊은 나이가 50대가 되었고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기적이 아닌 기적을 만들면서도 늘 마음은 부끄러움으로 가득찼습니다.
진정한 스승의 모습으로 살려고 노력했지만 전 아직도 참스승은 아닌 모양입니다. 진실과 순수함으로 외길을 걸어오면서 남 모를 오해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있어서 행복해 하시던 제자들을 보며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전 또 고개를 숙입니다.
10244일이 지나는 동안 접했던 수많은 사연들을 다 책임져 드리지 못했던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그리움에 사무치는 이 밤 캄캄한 하늘에 울고 있을 별을 헤아리며 긴 숨을 내쉽니다.
현실은 모순투성이지만 황무지에 꽃을 피우는 생명력이 있다면 견뎌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시간은 반성과 고뇌의 시간이었습니다. 56번의 검정고시 시험장에서 함께 하셨던 제자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제 인생에서 진주향토시민학교 이름을 없애면 인생의 의미가 없습니다. 배움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싸워 왔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갈 때가 많았습니다.
홀로 23평의 배움터를 지키기 위해 외로운 길을 걸어가면서 사회에 대한 원망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통이었습니다. 원망과 미움이 사랑으로 승화되는 변화를 겪으면서 평온함이 찾아왔습니다.
지식인들은 모두 제각기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배우지 못하신 분들의 현장은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무도 이길을 나서서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29년의 삶이 저에게 준 선물은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제자들이었습니다. 깊은 속에 들어있는 아픔을 위로하면서 웃는 미소로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실 수 있기를 바라면서 보냈습니다.
쉬지 않고 연강으로 부족한 시간을 채우다 보니 많이 힘드셨을 텐데요. 잘 견뎌주셔서 고마웠습니다.
97년 검정고시 시험을 치기 전에 오후에 특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천전동 남부새마을금고 2층에 있을 때 제자들과 밥을 해서 점심식사를 함께 했었습니다.
함께 식사를 준비해서 점심을 먹었던 일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모로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주신 제자들께 감사드립니다.
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 그 누구도 우리의 결과에 대해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린 이미 다른 사람보다 위대한 선택을 한 것입니다. 저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함께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시험에 도전한 것만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부족하면 더 배우면 되는 것입니다. 희망은 언제나 우리에게 있습니다.
전 지금 추수를 앞둔 농부가 아니라 씨를 땅에 뿌리는 농부입니다. 수확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씨앗이 살아남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아남지 못한채 사라져간 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도 돌아오시기 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포기하지 않으면 끝내 이긴다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기적이라는 말도 아닙니다.
누구든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위한 의지만 있다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목적지가 가까이 옴을 알 수 있습니다.
배움은 지속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꾸준히 하지 않으면 그 지식은 사라져 버립니다.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흘린 땀과 눈물은 미래을 더 성장시켜줄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