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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재기하고 있다. 2007년 6월 29일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6년 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애플과 함께 불어닥친 SNS 붐으로 구글 침몰 스토리까지 흘러나왔지만, 올봄부터 왕년의 저력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애플의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페이스북의 열풍도 한계에 달하는 상황에서 구글이 다시 IT 무대 주인공으로 나섰다. 지금까지 벌여놓은 사업을 기반으로 한 제2의 도약이다. 구글의 약진이 기대되는 분야는 크게 4개로 나눌 수 있다.
구글 파이버
달리는 토끼 모습을 로고로 하는 구글 파이버(fiber)는 애플을 뒤엎는 게임 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파이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광케이블 서비스를 직접 일반 가정에 공급하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른바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로, 인터넷 전용라인으로 광케이블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광케이블은 속도 면에서 기존의 브로드밴드 전용라인을 압도한다. 미국 브로드밴드의 평균 속도는 초당 5.8MB(메가바이트)라고 한다. 구글 파이버의 속도는 초당 1GB(기가바이트) 정도이다. 160배 정도 더 빠른 것이 구글의 광케이블이다. 보통 2시간짜리 HD영화 한 편이 5GB 정도 된다. 구글 파이버를 설치할 경우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초. 비싼 부대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소나 실험소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파이버이다.
현재 구글은 파이버를 일부 지역에만 서비스하고 있다. 기존의 브로드밴드 서비스보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으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구글 파이버를 원하는 지역으로부터 신청서를 받았다. 2011년 초까지 구글에 전해진 파이버 서비스 요청 지역은 전부 1100여군데에 달한다. 구글은 원하는 지역 내 유저들의 관심사·소득·직업·가족관계를 면밀히 따진 뒤 선정에 들어갔다. 원한다고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운좋게 당첨(?)된 곳은 캔자스주의 캔자스시티이다. 2011년 3월부터 서비스에 들어갔다. 전면적 실시가 아니라, 파일럿 프로젝트 성격이다. 갖가지 연구와 실험을 통해 파이버 서비스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타진해 보고 있다. 구글이 본격적으로 파이버 ISP 비즈니스에 나선 것은 올 들어서부터. 캔자스주 올레이스(Olathe)를 시작으로 미주리주의 글래드스톤(Gladstone)까지 8개 지역에 파이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미디어들은 구글 파이버 서비스의 확산을 새로운 세계로의 영토 확장과 같은 분위기로 대한다. 5월 13일부터 서비스에 들어간 글래드스톤은 현지 사람들이 파이버의 압도적 능력을 미 국민 전체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IT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속설이지만, 인터넷 환경이 10% 개선될 경우 국민소득이 1% 늘어난다는 얘기가 있다. 미디어의 관심은 구글에 대한 관심인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스피드의 IT 환경에 관한 미래 리포트라 볼 수도 있다. 구글은 미디어의 뜨거운 관심에 답하듯 파이버 서비스를 다소 ‘형이상학적’으로 접근한다. 파이버 서비스의 목적을 ‘유저의 인생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구글의 실용적 철학으로 세 가지 개념을 제시한다. △빠른 것이 느린 것보다 좋다. △넘치는 것이 모자라는 것보다는 좋다. △선택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는, 애플을 의식한 발상이라 볼 수 있다.
ISP라는 사업으로 볼 때 구글의 서비스는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밑지는 장사다. 미국 전역에 파이버를 설치하려면 무려 1400억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깔 수가 없다. 결국 구글의 목적은 ISP 자체가 아닌 것이다. 3개 분야로 나눠진 구글 파이버 서비스를 보면 어떤 목적 때문에 이 회사가 손실을 감수하는지 알 수 있다. 3개 서비스 가운데 첫 번째인 한 달 120달러짜리 패키지를 보자. 구글의 태블릿PC인 넥서스, 인터넷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박스, 녹화저장 박스와 같은 하드가 제공된다. 200개 채널을 볼 수 있고, 8개 방송을 동시에 녹화해 저장할 수 있다. 녹화저장 박스의 용량은 500시간 정도이다. 이와 함께 구글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로 무려 1TB(테라바이트)가 공짜로 따라붙는다. 현재 미국 내 ISP 서비스의 비용은 대략 한 달에 100달러 전후이다. 구글 파이버 접속을 원치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파이버 서비스의 파격적 조건은 다른 두 개의 패키지도 마찬가지다. 녹화저장 박스와 클라우드의 차이가 있을 뿐 대략 비슷하다. 컴캐스트(Comcast), AT&T, 칵스(Cox)와 같은 기존의 ISP 업체들이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이다. 구글 파이버의 서비스가 초저가로 나가는 것은, 앞으로 제공할 갖가지 서비스를 고려한 것이다. 5초에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 녹화 박스에 저장해서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다면 이용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IT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구글 파이버 등록자가 무선 와이파이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자신의 구글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미국 어디에서도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 문제로 파이버 수준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기존의 ISP가 제공하는 와이파이보다는 월등한 수준이 될 것이다.
