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향기에서 나는 남자의 향기>
<여인의 향기>는 1992년 미국의 마틴 브레스트 감독이 1963년에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같은 제목의 영화를 리메이커한 작품이다.
<여인의 향기>는 제목처럼 단순한 애정물이 아닌 두 남자의 인생에서 맞게 되는 위기와 절망을 뜻하지 않는 관계속에서 풀어가는 다소 무겁고 진지한 내용을 지적 서스펜스로 다루고 있다. 지루한 157분의 시간을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은 알 파치노의 금속성 이미지와 명연기가 크게 기여한다.
영화<대부>에서 암흑가의 냉혹한 이미지로 각인된 알 파치노의 인상이 <여인의 향기>에서 삶의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는 맹인 퇴역장교의 역할로의 이미지 여행은 크게 무리가 없게 느껴진다. 마치<대부>에서 젊은 날 냉혹한 마피아 보스의 말년모습이 <여인의 향기>에서 프랭크로 마무리하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키는 듯 하다
두 남자 주연의 열연,
프랭크역을 맡은 알 파치노와 찰리역을 맡은 크리스 오도넬이 영화를 시종 진행한다.
뿐만아니라 젊은 주인공 찰리의 소속은 미국 명문(남자)고등학교이며
퇴역장교라는 프랭크의 과거에서 알 수 있듯이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군대얘기가 압축되어 있어
얼핏보면 철저하게 남성취향의 영화로 파악된다.
여성의 주요 역할은 영화 전체에서 10여분 정도 차지하는 고급 레스토랑의 한 손님이며. 프랭크의 탱고 파트너로서의 일종의 보조역할 뿐인 셈이다. 여자 주인공이 될 것 같은 찰리 학교의 정치학 선생님의 출현은 장시간 긴장된 관객을 이완시키고 즐겁게 하지만 영화상에서 구세주같은 여선생과 프랭크와의 러브스토리는 제시만하고 영화는 마무리지음으로서 그 주요 여배우의 역할 역시 단역으로 끝나버린 셈이다.
그러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여성출연자의 역활을 최대한 저지시키고 최소화시키면서 '희망없음' 이라고 하는 삶의 궁지에 쳐박힌 거칠고 강한 남자에게 여성을 유일한 메시아로 묘사하는 반어적인 전략을 쓰고 있다.
즉 영화형식적으로는 보수성이 강한 남성 일방적 취향같지만 내용상으로는 여성을 찬미하고 남 녀의 사랑이 치유책 인듯 묘사한다. 다시 말하면 여성이 이 영화의 주제적 대상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여성과 남성을 선명히 구분짓지만 결론적으로 어느쪽에도 지우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인의 향기>를 감상하는 한 여성으로서 <여인의 향기>는 동성애적 향기나 상대성의 취향을 응시하는 점에 있기보다는 <삶의 향기>라고 하는 중성적 주제로 읽혀지는데, 이는 사회관계 속에서 만나게 되는 위기와 절망은 이미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