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어제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시장에서 사 온 쪽파를 다듬는다.
밭흙이 잔뜩 묻은 채소는 내가 더 잘 다듬는데도 내가 잠 든 사이에 아내가 거의 다 다듬었다.
아내는 보름 전에 충남 당진시 고대면 영전황토마을 '꽃섬농원'에서 보낸 고구마 가운데에서 10kg들이 박스 하나, 새로 담은 김장배추를 작은 팩/박스에 담아서 막내아들한테 내주었다.
막내아들은 시내에서 작은매형(나한테는 둘째사위)한테 전달한다고 자동차를 몰고 외출하였다.
아내는 '김장 배추를 주문했어요'라고 나한테 말했다.
'벌써?'
'미리 주문했어요. 나중에 올 거에요.'
김장철은 11월 중순 이후 하순 경이라야 가장 적절하다는 게 내 판단인데도 10월 말에 벌써 주문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전 직장에 다닐 때에는 12월 10일 이후에나 김장했다. 월급이 매달 10일에 나오기에 봉급을 탄 뒤에서야 늦은 김장을 하던 아내였다.
퇴직한 지도 벌써 10년도 더 된 지금에는 예전과 달리 김장 채소 재료를 조금만 사 오고, 또 만들어도 별로 먹지도 않는다.
아내는 겉절이 위주로 먹고, 나는 오래동안 발효되어서 맛이 시어꼬부라진 것만을 먹는다.
오늘 외출하지 못해서 마음이 조금은 울적해 하는데 아내는 단감과 외국 과일 키위를 내밀었다.
껍질을 까서, 과도로 잘게 썰었는데도 나한테는 식감이 물렁거리고 물컹거릴 뿐 고유의 맛이 없다. 재래종 감맛을 고집하는 나한테는 개량종 단감은 별로이다. '안 먹는 것보다는 먹는 게 낫다'는 식으로 그냥 먹었다.
예전 시골집 바깥마당 가생에 있던 두 아름드리 감나무가 생각난다.
이제는 이런 거목형 큰 감나무는 모두 사라졌고, 나무 굵기가 작고, 가지 높이가 낮은 감나무가 주종이며, 감은 크기만 하고, 맛이 무덤덤한 것들이나 시장에 나온다.
또 맛이 없는 이유이다. 설익은 감을 미리 따서 탄닌성분을 없애는 화학약품 가공처리해서 빨리 익게끔 한 것일까. 감 고유의 맛이 거의 없다.
내 마음은 시골에 가 있다.
서해안 산골마을의 구석에 있는 낡은 함석집.
안마당, 바깥마당에 내다놓은 화분 속의 화초들은 어찌 되었을까 걱정이다.
벌써 냉해를 입어서 얼어 죽은 화초도 있을 게다.
11월 10일 시사(시향)에 참가하려고 며칠이라도 미리 내려가야겠다. 11월 초순 경에나 추위에 약한 다육식물들을 들여다 볼 게다. 그동안 이들은 얼마나 힘들어 할까.
시골 다녀온 지도 벌써 한 달이 훨씬 더 넘었다.
그간 시골집에 다녀온다는 생각/계획이 자꾸만 뒤로 미뤄진 탓이다. 그만큼 내 걱정도 늘어났고...
추우니까 예전 시골집에서 살던 때가 생각이 난다.
한지 문종이로 바른 방문, 낡은 함석지붕 등은 보온이 덜 된 탓으로 위풍이 세어서 방안에서는등허리가 서늘하였다.
경유 보일러를 켜서 방바닥은 뜨끈뜨끈해도 방안에는 늘 냉기가 서렸다.
어머니는 바깥사랑방 아궁이에 장작을 궤어놓고는 불 땐 뒤에 숯덩어리를 부삽으로 떠서 쇠화로에 담았다.
쇠화로를 들여다놓은 방안에서는 숯 타는 냄새가 매케하게 났으며, 재가 다시 타는 냄새와 연기도 함께 번졌다.
화로 속 잿불에 작은 고구마, 북감자(가을철 감자)를 넣어서 익혔다. 검정 숯이 잔뜩 묻은 고구마, 북감자 껍질을 벗기면서, 뜨거워서 입김으로 호호 불면서 먹던 생각도 난다.
