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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일본유학생)
여시들 나는 지금 시청광장이야
내일이면 이태원참사 100일인데..
광화문 광장 불허되고 오늘 추모대회도 시청광장에서 간신히 열렸어
유가족들의 호소에 가슴이 먹먹해져서 올려..
혹시 안되면 말해줘
제 목
[보도자료] 02/04(토)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개최
날 짜
2023. 02. 04. (총 5 쪽)
보 도 자 료
“그날의 진실, 우리가 찾겠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개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대통령 공식사과! 행안부장관 파면!
사전행진: 2월 4일(토) 오전 11시, 합동분향소(녹사평역) 출발
시민추모대회: 2월 4일(토) 오후 2시, 광화문 세종대로 북단
※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과 소중한 이들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상자들의 쾌유를 비롯해 참혹한 상황을 지켜봐야 했을 동료시민들의 회복을 기원합니다.
[추모대회 촬영에 대해 알립니다]
추모대회 현장에서 일반인과 유가족 간 구분이 어려울 수 있어 유가족 및 지인 분들의 얼굴에 대해 별도 모자이크 처리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추모대회 중 희생자들을 기리는 영상 재생 시, 영상 내 희생자 분들의 얼굴에 대해서도 별도 모자이크 처리는 요청드리지 않습니다.
다만 유가족 및 지인분들에 대하여 개인 식별을 확연히 할 수 있을 만큼의 클로즈업 또는 과도한 줌인(zoom-in) 촬영은 자제 요청드립니다.
영상, 사진 촬영 및 인터뷰 시 인터넷에 게재되는 건에 대해서는 댓글작성 못하도록 댓글창 닫아주시기 바랍니다.
추모대회가 희생자들을 기리고 기억하는 온전한 추모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내일 2월 5일은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참사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도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100일간 부단히도 움직여왔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들 앞에서 유가족들은 오열하며 쓰러지기도 했고, 아무 일도 아닌냥 거드름 피우는 공직자들의 뻔뻔한 작태에 분노로 다투기도 여러 차례였습니다. 야속한 시간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어느덧 10월 29일 그날의 이태원으로부터 100일을 맞이합니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없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뿔뿔히 흩어져 스스로 장례를 치렀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유가족들도 없고, 희생자들도 없는 분향소에서 분향했습니다. 유가족들의 뜻은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일주일의 애도기간을 지정하고, 진상규명의 요구와 추모의 목소리를 침묵시켰습니다. 책임자들은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희생자를 사망자로, 근조리본은 거꾸로 달라고 했습니다. 희생자들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묻기는커녕 “왜 놀러갔냐”는 2차 가해를 묵인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159번째 희생자가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마땅히 책임져야 할 자들은 유가족들이 무릎꿇고 눈물로 호소해서 얻어낸 국정조사 자리에서조차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국정조사는 결과보고서 채택이라는 작은 성과가 있었지만 부실한 자료제출과 거짓말, 정쟁으로 얼룩졌고 특수본의 수사는 꼬리자르기, 윗선 감추기로 종결되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만 유가족과 시민들은 참사 100일을 맞아 더 힘을 내보고자 합니다. 하지만 당장 100일 추모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서울시에 광장사용 협조를 요청했지만 갖은 핑계를 대며 최종 불허했습니다. 서울시의 광장사용 불허를 강력히 규탄하며 그들이 아무리 이태원참사를 지우고, 감추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애도와 추모를 막으려해도 유가족과 시민들은 더 단단히 만나고, 연결될 것임을 밝힙니다.
아무리 159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일을 방해한다더라도 우리는 마땅히 밝혀져야할 진실을 규명하라고 외치려 합니다. 국정조사와 특수본에서 밝히지 못한 것들을 명명백백히 규명하기 위해 독립적 조사기구를 설치하라 외치고, 당연히 책임져야할 행안부장관의 파면을 외치고, 당연히 고개숙여야할 대통령의 진심담긴 사과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2/4(토) 오후2시부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개최하여 그날의 진실, 우리가 찾겠다고 다짐하고자 합니다.