구글은 기본적으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검색기능, 사진, 영상, 블로그, 심지어 번역소프트조차 광고가 따라붙는다. 현재 벌어지는 구글의 변신과 도약은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광고를 빨리, 그리고 많이 전할 수 있을까’라는 점으로 연결된다. 160배 빠른 속도의 구글 파이버는 구글 광고를 효과적으로 확산시켜 주는 IT 고속도로 역할을 할 것이다.
유튜브 채널 판매
구글의 도약은 5월 1일 IT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딜(Deal)’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사인 드림웍스(DreamWorks)가 유튜브 내 한 채널을 무려 3300만달러에 구입했다. 주인공은 오섬니스(Awesomeness)TV이다. 10대를 타깃으로 한 채널로, 현재 가입자가 약 50만명이다. 올라온 비디오는 전부 1252건(5월 16일 기준)에 달한다. 2008년 6월 시작된 이래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채널로, 10대의 관심사가 총망라돼 있다. 연예인 얘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패션, 음식, 다이어트에 관한 부분도 많다.
유튜브 내에는 현재 5만5000여개의 채널이 있다. 누구라도 자신을 알리고 관심이 가는 분야에 관한 채널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면 된다. 현재 5만5000여개 채널 속에 올라와 있는 비디오는 8억건에 달한다. 채널에 가입한 사람도 1400만명에 이른다. 가입자 50만인 오섬니스TV는 사실 그렇게 인기절정의 채널은 아니다. ‘PSY’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싸이의 채널은 가입자가 무려 550만이나 된다. 그러나 가입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이란 점에서 오섬니스TV에 비해 부가가치가 약하다.
오섬니스TV의 경우 채널에 가입한 뒤 가입자 자신이 관심 비디오를 올리는 식이다. 유튜브에 개설된 채널 안에 다시 작은 방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싸이는 본인이 올린 비디오 55개가 전부이다. 싸이 채널이 일방향이라면, 오섬니스TV는 다방향에 해당한다. 유튜브에 접속하는 1억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1만명이 접속한다 하더라도 SNS 기능을 추가할 경우 부가가치는 월등히 올라간다.
드림웍스가 3300만달러라는 거금을 주면서까지 유튜브 내 채널을 구입한 이유는 분명하다. 채널 가입자인 10대들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때문이다. 10대는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인터넷과 살아간다. 오섬니스TV는 10대가 가장 관심을 갖는 비디오를 통한 SNS이다. 영화사의 광고는 물론, 10대에 맞는 갖가지 비즈니스가 오섬니스TV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구글은 그 같은 상황을 예견하고 채널을 활성화해서 우후죽순처럼 양산하고 있다. 김삿갓의 대동강 물장사 같은 비즈니스지만, 이미 유튜브 내 채널들은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조만간 IT업계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할 채널은 마치니마(Machinima.com)이다. 웹으로 따로 만들어져 있기도 하지만, 유튜브 내 채널로 한층 유명하다. 현재 760여만명이 가입한 상태이며, 무려 2만300여건의 비디오가 수록돼 있다. 42억명이 다녀갔다.
