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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야제(慈烏夜啼)
효성스런 까마귀가 어미를 그리워 하며 밤에 운다는 뜻으로, 미물인 새 조차도 효심을 지니고 있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불효를 저질러서야 되겠느냐고 훈계한 시이다.
慈 : 사랑 자(心/9)
烏 : 까마귀 오(灬/6)
夜 : 밤 야(夕/5)
啼 : 울 제(口/9)
출전 : 백거이(白居易)의 자오야제(慈烏夜啼)
자오야제(慈烏夜啼)는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모친의 상중(喪中)에 지은 작품이라 한다.
慈烏夜啼 / 白居易
1
慈烏失其母, 啞啞吐哀音.
효성스러운 까마귀 제 어미를 잃어, 까악, 까악 서럽게 우네.
晝夜不飛去, 經年守故林.
밤낮없이 날아가지도 않고, 해가 지나도록 옛 숲을 지키네.
夜夜夜半啼, 聞者爲沾襟.
밤마다 밤중이면 우니, 듣는 이의 옷깃 눈물로 적시네.
2
聲中如告訴, 未盡反哺心.
우는소리 마치 호소하는 듯, 어미에게 되먹이는 효 다하지 못해서라네.
百鳥豈無母, 爾獨哀怨深.
뭇 새들이 어찌 어미가 다 있겠느냐만, 유독 너만 슬퍼함이 그리 깊은가?
應是母慈重, 使爾悲不任.
틀림없이 어미의 사랑 두터워, 너로 하여금 슬픔 이기지 못하게 하는구나.
3
昔有吳起者, 母歿喪不臨.
옛날 오기라는 자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셨어도 장례를 지내러 오지 않았지.
嗟哉斯徒輩, 其心不如禽.
슬프다 그런 무리들은, 그 마음이 너보다도 못하구나!
慈烏復慈烏, 鳥中之曾參.
효성스러운 새여! 효성스러운 새여! 새 중의 증삼(曾參)이로다.
(解)
1
자애로운 까마귀 어미를 잃고, 깍악까악 슬픈 소리를 토해낸다.
밤낮으로 날아 떠나지 않고, 한 해가 다하도록 옛 숲을 지킨다.
밤마다 밤 깊도록 울음 우니, 듣는 사람은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
2
울음소리가 호소하는 것 같음은, 부모 은혜 다 갚지 못한 마음 때문이라.
모든 새에게 어찌 어머니 없을까마는, 너만 홀로 슬퍼하고 원통함이 깊구나.
자애롭고 소중한 건 어머니 사랑이라, 네가 슬픔을 견디지 못하게 하였구나.
3
옛날 오기라는 장수 있었는데, 제 어미가 죽어도 장례에 오지 않았다.
슬프도다! 이런 불효한 무리들이여, 그 마음 씀이 새만도 못하구나.
자비한 까마귀, 저 까마귀여, 새 중에서도 증참 같은 효자로구나
(添)
자오(慈烏)란 효성스런 까마귀를 말한다. 깃털이 새까맣고 어미로부터 60일을 먹이를 받아 먹으며 자라는데 다 자라면 60일을 반대로 먹이를 물어다가 어미를 먹이는 것을 까마귀(烏)라 하고, 까마귀보다 작고 배 밑이 하얀색이며 다 자라도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지 않는 것을 갈가마귀(鴉烏)라 한다 하였다.
까마귀의 효성(慈烏夜啼)
고향에 가더라도 부모님 안계시니
어쩐지 타향같은 느낌이 드는구나
이제와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
이솝의 우화나, 라 퐁텐(La Fontaine)의 우화시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우리가 몸이 아플 때 먹는 약 중에서 캡슐로 된 것은 표피에 먹기 좋게 달콤한 당의(糖衣)를 입혔으나, 그 속에는 병을 치료하는 쓴 약이 들어 있듯이 우화시도 사람을 반성하게 하고 깨우치게 하는 쓴 약이, 즉 교훈이 들어 있다.
