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의 공동체 차원” 연구 컨퍼런스
바티칸
성덕, 윤리적 완벽이 아니라 관계의 역동성
“성덕의 공동체 차원” 연구 컨퍼런스가 11월 13-16일 교황청 시성부 주최로 로마 아우구스티노 대학에서 열렸다. 교황청 시성부 장관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은 교회를 성덕이 꽃피는 자리로 바라보자고 초대했다. 드 멘돈사 추기경은 “하느님의 성덕은 우리에게 사랑과 이해, 화해와 평화를 요구한다”며 “전쟁은 이와 정반대”라고 말했다.
Antonella Palermo
성덕은 윤리적 삶의 완벽을 정적으로 추구하는 게 아니라 역동적 관계, 곧 하느님의 생명 자체를 ‘만지는’ 체험이다. 교황청 문화교육부 장관 조제 톨렌티누 드 멘돈사 추기경이 11월 13일 교황청 시성부 주최로 로마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대학에서 3일간 열리는 “성덕의 공동체 차원” 연구 컨퍼런스 개막 연설에서 이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세메라로 추기경 “성덕은 우정을 낳습니다”
교황청 홍보부 편집국 부국장 알레산드로 지소티 박사가 사회를 맡은 이날 오후 회의는 교황청 시성부 장관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이 막을 열었다. 세메라로 추기경은 올해 모임에서 채택한 관점, 곧 ‘교회를 성덕이 꽃피는 자리로 바라보기’라는 관점의 취지를 설명했다. 세메라로 추기경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세 작가인 루스페의 성 풀젠시오가 남긴 말이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으며, 서로 떨어지게 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고 말했죠. 이는 성덕에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이는 시노드에서 나온 관점과 매우 흡사하다. 실제로 세메라로 추기경은 ‘함께 걷는다’는 뜻의 ‘시노드’가 ‘한 곳으로 수렴하는 것’, 이를테면 같은 문턱에 서서 그리스도와 혼인의 결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메라로 추기경은 가정이 성덕을 가꿔나가는 특권적인 자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최근 폴란드에서 울마 가족 전체(요제프 울마와 위크토리아 울마 부부 그리고 그들의 일곱 자녀)가 복자품에 올랐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혼인의 은총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성경이 보존돼 있는 것을 봤는데, 그 성경에는 그들이 남긴 메모도 여전히 남겨져 있습니다.” 세메라로 추기경은 스페인에서 교회학자 아빌라의 성 요한의 생가를 방문했을 때 겪었던 놀라운 일을 반갑게 떠올렸다.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성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등 여러 성인들의 상본이 그곳에 모셔져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 일고여덟 분의 성인들이 계셨죠. 그분들은 모두 친구처럼 거기 계셨습니다. 성덕은 우정을 낳습니다.”
드 멘돈사 추기경 “성덕은 윤리적 완벽을 정적으로 추구하지 않습니다”
포르투갈 출신 톨렌티누 드 멘돈사 추기경은 연설에서 “토라 전체의 초석”으로 간주되는 레위기 19장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너희는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기 때문이다”(레위 19,2 참조)라는 구절을 살피며 성덕의 보편적 특징을 강조했다. 또한 성덕이 윤리적 행동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주목하면서, 성덕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유일하게 “의례” 차원으로 국한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드 멘돈사 추기경은 신비의 원리 안에서 하느님 당신의 신비를 드러내는 것이 하느님께서 요구하시는 바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여기에 성덕의 핵심이 있다. “성덕은 정적인 윤리적 완벽함이 아니라 자유로운 관계의 역동성입니다. 성덕은 단순히 ‘좋은 사람이 되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성덕을 향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전 세계적인 반향과 관련됩니다.” 레위기의 원문 말씀을 자세히 뜯어보면 ‘너’ 다음에 ‘나’가 온다.
드 멘돈사 추기경은 하느님의 성덕이 무관심이나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아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성덕은 타자와 관계라는 범주로 표현됩니다. 거룩하다는 개념은 신성이 인성 안으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성덕은 확장됩니다.” 드 멘돈사 추기경은 성덕이 이념이 아니라 친밀함과 침묵의 차원, 심지어 인간 실존에 깃든 부조리까지도 아우른다며, 하느님의 생명 자체를 ‘만지는’ 체험이라고 강조했다. “성덕은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이루신 변화를 살아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믿음은 쓸모없는 갈망에 불과하게 됩니다.”
전쟁은 성덕과 정반대입니다
드 멘돈사 추기경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으로 고통스러운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어떻게 성덕에 대해 말할 수 있는지 언급했다.
“성덕은 있는 그대로의 하느님의 현존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라는 하느님의 제안입니다. 성덕은 하느님의 본성과 다르지 않습니다. 성덕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당신의 신비입니다. 예를 들어 레위기에서 성덕에 대한 이러한 초대가 단순히 사제들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 곧 보잘것없는 이들이나 훌륭한 이들, 남자나 여자 등 모든 이에게 어떻게 주어졌는지 살펴본다면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초월의 신비를 고집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성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성덕이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사랑과 정의, 연대와 사회적 우애와의 구체적인 동맹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전쟁은 성덕과 정반대”다. “하느님의 성덕은 우리에게 사랑과 이해, 화해와 평화를 요구합니다.” 드 멘돈사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초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덕을 실천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 이런 상황에서 기도해야 합니다. 교황님처럼 우리도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충분히 말해야 하고, 만남과 대화의 길을 통해 우리 자신을 진정으로 하느님의 모상으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시는 영혼을 준비시킵니다
시인이기도 한 추기경과 대화하고 있는 자리인 만큼, 과연 시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주변에서 성덕을 발견하고 성덕의 길로 나아가게끔 감각을 예리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는지와 관련해 드 멘돈사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신비가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칩니다. 신비가들이 시적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시는 우리 영혼이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들이고 그 계시를 내면 깊숙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시켜 줍니다.”
번역 이창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