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장 명예회장은 차 안에서 아무말이 없다.
앞자리에는 태현이 앉고 뒷자석에는 큰 아들인 화성그룹 회장과 함께 앉아있는 장 명예회장은 스쳐가는 창밖을 내다보며 대통령과의 면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어
내심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지만 아버지가 워낙 침울한 표정을 짓고있어 그 결과에 대해 조마조마하고 마음을 졸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참다못한 태현이 묻는다.
" 아버지, 대통령이 뭐래요?"
잠시 아무말도 않던 장 명예회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글세 그사람에게 순익의 절반을 똑 같이 나누어 주라는 거구나."
"네. 절반이요?"
태산과 태현은 놀라서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그래, 절반."
"아니, 그럴수가. 그래서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화가난 장 회장이 분해서 물는다.
"뭐라고 하기는. 우리에게 60%를 달라고 했는데 안된다는 거야."
"아버지 그게 말이 되는 소리에요? 생산하고 판매까지 맡아하는데 그 기획서류
하나만 가지고 똑같이 나누라니 너무하는 것 아닌가요?"
"대통령은 그 사람을 한국의 빌 게이츠로 만들어야 겠다는 거야. 그래서 그 사람에게 꼭 50%를 주라는 것인데..."
곤혹스런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장 명예회장은 말한다.
세 사람 모두다 말이 없자 차 안에는 일순 적막이 감돈다.
대통령이 그 사람을 꼭 한국의 빌 게이츠로 만들어야 겠다니 누가 막을 것인가
세 사람을 태운 차는 어느덧 한남동에 들어서고 있다.
집에 들어서자 응접실 쇼파에 앉아서 침울한 분위기에 쌓여 말없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장 명예회장.
"아버지,뭐라고 하셨습니까?"
침울한 분위기를 깨고 부 회장인 태현이 묻는다.
"최고 권력자가 안된다고 하는데 무슨 재주가 있겠냐."
"그럼 순익의 50%를 그 사람에게 줄건가요?"
"어떻게 그럴수가 있겠냐."
"아버지 그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장 회장이 궁금해서 묻는다.
"기다리며 시간을 끌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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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명예회장은 비장한 얼굴로 아들을 보면서 말한다.
"시간을 끌어요?"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장 회장이 되묻는다.
"얼마나요?"
부 회장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급히 묻는다.
"다음 정권까지."
명예회장은 이미 결심이 선 듯이 잘라 말한다.
"예?, 다음 정권까지요?"
두 사람은 놀라 동시에 외치듯이 아버지를 바라보며 묻는다.
"응, 다음 정권까지."
명예회장의 눈빛에는 투쟁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럼 맥주는 그 때에 생산을 한다는 말씀이세요?"
"아니. 맥주공장 설립은 추진을 하도록 해라."
"어떻해요?"
부 회장이 말 뜻을 깨닫지 못하고 재촉을 하듯 묻고 있다.
"일단은 추진을 하고 시간을 끄는 거야. 그렇게 해서 다음정권까지 끌고 가서
그 사람하고 간단하게 해결하는 거야."
"아버지 그럼 강 대통령이 그 동안 가만이 있을까요?"
장 회장이 걱정이 되어 묻는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우리를 고소라도 한다는 말이냐? 노조의 도움을 받아 파업을
불사하더라도 고분고분하게 머리를 숙일 수는 없지 않느냐?"
두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심을 했다는 듯이 일순 밝은 표정을 짓는다.
"국민들도 분개를 하도록 선동을 하고 정치권에도 우리의 권리를 유리하게 하도록
로비를 부지런히 하면 다음 정권에는 충분히 승산이 있어."
"정말 그래요. 그러면 이미 그 때는 이빨빠진 호랑이 신세가 되어버린 강 대통령도
어쩔수가 없을겁니다. 퇴임을 하면 돈이 필요할 것이고 얼마쯤 주머니에 넣어주면
그 사람도 슬그머니 받을 것입니다."
"사람은 수시로 환경에 적응하도록 만들어져 있어. 그 양반이라고 별수가 없지."
잠 회장이 동생인 부 회장을 보면서 말한다.
"아마 강 대통령도 아직 아버지에게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정치를 하시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말입니다."
부 회장이 아버지에게 보고를 하듯 말한다.
"1년 동안 아파트와 해외 건설공사를 수주해서 준공해봐야 이익이 남을까 말까 하는데 그런 어마어마한 돈을 그저 빼았길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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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아버지 우리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주권을 우리가 갖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합니다. 대통령은 분명히 우리에게 엿 먹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노조의 대의원들과 협력을 하여 파업을 유도하고 경제를 위협하여 현 정권과 싸워야 합니다."
부 회장이 결연히 말한다.
"그래요. 아버지 태현이 말에 일리가 있어요. 현 정권에게 이러한 압력을 은근히 심어줄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우리가 맥주공장을 세울수가 있어요."
"그래서 나는 대통령과 다투지 않고 60%로 달라고 설득을 하였는데 그는 거절했다.
