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낚시질이 아니다
애타게 기다리는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12·3 계엄 우두머리는 파면되어 대통령 윤석열에서 피고 윤석열이 될 것이다. 헌정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박근혜에 이어 두 번째이니 불행한 역사의 기록이지만 참으로 천만다행에 틀림없다.
지난해 12월 3일 밤,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라는 내용의 비상계엄 담화문을 발표하는 윤석열의 모습은 마치 꿈이거나 거짓 영상의 마귀 같았다. 어두운 하늘에 헬기가 날고 무장 군인들이 국회에 난입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 포고령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처단한다.’라는 포고령에는 1980년 광주 민중항쟁 때의 참담했던 공포가 되살아나며 온몸을 옥죄었다.
기다리는 헌재 판결이 그 무지막지한 작태의 마무리는 아니겠지만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임은 자명하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에서 마지막까지 발악하던 윤석열의 모습이 되살아난다. 지난 2월 25일 윤석열은 탄핵 심판 최종 진술에서, ‘거대 야당은 핵심 국방예산을 삭감해 우리 군을 무력화했다’라고 주장하며 ‘지휘정찰사업, 전술데이터링크 시스템 성능개량 사업, 장거리 함대공 유도탄 사업, 정밀유도포탄 연구개발사업, 드론방어예산 등 5개 사업’에서 ‘도대체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 핵심예산만 딱딱 골라 삭감했느냐’고 눈을 부라리며 합죽이 입을 벌려 목청을 높였다. 또 이 국방예산 삭감에 북한이 영향을 미쳤다는 투로 야당을 공격했다.
하지만 온 국민의 진실검증으로 윤석열의 주장은 곧 거짓말로 들통이 났다. 하루 뒤인 26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소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 심사자료를 근거로 ‘5개 국방예산 삭감은 해당 사업 시기 지연 등에 따라 정부가 스스로 감액했거나 여야 합의로 이뤄진 것이다’라고 했다. 윤석열이 역시 헌재 재판에서 한 말처럼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망상의 망상에 망상이 된 셈이다.
사실 국방비는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그 비중이 높고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예선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3일 국방부는 2025년 병사 급식단가를 동결하고 간식비는 줄이고 국군의날과 명절에 지급되는 특식은 폐지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기본급식비 단가는 1인당 하루 1만3000원으로 3년째 동결하고, 국군의날과 설날, 추석에 나오던 단가 3000원의 경축일 특식 예산은 아예 없앴다. 한 달여 전 윤석열은 전방 부대를 찾아 병사가 ‘잘 먹어야 전투력이 생긴다’라며 ‘격오지에 있는 부대에게 통조림이나 전투식량을 충분히 보급하라’고 지시했었으니 이 역시 망상 속에서 헛소릴 한 셈이다. 하긴 손바닥에 왕자를 쓰는 등 무속과 주술에 휘둘려 멀쩡한 청와대를 놔두고 용산으로 관저를 옮겨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술에 절어 아침 출근 시간에 가짜 츨근차를 보내는 등 정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을 벌인 자 아닌가?
탄핵 재판 중에 일어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그뿐인가? 날짜냐 시간이냐로 내란 종사자는 감옥에 있고, 수괴는 석방했다. 단 한 명의 특정인을 위한 어처구니없는 짓에 일부 종교, 정치, 법조인 심지어 학원 강사까지 좀비처럼 날뛰고 있다. 하지만 진실은 낚시질로 낚는 게 아니다. 한시 빨리 탄핵이 인용되어 갈 자는 가고 남는 자는 남아 이 시절 또한 지나가리라. 온 산천에 흐드러지게 꽃 피고 새 날며 나비 춤추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