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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들] 02
S#1. 거리 (낮)
연수.. 세나를 거의 잡을 뻔하지만,
세나.. 간발 차로 빠져나가 연수와의 간격을 벌리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자리를 옮기던 꽃장사 리어카에 걸려 넘어지고 마는 세나.
연수.. 세나를 잡으려는 급한 맘에 일어나는 세나의 모자를 움켜쥐자
세나의 모자가 벗겨지면서, 길어진 세나의 머리가 출렁 쏟아진다. (이 때부터 연수의 손엔 세나의 모자가 들려있다)
연수.. 세나의 팔을 꽉 붙잡는다.
세나 : 에이.. 쓰발... (돌아보지 않은 채) 놔! 안 노면 얼굴 확 그어버릴거야.
연수 : (꼭 붙잡고 놓지 않는다)
세나 : 안 놔? 진짜 죽구 싶어? (하면서 돌아보는데)
연수 : (세나의 얼굴을 보고 표정 얼어붙는다)
세나 : (역시 충격 받은) ...............
연수 : ........... 세나야.......
넘어진 세나와 세나의 팔을 붙잡은 연수... 충격 받은 얼굴로 서로 마주보고 있다.
연수 : ........... 세나야.......
세나 : ..................
연수 : 너 세나지?
세나 : (홱 얼굴 돌린다)
연수 : 세나야! 나야! 연수 언니야!
그때, 뒤에서 윤주.. 헐레벌떡 뛰어오며 소리지른다.
윤주 : 연수씨! 꼭 잡구 있어!
연수, 세나 : (동시에 윤주를 쳐다보고)
세나 : (연수를 확 뿌리치고 도망친다)
연수 : (쫒아가며) 세나야!
윤주 : (뒤에서) 뭐하는 거야? 빨리 잡어!
연수 : (그 얘기에 멈춰선다)
윤주 : 뭐해? 쫒아가라니까! (연수를 밀치고 세나를 쫒아가려고 하는데)
연수 : (윤주를 잡는다)
윤주 : (엉덩방아를 찧는다)
윤주 : (소리지르는) 연수씨! 왜 이래?
연수.. 윤주를 꽉 붙잡은 채, 클락션을 울려대는 차들 사이를 빠져나가 대로를 건너는 세나의 뒷모습을 눈으로 쫒는다.
길 건너편에서 연수 쪽을 돌아보는 세나.
하지만, 곧 사람들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무엇에 홀린 듯 세나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서 있는 연수.
S#2. 음반 매장 직원 휴게실 (낮)
음반 매장 직원들이 옷도 갈아입고, 휴식도 취하는 공간이다.
윤주..넘어지는 통에 스타킹은 찢어져 있고, 굽이 부러진 구두 한 짝은 손에 들고 있다.
윤주...씩씩대며 연수를 노려보고 있는데, 연수는 세나 때문에 멍한 얼굴이다.
나래..옆에서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고...
윤주 : 아까 걔 아는 애지?
연수 : ......................
윤주 : 이래서 내가 새 사람 안 쓸라 그러는 거야. 이렇게 딴 꿍꿍이 갖고 들어오는 애들이 있으니..
나래 : (O.L) 딴 꿍꿍이라뇨? 무슨 뜻이예요?
윤주 : 무슨 뜻인지 몰라서 물어? 나래씨도 그래! 데리고 들어올라면 도둑 지킬 사람을 데리고 들어와야지,
도둑이랑 한 패를 끌어들이면 어떡해?
나래 : 한 패요? 말이 되는 소릴 해요!
윤주 : 그럼, 한 패도 아닌데 도둑년을 일부러 놔준단 말야? 그건 말이 되는 소리야?
나래 : 일부러 놔주긴 누가 일부러 놔줘요? 생사람 좀 잡지 말아요!
연수 : (말리는) 그만해. (윤주에게) 죄송합니다. 어쨌든 저 때문에 놓친 거니까 CD값은 제가 변상할께요.
윤주 : 오늘 것만 변상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
나래 : (윤주 손에 든 구두를 확 뺏어서 삿대질하듯 윤주 얼굴 앞에 대고 흔들며) 아우...
그럼 여기서 도둑맞은 걸 얘보고 다 뱉어내라는 거예요? 네?
윤주 : (나래의 서슬에 뒤로 약간 물러나며) 오늘은 가수왕전 때문에 회사가 다 들떠있어서 이쯤해두겠지만,
다 끝났다곤 생각하지 마! 나중에 다시 따질 거니까! (구두를 다시 뺏어 들고 나간다)
S#3. 음반 매장 (낮)
연수.. 세나의 모자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나래.. 옆에서 CD를 정리하면서 투덜거린다.
나래 : 차! 뒤집어 씌울 걸 뒤집어 씌워야지. 들어온지 일주일도 안 된 애한테 도둑이랑 한패라니 그런 헛소리가 어딨어?
(연수를 보면)
연수 : (여전히 모자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나래 : (모자를 확 뺏으며) 이 모잔 왜 주워왔어? 더 오해받게...
연수 : ................... 세나...... 세나였어.
나래 : 뭐? 세나? 그 고아원 동생?
연수 : (끄덕)
나래 : 진짜야? 틀림없어?
연수 : 응! 세나 맞어.
나래 : 지금 어딨대? 그동안 어떻게 살았대?
연수 : 몰라. 팀장이 쫒아와서 한마디도 못하고 놓쳤어.
나래 : 진짜? 아이구.. 아까운 거...
연수 : (세나의 모자를 바라보는데)
나래 : 근데.. 걔.. 이상하게 풀린 거 아니냐? 가수 되겠다는 애가 왜 도둑질 같은 걸 하고 있어?
연수 : (걱정스런 한숨을 쉬고)
S#4. 거리 (낮)
세나.. 넋이 나간 얼굴로 걸어가다가 마주 오던 사람과 부딪힌다.
자기도 모르게 목걸이에 손이 가는 세나... 정신을 차리려는 듯 머리를 흔들더니 걸음을 재촉한다.
S#5. 방송국 복도 (낮)
성춘의 뒤를 따르는 민철과 봉달.
성춘이 지나가면 삼삼오오 모여 있던 매니저들, 가수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주는 성춘...
음반업계 최고 실력자다운 위엄 있는 모습이다.
염치수... 성춘에게 특히 정중하게 90도로 인사를 한다.
성춘 : (치수를 지나친 후) 누구지?
봉달 : 염치수라고 '뮤즈' 실장입니다.
성춘 : 뮤즈라면 우리한테 도전을 하네 어쩌네, 신문에서 떠들어대는 거기구만.
봉달 : 그렇습니다.
성춘 : 이름도 없던 구멍가게가 갑자기 컸을 때는 돈줄이 생겼다는 얘긴데.. 좀 알아봤나?
봉달 : 네! 재미교포가 돈줄이란 소문인데.. 자세한 건 아직...
성춘 : (민철 들으라는 듯) 밟을 건 미리미리 밟아버려야지! 잡초 너무 키워놓으면 나중에 솎아내기 힘든 법이야.
민철 : ...............
S#6. 방송국 공개홀 (밤)
'2000년 가수왕전'의 막이 오른다.
울려퍼지는 팡파레와 함께 화려한 조명과 무용단의 현란한 무용 어우러진다.
남자 M.C : (E) 지금부터 '2000! 가수왕전!' 그 화려한 막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S#7. 음반 매장 (밤)
문이 닫히고, 메인 조명은 모두 꺼져 있는 상태.
음반 매장 한구석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불빛 사이로 열심히 일하는 연수의 모습 보인다.
연수... '가수왕 수상 기념 - *** 전 앨범 30% SALE' 이라는 포스터를 만들고 있고,
나래는 한쪽에 틀어놓은 TV 앞에 붙어서 가수왕전을 보고 있다.
나래 : (투덜거리는) 진짜 순악질이야! 내일 아침에 와서 해도 될껄, 꼭 밤에 해놓고 가래.
어떻게든 우리만 쏙 빼놓고 가겠다는 심보 아냐..
연수 : 너라도 혼자 갈 걸 그랬다. 너 가수왕전 그거, 꼭 보고 싶어했잖아.
나래 : 나야, 장차 우리나라 최고의 매니저가 될 몸이니까, 견학이 필요하다 싶어서 갈라 그랬지...
그치만 뭐, 직접 가서 본다고 별 거 있겠냐? 가수왕전은 텔레비젼으로 보구, 이따 축하 파티만 참석하면 되지..
TV에선 ***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나오자 달려간다.
나래 : 역시 물건이야... 저런 애를 하나 잡아야 되는 데 말이야.
연수 : (옆에 놓인 세나의 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S#8. 단란주점 룸 (밤)
컴컴한 룸 안에 앞 씬과 연결되는 TV 화면..
***의 노래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TV 볼륨은 죽어 있고, ***의 목소리 대신 ***의 입모양에 맞추어 세나가 노래하고 있다.
눈을 감은 채 자신이 ***인 듯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세나.
연수의 얼굴이 떠오르자 어지러운 마음을 지워버리려는 듯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노래가 끝나자 TV 볼륨을 높이는 세나.
TV속의 관객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마치 자신에게 보내는 환호성인 듯 관객들을 향해 우아하게 인사하는 세나.
그 때, 문이 벌컥 열리며 취한 40대 남자가 비틀거리고 들어온다.
취객 : 아가씨! 혼자 뭐하는 거야? (세나의 손을 잡아끌며) 오빠들이 기다리잖아!
세나 : (취객을 확 뿌리치고 나가며 소리지르는) 여기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랬잖아!
취객 : (다시 세나를 뒤에서 부둥켜안으며) 이리 와! 우리 둘이 놀자!
세나 : (확 밀치더니 따귀를 갈긴다) 재수 없는 새끼! 술 처먹고 어디 와서 지랄이야!