나는 늦가을이 시작되는 요즘의 날씨에 맥을 못 춘다.
나이 드니까 추위를 더 타나 보다.
시골에서 산다면야 이런 날씨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서울 아파트에서 살자니 몸도 마음도 무척이나 약해졌다.
텃밭에서 일하면 추위가 가시기에...
2018. 10. 27. 토요일.
고구마.
큰딸네, 작은딸네에 한 박스씩 나눠주었고, 큰아들은 나중에 가져간다기에 아파트 도어 쪽에 놔 두었다.
나는 두 박스가 남기에 오늘은 아파트 현관 보일러 창고 안으로 옮겼다. 그 곳이 따뜻하니까.
올 늦가을 겨울철에는 고구마를 아껴 먹어야 할 듯 싶다.
내가 고구마를 추가로 구입하려고 했더니만 아내는 '막내오라버니가 택배 보낼지 몰라요' 하면서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전남 동광양시에서 매실농사를 짓는 처남이 지난해에는 몇 박스로 택배보냈기에.
그런데 왜 올해는 소식이 없지? 아내는 친정오라버니한테 전화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별 수 없다. 올해는 아껴 먹을 수밖에.
'꽃섬농원'에서 선물한 허브식물 차이브. 8개가 화분 속에서도 싱싱하다.
겨우내 잘 키운 뒤에 내년 봄에는 시골 텃밭에 옮겨 심어야겠다.
햇볕 쏘이고, 비 맞고, 바람 맞고, 수분이 잘 빠지는 흙이라야 식물은 잘 자랄 터.
벌써부터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아파트 거실에서 들깨잎을 다듬는 아내가 말했다.
'이게 8천 원어치어요.'
'싸네, 농사 지으려면 얼마나 힘이 드는데...'
서울 송파구 잠실 재래시장에서 푸성귀 반찬거리를 사 오는 아내는 도시소비자이다.
나한테는 시골에서 올라온 푸성귀는 모두가 소중하다.
농사꾼은 흙에서 직접 채소를 가꾸고, 이를 수집하는 유통업자도 있고, 이를 최종적으로 파는 소상인이 있다.
하나의 농작물은 여러 단계를 거쳐서 최종적으로는 도시 소비자한테 온다. 모든 움직임 하나하나가 다 생산비, 유통비, 판매비용이기 마련이다.
최초로 1차 생산자인 농사꾼한테는 얼마쯤의 수익이 남을까?
아무래도 가장 적은 수익을 올릴 게다. 가장 힘이 들게 일했는데도...
우리 농작물이 제값을 받았으면 싶다.
그래야만 더 나은 영농기술로, 질이 더 나은 농작물을 생산, 유토, 판매할 수 있기에.
2018. 10. 28. 일요일.
첫댓글 여기 시골 할매할배들 농사한 수익은 고스란히 병원에 가져다주더라고요^ ^,
노인 병원비는 도시나 지방이나 엇비슷할 겁니다.
그래도 호미 들고는 풀 매는 게 하나의 치료가 될 겁니다.
정신건강에도 좋고요.
해외에서 대량 수입해서 유통시키는 정책이 잘못된 것이지요.
예전 전두환 대통령시절... 외국에서 쌀, 말린 고추를 대량 수입해서... 처치곤란하니까 공무원한테 강제로 팔대요.
저는 시골에서 쌀 갖다 먹는데도 활당된 쌀을.. 고추를... 정말로 나쁜... ...
지금도 마찬가지... 수입쌀이 아마도 거의 500만 섬을 넘을 겁니다.
공산품을 파는 대신에 수입해야 하는... 농촌현실이 답답하지요.
중간상인들 좋은일만 시키죠
밭떼기로 팔아도 어차피 중간상인에게 파는 격이니 비싸게 판다해도 싼편이에 속한다 생각해야지요
그래서 농사는 잘 짓는 것보다는 잘 파는 게 더 중요하지요.
중간상인의 유통 마진을 줄이는 방법을 더 모색해야겠지요.
또 중간상인도 하나의 영업이기에... 세금도 내야하고, 가족을 먹여야 하고...
공정한 게임이었으면 합니다.
생산자, 유통자, 판매상, 소비자 등 모두가 만족하는 그런 가격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