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220505060033285
고발장 전달 경로 '손준성→김웅→조성은' 특정
"수정관 지위 없었으면 수집되지 않을 정보들"
고발장 작성자 특정 못해…"지시 못밝혀 무혐의"
한동훈처럼 아이폰 비밀번호 못풀어 "협조 안해"
"건강 문제 있지만 '판사사찰·제보사주' 수사 계속"
[과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 지난 4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여운국 차장이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소희 박현준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약 8개월의 수사 기간 동안 쌓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수사기록은 권당 500페이지 분량의 책 87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입건된 이들 중 손 전 정책관만을 불구속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종결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손 전 정책관의 아이폰 비밀번호는 끝내 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장 작성자도 끝내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 고발사주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손 전 정책관에게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고발장 전달 경로를 '손준성→김웅→조성은'으로 특정했다. 손 전 정책관이 2020년 4월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총선 후보였던 김 의원에게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 범여권인사를 상대로 한 1·2차 고발장과 '검언유착 의혹'을 언론에 처음 제보한 일명 '제보자X' 지모씨의 명예훼손 사건 실명 판결문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전달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다양한 각도로 수사했고, 고발장 작성자로 의심이 되는 범위까지 상당 부분 축소시켰다"며 "이 정도로 특정될 수 있지 않겠느냐 정도까지는 수사를 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에 표시된 '손준성 보냄'이 손 전 정책관을 의미한다는 것이 공수처 기소의 핵심 근거다.
수사팀 관계자는 "손 전 정책관의 주장은 '우연히 자기 휴대전화에 이 사건 고발장과 관련된 첨부 서류를 제보 받아 반송했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수정관이라는 지위가 없으면 수집되지 않았을 정보들이다.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지인이 '당신 고발됐다'고 알려주면, 대체로 수사 중인 사안이 유출됐다는건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고발장 자체는 공직자가 직무상 취득한 비밀문서임엔 틀림 없다"고 했다.
공수처는 사건의 핵심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의혹은 무혐의로 판단했다.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구체적인 고발장 작성자도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고발장 작성자가 누구인지, 누구 지시에 의해 고발장 작성됐는지와 관련한 직권남용죄 부분"이라면서도, "최선을 다해 수사했지만 작성자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하지 못했고 법률적으로 검사의 직무 범위에 고발장을 작성하는 것이 포함되는지 부분 등을 고려해 무혐의 처분하게 됐다"고 했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무혐의 처분에 대해선 "그가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다는 의심으로 고발된 사건이지만 고발장 작성자 특정 단계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했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수사팀은 손 전 정책관이 지난해 12월 구속영장 심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2대의 비밀번호를 풀겠다고 했으나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손 전 정책관이 2차 영장 심사에서 압수된 휴대전화 2대의 비밀번호 협조 의사를 재판장 앞에서 밝혔으나, 출석 조율을 여러 번 하고 결국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배경과 닮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선혁)가 이른바 '채널A 사건'으로 검언유착 의혹을 받았던 한 후보자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잠금 해제에 실패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고발사주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12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02. yesphoto@newsis.com
지난달 19일 열린 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에선 손 전 정책관과 김 의원의 최종 결론을 두고 치열한 논의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소심의위는 4시간의 토론 결과 '불기소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소심의위에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권고를 했다면, 저희는 추가 수사를 해 더 증거를 찾거나 공소심의위 의견을 존중해 불기소 처분하는 두 가지 옵션이 있을 것"이라며, "증거로 수집된 사실관계는 맞는데 법률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라면 저희도 법률가로서 선례나 법률 검토를 할 부분이라고 보인다. 수사팀 내부의 의견은 일치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손 전 정책관의 '판사 사찰 의혹'과 '제보 사주 의혹'과 관련해서는 계속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개입 사건(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1차 조사하던 날부터 판사 사찰 관련 추가 조사 협의를 진행했으나, 이후에는 손 전 정책관 건강상 문제로 아직 조사가 안 된 상황"이라며 "법과 원칙대로 조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