그러면 결과는 서로가 극과 극을 달리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정부로서도 섣부리 우리 화성그룹에게 압력을 하지는 못할겁니다. 당사자간에
해결을 해야 할 일을 대통령이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한다면 그 사실을 국민이
안다면 결코 좋은 평판을 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장 회장이 장담한다는 듯이 말하자, 명예회장이 언성을 높이면서 큰 소리로 말한다.
"감히 우리 화성그룹에 압력을 가한단 말이냐? 우리가 국가를 위하여 얼마나 공헌을 했는데 우리에게 압력을 가한단 말이냐, 경제계도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반발을
사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우리를 탄압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술이 거나해진 명예회장은 화가 풀리지 않아 언성을 높이며 말하고 있다.
"개발을 끝내고 해외시장에 내다 팔기 까지는 최소한 2년이 걸립니다. 그 2년까지는 현 정권도 아무런 압력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맥주 공장은 약 3년이 걸리므로
3년 간은 현 정권과 갈등없이 순탄하게 경영을 해나갈 수가 있을 겁니다.
그 사이에 우리는 로비를 완전하게 해놓아야 합니다. 대통령 가족만 빼고 하다못해
비서실장까지도 우리가 매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장 회장이 화가 난 아버지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조용히 말하고 있다.
"그럼 빨리 개발을 시작하도록 하고 NASA에 필터 기술계약과 판매권을 비밀리에
추진하도록 해."
"알았어요. 아버지"
아들의 말을 듣고야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이 명예회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만 우리가 주권을 가지는데 성공하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사업도 자본조달 할
필요도 없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가 있다. 이런 기회는 평생에 가도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기회인데 이것을 무슨일이 있더라도 성공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적인 그룹이 되고 못되는 시점에 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알았습니다."
두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가슴에 심어놓기라도 하듯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렇게해서 전쟁이 불씨가 생기기 시작하였고, 평생 돌이킬 수가 없는 커다란 실수를 자초한 결과의 밤이었다. 128
누가 알았으랴. 한 번 선택을 잘못하여 그 동안 쌓아올린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하늘이 준 천수의 생명과 부귀영화를 다 누리지 못하고
쌓여가는 스트레스에 병을 얻어 죽음의 길로 들어설줄 알았다면 이런 발상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인데 빈손으로 일구어세운 왕국을 자신의 욕심으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만들었을줄이야 꿈에도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어둠은 한남동을 완전히 덮고 있었으며 장 명예회장의 집에서 나오는 불빛만이
주위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불빛은 덮쳐오는 어둠을 몰아내기에는 너무나도 미미했다.
그것을 모르는 것은 자신의 국가에 기여한 자만심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비록 산전수전을 다 겪었을지라도...
장 명예회장이 손자병법에 나오는 저 유명한 "지피지기"를 알았더라면 그는
또 다시 역사에 남을 일을 한 것이 되는데 개인의 욕심에 눈이 어두어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줄이야 미쳐 몰랐으리라.
한편 오준호는 한성그룹에서 나와서는 강남에 오면 늘 들리는 커피숍에서
앉아있다.
주머니에는 부 회장이 준 십만원권 수표 50장이 봉투에 빳빳하게 담겨져있다.
마음은 마치 사법시험이라도 패스한 것같이 크게 부풀어있고 천하가 자신의 손안에
있는 것같이 느껴져 이러한 기분을 태어나서 여지껏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제는 그 지긋지긋한 하숙방에서 옆사람이 뀌는 방구소리와 냄새를 맡지않아도
될 날이 얼마남지 않았고, 또 어쩌면 한성그룹의 비서인 설희에게 프로포즈하여도
될 것같아 생각만 하여도 마음이 설레는 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삼십대인 중반인 자신이 마치 이십대들처럼 흥분되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ㅡ 내가 회사 중역이 되면 우선 형님과 형수님이 믿어주지 않겠지. 그리고
친구녀석들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술을 사라고 성가시게 될 것이고 그 동안
신세졌던 녀석들이 도움을 요청할텐데 돈을 넉넉히 준비하여야겠지.
설희가 나의 프로포즈 신청을 받아줄까?
내가 나이가 많은데도. 한성그룹 부 회장이 중매를 서면 내 가슴에 안기게
될까? 그래도 싫다고 한다면 나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아가씨에게 접근을 하여도 되겠지.
당사자들이 좋아한다면 부모도 허락을 하게될꺼야, 아마 내가 중역이라는
지위가 나이차이를 극복하게 해줄꺼야. ㅡ
준호는 커피를 나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보면서 그녀의 날씬한 몸매를 보면서
중얼거리고 있다. 129
설희를 나도 모르게 좋아하게 되었지만, 결혼을 못한다면, 나는 저 아가씨에게 호감을 사서 결혼을 한다면 나는 행복할 수가 있을까. 설희를 좋아했던 감정이 그대로 저 아가씨에게 옮겨갈 수가 있을까.
그 녀는 어떤 여자일까, 학생일까, 아니면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용돈을 벌기위해
일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봐도 결혼을 한 것같지는 않고 애인이 있을까.
준호는 자신이 저여자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식은 커피를 홀짝이면서 준호는 창 밖을 내려다보고 넘치는 인파를 보며 상념에
젖어있다.