우화는 태양이나 신, 그리고 동식물들은 물론 삼라만상에게 인간과 같이 생명과 사유를 불어넣어 행동하고 말하게 하여 독자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주지만 그 속에는 쓰디쓴 교훈이라는 약이 들어 있다.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시는 평이하고 알기 쉬워 늙은 할머니도 능히 이해한다는 '노구능해(老嫗能解)'라고 한다. 백거이가 까마귀의 지극한 효성을 빌어 인간들의 불효를 풍자한 우화시 '자오야제(慈烏夜啼)'를 보자.
1
慈烏失其母, 啞啞吐哀音.
까마귀가 어미를 여의고, 까악깍 까악깍 슬프게 우네.
晝夜不飛去, 經年守故林.
밤낮으로 어미 시신 곁을 날아가지 않고, 한 해가 가도록 옛 숲 속을 지키네.
夜夜夜半啼, 聞者爲霑襟.
밤마다 이슥토록 우니, 듣는 이의 옷깃을 적시게 하누나.
2
聲中如告訴, 未盡反哺心.
울음소리가 하소연하는 것 같으니, 어머님께 효도를 다 하지 못했다오.
百鳥豈無母, 爾獨哀怨深.
모든 새가 어찌 어머니가 없으리요마는, 너 홀로 슬퍼하고 원망함이 깊은가.
應是母慈重, 使爾悲不任.
응당 어머니의 사랑이 깊어, 너의 슬픔을 견디지 못하게 했구나.
3
昔有吳起者, 母歿喪不臨.
옛적에 오기라는 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가지 않았다네.
嗟哉斯徒輩, 其心不如禽.
슬프다 오기 같은 사람들은, 그 마음이 까마귀만도 못하네.
慈烏復慈烏, 鳥中之曾參.
까마귀여 저 까마귀여, 새 중에 효자인 증삼이로다.
백거이의 '자오야제(慈烏夜啼; 밤에 까마귀가 울다)'는 '연시시유수(燕詩示劉叟; 제비에 대한 시로 유씨 노인에게 보여주다)'와 함께 효와 불효를 주제로 한 깊은 의미가 내재된 만고의 명시이다.
동양인의 정서에는 까마귀가 울면 좋지 못한 징조라 하여 불길한 새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수많은 새 중에서 부모에게 가장 효도하는 새는 까마귀라고 한다.
비둘기는 어미가 앉은 나무 가지로부터 세 번째 밑에 있는 가지에 앉고, 까마귀는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되돌려 준다(鳩有三枝之禮, 烏有反哺之孝)는 말이 있다.
그래서 비둘기를 예의가 있는 새라고 하여 예조(禮鳥)라 하고, 까마귀를 효자 새라 하여 효조(孝鳥)라고 한다.
부모 까마귀가 늙어서 활동을 못하면 자식 까마귀는 부모를 위하여 먹이를 잡아다가 정성으로 봉양한다고 한다.
즉 어미 까마귀가 새끼에게 벌레를 잡아다가 먹여 길렀던 것처럼, 자식 까마귀가 늙은 부모에게 먹여주던 것을 되돌려 준다는 반포지효(反哺之孝)가 있다고 한다.
이 '자오야제'는 오언고시이며 세 단락으로 이루어졌다. 제2구의 아아(啞啞)는 의성어로 까마귀 울음소리인 까아악 까아악이며, 제12구의 비불임(悲不任)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다'인데 임(任)은 '견디다'의 뜻이다.
1단락(1-6구)은 까마귀의 효성을 그렸다. 어미 까마귀가 죽자 자식 까마귀는 슬프게 까아깍 까아깍 울면서 밤낮으로 어미 시신을 지키면서 날아가지 않고 한 해가 지나도록 어미와 살던 숲 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만일 자식 까마귀가 어미 시신을 지키지 않고 딴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면 뱀이나 황새나 개미 등이 와서 어미 시신을 파먹고 해칠까 염려해서 이다.
이어서 까마귀가 밤마다 밤이 이슥토록 하도 슬피 울어 듣는 사람들은 자신의 불효를 생각하고 눈물짓는다는 것이다.
