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적부터 드나들던 소문난 음식점 중 상당수가 고유의 맛과 향을 잃고 그저 그런 유명짜한 음식점으로 전락을 하여 갑판장을 무지 술푸게 합니다만 종로5가의 닭한마리는 아직 건재하여 갑판장의 초유아적인 입맛을 만족시킵니다. 다만 야단법석스런 분위기로 인해 편히 앉아서 벗들과의 정담을 나누기엔 그리 좋은 자리는 아닙니다. 워낙에 많은 손님이 몰리는 집이니 말입니다.
요리조리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먹고 즐기기에 열두 명은 꽤나 부담스런 인원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닭한마리집에 진을 치고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마침 식사시간을 넘긴 애매한 시각이라 맞은편의 생선구이집에 열두 명이 앉을 자리가 있습니다. 거기서 모둠생선구이와 조기찌개를 주문했는데 맛은 그저 그랬습니다. ㅡ.,ㅡ;; 그간 갑판장이 너무 맛난 생선들만 먹었었나 봅니다. 하기사 노량진수산시장을 제 집 들나들 듯 하니 그럴 수밖에요. 암튼 빅머니씨의 출중한 소맥제조술이 아니었다면 무미한 자리가 될 뻔 했습니다.

피조개회/광장시장
열둘 중 다섯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서니 일곱이 남았습니다. 남은 일행 중 한 명이 오는 길에 노점에서 피조개를 봤는데 그게 땡긴다 하여 그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간만에 선혈이 낭자한 피조개를 보니 빨간소주가 땡깁니다. 모두들 잔을 채우고 바로 쪼오옥~ "캬 좋구나!"
강구막회에서도 예전에는 피조개, 참꼬막, 개불, 멍게, 해삼, 키조개관자 등을 간간히 강구정식의 메뉴로 손님들께 선을 보이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러질 않습니다. 갑판장이 좋아하는 해산물이라면 당연히 강구막회의 손님들도 좋아해 주실 것이라는 생각이 안일했음을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갑판장의 경험한 바에 의하면 현재 제공 중인 새우구이, 석화, 백고동 등은 대부분의 손님들께서 좋아하시는 메뉴라 빈접시로 주방으로 되돌아 옵니다만 앞서 언급했던 것들을 손님들께 제공했었을 때에는 절반 이상이 남겨진 채로 주방으로 되돌아 오는 불행한 사태가 종종 발생을 했었습니다.
특히 겨울철 별미인 참꼬막을 제공했을 때는 참 많은 손님들로 부터 오해를 사서 질타를 받았습니다. 참꼬막을 껍질째로 내줘서 까먹기 힘들다는 것과 핏물이 보일 정도로 덜 익힌 것을 줘서 못 먹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참꼬막은 한쪽 껍질을 제거한 채 양념조림을 하는 새꼬막과는 달리 껍질 째 뜨거운 물에서 데치듯 삶아 시뻘건 핏물이 온전한 상태인 반숙의 상태로 먹는 것이 맛있습니다. 조정래 작가의 역작인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도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이라고 참꼬막의 맛을 표현 하고 있습니다.
피조개나 개불은 그로데스크해 보이는 비주얼 때문에, 멍게는 특유의 배릿한 맛과 냄새로 인해, 해삼과 키조개관자는 딱딱하거나 설컹한 저작감이 싫다는 이유로 손님들께 외면을 받아 강구막회에서 퇴출이 됐습니다. ㅜ.,ㅠ;; 하기사 그런 것들은 강구막회가 아니라도 드실 수 있는 곳이 많으니 강구막회는 좀 더 강구막회스러운 메뉴에 힘을 쓰는 것이 더 옳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간만에 종로통에서 술판을 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