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전국장애인동계체전 4관왕 노르딕스키 김민영 선수
-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세계무대까지 나아가겠습니다”
지난 2월 13~16일 사흘간 강원도 일대에서 열린 ‘제19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 중 하나가 전남장애인체육회 소속 노르딕스키 김민영이다. 그는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에서 각각 금메달을 2개씩 획득하며 4관왕에 올랐다. 이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김민영은 한국 노르딕스키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우석대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하는 그는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Q. 최우수선수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A.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4관왕을 이뤘다는 사실이 여전히 꿈만 같습니다.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것도 그렇고요. 메달을 확인할 때마다 “아, 꿈이 아니구나!” 하면서 놀라움의 감정이 뒤섞입니다. 간혹 저와 관련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요.
Q. 어떻게 운동선수의 길을 걷게 됐나요?
A. 저는 시각장애인이면서 청각장애인입니다. 사물의 형체만 알아볼 정도의 시력을 갖고 있고, 보청기를 통해 소리를 듣습니다. 장애가 있다 보니 매사 침착해지더라고요. 어린 시절부터 조심스레 행동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특수학교인 은광학교에 진학한 뒤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때 내면의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이 발현됐어요. 체계적으로 몸을 움직이다 보니 후련한 기분이 들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스키캠프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전남장애인체육회가 주관하는 스키캠프에 참가해 스키를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도구를 활용해 내 몸을 움직이고, 눈 위를 걷고 달리고 활강하는 짜릿함이란…. 이런 저를 눈여겨보신 코치님께서 “정식으로 스키를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권하셨어요.
Q. 노르딕스키는 어떤 종목인가요?
A. 노르딕스키는 북유럽에서 유래한 스포츠입니다. ‘설상의 마라톤’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을 만큼 체력 유지와 안배가 중요합니다. 장애인 노르딕스키 종목은 평지와 언덕 등 일정 코스를 빠르게 완주하는 ‘크로스컨트리’와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바이애슬론’으로 나뉩니다. 때때로 크로스컨트리가 지루하지 않느냐는 말을 듣곤 합니다. 아마도 코스가 길어서 그런 것 같아요. 크로스컨트리는 새하얀 설원을 사력을 다해 올라가는 과정에서 인간 내면의 투지와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예요. 경사로를 내려갈 때에는 인내를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 들죠. 바이애슬론은 사격 덕분에 주목도가 높은 편인데, 표적을 맞히지 못했을 때 더 많이 달려야 하기에 역전 승부가 가능한 스포츠입니다. 스키를 처음 접할 때 “넘어지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아요. ‘스키’ 하면 대개 활강하거나 기문을 스쳐 지나듯 돌며 내려오는 모습을 연상하는데, 그 종목은 알파인스키입니다. 알파인스키는 안전 등을 이유로 두툼한 옷을 입고 넘어지는 법을 먼저 배우기도 해요. 노르딕스키는 얇고 활동적인 스키복을 입습니다. 선수들은 “최대한 넘어지지 말자”고 해요. 넘어지는 것보다 균형 잡는 법을 더 중요하게 배웁니다.
Q. 2016년 첫 출전이었으니 6년 만에 쾌거를 이뤘네요.
A. 당시에는 출전하고 완주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어요. 장애인 노르딕스키의 지원이나 훈련 체계 등이 지금에 비해 단단하게 자리 잡지 못했고, 시설이나 인력 등에서 지역 간 편차도 있던 것으로 기억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코치님들은 늘 선수들을 독려하고 격려해주셨어요. 성적이나 성과에서 무한정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스포츠로서 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가르쳐주셨죠. 그런 부분이 오늘의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번 대회에서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꼈어요. 4관왕에 올랐고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건 꿈같은 일이지만 경쟁 상대였던 선수가 사정상 출전하지 못했거든요. 설원에서 정정당당하게 만나고 싶었는데…. 그 선수뿐 아니라 더 많은 선수들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분발할 겁니다.
Q. 가이드러너와 호흡이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A. 귀에 찬 수신기를 통해 가이드러너의 신호와 안내로 코스를 완주합니다. 경기뿐 아니라 훈련할 때부터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죠. 김철영 가이드러너와 눈의 질감이나 스키의 상태 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면서 완주를 반복했어요. 어느 구간에서는 속도를 내고, 어느 구간에서는 속도를 늦추자며 전략을 짜기도 하죠. 김철영 가이드러너는 전남체육회 소속 현역 바이애슬론 선수예요. 바이애슬론에서 사격을 할 때는 상승했던 심박을 낮게 조절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어려워 많은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Q. 아쉽거나 힘든 점이 있다면요?
A. 장비나 훈련일정 등에 있어 전남장애인체육회가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스키 연습장이 강원도 대관령 쪽에 있기에 오가는 길이 다소 번거롭기는 합니다. 가까운 곳에 시설이 갖춰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예전에는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을 담담하게 지켜보기만 했는데, 이번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인지 올해 베이징 대회는 더 뜨겁게 응원하고 공감했어요. 훈련이나 여타 대회 등에서 자주 만나는 신의현·원유민 선수가 이번 베이징패럴림픽에 출전했기에 더욱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언젠가 그들과 같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그날을 위해 열심히 눈을 헤치면서 나아가는 선수가 될 겁니다. 항상 지지해주시는 아버지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어요. 장애인 노르딕스키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저도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 04월 <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74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