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였다 하면 ‘빚만 늘었다, 농사 안 할란다’는 한숨 소리만 가득해요.”(전남 보성군 회천면의 감자 재배농가 하삼회씨)
“예전 이맘때 같으면 올해 값이 좋았던 것 심자, 뭐 이런 말이라도 나오는데 지금은 정말 막막합니다. 출하해서 본전도 못 찾은 게 대부분이었으니까.”(경남 밀양시 하남친환경작목반장 박기홍씨)
새해 영농설계에 가슴 부풀어야 할 연말, 기대감은 고사하고 위기감과 불안감이 산지를 엄습하고 있다. 2년에 걸친 유례없는 채소 값 동반 폭락세에 지칠대로 지친 농가들이 내년엔 대체 무슨 작목을 심어야 할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1일 발표한 주요 채소류의 내년 봄 작형 재배의향 조사결과에서도 이런 현실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체 표본농가를 대상으로 건고추·마늘·양파·대파·배추·무·감자·당근·양배추 등 9개 품목의 내년산 재배의향을 조사한 결과 일제히 재배면적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나온 것이다. 더욱이 조사 참여 농가의 상당수는 차기 재배품목을 아예 정하지도 못한 것으로 나타나 농가들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짐작게 했다. 이는 상당수 농가들이 작목 전환을 고려하고 있거나 아예 농사를 포기할 생각을 갖고 있음을 방증하는 동시에, 농가들의 쏠림 현상에 따라 내년도 수급이 크게 요동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강태중 전북 고창 대성농협 영농지도과장은 “풋고추 정도만 (시세가) 괜찮았지 쌀부터 잡곡까지 뭐 안 떨어진 것 있었나. 농가들이 내년 농사를 앞두고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느냐”고 평가한 뒤, “당장 2월 초 아주심기에 들어가야 할 봄무의 재배 여부를 결정 내리지 못한 농가들이 지역에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오근환 예탄영농조합법인 대표(충남 예산군 신암면)는 “올해 하우스 봄배추를 폐기하는 등 홍역을 치러선지 내년 봄배추 아주심기 규모조차 정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예산지역은 봄배추 대체품목으로 수박과 방울토마토를 많이 심는다. 배추를 많이 하면 수박을 줄이고 수박을 많이 심으면 배추를 줄여 가격 편차에 나름 대비하는 구조다. 하지만 올해는 두 품목 모두 시세가 없어 고민이 더 크다는 게 오씨의 전언이다.
노지품목 재배농가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노지 재배의 경우 토질과 기후 등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에 작목 을 섣부르게 바꾸면 실패 확률이 더욱 클 수 있어서다. 감자 재배 농가인 하삼회씨는 “우리 지역엔 한동안 벼 심다가 감자로 돌아선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감자가 돈이 안돼 다시 벼농사로 전환하려고 할 땐 토양 형질 전환에 돈이 추가로 들어간다. 결국 고민만 하다 정식기가 다가오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감자를 재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했다.
농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소득작목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전문기관이 길잡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재복 경북 고령군 개진면 옥산1리 이장은 “사실 대개의 농가들은 작목을 바꿀 때 전문기관의 관측정보나 재배의향조사는 참고하는 수준이고 주위의 입소문을 따른다”면서 “가격이 죄다 하락해 소득작목이라고 자신있게 내놓을 것도 많지 않겠지만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농가 지도에 나서 내년에 있을지 모를 채소류 수급대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기홍 작목반장은 “일본에선 지자체가 지역내 특정 품목의 재배면적을 정하고 출하시기를 조절해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지 않게 한다고 하는데, 우리도 지자체와 정부가 농가들에게 적정 면적만 심으라고 하고 농가가 이를 잘 준수한다면 과잉생산→가격폭락→산지폐기의 고리를 근절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강태중 대성농협 과장은 “수급 조절을 목적으로 휴경하는 밭에 직불금 형태로 보조금을 지원해 농가 소득을 보전하고 채소류 수급을 안정화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댓글 올해 농사를 마무리 지으면서....
차라리 이돈으로 서울에서 장사나 할걸.... 이라는 후회를 해 봤습니다.
이돈 벌자고 마누라까지 고생시키나...싶고 둘이 고생하는데 서울에서 혼자 버느니만 못하니...
내년엔 대학생이 둘인데...
내년에는 좀 더 낫겠지요??
제가 2년 주말농 하면서 느낀점입니다
어떻게 농사지어 대학을 둘씩이나 보냅니까
하나 보내기도 힘들어요
점점 농촌에서 농사짓는 생활은 힘들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 은퇴세대는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희소성있는작물을 수천수만평 농사지은후 박사님과 프로듀서를 섭외 몸에좋다는 방송을 두어번하면 대박일겁니다..
특히 다이어트나 당뇨등 성인병에 좋다는걸로..ㅎ
힘드시겠습니다.힘내십시요.
이 농촌에 현실이 농사가 잘되도 걱정 못되도 걱정
그래도 대농은 조금
저희 텃밭이 있는 고향동내 딱 두농가 농기계를 가지고 있는 농가만 조금 나을뿐
일반 농가는 농사지어 농기계 사용료 주면 끝
농사짓고 싶어 농사짓는 사람이 몇분이나 계실까요?
가음아픈 현실입니다.
주말농사라도 자제값이 만만찮은데 대농이면 빚이 늘어간다는 말이 맞네요
절박한 농촌의 실상 금융권 이자가 저렴해
그나마 다행 이라고 위안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