臘雪孤村積未消。柴門誰肯爲相敲。夜來忽有淸香動。知放寒梅第幾梢。
눈이 녹지 않은 시골 마을에 누가 찾아와서 사립문을 두드릴 리 없고. 그럼에도 한 밤중에 향기가 퍼지는 것을 보면 매화나무 몇 가지에 꽃이 피었음을 알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
■ 어구 풀이
臘雪:섣달의 눈. 동지부터 입춘 전까지 내리는 눈.
消:녹다.
柴門:사립문.
肯:즐거이.
相:상대를 향한 행동을 나타내며 번역되지 않음.
敲:두드리다.
放:(꽃이)피다.
寒梅:겨울 추위 속에 핀 매화.
梢:나무 끝.
■ [감상] 김영봉·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인적도 드문 외딴 마을에 섣달의 눈이 가득 쌓여서 아직 안 녹으니,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누가 사립문을 두드리지도 않는다. 사실은 눈 내리는 밤에 흥이 일어서 친구 대규(戴逵)를 찾아갔다가 되돌아간 왕휘지(王徽之)처럼 누군가가 찾아올 수도 있으련만 눈이 워낙 많이 쌓여 있어서 그러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밤이 되어 문득 맑은 향내가 풍겨오는 것을 느끼고서 추위 속의 매화가 몇 번째쯤의 나무 끝에 꽃을 피웠다는 것을 알아 차린다. 한 겨울 추위 속에 매화 소식을 접하고 놀라움과 반가움을 드러낸 시이다.
일전에 내가 모시는 선생님 댁에 신년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문을 들어서자 청향(淸香)이 코 끝에 전해왔다. 서재에 들어가 보니 벌써 백매(白梅)가 활짝 피어서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꽃이 핀 지 한참 됐는지 이미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통의 매화는 3월이 되어야 피지만 종류에 따라 일찍 피는 것은 섣달 한 겨울 추위 속에서도 핀다. 이를 납매(臘梅)라고 한다.
이십사번화신풍(二十四番花信風)이라는 말이 있는데, 소한(小寒)부터 곡우(穀雨)까지 120일 동안 닷새마다 차례로 스물 네 번의 서로 다른 꽃 소식을 전해 주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그 첫머리가 매화(梅花)로부터 시작되니 소한 지나면 이미 매화는 피기 시작한다.
이처럼 겨울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우기 때문에 매화는 난초와 더불어 지조를 상징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다. 설중매(雪中梅)라는 말이 기생 이름으로 흔히 쓰이는 것도 이런 속성 때문이다.
선비의 표상인 퇴계(退溪) 선생도 돌아가시는 날 아침까지 제자들에게 화분의 매화에 물을 주도록 당부할 정도로 매화를 아꼈으며 매화를 제재로 지은 시도 수십편에 달한다.
아직 한 겨울이지만 매화가 피었으니 봄 기운의 태동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 유방선 [柳方善, 1388 ~ 1443]
본관 서산(瑞山). 자 자계(子繼). 호 태재(泰齋). 유숙(柳淑)의 증손. 서흥부원군(瑞興府院君) 기(沂)의 아들. 일찍이 권근(權近) ·변계량(卞季良) 등의 문하에서 글을 배웠다. 1405년(태종 5) 사마시에 합격하고 성균관에서 공부하였다. 1409년 아버지가 민무구(閔無咎)의 옥사에 관련되어 연좌되어 청주·영천에 유배되고, 1415년 풀려났으나 다시 모함을 받아, 1427년(세종 9) 풀려났다. 조정에서는 유일(遺逸)로 천거하여 주부(主簿) 등의 벼슬을 내렸으나 나가지 않았다. 세종은 그의 학문이 깊음을 알고 집현전 학사 등을 보내어 자문을 구하였고, 경제에도 밝은 그의 재능을 활용하고자 크게 등용하려던 차에 병사하였다. 학문에 정통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문에도 능하였고, 산수화도 잘 그렸으며, 그의 문하에서 서거정(徐居正)·이보흠(李甫欽) 등 이름 있는 학자가 배출되었다. 문집에 《태재집(泰齋集)》이 있다.
첫댓글 좋은 시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夜來忽有淸香動/ 밤이 되어 홀연히 맑은 향이 전해 오니, 知放寒梅第幾梢/ 매화꽃이 가지 끝에 피었음을 알겠노라.暗香(감춰진 향기) ....멋진 詩입니다. 감사히 보았습니다. 福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십시요.... .
좋은 시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福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요^^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