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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제작된 영화이다. 러시아 연방의 니키타 미할코프가 감독하고, 올렉 멘시코프(Олег Меньшиков)와 줄리아 오몬드(Julia Ormond)가 주연을 맡았다. 러시아 제국의 알렉산드르 3세(Александр Ⅲ) 치하인 1885년을 배경으로 황실사관학교의 사관생도 안드레이 톨스토이(Андрей Толстой)와 미국인 로비스트 제인 캘러한(Jane Callahan)의 사랑과 엇갈린 운명을 그린 작품으로, 원제는 '시베리아의 이발사(Сибирский цирюльник, The Barber of Siberia)'이다.
영화는 1905년 한 여인이 미국 군사 훈련에 참가 중인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낭독과 함께 과거로 돌아가면서 시작된다. 1885년 러시아에서 친구들과 함께 기차에 탄 사관생도 안드레이는 1등칸에 있던 미모의 미국인 제인을 만나 첫 눈에 반하고, 제인 또한 안드레이의 순수함에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사실 제인은 '시베리아의 이발사'라는 벌목기계를 러시아 정부에 팔기 위해 고용된 로비스트였다.
제인은 임무 수행을 위해 황제의 최측근이자 황실사관학교의 교장인 레들로프(Radlov) 장군을 유혹하고자 황실사관학교를 찾게 되었는데, 이때 안드레이와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제인의 미모에 마음을 빼앗긴 래들로프 장군은 제인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고, 이를 지켜보는 안드레이는 질투를 느끼며 제인과 갈등을 빚는다. 래들로프 장군이 제인에게 청혼을 하는 날, 그의 연서를 대신 읽어 내려가던 안드레이는 장군의 앞에서 제인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제인도 안드레이를 사랑했지만, 임무 완수를 위해 래들로프 장군에게 안드레이의 고백을 그의 철없는 행동일 뿐이라고 둘러댄다.
황제사관학교의 생도들이 오페라 공연을 하는 날, 주연을 맡은 안드레이는 제인과 나란히 앉아 귓속말을 주고 받는 래들로프 장군을 목격하게 되고, 이내 질투심에 사로잡혀 공연 중 첼로 활로 장군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안드레이의 행동은 황제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로 잘못 받아들여지고, 황제 살인미수라는 엄청난 죄명을 쓰게 된 안드레이는 시베리아유형을 언도받는다.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제인은 안드레이를 다시 만나기 위해 시베리아를 찾지만, 안드레이가 유형지에서 가정을 꾸렸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에 실망한 제인은 시베리아를 떠나고, 안드레이는 우연히 제인이 떠나는 모습을 목격하지만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본다. 영화는 제인이 편지를 보낸 그녀의 아들이 안드레이와의 사이에서 얻은 자식임이 밝혀지며 끝이 난다.
1999년 칸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이후 전반적 침체기를 겪고 있던 러시아 연방에서 전국민적 인기를 얻으며 흥행하였다.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의 10년 여에 걸친 구상과 준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나이와 국경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전통과 문화, 민족성, 러시아 제국 말기의 시대상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Сибирский цирюльник/시베리아의 이발사 - 제정 러시아 사관임관식 장면설명www.youtube.com
<감상>
영화는 시베리아 횡단철도(1891~1916)가 초기에 건설되던 시점에서 그 이야기가 전개되며, 러시아 사관생도생과 미국 여인의 국경을 초월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한, 이들 사이의 관계에 다양한 인물들이 개입하여 삼각관계를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더해준다(폴리엡스키-톨스토이-제인, 레돌로프-톨스토이-제인, 그리고 두냐샤-톨스토이-제인 등).
1905년의 제인이 자신과 톨스토이 사이의 아들에게 그 둘의 과거 사랑 이야기를 편지로 적어 들려주는 액자 형식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초기의 앤드류가 끝끝내 ‘I don’t give a shit about Mozart’를 외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감독의 의도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이 장면을 굳이 보여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마지막에 앤드류와 톨스토이가 뛰어가는 장면이 평행 편집(parallel cutting) 되는 것을 통해 앤드류가 톨스토이와 제인 사이에서의 아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감독은 이를 통해 이들이 서로에게 꽂혀 다소 고집스럽게 사랑하는 모습, 혹은 톨스토이의 용감한 특성을 아들이 닮았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에서 기차는 주인공인 톨스토이의 행복과 시련이 동시에 나타나는 장소적 배경이다. 톨스토이는 기차 안에서 처음 제인과 만나 사랑에 빠졌으며, 또, 마지막에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로 유배를 가게 된다. 서로 다른 국적의 남녀가 기차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낭만적인 장치는 유럽의 기차 안에서 프랑스 여자와 미국 남자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인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생각나게 한다.
톨스토이만을 그리워하며 10년을 기다린 제인의 모습을 통해 나는 이와 같은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현대 사회의 넘치는 가벼운 사랑들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제인이 앤드류에게 쓰는 편지 내용을 내레이션 하는 중에 이런 말을 한다. ‘이 특이한 나라에서는 모든 게 극단적이야, 옷 벗고 빙판에서 죽도록 싸우고 피멍 든 눈으로 서로를 용서하고...’ 이 말이 러시아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 같다. 그들의 역사, 문화, 특히 그들의 민족성을. 이러한 점이 러시아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의 제목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Barber of Siberia’는 극 중에서 벌목 기계와 톨스토이가 나중에 시베리아로 유배가게 되어 직업으로서 갖게 되는 이발사를 나타내며 이중성을 가진다.
남자주인공인 올렉 멘시코프는 이 영화의 감독인 니키타 미할코프의 다른 영화 '위선의 태양'에서 처음 보았다. 전형적인 흑발의 슬라브 미남이며 약간의 퇴폐미를 보인다. '위선의 태양'에서 이중적이며 젠틀한 스파이 역할을 했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순수하며 젠틀한 사관생도 역할을 연기하였다. 공통적인 젠틀함은 이 배우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여주인 줄리아 오몬드는 극 중에서 보이는 미국의 고풍스러운 여인과 정말 잘 어울렸다. 미국 악센트를 구사하며 옛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정말이지 매력적이었다.
약 3시간의 상영시간이었지만 지겨울 틈 없이 재밌게 보았다. 다만, 새드 엔딩이라는 점과 남녀 두 주인공의 데이트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점(기차에서 처음 만나 같이 샴페인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뿐이다..)이 아쉬웠다('대룬"의 blog).
💌 아래 URL은 두시간 반이 넘는 분량의 전체 영화 영상입니다.
https://youtu.be/Oe8N2KnlBi4
러브오브시베리아 The Barber.of.Siberia아름다운 시베리아를 배경으로하는 사랑이야기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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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The Barber Of Siberia"
시간 날때 다시한번 훒어 봐야 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잘보고 갑니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