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환 씨에게
공보를 담당하고 있는 류경태입니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토요일(8일) 오후에 윤승환 씨가 전화를 해와서 우연찮게도 저와 1시간 가까이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윤승환 씨가 전화를 한 요지는 제가 올린 답글과 이를 반박한 자신의 글을 삭제하라는 것이었습니다.(게시판 413, 414 내용입니다)
저는 정중하게 이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윤승환 씨가 주장한 내용은 이미 많은 분들에게 읽혀져서 일정한 공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윤승환 씨의 주장 뿐만 아니라 제가 해명한 내용 역시 본인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공공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결국 윤승환 씨는 저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통화 내용은 차츰 윤승환 씨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것으로 옮아갔습니다.
횡설수설하면서 1시간 가까이 윤승환 씨가 주장한 것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나는 지금 삼성화재를 공격하기 위해 그 주변에 있으면서 이 건에 관련된 사람들을 정리하려고 한다. 최재천 변호사도 정리 대상에 포함되어 있고 그래서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것이다. 삼성화재가 내 공격의 목표이다. 그 방안의 하나로 당신을 공격하고 있다.
2. 나는 5월 말까지 이 건을 끝내려고 한다.
3.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으로부터 10억 여원을 받아내라. 법률전문가니까 받아낼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강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
4. 그렇지 않다면, 이 건과 관련있는 사람들이 도의적으로 신성식씨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 보상액은 신성식 씨와 상의해서 결정해라.
5. 충분히 내 의중은 전달했으니 알아서 하라. 나는 돈에는 전혀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윤승환 씨의 주장에 대해 제가 반박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1.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자. 최재천 변호사가 이 사건에 개입된 사실이 없다. 신성식 씨를 통해서도 이를 증명할 수 있다. 신성식 씨 본인이 당신이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더라(신성식 씨와는 이 문제를 두고 통화를 하여 확인을 받았습니다).
2. 그러니 신성식 씨와 윤승환 씨, 그리고 류경태 3자가 한 자리에 모여 먼저 당신의 주장이 사실인지부터 확인하는 게 합리적이다. 윤승환 씨가 정말 신성식 씨의 동의 하에 위임을 받아서 이번 일을 주도하는지부터 확인하자. 왜 안 하겠다는 것인가?
3. 이미 2차 소송까지 진행했고 법원의 판결이 났으므로 5월 말까지 삼성화재에서 돈을 받아낼 방법은 없다.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라는 것은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말라는 뜻이냐? 그럴 방법도 없지만 우리가 그래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
4. 이 건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보상을 해야 한다면, 그럼 당신이 거론한 다른 사람들 홈페이지에도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는가? 특히 2차 소송을 수행했던 오성계 변호사의 홈페이지에도 이런 주장을 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5. 핸드폰을 안 가지고 다닌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일방적으로 자기가 전화하고 싶을 때만 전화를 하는 게 숨어다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오랫동안 갑론을박하다가 제가 그만 전화를 끊었습니다. 중언부언에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윤승환 씨와 통화하면서 제가 느낀 건 두 가지입니다. 이 양반의 목적이 전혀 다른 데 있다는 것과 이런 사람을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입니다. 윤승환 씨가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명백히 돈을 요구하고 있었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윤승환 씨의 글이 게시판에 올라오고서 근 열흘 가까이 법무법인 한강의 변호사들과 저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자료를 조사했고 사실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모든 자료를 종합해 보았을 때, 제가 내린 결론은 윤승환 씨는 파렴치한 사건 브로커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사건 처리에 불만이 있는 사고 환자들을 들쑤셔서 일을 벌이고 이를 기화로 커미션을 챙기는 전형적인 브로커 말입니다.
우리는 윤승환 씨의 처리 문제로 오래 고민했습니다. 형사범으로 고소를 하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그게 가장 좋은 해결책인가, 하는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두 아이의 아버지라는 그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더구나 윤승환 씨에게는 어떤 방법으로도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중에 정말 우연히도 윤승환 씨가 전화를 해왔고 1시간 동안의 대화를 끝냈을 때, 우리는 자연스레 해결법에 동의했습니다. 더 이상 개전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이제 이 문제는 법적 소송을 통해 가려질 것입니다. 변호사법 위반, 무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은 전적으로 윤승환 씨의 책임이라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봄비치고는 장마처럼 지루하던 비가 좀전에 그쳤습니다.
비가 내리는 사흘 동안 저는 자료를 준비하고 윤승환 씨에게 보낼 문안을 다듬고 정리하는 데 보냈습니다.
경우야 어쨌든 참으로 씁쓸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윤승환 씨의 얼굴이 몇 번이나 스쳐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게 자신의 생각이나 뜻대로 될 수 없다는 건 윤승환 씨도 알 것입니다. 더구나 상대방을 욕보임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는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화를 끼친다는 것도 앞으로는 절실히 깨닫게 될 테지요.
이 글을 정리하는 말미에 문득, 그가, 자신이 부산에서 택배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택배회사 본사의 대표’이며 ‘광고쟁이’이며 ‘보험전문가’라고 목청을 높이던 광경이 떠오릅니다. 믿을 수 없는 얘기였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집안의 가장으로서 얼마든지 이 사회를 밝게 꾸밀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이들의 불행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적을 채우려는 행위만큼은 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