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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의 첫 연극을 연출한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이명원기자 mw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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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남의 말 끝까지 다 듣고 자기 말(대사)하는 것을 배운 것만으로도 성과 아닌가요? 의원들은 우회적 풍자보다 정부에 대한 직설적 공격을 원하더군요.”
호남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의 하이라이트는 한나라 의원 극단 ‘여의도’의 첫 공연이었다. 연극 제목은 ‘환생경제(還生經濟)’. 이 극의 연출자는 이대영(42)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였다. 이 교수는 “정치인들이 다 같이 참회할 수 있는 정치풍자극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렇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환생경제’는 수도 이전, 과거사 규명 등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의 정책을 풍자한 것으로 작은아들 ‘경제’가 죽었는데 아버지 노가리(주호영 의원)와 어머니 박근애(이혜훈 의원), 큰아들 민생(심재철 의원)이 싸우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풍자 대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 공연에는 ‘육x랄’ ‘불x’ 같은 육두문자도 생생하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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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지난 28일 전남 곡성에서 현실 정치를 풍자한‘환생경제’라는 첫 연극을 공연하고 있다. 곡성=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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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신춘문예 희곡 당선으로 등단한 이 교수는 중대 문창과 81학번인 386세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찍었다”는 그는 “그러나 희곡과 연출을 주문받았을 때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과거사나 수도 이전이 시급하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요즘 정치권은 너무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해 실수를 저지르는데, 연극으로 한걸음 떨어져 상황을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싶었습니다.”
이 교수는 과거사 논쟁에 대해 “거지 아빠가 강 건너 부잣집이 불타는 걸 보고 아들에게 ‘불에 탈 집이 없어 얼마나 행복하냐’고 하는 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극에 어머니 친구들끼리 싸우는 장면과 ‘엄마도 잘 한 것 없다’는 등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도 분명하게 넣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름 동안 한나라당 의원들과 연습으로 부대낀 결과 “정치인들은 양보하면 밀렸다고 생각하고, 물러서는 게 이기는 길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개코 도깨비 마을의 신화’ ‘덕희의 세월’ 등 희곡을 써온 그는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열린우리당과 정치풍자극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이 풍자극에 대해 “풍자극을 빌미로 대통령을 모욕하고 당 대표에 대해 낯뜨거운 충성 연기를 펼쳤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