이날 행사는 당일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광장의 ‘시민분향소’에서 행진으로 시작됩니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분향소를 출발하여 삼각지역 12번 출구 ~ 서울역 12번 출구 ~ 시청역 5번출구 등의 거점을 거쳐 추모대회장소인 광화문 북광장에 1시 30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각 행진 거점마다 합류하는 시민들과 함께 작은 애도의 시간도 가질 예정입니다.
본 행사인 추모대회는 녹사평 시민분향소에서 출발한 유가족과 시민들의 행진대오가 입장한 이후 2시 정각에 여는 공연과 추모묵념으로 시작됩니다. 이어 유가족과 희생자 친구의 발언, 원내·원외정당대표자들의 발언, 추모영상, 100일 성명 낭독 등을 통해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과 생존피해자를 위로하며 나아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밝힐 예정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줄 것을 호소드립니다.
※ 추모대회 참가자 안내
행진에 참여하고자 하는 시민들은 10시 50분(11시 출발)까지 녹사평역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로 와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이동이 불편하신 분은 중간지점(삼각지역 12번 출구, 서울역 12번 출구, 시청역 5번 출구)에서 합류하셔도 좋습니다. 중간 합류지점엔 담당자가 대기하고 있을 예정입니다.
추모를 위한 복장으로 참석해 주시고 깃발을 지참하시는 경우 검은리본을 달아 도로 양쪽 가장자리에서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추위에 대비해 깔개, 핫팩, 장갑 등 방한용품을 별도로 지참해 주시고, 주최측 공식 유튜브 생중계는 없습니다.
100일 추모영상 제작을 위한 모금에 함께해주세요. www.bit.ly/rememberus1029
100일 추모대회 추진위원 가입으로 함께해주세요.
▣ 사전행진
행진 구간 별로 대통령 공식 사과의 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의 길, 독립적 진상조사의 길, 행안부장관 파면의 길로 정하고 그에 따른 구호를 외치며 진실을 찾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다짐을 되새깁니다.
1구간 녹사평 분향소 ~ 삼각지역 : 대통령 공식 사과의 길
2구간 삼각지역 ~ 서울역 : 재발방지 대책 마련의 길
3구간 서울역 ~ 시청역 : 독립적 진상조사의 길
4구간 시청역 ~ 광화문 북광장 : 행안부장관 파면의 길
▣ 개요
제목 : “그날의 진실, 우리가 찾겠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일시/장소 : 2023년 2월 4일(토) 오후 2시 / 광화문 북광장(세종대로 북단)
주관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프로그램 (붙임자료1 참고)
문의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 붙임자료1. 100일 시민추모대회 순서 및 출연자
▣ 붙임자료2. 희생자 이재현 님 어머니 발언문
▣ 붙임자료3. 희생자 메이 님, 티샤 님의 친구 카린 님 발언문
▣ 붙임자료4. 희생자 조경철 님 어머니 박미화 님 발언문
▣ 붙임자료5. 희생자 유연주 님 언니 유정님 발언문
▣ 붙임자료6. 100일 시민추모대회 시민성명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 붙임자료1.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행사 프로그램
사회 : 장유진 10.29 이태원 참사 청년추모행동
* 순서는 상황에 따라 일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사전행진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 대통령집무실 앞 ~ 서울역 ~ 시청역 ~ 광화문광장
여는 공연
종합예술단 봄날 (곡 : 바람이 분다 / 부치지 않은 편지)
개회
추모 묵념
유가족과 친구 발언
-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부대표님 (희생자 이주영님 아버지)
- 희생자 이재현님 어머니
- 외국인 희생자 메이님(일본) 친구 카린
추모영상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1
원내정당발언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이정미 정의당 대표
-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추모영상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2
원외정당발언
- 나도원 노동당 대표
- 김예원 녹색당 대표
-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영상
100일을 돌아봅니다
추모공연
가수 리아 (곡 : 엄마 아빠에게 / 투쟁가 )
시민성명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성명] - 시민대책회의 대표 5인
추모공연
평화의 나무 합창단 (곡 : 인간의 노래 / 그날이 오면)
유가족 발언
유가족 전체 무대 위로
- 조경철님 어머니 박미화님
- 유연주님 언니 유정님
-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님 (희생자 이지한님 아버지)
마무리
▣ 붙임자료2. 희생자 이재현 님 어머니 발언문
안녕하세요 저는 159번째 희생자 이재현 학생의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는 16살 고등학교1학년 남학생입니다. 여는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지금껏 아이를 키워오면서, 크고 작은 병치레나 사고들을 겪으며 지내왔었습니다.