2단락(7-12구)은 까마귀 울음소리를 듣고 시인의 감정을 이입하였다. 까마귀 울음소리는 '내가 어머니 생전에 맛있는 벌레들을 많이 잡아드리고 지성을 다하여 효도를 했던들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다'고 불효를 통탄하는 후회의 피 울음으로 시인의 귀에 들린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새가 어찌 어미가 없으리요마는 까마귀 너 혼자 슬퍼하고 자신을 원망하는 것이 그토록 지극하냐고 반문하였다. 어미를 여의고 슬피 우는 것은 어미의 사랑이 깊고 무거워 슬픔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라고 유추하였다.
3단락(13-18구)은 천하의 불효자 오기(吳起)와 까마귀의 효도를 대비하여 인간의 불효를 질타하였다.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 오기는 손자(孫子)와 함께 손오(孫吳)로 병칭될 만큼 병법에 뛰어난 사람이다. 그는 출세 지상주의자였다.
그가 공자의 수제자인 증자(曾子)에게 가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갈을 받고도 오기는 아직 출세를 못했다고 하며 장사 지내러 가지 않았다. 선생님인 증자는 천하의 불효자인 오기의 이름을 출석부에서 지워버렸다. 결국 증자에게 쫓겨난 것이다.
까마귀는 어미가 죽자 시신을 지키며 슬피 우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오기)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접하고도 장례를 치르러 가지 않았으니 그를 금수인 까마귀만도 못하다고 꾸짖은 것이다.
증자에게 쫓겨난 오기는 나중에 출세하여 노나라의 장군이 되었다. 그가 대장군이 된 것은 '연저지인(吮疽之仁)'의 결과였다.
어느 부인이 슬피 울고 있기에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부인은 울음을 멈추고, '내 아들이 오기의 부하였는데 엊그제 전사했다. 아들이 오래 전에 등에 종기가 나자, 오기는 입으로 아들의 고름을 빨아 주어 낫게 했다. 아들은 이를 감지덕지 하여 오기에게 은혜를 갚는다고 전투가 벌어지자 제일 앞장서서 용감하게 싸우다가 그만 죽었다.
아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오래 전에 죽은 내 남편도 오기의 부하였는데 종기를 빨아준 은혜를 갚는다고 용감하게 싸우다가 결국 죽었다. 오기가 종기를 빨아서 결국 남편과 아들을 죽게 하였으니 천하의 못된 놈이다'고 하였다.
즉 오기는 부하를 진정으로 사랑해서 종기 고름을 빨아 준 것이 아니라 '오기 맨(Man)'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연저지인(吮疽之仁)'이란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어짐을 뜻하게 되었다.
또 출세만이 인생의 전부였던 오기가 노나라 장군이 되었을 때 일이다. 제나라가 노나라를 침략해 오자 노나라 정부는 오기를 대장군으로 삼으려고 했으나, 그의 아내가 제나라 여자였기에 임명을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를 안 오기는 즉시 집으로 달려가 아내의 목을 칼로 베고 돌아와 대장군이 되었다.
출세 지상주의자였던 오기는 비록 군인으로 성공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를 치르러 가지 않았고(母歿喪不任), 부하들의 종기를 빨아 죽게 만든 위선적인 선을 행하였으며(吮疽之仁), 대장군이 되기 위해 아내를 쳐죽인(求將妻殺) 비인간적인 만행을 서슴지 않은 추악한 인물이다.
이 시의 끝구에서 까마귀는 새 중에 증삼과 같다고 하였다. 공자의 많은 제자 중에서 가장 효자인 증삼은 아버지 증석(曾晳)에게 양지(養志)의 효를 실천하였다.
효(孝)에는 양지(養志)의 효와 양구(養口)의 효가 있다. 양지(養志)의 효란 부모님의 뜻을 받드는 효를 말하는데 효의 으뜸이다. 증삼은 일언일동에 있어서 아버지의 뜻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고 언제나 공손하게 정성을 다하여 뜻을 받들었다. 양구(養口)의 효는 증자의 아들 증원(曾元)이 실천한 효로 단지 부모의 의식주만을 해결해 주는 효이다.
