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살아보는 거야.”코로나 직전 ‘살아보는 여행’이 트렌드였던 시절이 있었다. 한 달이나 길게는 1년까지 거처를 옮겨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생활 밀착형 여행이 유행했었다. 해외든 국내든 상관없다. 무료한 일상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만 있다면 어디든 좋다.
장기 체류 여행은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 호텔보다는 조리가 가능하고 세탁기를 갖춘 숙소가 편하다. 현지 음식이 얼마나 잘 맞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행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살아보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지 문화에 얼마나 잘 융화할 수 있느냐다. 잠시만이라도 그 지역 사람들처럼 인생을 살아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낯설게 보자면 집 문밖만 나가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국내 여행도 마찬가지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계절을 보내는 사람들인데 일상을 파고들면 전혀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가장 낯설게 되는 것. 여행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반전이자 묘미다.
2023 살아보기 생활관광 프로그램으로 지정된 13개 프로그램 지도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러한 의외의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살아보기 생활관광 프로그램’을 눈여겨 보자. 올 연말까지 운영하는 2023 살아보기 생활관광 프로그램은 전국 9개 시·군에 걸쳐 총 13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살아보기 생활관광이란 최소 3일 이상 한 지역에 머물면서 현지인이 된 것처럼 지역 고유의 문화와 역사·먹거리 등 생활양식을 체험해보는 체류형 여행상품을 말한다. 생활관광 프로그램은 2020년 처음 시작했다. 2022년에는 숙박·체험·투어로 구성된 2박 이상의 살아보기형 프로그램 11개, 2023년에는 지역 고유의 문화·먹거리 등이 포함된 13개 프로그램을 선정했다.
마을 부녀회의 특급 조식, 속초오실
강원도 속초시의 생활관광 프로그램 ‘속초오실’은 설악산 아래 상도문 돌담마을에서 진행한다. 마을 부녀회가 특산물로 만들어주는 조식을 대접하고 현지 주민이 직접 나서서 마을 이야기도 들려준다. 막걸리 만들기, 천연염색체험, 떡 만들기 등 체험도 참여할 수 있다. 터미널과 돌담마을, 설악산 구간을 운행하는 택시도 운영중이다.
속초에서 2박3일 살아보는 프로그램 '속초오실' / 사진=한국관광공사
아름다운 통영에서 ‘슬기로운 섬생활
’통영시는 4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작년 선상낚시 체험으로 인기를 얻었던 욕지도 ‘슬기로운 어부생활’은 어촌밥상, 욕지도 일주 관광, 참치회 정식, 욕지주민밴드 공연으로 구성됐다. 만지도 ‘슬기로운 전복따기’ 프로그램은 5~6월에만 한정적으로 진행한다. 직접 전복을 따고 맛있는 전복요리도 맛본다.
욕지도 살아보기 프로그램 '슬기로운 어부생활' / 사진=한국관광공사
개평한옥마을에서 살아보기
경남 함양의 ‘여행을 일상처럼, 함양 온데이’ 프로그램은 남계한옥스테이 혹은 지리산태고재 중에 숙소를 고를 수 있다. 개평마을 노참판댁 종손며느리가 직접 준비한 장 만들기 체험, 솔송주 칵테일 만들기, 강정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거리를 준비했다.
함양 개평한옥마을에서는 산삼캐기 체험, 솔송주 만들기, 고추장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진행한다. / 사진=한국관광공사
반려견과 함께라면, 충주로 oh개!
반려견과 함께 떠나는 살아보기 여행 프로그램도 있다. 충주로 귀촌한 청년이 직접 운영하는 ‘충주로 oh개!’ 프로그램에는 보자기 공예, 에코백 만들기, 충주 구도심 투어 등이 포함됐다. 2박 3일 진행하고 반려견이 없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다.
충주시 생활관광 프로그램 '충주로 oh개!'는 반려견과 함께 참여할 수 있다. / 사진=한국관광공사
바나나농장 체험 가능한 해남 땅끝마실
전남 해남에서는 최대 6박 7일까지 머물 수 있는 ‘땅끝마실’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민박 사장이 직접 소개해주는 해남 이야기를 듣고 서예, 다도, 연잎밥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긴다. 텃밭체험은 물론 바나나농장 체험도 가능하다.
최대 6박 7일까지 머물 수 있는 ‘땅끝마실’ 프로그램 / 사진=한국관광공사
나주읍성에서 살아보기
전남 나주는 읍성에서 살아보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읍성 안 한옥에서 잠자고 나주읍성을 중심으로 2㎞ 안에서 모든 체험이 이루어진다. 인력거를 타고 골목길을 둘러보고 황포돛배를 타고 영산강을 누빈다. 나주읍성 살아보기는 2023년에 처음으로 진행하는 신규 프로그램이다.
각 프로그램은 숙박과 조식, 일부 체험비 등을 포함해 정상가보다 최대 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 공사 김영미 국민마케팅실장은 “생활관광은 마을 숙박과 여행체험, 그 지역만의 이야기가 더해진 것으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특별한 국내여행 경험을 주고자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며 “오래 머무는 체류여행이 활성화되고 지속가능한 지역의 대표 여행상품이 될 수 있도록 생활관광 홍보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지연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