그건 그렇고 자, 이제 어떻게 하지? 부 회장이 기획을 마저 작성해서 가져오라
했으니 마저 해야겠지. 주머니에 돈도 있으니 당분간은 방세 걱정은 하지않아도
되고, 그런데 왜 하필 오백만원일까. TAKE FIVE이면 오천만원도 되는데 오천만원을 주어야 빛도 값고 방 한칸을 얻어야 할텐데. 오천만원을 주면 어디가 덪나나..젠장, 이제는 좀 쉬면서 여유를 갖고 싶은데. 기획서류를 마저 가져가면 어떤 조치를 취해주겠지.
포상금을 줄까. 준다면 얼마난 줄까. 노총각이니 최소한 결혼할 자금과 상류생활을
할 만큼 주겠지.
가만있자 지금 모델이 세 종류인데 나머지 한 가지가 구조상으로 가능하지가 않은데 비너스를 꼭 넣어야 완벽한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 조각품이 완성되고 세계시장을 장악할텐데... 코 부위가 어떻게 기계적으로 안될까. 구조상으로는 도저히 안된다고 하니 그러면 사출기에서 나와서 손으로 깎어? 한 두 개도 아니고 그 수많은 숫자를 어떻게 감당을 한다?
코 부위만 소형복사기로 가공하고 코구멍을 손으로 다듬는다? 그것도 안된고 하여튼 무슨일이 있어도 코구멍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준호는 스쳐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에 몰두해있다.
그렇지! 꼭 위에서만 기계가 깎으라는 법이 없지. 사출기에서 나온 제품을 360도 돌려서 코구멍을 위로 향하게하여 하면 기계에서 코구멍을 만들 수 있다 !
마치 탈을 360도 돌리면 코구멍이 위로 향하게되니 완벽한 비너스의 석고모델과
똑같이 만들수가 있다.
그리고 손으로 뻬빠로 문지르면 우아한 비너스의 코 곡선이 된다.
그리고나서 흰색 도금을 입히면 비너스의 석고모델과 똑같이 탄생이 된다.
준호는 생각이 이에 미치자 자신도 모르게 탁자를 탁!하고 세게 내려친다.
그리고는 벌떡일어나 도로위를 달리는 차들을 노려보고 있다.
탁자위에 있던 커피잔이 소리를 내며 크게 흔들리고 그 소리에 주위에서 담소하던
사람들이 놀라서 준호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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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에 있던 그 녀도 놀라서 준호를 바라본다. 준호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다가오는 그녀를 본다.
"무슨일이 있으세요?"
싱긋이 미소를 담고있는 그녀는 다가와서 상냥하게 묻는다.
"아, 아닙니다. 제가 뭣좀 생각을 하다 그만..."
"아, 그러세요? 뭐 필요한 것 있으세요?"
미소를 잃지않고 있는 그녀는 뺨에 보조개를 짓고는 묻는다.
"아니,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준호는 말을 더듬듯이 말한다.
"손님들이 놀래서..."
"조용히 하겠습니다."
그녀는 뒤돌아 카운터로 간다. 무릎까지 내려온 미니스커트 아래로 날씬한 그녀의
뒷 모습에 준호는 바라보고 있다.
까만 상의에 하얀 스커트는 하얀 그녀의 얼굴과 아주 잘 어울렸다.
준호는 문득 설희를 떠올린다.
"그래 4가지 모델이 완성 가능해. 이걸 빨리 부 회장님께 알려야하는데...
나머지 기획은 시간이 걸리니까 우선 이것을 어떻게 보고하지? 바로 또다시 가 서 만나달라고 할 수도 없고."
준호는 커피를 마저 마시면서 창 밖을 내려다본다.
골몰하게 생각하고 있던 준호는 우편으로 보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우편으로 보내면 만약에 정보가 새어나가면 어떻하지, 그래, 영어로 암호를 써서
보내는 거야. 그럼 그양반을 알아볼거야. TAKE FIVE CLUB으로 우편으로 보내 면 분명히 내가 보낸 거라는 것을 알고 번역을 하게 될거고 곧 개발에 착수를
하게 될꺼야. 등기로 보내면 분명 부 회장실에 있는 설희에게 가게 될것이고 설 희는 부 회장님의 클럽에서 온 것으로 알고 전해주면 부 회장이 받아보겠지."
설희가 "부 회장님 클럽에서 우편이 왔어요." 하면 부 회장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 그래." 할까, 아니면 클럽은 무슨 클럽 하고 되물을까. 설희도 여지껏 한 번도
부 회장이 클럽이 있다는 것을 보지못했을텐데... 물론 전화도 없었을테고."
준호는 생각하고 낄낄대며 웃는다.
자신이 생각해봐도 우습고 소설속에서 나오는 이야기 같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머리를 숙이며 웃음을 참느냐고 애를 쓰고 있다.
자신이 연출하는 장면을 상상하자 또 다시 웃음을 참지못하고 킥! 하고 웃는다.
옆에서 차를 마시던 사람들이 준호를 바라본다. 준호는 일어서 계산하기 위해 봉투에서 수표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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