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26일) 대한민국은 감동의 땅이었다. 마치 피해가 전혀 없는 규모 9.0의 신비한 지진이라도 지나간 듯 온종일 사람들 얼굴이 발그레했다. 외신들 표현대로 그것은 '미러클(miracle·기적)'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푸른 드레스를 입고 거쉰의 곡에 맞춰 스케이팅을 하는 김연아의 모습은 공기처럼 가볍고 우아하게 치솟아 구름 위에 떠다니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감동을 넘어 우리를 취하게 했다. 그날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고백처럼 사실상 전 세계인들을 행복하게 했다. 그녀의 동영상을 하루종일 봐도 지겹지 않았고, 그 뒤로 이어지는 광고 화면을 서너개씩 봐도, 다시 편의점에 서 있는 그녀의 배너를 봐도 정겨웠다.
대한민국은 쏠림현상이 대단한 나라다. 뭣이든 국민적 목표가 생기거나 구심점이 마련되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달라붙는다. 제대로 입소문만 났다 하면 단 1개월 만에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1000만명 이상이 영화 하나를 봐버리는 나라다
스케이트장은 곧 북적일 것이다
우리는 쏠림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대한민국 브랜드의 현위치를 냉정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일본 '브랜드 가치'는 GDP 대비 224%, 네덜란드는 145%, 미국은 143%인 데 반해 한국은 겨우 29%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돈은 좀 있지만 지구촌 평판은 아직도 형편없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년 뒤 성숙한 세계 국가를 만들겠다"는 우리 정부의 약속을 다시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한 전망과 다를 수 있다. 이날 도미니크 바튼 맥킨지&컴퍼니 회장은 "한류는 성공적이기는 하지만 패스트 푸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세종시 논란 때문에 넌덜머리가 난다는 독자들은 그 이유를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2일 귀국하는 김연아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2/28/20100228008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