증자는 가난한 이웃에게 음식과 의복을 나눠주고 싶었으나, 아들 증원은 이를 따르지 않고 오직 아버지에게만 음식과 의복만을 정성을 다하여 마련해 주었다. 요즈음 세상에는 양지의 효는 둘째치고 양구의 효조차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자식들이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시외전(韓詩外傳) 9권에 풍수지탄(風樹之嘆) 이야기가 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통곡소리가 너무나 구슬픈 것을 듣고 찾아가 보니 고어(皐魚)였다.
고어는 허름한 옷을 입고 풀을 베는 낫을 끼고 길가에서 통곡하고 있었다. 공자가 고어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친상(親喪)을 당한 것이 아니냐. 어찌 그리 서럽게 우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고어는,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고, 이어서 '한번 가시면 뵈올 수 없는 것이 어버이인지라 저는 원컨대 여기서 죽으려고 합니다'고 하였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교훈 삼아야 한다고 말하자,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 제자가 13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풍수지탄의 고사는 자식이 철들어 봉양할 때까지 어버이는 살아 계시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부모에게 불효하고 재산과 명예와 지위를 얻은들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까마귀의 효를 통하여 우리 인간들의 불효를 고발한 이 우화시는 이 세상 모든 자식들에게 효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명시가 아닐 수 없다.
금수(禽獸)들의 반포지효(反哺之孝)
흰 눈 내리는 겨울은 검은 까마귀 계절이다. 까마귀는 겉이 검다. 겉이 검어 까마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속까지 흰지 검은지는 모르지만 백로는 겉이 흰 것만으로도 대접을 받는다. 이같이 사람들은 그것들의 희고 검은 색깔에 선호가 갈리며 공연한 트집이 많다.
까마귀는 까마귀이고 백로는 백로일 뿐인데 사람들의 어떤 변설(辨說)에 동원되느냐에 따라 그것들은 정의(正義)도 되고 불의(不義)도 된다. 선(善)이 되기도 하고 악(惡)이 되기도 한다. 어떻든 까마귀와 백로를 소재로 활용하는 옛 글들이 무척 재미있다.
예컨대 '백로가(白鷺歌)'가 그런 글의 하나로서 국운이 기울어 가던 고려 말의 충신 정몽주의 어머니 이(李)씨가 읊었다는 시조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白鷺야 가지마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새올세라/ 淸江에 기껏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이 글의 구문(構文)은 간단하고 뜻은 명료하다. 바로 이씨는 역성(易姓) 혁명을 꿈꾸는 이방원의 초대를 받아 집을 나서는 아들 정몽주를 불러 세워 이렇게 의미심장한 당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애타는 어머니의 근심도 이 글에 서려있다. 물론 이 글에서 까마귀는 불의요 악이며 백로는 정의요 선이다.
그런가하면 이방원의 역성혁명에 가담해 새로 선 조선에서 영의정을 지낸 이직(李稷)의 까마귀와 백로는 그와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이렇다. '까마귀 검다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까지 검을소냐/ 겉 희고 속 검은 건 너뿐인가 하노라.'
이는 더 말할 것 없이 자신의 '변절'을 까마귀에 빗대 비웃는 불사이군(不事二君), 불사이조(不事二朝)의 고려 유신(遺臣) 반대 세력들을 역공하는 재기 넘치는 수사법(修辭法)의 글이다.
'백로가(白鷺歌)'가 장기판에서 '장군을 부른 것이라면 이직의 글은 '멍군'으로 응수한 것이 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까마귀론', '백로론'으로 오늘날의 '색깔론'에 견주기는 무리지만 정의와 불의, 선과 악을 가리려는 '흑백의 색깔론'을 벌였다고 볼 수 있다.
글로만 본다면 두 사람 모두의 글 솜씨가 워낙 현란해 누가 진실을 드러내는지 누가 진실을 가리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긴 하지만 까마귀와 백로의 겉 색깔이 각기 검고 흰 것이 그것들의 속마음의 희고 검음과 틀림없이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겉 색깔에 비추어 그것들의 속마음을 짐작하는 것은 사람들의 편견이 작용하는 것이며 자기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아전인수(我田引水) 내지 견강부회(牽强附會)이기 쉽다.
