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동계와 하계를 통해 짧지 않은 570시간동안 무엇을 배우고 깨달았을까? 그보다 앞서 ‘학교현장에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고, ‘낯설음’, ‘서툴음’,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귓가와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중학교는 전국적으로 2012년 처음으로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배치되는 상황이었고, 기존의 상담실을 맡아 진로진학상담에 관한 운영계획과 연간 계획을 수립부터 시작해 보았다.3월을 시작으로 학생진로 기초조사, 진로소식지 발간, 표준화 검사, 에듀팟 활용, 학부모 상담의 날 운영, 진로체험학습, 진로진학관련 외부강사 초청 강연, 2학년 잡월드 체험, 커리어 포트폴리오 경연대회, 선배와의 대화시간 운영, 수시 진로진학 상담 등 쉽지 않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처음’이라는 압박감과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과의 상호협력과 동의는 쉽지 않았다.“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올해만 하고 그만둘 것도 아닌 바에야 길게 보고 지치지 말자. ‘진정성 있는 열정과 꿈을 찾아주는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되자’라는 모토는 잊지 않았다. 새롭게 도전하고 깨달아가는 힘든 과정들이 매우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아이들을 학습태도와 교과 성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상담을 하면서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은 나의 모토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안고 미래를 위해 나에게 온 학생이 하나 있었다.A는 3학년 1학기 기말합산까지의 성적이 중상위권의 학생으로 고등학교 선택은 인문고, 특성화고 등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커리어넷 검사 결과 적성은 음악과 손재능이고, 흥미는 예술 분야와 사회봉사 분야이다. 가치관은 더불어 일함과 사회적인정이다. 다중지능 검사 결과는 대인관계, 논리수학이다. 홀랜드 진로탐색 결과는 진취형과 예술형이 나왔다. 5차례에 걸친 상담을 했고, 상담의 주된 내용은 고등학교 진학에서 시작되는 진로와 장래희망에 대한 문제였다.A의 고민과 기초조사과정을 합쳐서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았다.먼저 성적을 보면 1학년 1학기부터 2학년 1학기까지 줄곧 상승하였다가 2학년 2학기와 3학년 1학기에 하락을 하였는데 강릉에서 2학년 2학기에 전학을 와서 적응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어머님의 타시도 특성화고 진학권유에는 가족 간의 갈등이 엿보이기도 한다. 학생 본인도 처음에는 내신등급의 중요성과 대학진학에 대한 갈망이 엿보였다. 다섯 차례의 상담과정에서 진로와 진학의 밑그림이 구체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또한 학생 스스로 자신의 적성과 흥미 그리고 가치관에 부합하는 진로와 진학을 찾은 듯싶어 기쁘기도 하다.진로진학상담이란 무엇인가?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진로를 개척하는 사람’이다. 이의 실천은 학부모, 학생, 교사의 몫이다. 거기에 내가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보람을 느끼고, 그만큼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방송매체는 끊임없이 ‘학교폭력실태와 교권붕괴’ ‘학교는 죽었다’ ‘공교육은 붕괴됐다’ ‘hope is no where(희망은 어디에도 없다)’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고, 나부터 바뀐다면 ‘hope is now here(희망은 지금 여기에 있다)’로 이어질 거라고 믿는다. 노삼식 속초여중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