취객 : 이거 미친 년 아냐! (세나한테 덤벼드는데)
세나 : (취객의 배를 머리로 들이받는다)
취객 : (비틀거리다가) 야! (무서운 기세로 덤벼들면)
세나 : 아저씨!
S#9. 단란주점 룸 (밤)
단란주점 주인 맹호태.. 남자들 몇과 화투를 치고 있다가 세나의 비명을 듣고 얼른 뛰어나간다.
S#10. 단란주점 룸 (밤)
세나.. 취객에게 깔려 씨름하고 있는데,
호태 뛰어들어오더니 취객을 떼어낸다.
세나 : 개새끼! (냅다 취객 정강이를 걷어찬다)
취객 : (비명을 지르고 넘어졌다가 다시 세나에게 덤벼들며) 뭐 저런 년이 다 있어?
호태 : (취객을 붙잡고) 손님! 이러지 마십시오! 얜 그런 애 아닙니다.
취객 : 아니긴 뭐가 아냐? 그럼 저 년이 니 마누라라도 된다는 거야?
세나 : (취객 정강이를 한 번 더 걷어차며) 니 엄마다! 왜! (도망친다)
취객 :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지는)
호태 : 아니, 저 기집애가 못 먹을 걸 먹었나? 하루종일 삐딱선이야!
(취객을 부축하는 척 하면서 슬쩍 밀어서 또 넘어지게 해놓고 씩 웃는다)
S#11. 방송국 공개홀 (밤)
인기가수로 선정된 가수들.. 일렬로 서 있는 가운데, 남녀 M.C.. 무대 중앙에 나와 있다.
가수들의 얼굴을 하나씩 클로즈업하는 카메라.
긴장한 가수들의 얼굴. *** 역시 경직된 얼굴이다.
남자 M.C : (봉투를 열고 명단을 꺼내 보더니) 발표하겠습니다. SBC에서 선정한 2000년 가수왕의 주인공은......... ***입니다.
***.. 감격스런 얼굴로 뛰어나오고, *** 팬클럽 떠나갈 듯한 함성을 지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외치는 봉달을 비롯한 빅토리 사람들.
민철.. 담담한 표정이다.
S#12. 방송국 부조 (밤)
국장 등 방송국 고위 인사들과 함께 앉아 있던 성춘..
주위 사람들로부터 축하의 악수를 받고,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S#13. 유흥가 - 전자제품 상점 앞 (밤)
세나... 대형 TV가 설치된 전자제품 상점 앞에서 ***가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모습을 넋이 빠져 바라보고 있다.
(옆에는 킥보드 세워져 있고..)
***가 웃으면 세나도 같이 웃고, ***가 울면 세나도 같이 운다.
*** : (TV 화면 속에서) 팬 여러분,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감사드리고 싶은분이 한 분 더 있는데요.
저를 가수로 만들어주시고,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신 빅토리 레코드의 이민철 실장님께 오늘의 영광을 돌립니다.
TV 속의 카메라.. 민철을 클로즈업하면,
민철.. 큰 꽃다발을 들고 나가서 ***에게 전한다.
민철을 포옹하는 ***.
세나... TV 속의 민철의 얼굴을 뚫어지게 주시한다.
S#14. 호텔 나이트 클럽 입구 (밤)
빅토리 회사 사람들과 방송 관계자, 음반 관계자 등 축하객들 이미 다 모여 있다.
S#15. 호텔 나이트 클럽 입구 (밤)
나래.. 연수의 손을 끌고 온다.
연수 : 나 그냥 집에 갈래.
나래 : 야! 이런 날, 일 년에 한 번 올까말까야! 회사가 인심 팍팍 쓰겠다는데 이럴 때 놀아줘야지 언제 놀아주냐?
연수 : 나 지금 놀 기분 아니라니까....
나래 : 그런 날일수록 놀아줘야 돼! 오늘 같은 날, 너 혼자 집에 들어가봤자 뻔하잖아. 또 옛날 생각하면서 훌쩍훌쩍 궁상밖에
더 떨겠냐? 너 안가면 나 오늘 술 퍼먹구 팀장하구 한 판 뜬다.
연수 : (웃으며) 알았어! 들어가!
S#16. 호텔 나이트 클럽 (밤)
나래.. 아는 사람들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데,
매니저들과 매장직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규석.. 나래를 향해 손을 흔든다.
나래.. 연수를 끌고 그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규석 : (연수를 보고) 어? 누구시드라?
나래 : 내 친구! 지난 주부터 매장에서 같이 일하고 있어!
규석 : (연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데)
나래 : (규석 머리를 쥐어박으며) 껄떡거리지 마!
여자들의 시선은 다 스테이지로 향해 있다.
스테이지에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와 블루스를 추고 있는 민철.
민철의 모습을 황홀한 듯 바라보는 빅토리의 여직원들.
특히 윤주의 눈에선 불꽃이 튄다.
나래 : (그런 윤주의 표정을 보며 혼잣말하는) 아주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가는구만.
연수 : (세나 생각에 잠겨 있다.)
나래 : (연수를 쿡 찌르며) 야! 무슨 소리 안 들리냐?
연수 : 응? 뭐?
나래 : 뱁새가 황새 쫒아가다가 가랭이 찢어지는 소리!
연수 : (웃고 민철에게 시선을 준다)
S#17. 나이트 클럽 (밤)
빅토리 회사 직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 ***의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는데, 갑자기 음악이 테크노 음악으로 바뀐다.
사람들.. 어리둥절해서 DJ BOX쪽으로 시선이 집중하는데, 초미니 스커트에 긴 부츠, 가죽 코트,
그리고, 세나가 썼던 모자와 똑같은 모자를 쓴 민지... DJ BOX에서 취한 채 춤을 추고 있다.
연수.. 세나와 같은 모자를 쓰고 있는 민지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민지와 함께 온 금숙과 남자애들.. 소리를 지르면서 춤을 추며 무대를 휘어잡고,
사람들.. 인상을 찌푸리며 피하는데...
규석 : (민지를 알아보고 손을 흔든다) 야! 야!
나래 : 오빠, 아는 애야?
규석 : 어! 쟤 이바닥에서 유명한 애야!
기찬 : (민지에게 다가가서 자세히 보다가 깜짝 놀라는) 어! (룸쪽으로 뛰어간다)
S#18. 나이트 클럽 룸 (밤)
민철... 엄정화를 비롯한 연예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
뛰어들어온 기찬.. 민철의 귀에 뭐라고 속삭인다.
얼굴이 굳어지는 민철..
S#19. 나이트 클럽 (밤)
빅토리 회사 직원들... 둘러앉아 건배를 하고 있는데, 규석이 민지를 껴안듯 데리고 온다.
민지 : (다짜고짜 테이블 위로 올라가더니 스트립쇼를 하는 듯한 동작으로 모자를 벗어 던진다.)
연수 : (자기 쪽으로 날아온 모자를 보고 민지 얼굴에 세나가 오버랩 된다.)
민지 : (이번엔 코트를 벗어 멀리 던지더니 야한 춤동작을 보여준다)
남자들 : (환호하고)
민철 : (기찬과 걸어오다가 그런 민지의 모습에 걸음이 멈춘다)
민지 : (춤을 추며 웃도리 단추마저 풀려고 한다)
민철 : (무서운 얼굴로 달려가는데)
연수 : (민철보다 앞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민지를 끌어내린다)
민철 : (연수의 행동을 보고 멈춰서는)
연수 : (민지에게 억지로 자기 코트를 걸쳐주려고 한다.)
민지 : (연수를 뿌리치고, 연수의 코트에 맥주를 부어버린다.)
나래 :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민지의 멱살을 잡으며) 야!
민지 : (나래 손 탁 뿌리치고, 비틀거리며 규석 입에 물려 있던 담배를 뺏어 피운다)
연수 : (민지의 담배에 맥주를 부어 꺼버린다)
민지 : (황당해서) 너 뭐야? (연수의 뺨을 때리려고 손을 드는데)
민철 : (뒤에서 민지의 팔을 확 나꿔챈다)
민지 : (민철을 돌아보고 술이 확 깨는) 오빠...
사람들 : (놀라는)
민철 : (말없이 민지를 끌고 나간다)
나래 : 오빠라니.. 둘이 무슨 사인데 오빠야?
기찬 : 친오빠!
규석 : (기겁하는) 아니 그럼 쟤가 우리 사장님 딸이란 말예요?
기찬 : 왜 그렇게 놀래? 너 설마 사장님 딸한테 이상한 짓 한 건 아니겠지?
규석 : (걱정스런)
연수 : (민지를 데리고 나가는 민철의 뒷모습을 본다)
S#20. 의대 도서관 (밤)
선재... 의학서적을 죽 쌓아놓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가 시계를 보더니 '늦었다!' 하는 표정으로 급하게 뛰어나간다.
S#21. 대학교 앞 꽃집 (밤)
꽃집 문을 닫으려는데, 선재..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온다.
선재 :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잠깐만요!
주인 : 왜 이렇게 늦었어요? 기다리다 문 닫고 들어갈라 그랬네..
선재 : 죄송합니다. 꽃은....
주인 : (가게 안에서 꽃바구니를 들고 나온다. '축하드립니다. - 선재' 라는 리본이 달려 있다.)
선재 : (꽃바구니를 오토바이 뒷자리에 싣는다)
S#22. 민철 집 앞 (밤)
부촌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호화주택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 과거와 같은 집.
선재.. 오토바이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민철의 차.. 집 앞에 도착한다.
민철 : (운전석에서 내린다.)
선재 : (반가와서) 어! 형! 축하해!
민철 : (말을 자르고) 너 열쇠 있지?
선재 : (?)