그렇다면 까마귀와 백로는 제멋대로인 사람들의 자의적 재단에 의해 그들은 알 턱이 없는 희롱(戲弄)을 당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은 검은색보다는 흰색을 좋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까마귀는 겉이 검은데다가 그 울음소리마저 음산해 사람들이 기피하는 흉조(凶鳥) 취급을 당하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사람이 흉내마저 내기 어려운 아주 기특한 새라는 것이 예로부터의 평가다.
널리 알려졌듯이 까마귀는 한자어로는 효성스런 새라는 뜻의 '자오(慈烏)' 또는 '효조(孝鳥)'다. 중국의 본초서(本草書)에 의하면 까마귀는 '반포지효(反哺之孝)'를 다하는 새로 유명하다.
반포지효(反哺之孝)란 어미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자라난 까마귀가 어미가 늙어 병들고 눈이 멀게 될 때 거꾸로 먹이를 물어다 먹임(反哺)으로써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을 말한다.
까마귀는 모성애가 극진한 새로도 유명하다. 새끼가 생기면 까마귀는 탈진해 병들고 눈이 멀 때까지 쉼 없이 새끼에 먹이를 물어다 먹이며 정성스럽게 보살피는 눈물겨운 모성애를 가진 새로 잘 알려져 있다.
당 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자오야제(慈烏夜啼; 까마귀가 밤에 울다)라는 시에서, '밤낮 옛 숲을 떠나지 않고 슬피 울어대는 어미 잃은 까마귀의 울음이 옷깃을 적시게 한다'고 읊었다.
이는 '어미 잃은 까마귀가 어미의 극진했던 모성애를 못 잊어 하는 것'이며 '그 어미에 반포지효를 다하지 못한 것을 슬퍼하는 것'이라고 그는 이어 썼다.
그는 또 '출세를 위해 고향을 떠난 오기(吳記)라는 사람이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집에 가지 않았다'며 '그런 무리들은 그 마음이 새인 너보다도 못하다'고 했다.
이런 까마귀를 백거이는 시 마지막 구절에서 '효조여 효조여 너는 새 중의 증삼이로다(孝鳥復孝鳥 鳥中之曾參)'고 그가 받은 진한 감동을 드러내며 마무리 한다.
증삼은 공자보다 46살 어린 공자의 제자로 효도에 정통한 사람으로 공자가 인정했다. 그래서 공자는 그에게 효경(孝經)을 짓게 했다.
기특한 금수로는 까마귀가 다는 아니다. '단장(斷腸)의 슬픔'은 문자 그대로 '창자가 끊어지는 것과 같은 슬픔'을 말하며 원숭이의 애처로운 모정에 관한 고사로부터 연유했다.
새끼를 빼앗긴 원숭이가 있었다. 배를 타고 장강(長江)의 삼협(三峽)을 지나 촉나라를 치러가는 진(晉)나라 장수 환온(桓溫)이 탄 배에 동승한 어느 병사에 의해서다.
이에 어미는 새끼를 향해 울부짖으며 배가 강 연안에 닿을 때까지 100여리 험한 길을 배와 나란히 죽자 사자 쫓아갔다. 마침내 배가 목적지에 도착해 멈추자 어미는 새끼가 있는 배에 날듯이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즉시 어미는 어이없이 죽고 만다. 사인(死因)은 바로 '슬픔을 못 이겨 창자가 끊어졌기' 때문, 바로 '단장(斷腸)의 슬픔'으로 밝혀졌다.
사람들은 금수를 깔본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인간에게 가르치는 것이 있다. 사람의 정신은 갈수록 타락해간다. 이에 비해 까마귀나 원숭이 등의 금수는 일관되게 기특한 본능과 행태가 있다.
그것에 퇴화라는 것은 없다. 그 일관성이 사람보다 낫다. 사람의 물질적 삶은 나아지지만 꼭 내실(內實)이 그것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생활은 번잡해져 허둥대고 쫓기게 되며 정신의 타락은 심화돼 간다. 바로 삶의 질의 황폐화다. 심지어 가족의 질서가 급속히 해체돼 부모 자식과 부부 간의 혈연적인 의리마저 흔들리는 지경이 됐다.
겉은 고운데 속이 흉악한 것은 금수가 아니라 인간이기 쉽다. 눈발 날리는 허공에서 벌어지는 까마귀들의 겨울 군무와 금수들의 삶을 무심히 볼 일만은 아니다.