한번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 쯤이었는데 바이러스성 장염을 심하게 앓았더랬습니다. 밤낮으로 구토에 설사를 반복했었지요.그럴때 전 재현이 눈을 바라보고 손을 잡고 재현아 우리 재현이가 멋진 형아가 되려면 이런 병들을 한번씩 앓아야해 지금 우리 애기 많이 아프지만, 엄마가 주는 약이랑 밥 잘먹으면 틀림없이 다 나을수있어
‘엄마랑 재현이랑 힘 합치면 우리 꼭 이겨낼수있어’ 이렇게 전 말을 했었습니다. 그럼 재현이는 눈물 가득한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제 품에 꼭안겼습니다. 이렇게 전 재현이와 함께 크고 작은 여러 일들을 어른이 되어가기 위한 성장통이라 여기면서 서로 함께 겪어내왔습니다.
10월29일, 밤 11시가 훌쩍 넘어, 재현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나 너무 아파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어 친구들이 보이질않아” 하며 울먹이는 목소리였습니다. 그렇게 그날 재현이의 소중한 두 친구는 허망하게 하늘로 갔습니다.
그날 이후 재현이는 예전과는 다른 아이가 되어버렸습니다. 확연히 줄어들어버린 말수에 잠 들기가 어렵다며 한번도 안먹어본 수면제를 제게 달라했습니다.
하루는 울먹이며 제게 말했습니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싶어, 이제 난 내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할수있는 사람이 하나두 없어, 나만 살아남은게 너무 미안해.. 달리는 차에 뛰어들어가든 어떻게든해서 죽고싶은데 무서워서 못하는 내가 너무 싫어....”
이 잠깐의 대화가.... 10 29참사이후 43일간 재현이가 제게 자기 생각을 말한 유일한 대화였던 것 같습니다.
참사이후 재현이앞에는 그 깊이도 높이도 가늠할수 없는 벽이 놓여져있는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아무리 벽 넘어있는 재현이를 향해서 ‘엄마 좀 봐 재현아 엄마 여기있어.. 엄마는 재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수있어.. 우리 같이 힘 합치면 어렵더라도 이 위기도 겪어낼수있어.. 엄만 널 너무 사랑해 재현아 엄마 좀 봐....’ 아무리 외쳐도 재현이의 눈은 어딘지 모를 다른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재현이는 제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먼길을 떠났습니다.
10월29일이후 재현이는 세상에 홀로 내던져져 있었습니다. 엄마아빠한테 자기가 겪는 고통을 넘겨주기 미안해서 혼자 안간힘을 쓰며 살아보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16살의 어린 재현이의 고통을 방치했고 무관심했습니다.
재현아 우리 재현이 친구들 만났지.. 예쁜 누나들 형아들도.... 모두 만났을것같아. 그곳에선 재현이 속마음 마음껏 털어놓고 웃고 울고 잘 살수있는거 맞지...
지금 엄마 옆에는... 엄마같이 소중한 아이를 갑자기 잃어버린 유가족분들이 엄마 손을 잡아주고 계셔.. 여기 엄마들은 서로의 존재 만으로 ..서로에게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한단다.
엄만 ...여기서 ....우리 재현이가 비록 짧은 생이였지만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준 밝고 예쁜 아이라는거...그런데 너무 억울하게 죽었다는거... 사람들한테 말해주려고 해.
엄마 힘낼께 재현아.
엄마 갈때까지 밥 잘먹고 잠 잘 자고 그렇게 지내야돼...
재현아 내 새끼...사랑한다.
▣ 붙임자료3. 희생자 메이 님, 티샤 님 친구 카린 님 발언문
메이와 티샤를 보내며
카린
두 친구를 알고 지낸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 인생에서 메이와 티샤는 영원히 기억될 거야. 너희들의 얼굴, 미소, 웃음소리를 우리가 기억하고 있고 우리를 불러주는 너희들의 목소리도 아직 생생하게 들려.