민철 : (조수석 문을 열고 술에 취한 민지를 끌어내린다. 민철의 윗도리를 걸치고 있다)
선재 : (놀란) 민지야! (민지를 부축하려고 하면)
민지 : 비켜! (선재를 확 밀어내고 민철에게 매달린다)
선재 : (!)
S#23. 민철 집 주방 (밤)
주방에서 바로 정원으로 나갈 수 있는 구조.
주방에선 손님들 음식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전문 요리사의 지휘 아래 아줌마 두어 명이 요리를 하고 있고, 고운 한복을 입고 식기를 꺼내고 있는 명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정원쪽 문이 열리면서 선재가 들어온다.
선재 : 엄마!
명자 : (돌아본다) 어! 선재야! 왜 거기로 들어와?
선재 : (곤란한 얼굴로 뒤를 보면)
민철 : (민지를 부축하고 들어온다)
명자 : (당황한) 민지야! (다가오면)
민지 : (명자를 향해 입김을 확 내뿜는다)
명자 : (멈칫 뒤로 물러나면)
민철 : (나무라는) 이민지!
민지 : (명자를 노려보고)
민철 : (지나치게 예의바른 말투) 아버지한텐 아무 말 말아주세요. (민지를 데리고 나간다)
명자 : (걱정스런 얼굴로 둘을 바라보는)
선재 : (일부러 음식을 집어먹으며 어리광부리는) 아! 배고프다! 엄마! 맛있는 거 많이 했어?
명자 : (선재 말은 못 듣고 걱정이 돼서 따라나간다)
선재 : (표정 어두워지며 들고 있던 꽃바구니를 주방 한 구석에 내려놓는다.)
S#24. 민철 집 1층 거실 (밤)
가수왕 수상을 축하하는 술자리가 벌어지고 있다.
손님들은 국장을 비롯해 봉달 등 성춘의 가신들이다.
성춘.. 기분 좋은 얼굴로 손님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우당탕 화분이 깨지는 소리가 난다.
봉달... 놀라서 뛰어나간다.
성춘 : (?)
S#25. 민철 집 계단 (밤)
주방 옆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거실에선 바로 보이지 않는 곳)
봉달.. 뛰어나오면, 계단 옆에 세워 놓았던 화분('축 - 뮤즈'라는 리본이 달린)이 박살이 나 있고,
민철이 취해서 넘어진 민지를 일으키려고 애쓰고 있다.
명자도 민지를 부축하려고 하지만, 민지.. 명자를 뿌리치고,
주방에서 뛰어나온 선재.. 얼른 화분 조각을 치우려고 하는 찰나, 봉달 뒤로 성춘이 나타난다.
성춘 : (야한 차림으로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민지를 보고 안색이 싹 변하더니 바로 민지의 머리통을 후려갈긴다)
명자 : (말리는) 여보!
선재 : (동시에) 아버지!
성춘 : (불같이 화가 났지만 손님들 때문에 애써 낮은 목소리로) 나가! 넌 애비 망신 시킬라고 작정하고 태어난 년이야!
당장 나가!
민지 : (소리지르는) 나갈 거야! 나도 이런 집구석 싫어! 싫어 죽겠다구!
성춘 : 뭐야? 이게 뭘 잘했다고.. (다시 민지에게 손찌검을 하려는데)
민철 : (성춘의 팔을 잡는다.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빛이다)
성춘 : (멈칫하는데)
민철 : (성춘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만하세요. 알아들었을 겁니다. (민지를 감싸 안고 올라 간다)
성춘 :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고)
봉달 : (깨진 화분을 보고 혀를 차다가 '뮤즈' 이름이 적힌 리본을 발견하고 주워서 본다) 어? 뮤즈?
성춘 : (보면)
봉달 : 사장님! 이것들이 왜 여기까지 화분을 보냈을까요?
성춘 : (봉달의 말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S#26. 민지의 방 (밤)
공주방 같은 분위기. 커튼이 드리워진 침대가 있고, 화려한 화장대가 있고, 책장, 책상도 있다.
책장엔 대입 수험생용 참고서가 꽂혀있지만, 책보다는 화장품이나 화려한 옷 종류가 훨씬 많다.
방 한 쪽엔 화구들이 보인다.
민지.. 침대 위에서 민철의 품에 안겨 엉엉 울고 있다.
민지 : (눈물 흘리며) 오빠.. 우리 나가서 살자. 나가서 우리 둘이 살자...........
민철 : (민지의 등을 따뜻하게 다독거려주며) 그건 안 된다고 했지.
민지 : 나 진짜 집에 들어오기 싫어. 오늘도 집에 들어오기 싫어서 거기 간 거란 말야.
민철 : 그런 데 가서 기분 푸는 건 대학 들어간 담에 해도 되잖아.
민지 : 내가 누구 좋으라구 대학을 가? 아빠하구 그여자, 암것도 모르는 남들 앞에서
자식 잘 키웠다구 잘난 척하는 꼴, 난 못 봐!
민철 : 그런 바보 같은 소리가 어딨어? 미워하는 사람 때문에 니 인생을 낭비해?
그때, 똑똑! 노크 소리 난다.
명자 : (꿀물을 들고 들어온다)
민지 : (외면하는)
명자 : 이거 좀 마셔! 안 그럼 내일 속 아프다. (민지 입에 꿀물을 대주려고 하는데)
민지 : (명자 손을 확 뿌리쳐 꿀물 그릇이 방바닥에 산산조각 난다)
민철 : (꾸짖는) 민지야!
민지 :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버리고)
민철 : (깨진 그릇을 주우려고 하는데)
명자 : (민철 손 밀어내며) 됐어! 내가 할게!
민철 : ...............
명자 : (흩어진 조각들을 줍다가 깨어진 파편을 밟고 만다. 아픔을 참고 마저 줍는)
S#27. 민지의 방 앞 2층 복도 (밤)
명자... 깨진 그릇 조각들을 들고 절뚝거리며 민지의 방에서 나오는데, 문 앞에 선재가 서 있다.
명자.. 얼른 눈물을 닦아내고, 그런 명자를 보는 선재.. 가슴이 아프다.
S#28. 선재의 방 (밤)
검소하게 꾸며진 전형적인 의대생의 방.
의학서적들이 빼곡이 꽂혀있는 책장과 책상, 컴퓨터, 침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가구가 없다.
명자.. 침대에 등을 대고 앉아 있고, 선재..
명자의 발에 약을 발라주고 있다.
명자 : 괜찮은데...
선재 : (엄마가 불쌍해서 눈물이 맺힌다. 하지만, 눈물을 참고 짐짓 밝은 목소리로) 엄마! 이거 너무한 거 아냐?
명자 : 뭐가?
선재 : (발을 잡고 들여다보며) 어떻게 발까지 이렇게 섹시할 수가 있어? 진짜 해도 너무한다!
명자 : (살짝 흘겨보며) 넌 엄마 놀리는 재미로 살지?
선재 : (발에 반창고를 붙여주며) 무슨 말씀을.. 내가 어떻게 감히 엄말 놀릴 수가............ 있지.. (웃는다)
명자 : (일어나서 절뚝거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걸어본다) 표나니?
선재 : (아픈 마음 숨기며) 표 안 나!
명자 : 그럼, 엄마 먼저 내려갈게. 옷 갈아입고 내려와. (나가려고 하면)
선재 : 엄마!
명자 : 응?
선재 :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말고) 발........ 조심해! 잘못하면 덧나.
명자 : (고개 끄덕이고 나간다)
선재 : (구급상자를 정리하는데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진다)
S#29. 민철 집 거실 (밤)
선재.. 옷을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절뚝거리며 부엌에서 거실로 가는 엄마를 안스럽게 바라보는데,
거실에서 성춘이 선재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성춘 : (E, 취한) 여보! 선재 어딨어? 잘난 우리 둘째 아들 오라 그래!
엄마 : (E) 네! 금방 내려올 거예요.
선재 : (거실로 들어간다)
S#30. 민철 집 1층 거실 (밤)
선재.. 들어가자, 술이 얼큰하게 취한 성춘.. 선재를 보고 반색을 한다.
성춘 : 어! 왔구나! 이리 와서 손님들한테 인사드려야지!
선재 : 안녕하세요!
성춘 : (선재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손님들에게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이 녀석이 말입니다. 의과 대학에서도
1,2등을 다투는 녀석이예요. 내가 이 녀석만 보면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탁 까놓고 말해서 내가 키운 가수놈들이
십 년, 이십 년, 가수왕 휩쓸어줘봤자, 이 녀석한테 느끼는 보람에 비하면 그거 아무 것도 아니죠.
선재 : (어색한데)
국장 : 이사장이 자식복 하나는 타고났지. 이민철 실장도 음반업계에선 벌써 알아주는 마이더스 손 아닌가.
큰아들은 사업 이어받아, 작은아들은 의사 선생님 돼. 이사장은 진짜 부러울 게 없겠소.
성춘 : (선재에게 술을 따라주며) 자! 기분이다! 너도 술 한 잔 받아라.
선재 : 네! (술을 받아 돌아서서 마시고 그 잔을 성춘에게 다시 주고 술을 따라준다)
성춘 : (선재가 따라주는 술을 쭉 마시는)
민철 : (거실 입구에서 씁쓸한 얼굴로 성춘과 선재의 모습을 지켜보다 돌아선다.)
S#31. 민철 집 앞 (밤)
민철.. 대문을 열고 나와 차에 올라타는데, 선재가 따라나온다.
선재 : 형!
민철 : (쳐다보면)
선재 : 또 나가는 거야?
민철 : 회식하다 중간에 나왔어. 민지 때문에...
선재 : 민지.. 괜찮지?
민철 : (그 말에는 대답 안 하고) 니가 손님 접대에 신경 좀 써라.
선재 : ..........응.....
민철 : (차 타고 떠난다)
선재 :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대문 앞에 앉는다.)