마치니마의 테마는 비디오 게임이다. 새로 나온 비디오 게임을 소개하거나 게임의 정상에 올라서는 방법, 게임과 관련된 갖가지 정보를 비디오로 만들어 공유하는 채널이다. 영어로 ‘Geek’, 일본어로 ‘오타쿠’, 한국어로 ‘덕후’에 해당하는 매니아 유저들의 놀이터이다. 수많은 매입자들이 경쟁을 하고 있는 상태지만, 대략 2억달러 선에서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구글은 자신의 채널을 완전히 팔기보다 앞으로 벌어질 수익사업의 일부분을 나누는 쪽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다. 지분 참여를 노리는 것이다. 구글은 야심 찬 계획인 파이버 서비스를 위해서도 채널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보유할 의향이다. 분명한 것은 유튜브 내 채널 판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구글의 도약과 가능성이 무한대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이 유튜브를 매입한 것은 2006년 10월 11일이다. 16억5000만달러를 지불했다. 8년이 지난 지금, 구글은 최소한 수백 배 아니 수천 배의 이익을 목전에 두고 있다.
유튜브 유료화
너무도 당연하지만 인터넷의 주인공은 글이나 사진이 아닌 영상이다. 5월 16일자 시사주간지 타임의 커버스토리는 미국 10대다. 타이틀은 ‘Me me me Generation(나 나 나 세대)’이다. 부모에게 얹혀살면서 공부나 취직할 생각도 안 한다. 하루 종일 뒹굴거리면서 아이폰 하나로 살아가는 세대들이다. 방안에 틀어박혀 SNS로 하루를 다 보내고, 세상에 관한 정보는 비디오를 통해 얻는다.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전부인 세대가 21세기 미국의 10대이다.
구글은 그 같은 10대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유튜브 유료화를 마침내 단행했다. 5월 10일, 구글은 파일럿 프로젝트로 54개 채널을 유료화했다. 하나씩 시청할 수도 있지만, 패키지로 시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광고를 뺀 채널인 아콘(Acorn)TV의 경우 4.99달러, 어린이용 내셔널지오그래픽이 2.99달러, 프라임존(PrimeZone) 스포츠가 2.99달러이다. 이들 54개 채널을 패키지로 구입할 경우 한 달 7.99달러가 든다. 채널 가입자는 컴퓨터뿐만 아니라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든 IT 디바이스를 통해 접속이 가능하다.
유튜브의 유료화는 54개 채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애플 아이폰은 미국 밖 IT 전문가를 벼락부자로 만들어주는 도우미 역할을 했다. IT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창조적이고도 재미있는 앱 개발에 나섰다. 애플이 시들해지면서 구글이 배고픈 IT 전문가들의 출구로 등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채널을 실은 뒤 열렬 손님을 확보할 경우 당장 일확천금이 가능해진다.
음악 서비스
세계 경제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지만, 구글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특정 분야’에 무려 20억달러를 쏟아부으며 그 영역을 넓혀 왔다. 특정 분야란 음악이다. 음악저작권을 얻기 위해 어려운 자금사정에도 불구하고 거금을 투자해왔다. 5월 16일 발표된 구글의 음악 비즈니스 진출 소식은 지난 2년간 이어진 노력의 결과이다. 이르면 5월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음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음악 전문 사이트인 스포티파이(Spotify.com)이나 판도라(Pandora.com) 같은 서비스이다. 한 달 가입비가 9.99달러인 스포티파이와, 3.99달러인 판도라는 자사의 음악 라이브러리에 수록된 모든 음악을 가입자에게 개방한다. 구글 역시 음악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한 달에 9.99달러에 모두에게 무한대로 제공할 전망이다.
구글은 원래부터 음악 비즈니스를 해 왔다. 그러나 라이브러리를 통한 무한대 서비스가 아닌, 신규 앨범이나 개개의 곡만을 사고파는 애플 아이튠즈 스타일의 비즈니스에 국한됐다.
새로 개발될 구글 음악서비스는 기존의 영역을 넘어선 전방위 오픈소스형 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구글다운 생각이지만, 음악을 통한 수익보다 광고에 더 눈독을 들이고 있다. 더불어 유튜브의 채널에 끼어서 파는 식의 패키지 상품 중 하나로도 활용할 전망이다. 음악 비즈니스 중에는 유튜브를 통한 뮤직 비디오도 거론되고 있다. 법적 제약을 풀기 위해 현재 협상 중이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유튜브 채널을 통해 뮤직 비디오의 시청이 가능할 것이다. 구글 음악 비즈니스가 시작될 경우 기존의 업체가 엄동설한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애플이 그러했듯이, ‘공룡’ 구글의 약진은 주변의 업자들을 마구 먹어치우는 포식자로의 진화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