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이 이 땅에 태어난 지 벌써 17년이 되어 오늘 17번 째 주주총회를 연다고 한다. 세월이 빠르다. 나는 한겨레신문이 태어날 때 자식이 태어난 거처럼 기쁘고 반가웠다. 오랫동안 한글사랑운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한글로만 신문을 만든다고 해서 너무 반가웠고 기뻤다. 그건 개혁이고 혁명이었기에 많은 개혁세력이 창간주주로 참여했다. 나도 돈이 많았다면 많이 내고 싶었으나 살림살이가 빠듯해서 내 이름으로 30주를 사고 그 때 초등학교에 다니던 내 세 자식이름으로 6주씩 따로 18주를 사고 주위 사람들을 애독자로 추천했다. 자식들을 주주가 되게 한 건, 마치 세포분열 하듯이 그 애들이 커서 결혼을 하면 한겨레 애독자가 자연스럽게 세 배로 늘어날 것이란 마음에서였다.
창간 초기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 창간호는 우편으로 받아봤는데 참으로 아름답고 멋있었다. 내가 한겨레 주주요 독자란 게 자랑스럽고 가슴이 박차는 감동을 느꼈다. 처음 몇 년 동안 주주총회에도 빠지지 않고 나가고, 한 마을에 사는 한겨레독자들과 주주독자모임도 만들어 다달이 만나기도 했다. 그 때 한겨레신문은 조그만 신문이지만 그 어느 신문보다도 세상을 밝게 하는 신문이었다. 민주주의와 통일 이루기, 우리말을 살리고 빛내는 일, 부정부패를 쓸어내는 일에 큰 몫을 하는 민중의 친구요 입이었다. 다른 신문은 몇 달씩 공짜로 주고 보라고 해도 보지 않지만 한겨레는 스스로 찾아가서 보는 신문이었다.
1. 한겨레신문 창간 정신이 흐려지는 거 같았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서인지 한겨레에 대한 사랑이 식기 시작했다. 아마 송건호 사장이 돌아가시고 10여 년이 지난 때쯤으로 보인다. 신문사 안에서 패거리 다툼을 한다는 말도 들리고 신문 내용도 메말라 보였다. 10년 전쯤 장대비가 내리는 날 민족운동가들이 백범을 암살한 안두희를 잡아놓고 동숭동 우당기념관 지하강당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였다. 안두희를 잡아온 분이 한겨레신문 기자가 없다고 기자회견을 하지 않으니 다른 신문과 방송기자가 한겨레기자만 기자냐고 짜증까지 내는 데도 미루다가 한겨레기자가 오니 회견을 했다. 그런데 그 기자는 기사를 한 줄도 쓰지 않고 다른 통신사가 쓴 기사를 조그맣게 낸 것을 보고 배신감을 느꼈다. 그 뒤에도 그런 걸 여러 번 보면서 실망이 컸으며 창간정신이 식은 거로 보이기 시작했다. 또 다른 권력집단이고 임자 없는 신문사요, 임원과 기자들만의 신문으로 보였다.
2. 한겨레는 공정하고 바른 신문인가?
한겨레신문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해본다. 용기 있는 신문이라고는 말하겠는데 공정한 신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다. 편향된 정치감각에 순수성이 많이 퇴색한 거 같다. 반 개혁세력이 그렇게 말해서가 아니고 내 눈에 그렇게 보인다. 나는 조선일보가 그렇게 보여 조선일보를 읽지 말고 보도자료도 보내지 말자는 운동에도 찬성한 사람인데 자꾸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어떤 면에서 닮은꼴이라고 느끼고 진짜 공정한 신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껄끄럽다. 창간 초기 내가 한겨레신문만 본다고 주위 사람이 "빨갱이 신문만 보는 이유가 뭐냐?"고 비난하면 "한겨레신문이 가장 공정하고 용기 있고 참말을 하는 신문이기 때문이다."라고 큰소리치면서 한겨레신문을 보라고 권유했는데 지금 그런 자신이 없다.
2. 주주와 독자에 별 관심이 없다.
다른 주주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소액주주를 무시한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주주들은 이용물이고 장식품이고 머저리들이다. 창간 정신을 잘 살리고 있으며 주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신경 쓰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겨레 임직원과 기자들에겐 특정세력과 자신들만 보이고 그 틀에 묶여있어 주주와 독자, 다른 국민은 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의심이 간다. 주주총회도 각본대로 하는 거 같아 들러리서는 기분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 주주와 독자의 불만을 물어보는 일도 없고 혹시 의견을 제시해도 무시한다.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나 일반주주의 의견을 들으려 하는 모습이 없다. 소액 주주가 괜히 나선다고 할거로 보이지만, 내 주위에 있는 다른 주주도 한겨레에 불만과 실망을 느끼는 것을 보면서 그 분위기를 알리고 바뀌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주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3. 나는 한겨레가 잘 되길 간절히 바란다.
나는 한겨레가 더 좋은 신문이 되고 잘 되길 바란다. 그래서 내가 아는 김종철 논설위원 님이 있을 때까진 찾아가 고마운 인사도 하고 잘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그리고 회사에 전화도 하고 글도 써보냈다. 내가 모시고 함께 한글사랑운동을 하던 공병우박사와 이오덕 선생님도 한겨레를 남달리 사랑하는 주주요 독자였는데 한겨레에 아쉬움과 섭섭함을 느끼고 계신 걸 보면서 대신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그런데 주주가 한겨레를 보지도 않고 무관심하게 되면 안 된다고 보여 그 여론을 적는 것이다. 자꾸 그런 사람이 늘어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마디하는 것이다. 내게 한겨레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다는 표시로 주주총회는 가지 않더라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소리를 하는 것이다.
한겨레신문이 누구나 보고 싶은 신문, 적어도 주주들이 외면하지 않는 신문이 되었으면 좋겠다. 창간 초기 어쩌다 배달이 안 되면 보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주주총회에 가보고 싶으나 괜히 기분이 더 상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까봐 안 간지 오래되었다. 깊은 내용을 잘 모르지만 생각보다 신문사가 잘 나가지 못하는 거 같기에 임원진과 기자들은 말할 거 없고 주주독자들이 힘을 모으자는 뜻에서 내 생각을 말했다.
신문사가 잘 되고 있는 데 내가 헛소리를 했으면 나를 꾸짖어주기 바란다. 내가 주주총회에 가지 않아도 잘 해먹고 있으며, 내가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지만 그래도 서로 할 말을 하는 게 서로에게 좋다고 보여 용기를 내서 글을 썼다. 내일 주주총회를 한다고 하는 데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북핵문제, 독도문제, 경제문제 들로 불안한 국민의 마음을 한겨레신문이 달려주고 힘과 용기를 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어린애처럼 투정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