S#32. 호텔 앞 (밤)
민철의 차.... 호텔로 올라가다가 호텔에서 걸어내려오는 연수를 지나친다.
민철.. 다시 차를 후진시켜 연수 앞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린다.
연수 : (?해서 보면)
민철 : 집에 가는 겁니까?
연수 : 네!
민철 : 아까는..
연수 : (O.L 고개 숙이며) 죄송했습니다. 동생분한텐 제가 실례를 했어요.
민철 : 아뇨. 오히려 고마웠어요. 그쪽 아니었으면, 내동생 크게 망신당했을 겁니다. 오늘 여러 가지로 신세를 많이 지네요.
연수 : (자기도 모르게 민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어렸을 때 선재의 얼굴이 오버랩 된다.)
민철 : (씩 웃더니) 어떡하죠? 지금은 같이 가 줄 수가 없는데.....
연수 : 네?
민철 : 지금 나한테 완전히 넋이 나갔다는 얼굴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 얼굴을 한 여자를 그냥 보내는 건
신사의 도리가 아닌 줄은 아는데... 오늘은 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다음을 기약하죠.
연수 : (모욕감에 얼른 돌아서서 뛰듯이 걸어간다)
민철 : (연수를 바라보다가 차에 올라타고 떠난다)
연수 : (멈춰 서서 망설이다가 멀어지는 차를 살짝 돌아본다)
S#33. 나래 집 동네 슈퍼 (밤)
연수.... 야채, 계란, 당면 등.. 시장을 본다.
S#34. 나래 집 동네 길 (밤)
연수... 시장 본 것을 들고 언덕길을 올라온다.
S#35. 나래 집 앞 (밤)
연수.. 양옥집 대문 옆에 달린 작은 쪽문을 열고 들어간다.
S#36. 나래 집 (밤)
쪽문에서 연결된 계단을 올라가면 나래와 함께 쓰고 있는 집이 나온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부엌과 화장실이고, 그 안에 방이 있다.
연수.. 가방 내려놓고, 손을 씻더니 바로 음식 재료들을 손질하기 시작한다.
시간 경과. 연수.. 잡채를 볶고 있다.
옆에는 벌써 요리가 끝난 유부초밥과 튀김 등이 그릇에 수북히 담겨져 있다.
문 열리고, 술이 많이 취한 나래.. 추워서 얼굴을 비비며 들어온다.
연수 : (계속 요리하며) 왔어?
나래 : 뭐야? 의리 없이 혼자 내빼버리구..
연수 : 미안해. 술 많이 마셨어?
나래 : 끝을 봤지! (부엌 풍경을 둘러보며) 근데, 이게 다 뭐야? 너, 이거 할라구 먼저 도망쳤어?
연수 : ...............
나래 : 차! 진짜 오래살고 볼일이다. 버리는거 아깝다고 반찬도 한가지씩만 해먹는 애가 왠일로 이런 진수성찬을 다 준비했냐?
(음식을 손으로 막 집어먹어 보며) 와.. 양념도 팍팍 썼네! 너 진짜 무슨 일이야?
연수 : .................. 내일...... 크리스마스잖아. 세나하구 내 생일....
나래 : (!)
연수 : 우리 세나... 내일은 꼭 나올 거야. 내일 만나면 여기 데리고 와서 맛있는 것도 먹이구 그럴려구...
근데, 그 때 준비해서 먹일려면 너무 오래 걸리잖아. 그래서, 미리 음식 좀 했어. 잡채는 한 번만 더 볶아서 주면 되구,
아! 튀김도 살짝 한 번 더 튀겨야겠지?
나래 : 김연수.. 너무 기대하지 마. 걔 오늘도 너 보구 모른 척했다며?
연수 : 아냐! 오늘은 너무 놀래서 그런 거야. 내일은 꼭 나올 거야.
나래 : (신발도 안 벗고 벌렁 드러누우며) 걱정이다. 풍선이 크면 터질 때 뻥소리도 큰 법인데...
연수 : (묵묵히 요리를 한다)
나래 : (누운 채 신발을 벗으려 발을 버둥거리더니 어느새 코를 골기 시작한다)
연수 : (웃으며 나래의 신발을 벗긴다)
S#37. 나래 방 (새벽)
살림살이라곤 앉은뱅이 책상과 미술관련 책들, 간단한 화장품들, 옷이 걸려있는 회전식 행거가 전부인 초라한 방이다.
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책상 위엔 연수가 은혜원을 나올 때 가져온 세나와 찍은 사진이 놓여져 있다.
나래.. 자고 있는데, 연수.. 벌써 나갈 채비를 끝내고 쪽지를 쓰고 있다.
<쪽지 내용: 나래야! 오늘 세나 만나서 꼭 데리고 올께. 회사엔 니가 잘 좀 말해줘! 부탁한다!>
연수..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간다.
S#38. 서울 타워 앞 (아침)
연수.. 그 자리에 와서 앉는다.
S#39. 민철 집 식당 (아침)
성춘, 명자, 선재, 민철, 민지.. 둘러앉아서 밥을 먹고 있다.
가라앉은 분위기.
성춘.. 해장국을 먹고 있고, 민철, 선재.... 말없이 밥만 먹고 있고,
민지.. 먹기 싫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깨작거리는데,
명자는 조마조마한 맘으로 식구들 표정을 살핀다.
성춘 : 선재랑 민지.. 오늘 저녁에 시간들 내라.
식구들 : (보면)
성춘 : 어제 최국장이 표를 몇 장 주고 갔는데.. (명자에게) 무슨 표라 그랬지?
명자 : 발레요. 호두까기 인형...
성춘 : 그래! 아주 비싼 표라 그러드라. 국장네 식구들도 올 모양이니까 꼭 참석들 해. 괜히 딴 사람 줘서
국장 기분 상하게 하지 말구..어차피 나하구 민철인 행사가 많아서 시간 못 빼니까 선재하구 민지.. 엄마 모시고 갔다와!
명자 : 선재도 공부 때매 바쁠텐데..
성춘 : (선재에게) 갈 수 있지?
선재 : ..............네!
성춘 : (민지를 보고) 넌 왜 대답이 없어?
민지 : 대답할 게 뭐 있어요? 어차피 다 아빠 맘대론데...
성춘 : 뭐야? 이 기집애가 뭘 잘했다구..
민철 : (O.L 말 막는) 민지야! 갈 거지? 너 발레 좋아하잖아!
민지 : ..................
성춘 : (민지를 못마땅하게 노려보더니 일어나 나가버린다)
명자 : (민지에게 조심스럽게) 진짜 갈 수 있겠어?
민지 : (민철을 쳐다보더니) .............. 알았어.
명자 : (의외의 대답에 놀란) 정말? 같이 갈 거야?
민지 : (삐딱한) 왜? 데려가기 싫어?
명자 : 아니, 그게 아니구.. 좋아서 그러지.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데, 어떡할까? 우리 만나서 같이 갈까?
민지 : 5시까지 학원 앞으로 데리러 와.
선재 : 엄마 차도 없는데 학원까지 가실라면 힘드시잖아.
민지 : 차! 누가 차 사지 말래? 혼자 알뜰한 척 할라구 유난떠는 사람이 누군데!
명자 : 그래! 엄마가 갈게. 학원 앞으루... 어차피 가는 방향이니까 중간에 내렸다 가면 되지 뭐... 선재, 넌 어떡할래?
선재 : 전 학교서 바로 갈께요.
명자 : 그래 그럼. 7시 공연이니까 6시에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만나자.
민지 : 난 학원에서 좀 늦게 나올지도 몰라.
명자 : 천천히 나와. 엄마가 기다리지 뭐.
민지 : (벌떡 일어나며 민철에게) 오빠 안 가? (나간다)
민철 : (일어나며) 다녀오겠습니다. (나간다)
명자 : 잘 다녀와. (얼굴에 미소가 함박이다.)
선재 :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명자 : 민지가 간대잖니..
선재 : (같이 미소짓는다)
S#40. 세종문화회관 (저녁)
선재.. 늦어서 뛰어온다.
도착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명자와 민지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선재.. 핸드폰으로 명자에게 전화를 건다.
선재 : 엄마! 내가 좀 늦었어요. 어디예요?
명자 : (F) 어.. 민지 학원 앞...
선재 : 아직 못 만났어요?
명자 : (F) 응! 전화도 안 되구.. 무슨 일 생긴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선재 : 그럼, 일단 엄마라도 오세요
S#41. 학원 앞 (저녁)
명자.. 추운 얼굴로 전화를 받고 있다.
명자 : 어떻게 그래? 연락 올 때까지 기다려봐야지. 혹시 무슨 일 생겨서 그쪽으로 직접가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넌 거기서 기다려봐.
선재 : (F) 엄마.. 춥잖아요.
명자 : 괜찮아...... 얘! 민지 전화 올지도 모르니까 전화 끊자! (전화 끊고)
S#42. 세종문화회관 (저녁)
시간 경과. 사람들.. 거의 다 입장한 후다.
선재.. 초조하게 시계를 보고 있는데,
민지.. 남자애 팔짱을 끼고 눈앞에 나타난다.
선재 : (표정 굳어지며) 민지야!
민지 : (아무렇지도 않게) 안 들어가고 뭐해?
선재 : 너 어떻게 된 거야?
민지 : 뭐가?
선재 : 학원 앞에서 엄마 기다리시잖아.
민지 : (약올리는) 어머! 그랬지, 참! 이걸 어떡하나? 큰일났네!
선재 : (화가 나서 노려보면)
민지 : 한 사람이야 원래 미련하니까 그렇다치고, 머리 좋은 오빠까지 이렇게 날 기다리고 있는 건 진짜 뜻밖이다.
선재 : ...............