하지만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우리는 이런 결말이 없었으면 했는데도 비극적인 결말이 우리를 찾아왔어. 그때 너희들 곁에 있고 손이라도 잡아줬어야 했는데, 너무 후회가 돼. 서로 더 말할 기회들도 있었으면, 함께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삶이 계속된다는 거야. 그래서 너희들에게 편지를 쓰고 생활이 정상으로 다시 돌아갔어도 우리는 너희들을 기억한다고 전해주고 싶었어.
우리는 너희들을 잊고 싶지 않아. 너희들과 한 순간이라도 같은 길을 걸어서 영광이었어. 평생 우리의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할 거야.
점차 참사가 일어난 것에 대해 사람들이 잊을지라도, 우리 여기 있는 모두와 이번에 오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너희들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너희들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하고 마음속에 같이 살아갔으면 좋겠어.
▣ 붙임자료4. 희생자 조경철 님 어머니 박미화 님 발언문
너무 보고 싶은 경철아. 엄마야.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니? 엄마는 그냥 잘 지내고 있단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우리 경철이 너가 우리의 곁을 떠난지 벌써 백일이 다가오는구나.
그날부터 백일이 되기 1일 전에도 너의 줬던 사랑과 그리움이 커지고, 아무리 불러봐도 보고싶어도 이제는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다는 게 너무 허망하단다.
항상 너의 깔깔 웃는 모습도 이젠 내 눈앞에서 못보고,
너가 노래 부르는 목소리도 못 듣는 것이 엄마는 매우 슬프단다.
경철이 너가 이젠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엄마를 데려다 줄 수 없는 이 상황 조차
너무 화가 나면서 쓸쓸하고 허전하단다.
나의 아들 조경철, 항상 엄마의 옆에서 지켜주던 경철이는 떠나서도
엄마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함께 할거지?
엄마는 너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생각하고 있어.
경철아 엄마가 많이많이 사랑해.
나의 영원한 껌딱지 경철이 엄마가.
저는 몸과 나이의 시간은 흘러갑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도 100일 되어가는 와중에 아직도 10.29 그 날 그대로 제 마음 속에 있습니다. 저는 긴말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10.29 그 날 위험성을 감지하고 살기위해 차도에 나왔는데 왜 다시 인도로 떠밀어넣었습니까? 왜 경찰은 마약수사에 정신이 빠져 압사 당시 중요한 시기에 왜 없었습니까?
자기들 목숨을 위해서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마약수사가 중요했습니까?
당신들도 가족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는 게 참 화가 납니다.
그 날 우리 경철이는 1분이라도 1초라도 그 한순간에 자신을 구해주는 사람들을, 엄마를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 붙임자료5. 희생자 유연주 님 언니 유정님 발언문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해 발생한 10.29 참사 희생자 유연주의 언니 유 정입니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붙잡지도 못한 채 어느덧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두고 있습니다. 저희의 시간은 10월 29일에 머물러 있는데 월드컵, 성탄절, 설 등 수많은 날들이 저희를 지나쳐갔습니다.
이쯤 되니 누군가는 저희에게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합니다. 잊고 살아라, 마음에 묻어라, 좋은 데로 갔으니 그만 슬퍼하라고 말합니다. 저희도 떠난 가족이 더 이상 힘들지 않도록 마음 편히 놓아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희생자159명에 대한 약 1,000개의 궁금증들이 저희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왜 올해에는 매년 실시하던 다중 인파 운집 대비에서 손을 떼고 마약 수사에만 집중했는지, 의식을 잃어가는 아이 앞에서 저 아이가 내 아이라고 처절하게 외치는 부모님을 막고 왜 주민센터에 가서 실종 신고부터 하라며 희생자와 부모를 분리시켰는지, 예사롭지 않은 ‘압사’라는 단어를 사용해가며 빗발치던 신고 전화에 왜 출동하지 않았는지, 병원으로 이송된 희생자들의 옷이 왜 모두 벗겨진 채로 있었는지, 대통령은 왜 영정과 위패도 없는 분향소에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과의 만남을 피한 건지, 왜 아직까지도 저희에게 유가족 명단을 공유하지 않는 건지 등등 지금 이 시간에도 저희의 수많은 질문은 대답 없는 메아리로 남아있습니다.