▶️ 慈(사랑 자)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마음 심(心=忄;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兹(자; 키운다)로 이루어졌다. 키우는 심정의 뜻이 전(轉)하여 자애를 베푼다는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慈자는 '사랑하다'나 '자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慈자는 玆(이 자)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玆자는 실타래가 드리워진 모습을 그린 것으로 '무성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무성함을 뜻하는 玆자에 心자가 더해진 慈자는 '무성한 마음'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무성한 마음이란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도 베푸는 사랑을 말한다. 그러니 慈자에 있는 '사랑하다'는 뜻은 일반적인 사랑이 아닌 만인에게 베푸는 '인정'이나 '자비'를 뜻한다. 그래서 慈(자)는 ①사랑 ②어머니 ③자비(慈悲) ④인정(人情), 동정(同情) ⑤사랑하다 ⑥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질 인(仁), 사랑 애(愛),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미울 증(憎), 미워할 오(惡)이다. 용례로는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자비로운 사랑을 자애(慈愛), 사랑하고 불쌍히 여김을 자비(慈悲), 선의를 베풂을 자선(慈善), 인정이 많고 검소함을 자검(慈儉), 사랑하여 가엾이 여김을 자련(慈憐), 자비로운 은혜를 자광(慈光), 인자하게 돌보아 주는 은혜를 자혜(慈惠), 중생을 불쌍히 여겨 구제함을 자구(慈救), 인자하게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을 자념(慈念), 자애로운 얼굴을 자안(慈顔), 은혜가 구름처럼 널리 미침을 자운(慈雲), 자애롭게 베푸는 은혜를 자은(慈恩), 사랑하여 기름을 자육(慈育), 가엾이 여기는 마음에서 흘리는 눈물을 자루(慈淚), 인자한 애정으로 길러주는 어버이의 뜻으로 남에게 대해 자기 어머니를 일컫는 말을 자친(慈親), 어질고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인자(仁慈), 어머니의 사랑을 모자(母慈), 부드럽고 인자함을 온자(溫慈), 넓고 큰 은혜를 홍자(鴻慈), 자비심을 갖고 행하는 갖가지 수행이라는 말을 자비만행(慈悲萬行), 중생에게 자비하고 온갖 욕됨을 스스로 굳게 참는다는 말을 자비인욕(慈悲忍辱), 부모는 자녀에게 자애로워야 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성스러워야 함을 이르는 말을 부자자효(父慈子孝), 가문 하늘에 자애로운 비라는 뜻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구원을 받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한천자우(旱天慈雨),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뜻으로 아버지는 자식을 엄하게 다루고 어머니는 자식을 깊은 사랑으로 보살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엄부자모(嚴父慈母), 어진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고 또는 이를 측은히 여겨야 한다는 말을 인자은측(仁慈隱惻) 등에 쓰인다.