민지 : 한 번 생각해봐! 오빠가 나라면 크리스마스 같이 좋은 날, 세상에서 제일 꼴보기 싫은 사람들하고 발레 보러 오겠어?
발레가 얼마나 좋은 건데... (남자애에게) 늦겠다! 들어 가자! (팔짱을 끼고 들어간다)
선재 : .................
S#43. 입시 학원 앞 (저녁)
명자.. 추위에 떨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핸드폰 울린다.
명자 : (얼른 받으며) 민지니?
선재 : (F, 가라앉은) 저예요.
명자 : 민지 왔어?
선재 : (F) 아뇨. 학원에 일이 생겨서 못 나온다고 전화 왔어요.
명자 : (걱정하는) 일? 무슨 일?
선재 : (F) 그건 모르구요. 어쨌든 이제 집으로 들어가세요.
명자 : 나쁜 일이래? 내가 학원으로 한 번 들어가볼까?
S#44. 세종문화회관 (저녁)
선재 : (목소리 커지는) 그냥 집으로 들어가시라니까요!
명자 : (F)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니?
선재 : (속상한데 꾹 참고) 아녜요. 추운데 오래 기다려서 그래요.
민지.. 별 일 아니래니까 걱정하시지 말구 이제 집으로 들어가세요.
명자 : (F) 이럴 줄 알았으면 너라도 발레 보러 들어갈 걸 그랬다. 우리 다 못 간 거 아시면 아버지가 화내실텐데....
넌 집으로 올 거니?
선재 : 아뇨. 학교 들어가서 공부 좀 하다 들어갈께요.
명자 : (F) 오늘 같은 날은 좀 쉬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니?
선재 : 괜찮아요!
명자 : (F) 그래 그럼.. 엄마 먼저 들어갈게. (전화 끊고)
선재 : (전화 끊고 속상하다)
S#45. 학교 앞 (밤)
선재..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로 들어가려다가 유흥가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S#46. 서울 타워 앞 (밤)
연수..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불쑥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연수 : (반가와서) 세나야!
나래 : (옆에 앉으며) 미안하다.
연수 : (실망하는) 왜 왔어?
나래 : 너 이러구 있을 줄 알고 왔지! 그만 가자!
연수 : 안 돼! 아직 생일 끝나지 않았어.
나래 : 올 사람이면 벌써 왔어!
연수 : 아냐! 나한테 화나서 늦게 오는 거야. 내가 그날 못 나갔으니까 나한테 화나서..
나래 : (한숨 쉬더니 들고 온 종이 봉투 속에서 고구마 하나를 꺼내서 내민다) 먹어!
연수 : (보면)
나래 : 집에 진수성찬 차려놓고 이게 뭐냐? 것도 기쁘고 기쁜 크리스마스에!
연수 : 미안해....
나래 : (고구마를 까서 입으로 들이밀며) 먹기나 해! 이 웬수야!
연수 : (억지로 먹는다. 눈물이 핑 돌아 목이 멜 거 같다)
S#47. 유흥가 - 거리 (밤)
세나.. 멍하니 서울 타워를 바라보고 있다.
연수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킥보드를 타고 스피드를 내는데
선재.. 우울한 얼굴로 오토바이를 타고 마주 달려온다.
세나는 충돌하기 직전 비명을 지르며 겨우 킥보드에서 뛰어내려 땅에 구르고,
킥보드는 급하게 방향을 틀던 선재의 오토바이에 크게 부딪힌다.
선재 역시 오토바이가 쓰러져 넘어진다.
선재 : (아픈 표정으로 일어나다가 넘어져있는 세나를 보고 놀라 뛰어간다. 세나를 일으키며) 괜찮아요?
세나 : (선재 손을 탁 뿌리친다)
선재 : (무안하고)
세나 :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선재한텐 눈길도 주지 않고 킥보드가 고장났는지 그것만 살핀다)
선재 : (그때서야 자기도 흩어진 책들과 가방을 챙기기 시작한다. 세나 쪽으로 떨어진 책을 주우려는 순간,
세나의 발이 그 책을 꾸욱 밟는다. 놀라서 세나를 올려다보면)
세나 : (킥보드에서 빠진 바퀴를 선재 앞에 툭 떨어뜨리고 말없이 선재를 노려본다)
S#48. 유흥가 (밤)
오토바이 헤드라이트 불빛 아래 선재는 가로등 밑에 쭈그리고 앉아 킥보드를 살펴보고 있고,
세나는 옆에 서서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다.
세나 : 그냥 돈으로 줘요. 고치지도 못할 거면서 괜히 사람 고생하게 하지 말구..
선재 : (세나를 올려다보며) 연장만 있으면 될 거 같은데요.
세나 : (잘못 걸렸다! 싶은 얼굴이고)
S#49. 유흥가 - 주차장 앞 (밤)
선재.. 주차장 관리실에서 연장통을 빌려서 나온다.
선재.. 연장통을 열고 연장을 꺼내 킥보드를 고치기 시작하면,
세나.. 할 수 없이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아 ZERO의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시간의 경과.
선재.. 여전히 킥보드를 고치는 일에 열중해 있고,
세나.. 목에 걸린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선재 : 목걸이가 특이하네요.
세나 : (얼른 목걸이에서 손을 떼며) 지금 몇 시예요?
선재 : (시계를 보며) 열 두 시 십 분 전이요.
세나 : (벌떡 일어나더니 선재에게서 킥보드를 확 뺏는다.)
선재 : (보면)
세나 : 밤 샐 거예요?
선재 : ..............
세나 : (킥보드를 들고 앞장서서 걸어간다)
선재 : (그자리에 서 있으면)
세나 : (돌아보며) 밥이나 사요!
S#50. 유흥가 - 편의점 (밤)
선재와 세나.. 라면을 하나씩 고르는데,
선재는 작은 컵라면, 세나는 사발면이다.
냉장고문을 열면, 선재는 생수를 꺼내고, 세나는 맥주를 몇 캔 꺼낸다.
세나.. 사발면과 맥주를 선재에게 떠안기더니 턱으로 계산대를 가리킨다.
선재가 계산대로 가면, 세나.. 얼른 풍선껌 몇 개를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S#51. 편의점 (밤)
창 앞에 나란히 서서 라면을 먹고 있는 선재와 세나의 모습이 보인다.
라면을 다 먹은 두 사람.. 나란히 물과 맥주를 들이킨다.
물과 맥주를 마시다가 눈이 마주치는 선재와 세나.
세나.. 갑자기 윙크를 하고, 선재.. 어색해서 시선을 돌린다.
세나 : 아까 어디 가는 길이었어요?
선재 : 학교요.
세나 : 집에 있기 싫었구나.
선재 : 네?
세나 : 크리스마스에 학교 간다고 나왔으면 뻔한 거지 뭐..
선재 : (마음을 들킨 것 같다) ................
세나 : 나도 오늘 기분 무지하게 꿀꿀한데.. 운 좋은 줄 알아요. 보통은 이럴 때 나한테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구요.
선재 : 난 왜 봐주는 건데요?
세나 : 얼굴 보니까 나만큼 꿀꿀한 거 같애서..
선재 : ...............
세나 : 서울 타워 가 봤어요?
선재 : 네?
세나 : 서울 타워요. 남산에 있는 거..
선재 : 어렸을 때 몇 번 가보구, 그 후론 안 가봤어요.
세나 : 난 한 번도 안 가 봤어요. 거기 올라가서 드럽고 치사한 이 세상, 사정없이 콱콱 밟아 주는 게 내 꿈이었는데..
선재 : 근데 왜 안 갔어요?
세나 : 누구 만날까봐요.
선재 : 누구요?
세나 : 있어요. 배신자!
선재 : 네?
세나 : 내가 제일 화끈하게 배신하는 법 가르쳐줄까요?
선재 : (?)
세나 : 먼저 '이 세상에서 널 사랑하는 건 오직 나뿐이다.' 그렇게 착각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이 세상이 다 널 버려도
나만은 널 절대 버리지 않는다 그렇게 믿게 만드는 거죠. 그리구나서 그 사람이 제일 힘들 때, 그 사람이 제일 나를
필요로 할 때, 그 때 그 사람을 확 내팽개치는 거예요. 어때요? 진짜 화끈하죠?
선재 : 실연.... 당했어요?
세나 : (픽 웃는다)
S#52. 유흥가 (밤)
선재와 세나.. 오토바이를 세워놓은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세나.. 껌으로 풍선을 불면서 걷는다.
재밌다는 듯 세나를 바라보는 선재.
세나.. 주머니에서 풍선껌 하나를 꺼내더니 껍질을 까서 선재 입에 물려준다.
선재.. 당황하지만 껌을 씹어 풍선을 불기 시작한다.
나란히 풍선을 불며 걸어가는 선재와 세나.
세나 : (ZERO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선재 : 아까부터 계속 같은 노래만 흥얼거리네요.
세나 : ZERO 노랜데... 들어봤어요?
선재 : (고개 젓고)
세나 : 음.. ZERO는요. (꿈꾸는 듯한) 진짜 천재예요. 작곡, 작사부터 연주, 노래까지 혼자 다 하거든요.
이름도 없고, 얼굴도 없어요. 그냥 음악으로만 말하죠. 그리구.. 음악을 돈으로 팔지도 않아요.
자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텐 무조건 공짜거든요. 그리구...(문득 말을 멈추고 선재 팔을 끌고
오토바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더니 먼저 뒷자리에 휙 올라탄다)
선재 : (보면)
세나 : 타요! 그 사람 만나게 해줄께요. 크리스마스 선물이예요.
S#53. 유흥가 (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선재와 세나.
그 위로 ZERO의 노래가 흐르기 시작한다.
S#54. PC방 (밤)
ZERO의 노래 계속 흐른다.
등을 대고 앉아서 각자 컴퓨터와 연결된 헤드폰을 쓰고 ZERO의 노래를 듣고 있는 선재와 세나.