용산구청장은 참사 직후 비상대책회의를 열지 않았음에도 열었다고 허위로 보도자료를 냈으며 국정조사 특위에서 이에 대해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서울서부지검에 제출된 박희영 구청장의 공소장에는 본인이 직접 이 보도자료를 확인하고 카톡을 통해서 배포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행안부 장관은 국정조사에 나와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 설치, 유가족 명단 공유, 유가족끼리의 소통 공간 마련 등에 대해 즉시 지원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국정조사가 종료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 이 시점까지도 실제로 진행이 된 사안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며 그와 동시에 저희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이용해 정부에 돈을 요구하는 파렴치한 사람들로 몰락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단호히 말씀드립니다. 우리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성역 없는 진상 조사와 참사에 대한 원인 규명입니다. 책임자들이 처벌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떠난 가족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희에게는 진상 규명이 더욱 간절하고 절실합니다. 그날 이태원 1번 출구의 골목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녁 먹고 올게’라며 나간 동생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지 알고 싶습니다. 동생이 떠난 이유와 경위를 알아야만 진정한 애도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코 무슨 짓을 해도 돌아오지 못하는, 손조차도 잡아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난 가족을 사는 동안 다시는 볼 수 없기에 진상 조사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일은 여생을 살아갈 저희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저는 2014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수학여행을 일주일 앞둔 채 세월호 참사로 먼 친구들을 잃었습니다. 수학여행이 취소된 아쉬움보다도 언제 어디선가 단짝으로 또는 동료로 만났을지도 모르는 성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친구들을 떠나보낸 그 슬픔이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그 아픈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저는 제 숨결 같은 동생을 잃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듯이 저는 이번 10.29 참사에서도 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저는 하루하루 제 생명을 운에 맡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서바이벌식의 생존을 해야 합니까?
이번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희생자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 해결에서 시작하지만 그 끝은 이와 같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기 위함입니다. 깨진 항아리의 물이 새는 위치도 모르고 엉뚱한 곳을 메꿔 다시 쓴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우리는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좌시해서는 안 되며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이번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반드시 되짚어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참사의 진상 규명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습니다. 참사의 진상 규명에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있어서도 안되며 정치 극단주의가 만연한 우리나라의 색깔론을 절대 결부시켜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단지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이번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근간이 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뿐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오늘도 일터에 나가 죽지 않고 돌아와야 하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장소에서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번화가 또는 술자리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셨다고 해서 또는 놀러 나갔다고 해서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습니다. 꼭 도구나 폭행 등의 물리적인 행위를 통한 것만 살인이 아닙니다.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사람이 죽었다면 그것 또한 살인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안전한 삶을 보장받아야 하고 이는 헌법 제2장 10조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녹사평 분향소에 오셔서 함께 슬퍼하며 위로해 주신 분들, 희생자들의 49재와 100일 추모제인 오늘 차디찬 추위에도 거리로 나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외쳐주신 분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영정사진 앞에서 함께 눈물 흘려 주신 분들을 비롯하여 이 참사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는 모든 국민분들께 진심을 다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밖에도 사회의 감시자로서, 돈과 권력의 횡포를 뛰어넘어 올바른 목소리를 내주시는 언론인 분들, 애꿎은 날씨에도 묵묵히 분향소와 유가족 곁을 지키며 저희의 손과 발이 되어주시는 시민대책회의 분들과 자원봉사자분들, 참사 당일 현장에서 발로 뛰며 구조 활동에 땀 흘리신 소방, 경찰관 분들, 또 이태원 상인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하루 빨리 이 참사의 원인과 진실이 규명되고 이태원에도 활기찬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10월 29일 이태원에 갔던 사람들과 이태원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이태원은 국적과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기에 그날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이태원을 멀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거리에 나와있는 이유는 놀러 갔다가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함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 대한 보호의 책무를 다하지 않아서 희생된 159명에 대한 추모를 하기 위함입니다.
