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백서른여섯 번째
하찮은 것들이 지구를 지키고 있답니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이상 버틸 수 없다고 경고했었습니다. 인공수정으로 과수원이 유지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세계 농작물의 35%와 야생식물의 80%가 곤충의 꽃가루받이에 의존한답니다. 그러니 아인슈타인의 경고는 괜한 소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꿀벌을 포함해 많은 곤충들의 개체수가 줄고 있답니다. 이상기후로 지금 지구가 겪고 있는 실상은 만병의 원인이라는 우리 몸의 감기몸살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감기몸살이 오한과 발열을 동반하듯이 지금 지구가 오한과 발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연환경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경고신호라는 겁니다. 벌초 때가 되면 말벌 피해로 인해 말벌을 박멸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정작 생태계는 그런 편견으로 인해 균형을 잃어가고 있답니다. 꿀벌이 꽃가루받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듯이 질병과 병충해 전파를 막아주는 등 생태계 기능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얻는 생태계 서비스를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이랍니다. 10여 년 전 충남 홍성의 생물다양성 농법으로 농사 짓는 농가 현장을 소개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쌀은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만든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있어 유기토양이 가능하고, 해충을 잡아먹는 수많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어주기에 그들이 농사를 짓는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지구상에 수많은 곤충과 거미들이 살고 있지만 하찮고 성가시기만 한 벌레가 실은 생태계의 기초를 이루고 있답니다. 세상은 크고 힘 센 것들에 의해 유지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돌아보지도 않는, 오히려 귀찮고 불결하다고 생각해 박멸하자고 하는 미천한(?) 것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자이나교가 불살생계不殺生戒를 지켜오고 있는 깊은 뜻을 이제야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