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사도 22,30; 23,6-11. 복음 : 요한 17,20-26.
여러분은 자신에게 필요한 성령의 은사와 열매를 청하면서 대축일을 잘 준비하고 계신가요? 저는 어제 6월 추천도서로 소개할 책 <전쟁과 사랑 : 사치코 이야기>를 구입하러 바오로딸 서점에 다녀왔습니다. 엔도 슈사쿠의 장편 소설인데요. 1980-1982년까지 15개월 동안 아사히신문에 연재했던 소설 <여자의 일생> 제2부에 속한 내용으로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성바오로딸수녀회에서 지난 5월 우리말로 번역하여 발행한 신간입니다. 주인공 ‘사치코’의 시선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상황과 신자들의 어려움을, 동시에 나가사키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폴란드에서 잡혀 아우슈비츠 감옥에서 순교한 콜베 신부님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도와줄 이 책은 615쪽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현재 1/3 정도 읽었는데요. 저처럼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사람도 9시간 정도면 충분히 완독할 수 있습니다. 호국 보훈의 달인 유월은 전례력으로 예수성심성월인 만큼 이 책이 여러분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한편 서점에서 준비한 성령의 은사 중에서 저는 “통달”을 뽑았습니다. 통달은 하느님의 진리가 참된 것임을 깨닫게 해 주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잘 알아듣고 이해하게 해 주는 은사입니다. 여러분도 남은 기간 동안 더욱 간절하게 성령께 필요한 은사와 열매를 청하면서 대축일을 준비하고 오셔서 예쁜 성령카드를 뽑아가세요.
그런 뒤에 심장내과 진료를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복용하던 심근경색 약을 한 알 줄였고 앞으로는 6개월마다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전화와 문자가 먹통이 되어서 애를 먹었는데요. 오늘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아주 단순한 동작으로 점검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그런 일들이 너무 흔하게 일어납니다. 알고 나면 별것 아닌 것도 모를 때에는 엄청 부담되고 걱정과 불안이 엄습해오죠. 아이폰을 사용하는 저에게 안드로이드폰 작동이 그렇고, 전기밥솥을 사용해 본적 없는 이들에게 밥하는 일이 그렇고,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서 운전하는 일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서툴고 긴장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너무 쉽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전하는 예수님의 기도도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만이 아니라 제자들을 통해서 당신을 믿게 될 이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십니다. 아버지와 예수님의 일치가 예수님과 제자들의 일치로, 더 나아가 제자들을 통해 믿게 될 이들의 일치로 나아가기를 바라십니다. 그 일치는 사랑을 통해서 알게 되는 하나됨을 뜻합니다. 그러니 요한복음에서 말하는 ‘알다’라는 단어는 단순한 지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행위를 통해 깨닫는 앎을 의미합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일치, 하나됨은 사랑으로 완성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면서 그 진리를 알게 될 때 더 이상 부담스럽거나 낯설고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