세나는 ZERO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고 있다.
카드 속에 글자 치면서..
세나 : (E) 오늘은 당신의 노래가 더 특별하게 들려요. 내 생일이거든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 생일을 축하해 준 사람이
딱 한 사람 있었는데, 이젠 그 사람의 축하도 원하지 않아요. 만약 ZERO 당신의 축하를 받을 수 있다면,
우울한 내 생일도 정말 행복한 생일이 될 수 있을텐데... 메리 크리스마스! 나의 우상!
세나..자신의 아바타(사이버상의 캐릭터) 옆에 '연인'이라고 쓴 후, 전송 버튼을 누른다.
세나..메일을 보낸 후, 뒷자리에 앉은 선재를 보면,
선재.. 다른 생각에 잠겨 있다.
세나 : 스타 한 판 할래요?
선재 : (미소 짓고)
시간의 경과. 세나... 밖에서 커피를 뽑아서 들어오면,
선재.. 어느새 엎드려 잠들어 있다.
세나 : (살짝 선재의 배낭 앞주머니를 열어서 지갑을 꺼낸다. 지갑에 돈이 얼마나 들었나 보더니 학생증을 꺼내 본다.
- 의예학과 96학번. 학생증을 자기 주머니에 넣고 지갑을 다시 배낭에 넣는다.)
선재 : (고개를 드는가 싶더니 다시 잠에 빠져든다.)
세나 : (씩 웃으며 흘러내린 선재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준다)
시간 경과.
PC방에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선재..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깨어난다.
세나가 앉아 있던 자리를 돌아보면 이미 사라지고 없다.
선재.. 어젯밤 일이 마치 꿈인 듯 싶다.
S#55. 빅토리 회의실 (낮)
민철을 중심으로 봉달을 비롯한 성춘의 가신들.. 양쪽에 앉아 있다.
봉달 : 무슨 일이야? 우릴 한꺼번에 다 집합시키고.... 망년회 겸 고스톱이나 한 판 치자는 거야?
사람들 : (웃고)
민철 : 올해가 가기 전에 정리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
봉달 : 정리? 무슨 정리?
민철 : 그동안 빅토리를 위해서 애 많이 쓰셨습니다. 이젠 편하게 쉬게 해드리고 싶네요.
봉달 : 쉬라니? 그게 무슨 뜻이야? 이실장!
민철 : ................
사람들 : (!)
S#56. 빅토리 사장실 (낮)
성춘 앞에 민철과 봉달... 앉아 있다.
봉달 : (흥분한) 사장님! 아니 형님! 이럴 수는 없는 겁니다. 우리가 누굽니까? 빅토리 세우기 훨씬 전부터
사장님을 형님으로 모셔온 형님의 수족들입니다. 근데, 이실장이 우리를 짤라요? 이게 말이나 되는 처삽니까?
성춘 : (민철에게) 인사권을 달라고 한 이유가 이거냐?
민철 : ...............
성춘 : 없던 일로 해라. 나한텐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민철 : 빅토리를 아버지 대에서 끝낼 생각이십니까?
성춘 : 그게 무슨 소리냐?
민철 : 지금은 빅토리가 최정상에 서 있지만, 그 위치는 지금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건 아직도 밤무대나 주름잡던 시절의
주먹구구식 경영방식이 빅토리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전 빅토리가 썩은 뿌리를 쳐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빅토리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봉달 : 그러니까, 그 썩은 뿌리가 우리다 이말이야?
민철 : 음반 업계는 다른 업계와는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대중의 기호를 한 발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그런 감각을 가진 인재들이 우리 회사를 움직이게 하려면 세대 교체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뮤즈 같은 작은 회사가 어느새 빅토리를 위협할만큼 성장한 것도 그런 쪽에서 우릴 앞섰기 때문입니다.
성춘 : 이쪽 일이라는 게 이론만 갖고 되는 건 아니다.
민철 : 그럼, 한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왕년에 주먹이나 쓰던 분들이 지금 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뭡니까?
지금 빅토리는 밤무대나 주름잡던 옛날의 빅토리가 아닙니다.
성춘 : (!)
민철 : 최종 결정은 아버님이 내리십시오. (일어나서 목례하고 나간다)
봉달 : 어쩌실 겁니까? 진짜 저희 모가지 다 댕강 짤라내실 겁니?
성춘 : 사실 뿌리가 좀 썩긴 했지.
봉달 : 설마 저까지 짤라낼 생각은 아니시겠죠? 형님하고 전 그럴 수 있는 사이가 아니잖습니까?
성춘 : (!) 걱정 마! 자넨 버리지 않을테니까!
봉달 ; (씩 웃는)
S#57. 음반 매장 앞 (낮)
가발을 쓴 세나.. 매장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그냥 돌아서 가려고 하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매장쪽으로 간다.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유리창 밖에서 안을 훔쳐보는데, 갑자기 연수가 CD박스를 들고 유리창 가까이에 나타나자
세나.. 얼른 돌아선다.
연수... 다시 멀어지면, 세나.. 물기 어린 눈으로 연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세나.. 돌아서는데 유리창에 붙어 있는 오디션 광고 포스터에 시선이 머문다.
<포스터: 타이틀 - '제 2의 ***을 찾는다! 내용 - 스타의 산실 '빅토리 레코드'에서 2001년 가요계를 강타할 보석을 찾습니다.
넘치는 끼와 실력을 가진 당신이라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오디션 일시: 2000년 12월 31일 오전 9시,
오디션 장소: 빅토리 레코드사 4층, 신청 방법: 신청서 작성 후 매장 접수, or 홈페이지 접수 - www.victorymusic.co.kr >
S#58. 음반 매장 (낮)
연수.. CD 박스를 낑낑거리며 들고와 내려놓고 나래와 함께 박스를 뜯고 CD를 꺼내 진열한다.
그 때, 윤주.. 매장으로 들어온다.
윤주 : 김연수씨!
연수 : 네!
윤주 : 사무실에 올라가봐. 실장님이 부르시니까...
연수 : 실장님이요?
윤주 : 내가 어제 도난 사건에 대해 보고 올렸거든. 직접 문책하시려는 거 아닐까?
나래 : 아니 그걸 사무실에까지 찔렀단 말예요?
윤주 : 우리 매장도 엄연히 빅토리의 한 부서야.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 당연히 실장님이 아셔야지.
(연수에게) 뭐해? 빨리 올라가 봐.
연수 : (올라간다)
나래 : (걱정스런 얼굴로 쳐다보는)
S#59. 빅토리 기획실 (낮)
민철의 사무실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 최고급 오디오와 컴퓨터.. 설치되어 있다.
민철.. 연수의 이력서를 보고 있다.
이름 김연수, 생년월일 1975년 12월 25일 생, 서울 미대 서양학과 3학년 중퇴. 가족난이 비어있는 것에 눈길이 머문다.
그 때, 노크 소리 난다.
민철 : (이력서를 덮고) 들어오세요!
연수 : (긴장한 얼굴로 들어온다)
민철 : (어제와는 달리 아주 정중하게 자리를 권하며) 앉으세요!
연수 : (약간 의아해하며 앉는다)
민철 : 김연수씨! 궁금한 게 있어서 올라오라고 했습니다.
연수 : (?)
민철 : 왜 음반 매장에서 일할 생각을 했습니까? 미대생이면 여기가 아니라도 아르바이트할 곳이 많을텐데요.
연수 : (O.L) 도난사고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하지만, 그만두라는 말씀은 하지 말아주세요.
전 꼭 여기서 일해야 될 이유가 있습니다.
민철 : 꼭 여기서 일해야 되는 이유가 뭡니까?
연수 : ................... 개인적인 이윱니다.
민철 : 역시 나한테 넋이 나간 모양이군. 부서를 아주 이쪽으로 옮겨줄까요?
연수 : (그말에 놀라 얼른) 그런 거 아녜요. 찾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민철 : (씩 웃으며) 찾는 사람이 있다.. 도망간 애인이 매장 단골이었다, 뭐 그런 삼류 스토린가?
연수 : .................. 저, 매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건가요?
민철 : (끄덕)
연수 : (얼굴 환해지며) 고맙습니다. (일어나며) 그럼, 전 내려가보겠습니다.
민철 : 잠깐!
연수 : (보면)
민철 : (소파 옆에 둔 쇼핑백을 연수에게 준다)
연수 : (?)
민철 : 어제 내 동생이 버려논 옷 대신이예요.
연수 : 괜찮습니다.
민철 : (쇼핑백을 내밀며) 받아요.
연수 : (민철을 보며 회상에 빠진다)
S#60. 은혜원 창고 (낮) - 연수의 회상
선재 : (자기 시계를 풀어서 세나에게 준다) 이거 받어!
연수 : (선재 보기 민망해서 괜히 화내는) 잘난 척하지 마! 우리 공짜 싫어해!
선재 : 그럼... 그거 줘!
연수 : 뭐?
선재 : 니 그림... 그거 나 달라구! 그럼, 공짜 아니잖아!
S#61. 빅토리 기획실 (낮)
연수... 회상에서 돌아오면
민철.. 연수를 쳐다보고 있다.
연수 : (혹시 기억을 할까 싶어서) 저, 공짜 싫어하는데요.
민철 : (무슨 말인가 싶어 보는)
연수 : (역시 기억을 못한다 싶자 실망한 얼굴로)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돌아서는데)
민철 : (연수의 팔을 탁 잡는다)
연수 : (놀라서 보면)
민철 : (쇼핑백을 연수 손에 꽉 쥐어주며) 내 호의는 절대 거절할 수 없어요. 어떤 경우에도!
연수 : (!)
S#62. 여직원 탈의실 (낮)
연수.. 라커에 쇼핑백을 넣고 문을 잠근다.