지금 이 시간 이곳 광화문광장과 녹사평 분향소를 지키고 계시는 경찰 여러분, 아픈 허리를 굽혀가며 저리는 다리를 주물러가며 근무하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국가가 의무를 다하여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혹은 일선 공무원이 아닌 실제 책임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진상 규명에 협조했다면 우리 유가족들도 경찰 여러분들도 이렇게 거리에 나와 힘든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우리의 이 힘겨운 시간이 조속히 마무리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위법한 지시와 부당한 권력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주실 것을 당부드리며 불의에 대한 침묵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할 뿐이고 이는 곧 또 다른 형태의 재난으로 우리를 덮쳐올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반드시 몰상식한 권력에 맞서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1월 17일을 기점으로 종료된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저희 유가족들의 의문점을 단 하나도 해결해 주지 못했습니다. 한치의 거짓도 없어야 할 국정조사 자리에서 위증과 거짓말을 일삼는 책임자들을 보며 기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독립적인 조사 기구가 설치되고 이를 통해 저희 유가족들이 약 천 개의 질문에 대해 거짓 없는 답변을 들을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희 10.29참사 유가족들은 이러한 비극적인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떠난 가족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위법한 지시에도 일신의 안위와 개인적 영달을 위해 맹목적으로 따르는 이가 누구인지 반대로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에 침묵하지 않고 소신 있는 태도로 국민으로서의 양심을 지키는 이가 누구인지 끝까지 지켜봐 주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붙임자료6.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성명
진실을 찾는 그 길에 함께 해 주십시오
내일 2월 5일은 159명의 소중한 이들을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과 참사의 끔찍한 기억을 가슴에 묻은 채, 유가족과 생존자, 목격자 등 피해자들은 100일의 시간을 견뎌왔습니다.
강요된 국가애도기간, 국가의 책임 인정 거부, 반쪽짜리 국정조사, 꼬리자르기 수사를 지켜보면서 지난 100일은 깊은 슬픔이 커다란 분노로 바뀌는 시간이었습니다. 참사가 벌어진 그때도, 남겨진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보낸 100일의 시간에도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서로를 찾아 헤매었지만 연결과 만남은 차단당하고, 제대로 된 추모를 원했으나 추모와 애도의 권리마저 빼앗겼습니다. 진실을 드러내고자 할수록 무책임과 위증, 몰염치에 여전히 감추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픔과 분노에 공감하고, 가려진 진실을 찾기 위해 기꺼이 손을 맞잡은 시민들의 ‘연대의 힘’이 있기에 우리는 함께 버티고 한 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매듭짓자’, ‘끝내자’는 이들에 맞서, 엉킨 진실의 매듭을 풀어보겠다고 다짐합니다. 유가족들과 피해자들 곁에서 함께 서겠습니다. 함께 비를 맞겠습니다. “세월호의 길을 가지말라”며 갈라치는 이들에 맞서 우리는 더 단단히 엮이고 더 강하게 부둥켜 안을 것입니다.
참사 100일을 앞두고 유가족들이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이상민 파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조사기구 설치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우리는 거리로 나선 유가족들과 함께할 것을 다짐하며 다음을 촉구합니다.
첫째, 국가의 부재로 159명이 희생된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촉구합니다.
둘째, 재난 대응 주무 장관 이상민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합니다.
셋째, 참사의 철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 독립적인 조사기구 구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합니다.
시민 여러분들께 호소합니다.
이태원 참사의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지지해주시고 힘을 모아주십시오.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이상민 파면,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합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함께 해주십시오.
여러분이 계신곳으로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가 찾아가겠습니다. 지역별, 모임별 유가족 간담회를 신청해 주십시오.
잊지 않겠다는 마음의 다짐입니다. 이태원 참사 시민 분향소에 더 많이 찾아주시고, 유가족들에게 응원과 연대의 마음을 전해 주십시오.
다시는 국가의 부재로 이 같은 참사가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져야 할 자가 책임지는 그 날까지 함께 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2023년 2월 4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첫댓글 글 잘봤어 기사찾아보는중!!
아 왜 이제 봤지,, 글 모아줘서 고마워
내일 분향소 뿌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