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백 · 저지방식품, 겨울철 제 맛
알과 내장, 눈알까지 버릴 것 없어
농림수산식품부는 나를 ‘11월의 웰빙 수산물’로 선정했습니다. 고단백ㆍ저지방ㆍ저칼로리 식품이라는 것이 높은 평점을 받은 요인이라고 들었습니다. 물론 요즘이 내 철이라는 사실도 높이 평가됐을 것 같아요. 나의 산란기인 11월∼2월은 맛ㆍ영양의 절정기이며 봄이 되면 기름기가 쏙 빠져 맛이 떨어집니다. 나는 흰살 생선입니다. 흰살답게 지방 함량(100g당 0.5g)이 낮아 맛이 담백해요. 글리신ㆍ글루탐산 등 아미노산과 이노신산이 풍부해 시원한 맛도 납니다. 그래서 생선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도 별 거부감 없이 섭취해요. 이유식ㆍ환자식ㆍ노인식으로도 그만입니다.나는 수분 함량이 높아 단백질이 적게 들었을 것으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지만 고단백 식품입니다. 필수 아미노산, 특히 한국인의 주식인 쌀에 부족한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합니다. 동맥경화 예방ㆍ피로 회복ㆍ시력 증강ㆍ간 기능 강화를 돕는 타우린도 많이 들어 있어요. 하지만 여느 흰살 생선처럼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요. 100g당 열량이 80㎉로 같은 무게의 명태(80㎉)나 단감(83㎉) 수준입니다. 일반적으로 나를 횟감으로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넙치ㆍ도미 등과는 달리 살이 부드럽고 잘 상하기 때문이에요. 대신 탕ㆍ뽈찜ㆍ목살찜ㆍ소금구이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됩니다. 예부터 나를 주재료로 하여 만든 탕은 애주가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습니다. 맛이 시원해서 술 마신 다음날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숙취 해소에 유익하다고 여겨서입니다. 과거엔 젖이 부족한 산모에게도 나를 재료로 한 탕국을 먹였습니다. 뽈찜ㆍ뽈탕은 내 대가리를 이용한 음식입니다. 내 대가리엔 콜라겐ㆍ젤라틴이 풍부해 맛이 쫀득합니다. 한방에선 콜라겐을 관절 건강에 이로운 성분으로 치지요. 내장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탕요리를 할 때 대개는 내장을 넣습니다. 단 배를 가를 때 쓸개를 터뜨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나는 젓갈의 재료로도 유용합니다. 아가미젓ㆍ알젓ㆍ내장젓ㆍ고니젓 등은 예부터 즐겨온 발효식품입니다. 가급적 나를 생으로 조리에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관이 불가피하다면 한 토막씩 랩으로 싸서 냉동실에 넣어 두세요. 냉동 보관한 것도 가능한 1주일 이내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냉동 기간이 길어지면 근육에서 수분이 빠져나오는 스펀지 현상이 일어나 맛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나는 배 부분을 눌렀을 때 탄력이 있는 것이 양질입니다. 몸통에서 푸른빛이 돌며 아가미가 선홍색인 것을 선택하세요. 외양도 머리부터 꼬리까지 반듯한 것이 좋습니다. 비린내가 심하게 나거나 어두운 적갈색을 띤 것은 잡힌 지 오래된 것이기 십상입니다. 나는 버릴 것이 거의 없습니다. 눈알은 영양가가 높고 맛이 뛰어나 고급 요리의 재료로 사용됩니다. 알과 간도 유용해요. 명란젓(원래는 명태 알로 만든다)의 원료이기도 한 내 알엔 비타민 E가 풍부합니다. 간엔 살과는 달리 지방이 많습니다. 내 간에서 추출한 간유(肝油 )는 영양제로 요긴하게 쓰입니다. 눈 건강에 이로운 비타민 A, 칼슘의 흡수를 돕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비타민 D가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대구(大口)입니다. 입이 크다는 뜻이죠. ‘동의보감’에선 구어(口魚)로 통합니다. “구어는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짜며 독이 없고 기(氣)를 보(補)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입이 크니 자연히 머리도 클 수밖에요. 그래서 별명이 대두어(大頭魚)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