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사라지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입추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요즘 황당할 정도의 소나기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쏟아져 주말에 계곡으로 더위를 피해 피서 온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완주군 운주면에 있는 호성골유원지 근처에서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에 피서객 100여 명이 순식간에 고립되어 30여명은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구조되는 등 전국 곳곳의 유명한 계곡에서 고립, 실종되는 사고 때문에 즐거워야 할 피서를 망쳤을 것 같다.
나보다 주민을 위한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는 이장
지난 주말에 진안 정천에 있는 마조천으로 가족들과 함께 피서를 갔다. 마조천은 운장산 계곡에서 모여 내려오는 정말 깨끗한 차가운 물이 흘러 발만 담그었는데도 등까지 시원해 잠깐이지만 신선놀음을 하고 왔다.
아쉬운 것은 아열대성 폭우로 잠깐에 흠뻑 비에 젖어 완전히 머리에서 발끝까지 물에 잠긴 그런 꼴이 되어 부랴부랴 물건들을 챙겨 귀가했는데 하룻밤 편안하게 쉬지 못하고 온 것이 정말 아쉽다.
진안 정천은 에코에듀센터와 아토피 안심학교 운영 등으로 명실상부 진안의 아토피 산업 중심으로 치유와 희망의 ‘에코라이프 운동’의 실천에 힘을 쏟는 지역으로서 도로 주변에 아름다운 꽃길을 조성해 피서객들을 맞이하였다.
주민센터에 예약한 피서객들을 이장과 부녀회장이 땀을 흘리며 안내하는 모습에서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과 부녀회의 희생을 보았으며, 오히려 국회에 있는 분들보다 훨씬 민주적이고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희생하는 진솔한 지도자(리더)의 모습이 엿보였다.
비록 날씨 때문에 장시간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마을 이장님의 10년 후를 생각하는 장기 발전계획을 고민하는 모습에서 작은 마을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주민 위주의 발전 지향적인 진안의 마을 만들기 사업의 긍정적 실체가 드러났다.
이 시대는 부녀회의 의견을 무시할 수가 없고, 부녀회의 협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마을이장의 리더십이 국민을 무시하고 밥그릇 싸움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치권력보다도 훨씬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고 주민을 받드는 서번트(Servant )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의 모습이 보인다.
삼복더위에 이상할 정도로 우리 주변에 축제가 많이 열리는 것 같다. 주말마다 막걸리 콘서트가 열리고, 전주명품 복숭아 큰잔치에 진안의 수박축제 등 면마다 특색을 살린 마을축제가 주말을 전후로 열리고 있어 더위에 지친 나른한 몸을 활력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열심히 준비한 각종 행사에 우리는 객으로 참여하여 더위를 식히고 축제에 동참하여 즐기면 행사를 준비한 모든 이들에게 단합된 마음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몇 년 전에 상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용담호에 녹조가 발생하여 먹는 물에 영향이 있다며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여부로 난리를 친 적이 있으나 주민들 스스로 자정노력을 통해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힘을 모아 아직 이상이 없는 듯하다.
주민들은 상류를 정비하고 오·폐수를 분리하는 등 노력을 통해 유입수 자체를 깨끗하게 하여 용담호 물을 먹는 전북도민에게 불안감을 희석시켜 주었지만, 아직도 일부는 수변구역에 농사를 짓는 모습에서 잠복(?)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낙동강 수계에 독극물(?)처럼 보이는 녹조라떼의 확산이 심화하여 주민들이 식수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대구지방환경청 등 관련기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녹조현상이 발생했지만 안전한 수돗물 공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녹조현상이 독소를 분비하는 남조류 세포 수 증가에 기인한다고 밝힌 이들 기관들은 물속 생물의 사멸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고, 심층수 또는 복류수를 취수하여 이상이 없는 수돗물 공급을 하겠다는 것이 마치 시한폭탄(?) 같다.
국토부는 녹조를 해결하려고 낙동강 남강댐에서 1천만t, 구미·칠곡·합천·달성·강정보 등 낙동강 유역의 5개 보에서 900만t 등 총 1천900만t의 물을 방류했으나 미흡하여 농업용수 확충과 재해예방을 위해 저수지 둑을 높인 농업저수지에서도 200만t의 물을 추가로 방류하기로 했다고 하니 불안하다.
4대강사업이 홍수 및 가뭄에 대비하고 장래 예상되는 물 부족 발생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준설 및 보설치를 통해 확보되는 수자원 양을 부각한 사업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 녹조를 없애려고 저장해 둔 농업용 용수까지 방류하여 희석시킬 정도이니 사업의 본래 목적은 이미 사라진 것 같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 사업은 지난 2월 국토부 감사과정에서 감사원이 수거해온 컴퓨터를 복구, 저장된 비밀문서들을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대운하를 포기하지 않고 4대강 살리기라고 포장하여 사업을 진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마을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장님들도 10년 후를 생각하며 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하물며 국가를 운영하는 지도자들이 국민을 속이며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몰입해 권력과 언론을 악용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행태는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장세광<전북의제21 대외협력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