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분석·얼굴인식 기술 도입… ‘마스크 쓴 범죄자’ 잡는 K-과학수사
조선비즈 심민관 기자
입력 2021.01.23 06:00 | 수정 2021.01.23 08:14
지난 4일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에 20대 남성 A씨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여성을 성폭행 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지만 A씨가 범행 당시 마스크를 썼고 신원을 확인할만한 단서가 없어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얼굴을 식별할 수 없어 용의자를 놓칠 뻔 한 상황이었다.
용의자 추적이 불가능할뻔 했지만, 운 좋게도 CCTV에 깍듯하게 인사하듯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침을 뱉는 A씨의 특이한 흡연 습관이 포착되는 바람에 경찰은 A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일러스트=정다운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면서 경찰들이 범죄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범행장소에 설치된 CCTV에 찍힌 범인의 얼굴을 파악하기 힘들어져 용의자 특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탓에 범죄 행각이 CCTV에 고스란히 잡혀도 용의자를 파악하는데 예전보다 더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됐다고 호소한다. CCTV에 얼굴이 찍히지 않았기 때문에 용의자 특정을 위해 시간과 인력이 과거보다 더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CCTV로 범인의 동선을 끝까지 추적하거나 신용카드 사용기록 등 범인을 특정할 단서를 찾아내는데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들어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러한 허점을 악용, 범죄자들의 범행이 한층 더 대담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같은 상황을 너무나도 잘 아는 경찰이 직접 범행에 나섰다 붙잡히는 사건까지 있었다.
지난달 광주의 한 경찰서 간부 B씨가 귀금속방을 침입해 귀금속을 훔친 혐의로 붙잡힌 사건이었다. 당시 B씨는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해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경찰이 신원을 특정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당시 경찰은 인근 CCTV 1000여개를 모두 확인한 끝에 B씨의 도주 경로 추적에 성공했고, 결국 B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쓰면 CCTV에 찍혀도 신원 특정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최근 완전 범죄를 노린 범행이 증가하고 있고, 범행방식도 대담해지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그동안 범죄를 억제해주던 심리적 효과가 약해진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사진은 광주 한 경찰서 간부 B씨가 범행을 벌인 당시 모습이 촬영된 귀금속방 CCTV 영상을 갈무리한 모습. /연합뉴스=독자제공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이 특정되지 않는 경우 경찰에 붙잡혀도 형사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공법학 교수는 "경찰이 어렵게 범인을 검거해 재판에 넘기더라도 증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얼굴이 특정되지 않은 피의자에게 형사처벌을 가하긴 어렵고 무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경찰은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신원을 특정할 수 있게 다양한 수사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보행자의 걸음걸이 모습을 분석해 신원을 확인하거나, 3D 얼굴인식 기법 등을 이용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의 보이지 않는 얼굴 부분을 복원하는 방법 등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CCTV 카메라 해상도 등 변수가 많아 마스크로 가려져 화면에 나오지 않은 얼굴을 100%까지 완벽하게 복원하는건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어렵다"면서도 "화면에 나온 부분을 토대로 신원 식별이 가능하도록 정확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고, 어느 정도 기술력이 확보돼 일부 수사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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