▶️ 烏(까마귀 오, 나라 이름 아)는 ❶상형문자로 乌(오)는 간자(簡字)이다. 까마귀는 몸이 검어서 눈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鳥(조; 새)의 눈 부분의 한 획을 생략한 글자이다. 따라서 鳥(조)部에 들 글자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내려온 관례에 의해 부수(部首)는 연화발(灬=火; 불꽃)部에 포함시키고 있다. 음(音)을 빌어 감탄사, 또 의문, 반어(反語)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烏자는 '까마귀'나 '탄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그러니 烏자에 쓰인 火(불 화)자는 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烏자와 鳥(새 조)자는 매우 비슷하게 그려져 있다. 다만 몸이 까만 까마귀는 눈동자가 잘 보이지 않기에 鳥자의 눈부분에 획을 하나 생략한 烏자는 '까마귀'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까마귀는 우두머리가 없다. 그래서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고 하면 질서가 없이 우왕좌왕하는 병졸들을 일컫는다. 그래서 烏(오, 아)는 ①까마귀 ②어찌 ③탄식(歎息)하는 소리 ④환호하는 소리 ⑤검다 ⑥탄식(歎息)하다, 그리고 ⓐ나라의 이름(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조사 어(於), 탄식할 오(於), 갈까마귀 아(鴉)이다. 용례로는 까마귀를 오아(烏鴉), 까마귀와 까치를 오작(烏鵲), 까마귀들이 모이는 것처럼 질서가 없이 모임을 오집(烏集), 까마귀들이 모이는 것처럼 질서가 없이 모임을 오합(烏合), 글자가 서로 닮아 틀리기 쉬운 일을 오언(烏焉), 어찌 있으랴 또는 사물이 아무 것도 없이 됨을 오유(烏有), 슬플 때 내는 감탄사를 오호(烏呼), 바탕이 단단하지 아니하고 빛이 검은 파리 광택의 바윗돌을 오석(烏石), 작고 검은 색을 띠는 대나무의 한 가지를 오죽(烏竹), 검붉은 빛의 구리를 오동(烏銅), 토란의 한 가지를 오파(烏播), 털이 온통 검은 닭을 오계(烏鷄), 검은 구슬을 오옥(烏玉), 털빛이 검은 소를 오우(烏牛), 검은 머리털을 오발(烏髮), 먹구름을 오운(烏雲), 눈이 가렵고 아프며 머리를 돌이키지 못하는 병을 오풍(烏風), 은혜 갚음할 줄 아는 새라는 뜻으로 까마귀를 달리 일컫는 말을 자오(慈烏), 태양을 달리 부르는 말을 직오(織烏), 태양의 딴 이름을 금오(金烏), 옛 중국에서 상서로운 동물로 친 흰 까마귀를 백오(白烏), 새벽녘에 울며 나는 까마귀를 서오(曙烏), 글자가 서로 닮아 틀리기 쉬운 일을 언오(焉烏), 까마귀가 모인 것 같은 무리라는 뜻으로 질서없이 어중이 떠중이가 모인 군중 또는 제각기 보잘것없는 수많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오합지졸(烏合之卒),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 다른 일과 때가 일치해 혐의를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을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가 새끼 적에 어미가 길러 준 은혜를 갚는 사사로운 애정이라는 뜻으로 자식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려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오조사정(烏鳥私情), 까마귀 얼굴에 따오기 같은 형상이란 뜻으로 주려서 매우 수척한 사람을 이르는 말을 오면곡형(烏面鵠形), 까마귀와 까치가 둥우리를 같이 쓴다는 뜻으로 서로 다른 무리가 함께 동거함을 이르는 말을 오작통소(烏鵲通巢), 거짓이 많아 처음에는 좋았다가 뒤에는 틀어지는 교제를 일컫는 말을 오집지교(烏集之交), 오는 해이고 토는 달을 뜻하는 데에서 세월이 빨리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오비토주(烏飛兔走), 날고 있는 까마귀가 모두 같은 빛깔이라는 뜻으로 모두 같은 무리 또는 피차 똑같다는 말을 오비일색(烏飛一色), 까마귀의 암컷과 수컷은 구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일의 시비를 판단하기 어려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오지자웅(烏之雌雄), 사랑이 지붕 위의 까마귀에까지 미친다는 뜻으로 사람을 사랑하면 그 집 지붕 위에 앉은 까마귀까지도 사랑스럽다는 말을 애급옥오(愛及屋烏), 사랑하는 사람의 집 지붕 위에 앉은 까마귀까지도 사랑한다는 뜻으로 지극한 애정을 이르는 말을 옥오지애(屋烏之愛) 등에 쓰인다.