S#63. 음반 매장 (낮)
연수.. 걸어온다.
걱정스런 얼굴로 기다리던 나래.. 연수에게 달려간다.
나래 : 뭐래?
연수 : ................
나래 : 설마.. 그만두란 얘긴 아니지?
연수 : .................
윤주 : (약올리는) 아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네. 우리 실장님이 워낙에 불의를 보면 절대 그냥 못 지나가는 분이야.
나래 : (흥분해서) 이건 말도 안 돼! 사람이 무슨 무쪼각이야? 이렇게 싹둑 짤라버리게?
내가 가서 그냥 확 엎어버려야지. (뛰어올라가려고 하면)
연수 : (나래를 잡으며) 아냐! 그런 거!
윤주 : (실망한) 아냐?
나래 : 근데, 니 표정이 왜 그래?
연수 : 나래야!
나래 : 응?
연수 : 너... 15년 전에 있었던 일 기억나니?
나래 : 15년 전?
연수 : 응!
나래 : 15년 전이면.. 열 두 살 땐데.. 글쎄....친한 애들 몇 명은 생각나지.
연수 : 한 번... 만난 사람은?
나래 : 한 번? 에이.. 그건 당연히 기억 못하지!
연수 : 그렇겠지? (서운한)
나래 : 갑자기 그건 왜?
연수 : 아냐... 아무 것두..
윤주 : (신경질적인) 뭣들 해? 일 안 할 거야?
연수 : 네! (다시 CD 정리하기 시작한다)
나래 : (같이 정리하다가 보면)
연수 : (다시 생각에 잠긴 얼굴이다)
S#64. 목욕탕 앞 (밤)
주인 아줌마.. '목욕합니다' 간판을 들여놓는데,
세나.. 달려온다.
아줌마 : (짜증스런) 또 왔어?
세나 : 청소 제가 할께요.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S#65. 목욕탕 안 (밤)
아무도 없는 목욕탕이다.
세나.. 양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걸레를 들고 들어온다.
그 차림으로 거울 앞에 서서 ZERO의 노래를 하기 시작하는 세나.
목소리가 울려서 그럴 듯하게 들리자 세나.. 뿌듯한 표정이다.
아줌마 : (문을 벌컥 열더니) 할라면 빨리 해! 나도 문닫고 들어가야 돼!
세나 : 알았어요! (거울들을 닦으며 계속 노래한다.)
S#66. 빅토리 오디션장 (낮)
정면에 '빅토리 레코드사 주최 신인가수 오디션'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심사위원석에는 민철, 봉달, 정훈 외 여자 한 명이 앉아 있다.
각자 앞에는 순서대로 기획실장, 영업부장, 작곡가, 작사가 등의 팻말이 놓여져 있다.
기찬.. 문 앞에 서 있다.
S#67. 빅토리 오디션장 (낮)
지원자들의 오디션 광경이 이어진다.
힙합부터 발라드,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가수 지망생들.
민철.. 진지한 얼굴로 심사를 하고 있고,
봉달.. 남자애들 나오면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여자애가 등장해서 섹시한 춤을 추면 정신이 번쩍 난다.
정훈.. 한 지원자의 노래가 끝난 후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쳐주다가 민철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자 얼른 자리에 앉는다.
S#68. 빅토리 오디션장 복도 (낮)
세나.. 차례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사이에 앉아 있다.
초조한 얼굴.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는다.
S#69. 빅토리 오디션장 복도 (낮)
민지와 금숙... 지원자들을 훑어보며 걸어온다.
민지 : (한심하다는 듯) 왜들 이렇게 촌스러워? 전국 노래자랑이야? 뭐야?
금숙 : 그러게 말이야. 이런 애들 이길라고 오디션 준비한 게 아깝다. (세나를 보고 민지를 쿡 찌르며) 야! 쟤 봐! 쟤! 끝내준다!
민지 : (같이 킥킥거리고)
세나 : (노려보는데)
그 때, 오디션장에서 나온 기찬이 세나의 이름을 부른다.
기찬 : 153번! 김세나씨!
세나 : (일어나는데)
민지 : (세나 앞을 막아서며) 기찬이 오빠!
기찬 : 어! 민지씨!
민지 : 금숙이 알죠? 얘 지금 오디션 좀 보게 해줘요!
기찬 : 지금요?
민지 : 네!
기찬 : 지금은 곤란한데요! 사람들이 많이 기다려서요.
민지 : 금숙인 우리 오빠가 직접 찍은 애라는 거 알잖아요. 오디션이야 딴 아저씨들 때문에 형식적으로 보는 거 뿐인데
빨리 좀 들어가면 어때요?
기찬 : (곤란한데)
민지 : (금숙을 밀며) 뭐하구 있어? 빨리 들어가!
금숙 : (들어가는데)
세나 : (뒤에서 금숙의 뒷덜미를 탁 잡는다)
금숙 : (비명 지르며) 악!
세나 : 좋은 말할 때 뒤로 가!
금숙 : 너 뭐야?
세나 : 나 이번에 들어갈 153번이다! 왜?
민지 : 너 까불지 말구 비켜! 노래 한 번 못 불러보구 쫒겨나구 싶어?
세나 : (픽 웃는다)
민지 : 비키라니까! (세나를 밀치고 금숙을 끌고 들어간다)
세나 : (이번엔 민지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내팽개친다)
민지 :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지고)
금숙 : (덩달아 소리지르는데)
세나 : (금숙을 밀치고 오디션장 안으로 들어간다)
민지 : 야! (소리를 지르며 쫒아들어가는)
S#70. 빅토리 오디션장 (낮)
세나.. 들어오면, 민지.. 흐트러진 머리를 하고 쫒아들어온다.
기찬.. 그 뒤를 따라 들어오고..
민철을 비롯한 심사위원들.. 깜짝 놀란다.
민철 : 민지야!
민지 : 오빠! 얘 오디션 못 보게 해!
세나 : (당당하게) 153번! 김 세나입니다.
민지 : (소리지르는) 이 기집애가 날 이꼴로 만들었단 말야! 나가라 그래!
세나 : (민철만 응시하며) 노래.. 시작할까요?
민철 : ............ 그러세요.
민지 : 오빠!
민철 : (엄하게) 민지 나가 있어!
민지 : 오빠!
민철 : (기찬에게) 뭐합니까? 오디션하고 관계없는 사람은 출입시키지 말랬죠!
기찬 : 네.. (민지를 달래는) 그만 나가죠.
민지 : (화나서 어쩔 줄 모르는) 오빠!
세나 : (상관없이 ZERO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민철 : (세나의 노래에 집중한다)
민지 : (세나에게 소리지르는) 너 가만 안 둘거야!
기찬 : (민지를 억지로 데리고 나간다)
세나 :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 노래한다)
정훈 : (그런 세나를 보며 호기심에 찬 눈빛이다.)
S#71. 빅토리 회사 계단 (낮)
연수.. 나래 손에 이끌려 음료수를 들고 올라온다.
연수 : 꼭 이렇게까지 봐야겠어?
나래 : 당연하지! 좋은 매니저가 될려면 대박감을 골라내는 안목부터 길러야 된다구.
나의 감각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는데 그걸 놓치면 되겠냐? (연수를 끌고 올라간다)
S#72. 빅토리 오디션장 복도 (낮)
연수와 나래.. 기찬에게 끌려나온 민지와 금숙이 분해서 훌쩍거리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다.
민지 : (열려진 오디션장 문쪽을 바라보며 소리지르는) 너 나오기만 해 봐!
금숙 : 그래! 너 나오기만 해 봐!
기찬 : 자,자, 진정 좀 하세요. (민지를 한쪽으로 끌고 가고)
나래 : (열려진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본다)
연수 : (흘러나오는 세나의 노래 소리에 끌려가듯 안을 들여다본다. 노래하고 있는 세나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세나야...
문틈으로 세나의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이 핑 도는 연수.
S#73. 빅토리 오디션장 (낮)
세나.. 열심히 ZERO의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음정, 박자가 많이 흔들린다.
봉달이 인상을 쓰며 그만하라는 벨을 울리려고 하자 민철이 막는다.
세나.. 노래를 끝까지 부른다.
민철 : 그 노래... 누구 곡이예요?
세나 : ZERO요!
민철 : ZERO? 처음 들어보는데...
정훈 : 정식으로 음반을 낸 가수는 아니구요. 사이버상에 MP3로만 곡을 발표하는 괴짭니다.
민철 : 저 곡 바로 들어볼 수 있습니까?
정훈 : 네?
민철 : 오디션 끝나는대로 다운 받아서 갖다주세요.
정훈 : 네! 알겠습니다.
민철 : 다음 사람!
세나 : 잠깐만요!
민철 : (보면)
세나 : 제 노래는요? 제 노랜 어떤가요?
봉달 : (끼어드는) 꼭 말로 해야 아나? 그따위로 불러놓구 무슨 말을 듣고 싶단 거야? 기본이 하나도 안 돼 있잖아! 기본이!
세나 : (민철에게) 전 실장님한테 물어봤는데요.
민철 : 솔직한 얘길 듣고 싶습니까? 아니면, 위로를 바라는 겁니까?
세나 : 솔직한 얘길 듣고 싶습니다. (긴장하는)
민철 : 현재로선 별로 가능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길을 찾아보세요.
세나 : (무서운 표정으로 민철 앞으로 다가온다)
사람들 : (시선 집중되는)
세나 : (대드는) 다른 길을 찾으라구? 당신이 내노래에 대해서 뭘 알아?
그까짓 몇 분 앉아서 들어놓구 내 노래에 대해 뭘 안다구 떠들어?
정훈 : (말리는) 그만 해요!
세나 : (뿌리치며) 놔! 당신! 스타 좀 만들었다구 혼자 잘난 줄 아는 모양인데, 웃기지 마! 웃기지 말란 말야!
