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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log.naver.com/lifeisntcool/130170708877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6월20일 개봉작
'버니'를 보았습니다.
나른하게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이 블랙 코미디는 작은 마을을 공간적 무대로 삼고서,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 모두가 미워하는 사람을
죽인 혐의로 체포된 것을 놓고 벌어지는 반응을
아이러니하게 묘사합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작품세계는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것을 다시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개봉한 '비포 미드나잇'과는
완전히 다른 화법을 갖고 있습니다.
버니라는 인물에 대해서 마치 페이크다큐멘터리처럼
다양한 인터뷰를 곁들여가면서 파고드는 이 캐릭터 코미디는
형식적으로도 흥미로운 측면이 있죠.
우아하며 소소한 유머가 계속 이어지다가
결국 윤리적 문제와 법적 딜레마까지 거론하는 이 영화는
이야기의 정점에서 많은 부분을 관객들에게 맡겨둔 채 막을 내립니다.
그런데 그와 같은 결말 부분은
다면적인 사안이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제기를
풍부하고도 섬세하게 끌어안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마무리로 보이네요.
(네, 저는 좀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봅니다.)
버니가 어떤 인물인지 특정해서 결론내릴 필요는 물론 없지만,
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 속에서
좀더 큰 파장과 숙고의 경험으로 이어지기에는
소재의 부피나 깊이를 키우지 못하는 종결법이
너무 단선적이라는 거지요.
드라마를 쫓아가는 관객들의 일반적인 관람법으로 본다면,
그런 결말에서 일종의 허무한 뒷맛을 느낄 수도 있을 거구요.
(그래도 단역에 가까운 배심원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호명되는
클로즈업 쇼트들의 흐름은 정말 좋더군요.)
배우의 활용법이 무척 인상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을 잭 블랙 같은 배우로 캐스팅한다는 것은
연출자에게 굉장한 무기이면서 자칫 치명적인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데,
링클레이터(와 잭 블랙)는 그 점에서 최선의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 영화에서 잭 블랙은
매우 능숙하고도 최대한 유순하게 연기를 하는데,
그게 배우의 이미지나 극중 버니라는 인물에 대한 평판과
기묘하게 맞물리거나 엇갈리면서 캐릭터를 오히려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죠.
셜리 매클레인이나
매튜 매커너헤이의 연기도 좋네요.
특히 요즘의 매튜 매커너헤이는
이 배우가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놀라움을 주는군요.
첫댓글 늘 느끼는데 평도평이지만 글 진짜 잘쓴다
나 이거 영화정보프로그램에서 보고 예매햇는데 기자님 미미추 없어서 쪼금 실망 ㅠ
안그래도 이거 보고싶었는데! 봐야겠당 ㅜㅜ
재밌음~! 조조여서 나는 극장에서 혼자봤는데 몰입도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