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정규직 17명이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삼성그룹과 노동계의 일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삼성그룹 계열사 소속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직화를 시도했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부칙에 있는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금지' 조항 때문이다.
삼성그룹에는 (주)에스원·삼성생명(주)·삼성증권(주) 등 계열사 7곳에 노조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사업장에서는 기업별 차원의 노조설립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는 복수노조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 초기업단위노조다.
별도의 노조 설립 절차가 필요없을 뿐만 아니라 개별가입만으로도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금속노조가 삼성SDI 정규직의 노조가입을 계기로 삼성그룹 조직화의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삼성SDI 정규직의 금속노조 가입이 삼성그룹 조직화라는 측면에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삼성SDI 정규직은 고용불안을 호소하며 금속노조에 가입했다"며 "고용불안이 해소된 이후 노조활동의 지속성은 담보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조직화 시도 이후에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보이지 않는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던 과장급 관리자들이 만든 '삼성의 잘못된 역사를 바꾸는 사람들의 모임'은 삼성그룹의 지속적인 '회유작업'으로 노조활동을 사실상 중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삼성SDI 노동자의 노조 가입을 계기로 삼성그룹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