연수 : (세나를 보며 눈물 흘린다) 세나야..
봉달 : 노래만 기본이 안 된 게 아니라 싸가지도 전혀 기본이 안 돼 있구만!
세나 : 뭐야? (봉달에게 달려드는데)
봉달 : (정훈에게) 뭐해? 얘 빨리 끌어내!
정훈 : 나오세요! (세나를 밖으로 밀어낸다)
세나 : (끌려나가면서도 바락바락 소리지른다) 두고 봐! 나 놓치고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야. 두고 보란 말야!
민철 : (세나와 상관없이 심사표를 들여다본다.)
S#74. 빅토리 오디션장 복도 (낮)
정훈에게 밀려난 세나의 등뒤에서 오디션장 문 쾅하고 닫힌다.
그때서야 세나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돈다.
돌아서서 울고 있던 연수.. 세나에게 다가가려고 하는데,
민지... 뛰어와서 세나의 따귀를 후려갈긴다.
연수 : (깜짝 놀라고)
세나 : (지지 않고 민지의 따귀를 양쪽으로 갈긴다)
민지, 금숙 : (세나에게 달려드는데)
연수 : 그만해! (달려들어 세나를 감싼다)
세나 : (연수를 보고 놀라는)
민지 : (연수를 알아보는) 어?
금숙 : 어머! 클럽에서 잘난 척하던 그 여자 아냐? 이 여자 끼어드는 게 취민가봐!
민지 : (연수 유니폼을 보더니) 여기서 일하죠? 짤리기 싫으면 비켜요!
세나 : (연수를 확 밀치고 도망친다)
연수 : 세나야! (쫒아가고)
S#75. 거리 (낮)
달려가는 세나를 겨우 붙잡는 연수.
세나.. 연수의 팔을 뿌리치려고 하는데,
연수.. 울면서 잡고 놓지 않는다.
연수 : 세나야! 가지마!........ 가지마! 세나야!
세나 : (외면하고 있지만 역시 눈물이 흐른다.)
S#76. 커피 전문점 (낮)
마주 앉아 있는 연수와 세나.
세나.. 연수의 손에 끼어있는 반지를 보더니 연수가 시선을 떨구고 있는 사이,
자기 목에 있는 목걸이를 옷속으로 숨겨버린다.
연수 : (침묵이 흐른 뒤에 어렵게 말을 꺼낸다) 어떻게 지냈어?
세나 : (차갑게) 잘 지냈어.
연수 : 그동안 얼마나 궁금했는데.. 니 소식 들을 수 있을까 해서, 은혜원에도 계속 내려갔었어.
세나 : 왜? 언닌 옛날에 나같은 건 다 잊어버렸잖아!
연수 : 아냐! 세나야! 그날은... 그날은 정말 나도 꼭 나갈려고 했는데...
세나 : (O.L) 됐어! 구질구질하게 옛날 얘기 할 필요 없어. 나도 다 잊어버렸으니까!
(비꼬는) 그러는 언닌 어떻게 지내? 그렇게 바라던 대학은 가셨나?
연수 : ...............
세나 : 가셨겠지! 언니같이 잘난 사람이 대학 못 가면 누가 대학을 가겠어? 결혼은 안 했어?
언니 정도 얼굴이면 부잣집 아들도 너끈히 낚을 수 있었을텐데! 아.. 그래도 출신이 고아라서 거기까진 힘드셨나?
연수 : 넌? 학교는 어떡한 거야?
세나 : 한 걸 뭘 물어? 은혜원 뛰쳐나올 때 학교야 당연히 쫑냈지. 나 원래 학교에 취미 없었잖아. 그것도 잊어버렸어?
연수 : (속상한) 그럼, 고등학교도 졸업 못했단 말야?
세나 : 그런 얼굴 하지 마! 비위 상하니까!
연수 : (!)
세나 : 언닌 옛날부터 툭하면 그런 얼굴을 하고 날 쳐다봤지. 나만 보면 너무너무 걱정되구 미안해 죽겠다는 그 얼굴!
진짜 대단해! 어떻게 아직도 그렇게 옛날이랑 똑같은 얼굴을 하고 날 쳐다볼 수가 있냐?
제발 부탁인데, 꼭 내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쳐다보는 그 얼굴, 이제 내 앞에서 좀 치워줄래? 역겨워서 그래!
연수 : (눈물 흘리며) 세나야... 미안해..
세나 : 미안해? 나한테 뭐가 미안해?
연수 : 미안해.. 정말 미안해..
세나 : 도대체 뭐가 미안한데? 어린 내 팔뚝에 펄펄 끓는 물 들이부어서, 소매 없는 옷 평생 못 입게 만든 거? 그게 미안해?
아님, 고아원 나가면 바로 모른 척할 거면서, 죽을때까지 언니 동생으로 살자 어쩌자 사기친 게 미안해? 것도 아니면
팔자에 없는 생일까지 만들어서 만나자고 해놓구, 춥고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코빼기도 안 보인 거, 그게 미안해?
연수 : (울기만 한다).
세나 : 이제 좀 솔직해지는 게 어때? 언니, 나한테서 도망가고 싶었잖아. 내 흉터 볼 때마다, 내가 그거 갖구 언니 발목 잡고
늘어질까봐 겁나고 부담스러웠잖아! 근데, 내가 은혜원에서 뛰쳐나왔단 소리 듣고 겁이 덜컥 났겠지! 내가 거머리처럼
들러붙어서 평생 안 떨어질까봐! 그래서 생일날 안 나온 거잖아! 그럼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을 해!
미안하니 어쩌니 가증 떨지말구 인정할 건 인정하란 말야!
연수 : 그런 거 아냐.. 세나야.. 진짜 그런 거 아냐..
세나 : 그만 울어. 울 일이 뭐 있어? 나 언니 없어두 아주 잘 살았어. 지금두 아주 재밌게 잘 살구 있구. 왜? 못 믿겠어?
내가 얼마나 재밌게 사는지 보여줄까? 그래! 보여줄게! 가서 보면 알 거 아냐! (연수의 팔을 끌고 일어난다)
연수 : (세나의 거친 행동에 불안해서) 세나야..
세나 : 뭐 해? 내가 얼마나 재밌게 사는지 보여준다니까! (억지로 연수를 끌고 나간다)
S#77. 단란주점 (낮)
연수.. 세나의 손에 이끌려 단란주점으로 들어온다.
호태.. 소파에 누워서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세나 : 여기야! 나 여기서 살어!
연수 : 여기서..... 산다구?
세나 : (호태를 흔들어 깨우며) 아저씨! 일어나 봐!
호태 : (부시시 일어나면)
세나 : (연수 보란 듯이 호태를 껴안으며) 언니! 인사해! 나랑 같이 살고 있는 주인 아저씨야!
연수 : (충격 받는!)
세나 : 우리 아저씨, 진짜 기분파야! 옷도 잘 사주지, 술도 잘 사주지, 용돈은 또 얼마나 팍팍 잘 준다구!
연수 : .............
세나 : 자 봐! 나 언니보다 백 배 천 배 재밌게 살어! 그러니까, 이제 미안하니 뭐니 그딴 헛소리하지 말구,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마!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이에 만나서 울고불고, 이런 코메디가 어딨어? 안 그래?
연수 : (눈물을 흘리며 뛰어나간다)
호태 : (잠이 덜 깬) 뭐야? 누구야?
세나 : (호태를 확 밀쳐버린다. 눈물이 핑 돈다)
S#78. 단란주점 앞 (낮)
거리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송구영신' 등의 플랜카드가 걸려 있고, 상점들에선 '올드랭사인'이 흘러나오고 있다.
연수.. 눈물을 흘리면서 뛰어간다.
세나.. 나와서 멀어지는 연수를 바라본다.
세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다.
S#79. 나래 방 (밤)
나래.. 걱정스런 얼굴로 지켜보고 있고,
연수.. 엉엉 울고 있다.
나래 : 그만해.. 이제 어디 사는지도 알구, 잘 된 거잖아.
연수 : 다 나 때문이야. 우리 세나 절대 그런 애 아닌데.. 그렇게 거칠고 모진 애 아닌데..혼자 너무 힘들어서..
혼자 너무 상처받아서.. 그렇게 된 거야. 어떡하니? 우리 세나 불쌍해서 어떡해?
나래 : (같이 눈물 글썽해서)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이제부터 잘하면 되지. 걔 아직 어려.
얼마든지 새로운 인생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구!
연수 : 그렇지? 아직 늦지 않았겠지?
나래 : 그럼!
연수 : (눈물 삼키며) 내가 해줄거야. 우리 세나, 내가 다시 행복하게 해줄거야. 내가 아프게 한 거 다 잊고 살게 해줄 거야.
나래 : 그래.. 알았어. (연수를 안아주면)
연수 : (나래의 품에서 다시 울기 시작한다)
S#80. 음반 매장 앞 (낮)
민철.. 차에서 내리다가 눈물을 흘리며 창문을 닦고 있는 연수를 본다.
연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민철.
S#81. 음반 매장 (낮)
연수.. 유리창을 닦으며 눈물을 흘리다가 문득 정면을 보면
민철.. 창을 사이에 두고 연수의 앞에 서 있다.
연수 : (얼른 목례를 하고 고개를 들면)
민철 : (여전히 연수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연수 : (당황하는데)
민철 : (창을 사이에 두고 연수의 눈물을 닦아주듯이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인다)
연수 ; (!)
민철 : (씩 웃더니 돌아서서 걸어간다)
연수 : (갑자기 밖으로 뛰어나간다)
윤주 : (?해서 연수의 움직임을 눈으로 쫒는)
연수 : (민철을 쫒아간다) 실장님!
민철 : (돌아보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민철을 바라보는 연수의 다급한 얼굴에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