▶️ 夜(밤 야, 고을 이름 액)는 ❶형성문자로 亱(야, 액)은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저녁 석(夕; 저녁)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亦(역, 야)의 생략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亦(역, 야)는 사람 몸의 양 겨드랑, 夜(야)는 하루를 사람의 몸에 비겨 그 옆구리에 달을 그린 모양으로 새벽녘을 이른다. 夕(석)은 月(월; 달)과 같다. 나중에 해질녘에서 새벽까지의 전체를 가리키게 되었는데 낮에 대하여 밤은 곁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❷회의문자로 夜자는 '밤'이나 '저녁 무렵', '한밤중'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夜자는 夕(저녁 석)자와 亦(또 역)자와 결합한 모습이다. 亦자는 사람의 겨드랑이에 점을 찍어놓은 모습을 그린 지사문자(指事文字)이다. 夜자는 이렇게 겨드랑이를 가리키고 있는 亦자에 夕자를 더한 것으로 깜깜한 '어두움'을 뜻하고 있다. 금문에 나온 夜자를 보면 사람의 겨드랑이에 夕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달빛조차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두움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夜(야, 액)는 성(姓)의 하나로 ①밤 ②저녁 무렵, 새벽녘 ③한밤중, 깊은 밤 ④침실 ⑤어두워지다 ⑥쉬다, 휴식하다 그리고 ⓐ고을의 이름(액) ⓑ진액, 즙(액)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밤 소(宵),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낮 주(晝)이다. 용례로는 밤중을 야반(夜半), 밤 사이를 야간(夜間), 밤중을 야중(夜中), 야광주 따위가 밤 또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 내는 빛을 야광(夜光), 밤중을 야분(夜分), 밤에 내리는 비를 야우(夜雨), 밤의 경치를 야경(夜景), 밤에 하는 싸움을 야전(夜戰), 밤에 곡함을 야곡(夜哭), 밤에 하는 일을 야근(夜勤), 낮과 밤을 주야(晝夜), 깊은 밤을 심야(深夜), 어떤 일을 하느라고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우는 것을 철야(徹夜), 한밤중을 반야(半夜), 깊은 밤을 중야(中夜), 가을 밤을 추야(秋夜), 새벽녘을 잔야(殘夜), 이슥한 밤을 모야(暮夜), 어젯밤을 전야(前夜), 야랑이 스스로 크다한다는 뜻으로 중국 한나라 때의 오랑캐 중에서 야랑국이 가장 세력이 강하여 오만 하였으므로 용렬하거나 우매한 무리 중에서 세력이 있어 잘난 체하고 뽐냄을 비유하는 말을 야랑자대(夜郞自大), 한밤중에 몰래 도망함을 일컫는 말을 야반도주(夜半逃走), 수놓은 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다는 뜻으로 공명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야행피수(夜行被繡), 밤에 시작하여 낮까지 계속함의 뜻으로 어떤 일을 밤낮으로 쉬지 않고 함의 일컫는 말을 야이계주(夜以繼晝), 밤에 세상을 밝혀 주는 밝은 달을 일컫는 말을 야광명월(夜光明月), 밤에 대문을 닫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세상이 태평하여 인심이 순박하다는 말을 야불폐문(夜不閉門), 밤에는 귀신 이야기를 안 한다는 말을 야부담귀(夜不談鬼), 캄캄한 밤길을 갈 때에 하얗게 보이는 것은 흔히 물이므로 조심해서 밟지 않도록 걸으라는 말을 야부답백(夜不踏白), 밤이 되어도 잠자는 것을 잊는다는 뜻으로 일에 열중함을 이르는 말을 야이망침(夜而忘寢), 밤비 소리를 들으면서 침상을 나란히 놓고 눕는 다는 뜻으로 형세나 친구 사이가 좋음을 이르는 말을 야우대상(夜雨對牀), 어두운 밤에는 예의를 갖추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야반무례(夜半無禮) 등에 쓰인다.
▶️ 啼(울 제)는 형성문자로 謕(제)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帝(제)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啼(제)는 ①울다 ②(새나 짐승이) 울부짖다 ③소리내어 울다 ④눈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서러워할 통(慟), 울 곡(哭), 울 읍(泣)이다. 용례로는 동물의 울음소리를 제성(啼聲), 우는 새 또는 새의 울음소리를 제조(啼鳥), 피를 토하며 욺을 제혈(啼血), 큰 소리로 욺을 제곡(啼哭), 소리를 높여 욺을 제읍(啼泣), 울려는 아이 뺨 치기라는 뜻으로 남이 핑계로 삼을 일을 하거나 또는 시끄러운 일이 생기려고 하는데 그 일이 더 빨리 터질 수 있게 충동한 경우를 이르는 말을 타욕제지아(打欲啼之兒),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름을 이르는 말을 소제양난(笑啼兩難)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