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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충북에서 DNA가 처음으로 증거물로 채택된 사례라고 한다. 이 사건의 범인이 저질렀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인해 DNA 조사 등의 과학수사 기법이 크게 발달했고, 이로 인해 결국 범인이 다른 사건에서 체포되었다는 점을 볼 때 간접적으로나마 경찰의 노력이 실효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물론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잡히지 않아 이 사건의 희생자를 비롯한 다른 피해자들이 발생한 사실은 비극적인 일이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는 가장 숙제로 남아있는 게 바로 이 처제 살인 사건이라고 한다. 이유는 수법도 허술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거리나 방법, 신고부터 체포까지의 과정이 너무 허술하다는 것.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라고 한다. 다만 그의 이전 행각들이 정교할 정도로 완벽한 범죄는 아니었긴 하다. CCTV가 없던 시절에 인적이 드문 외딴 시골에서 피해자와 연고가 없는 상황에서 벌어졌기에 용의자를 특정하기 힘들다는 점이 컸다. 이춘재가 용의주도했다기보다는 당시 경찰의 수사 자체가 허술했다는 것. 반면, 처제 살인 사건은 용의자가 대번에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지인이었고, 과학 수사가 발전했기에 잡힌 면이 크다. 즉, 이춘재의 살인 수법이 달라졌다기 보다, 비슷한 수법이었는데 단지 피해자가 주변인이라 대번에 용의자가 특정되어 덜미가 잡혔던 것. 만약 처제가 아니라 남남을 살해했다면 일단 용의자 특정 자체가 어렵기에 쉽게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이전 범죄들처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대표적인 미제 사건이었던 지라 이춘재가 지능범처럼 오인되기도 했으나, 지능범과는 거리가 먼 단순 변태 살인마였다. 실제 시체 유기도 잠깐 덮어놓은 수준으로 금방 발견되는 수준이었으며, 무엇보다 7차 사건 당시 범행을 저질러 온 몸에 흙이 묻은 상태에서 텅텅 빈 버스를 홀로 타고 올 정도로 용의주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탔다면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데, 버스 기사와 다퉜다고 한다. 버스 엔진구에 흙발을 올리면서 다툼이 벌어졌다는데 욕을 거칠게 했다고 한다. 차 바닥에 침을 탁탁 뱉고, 심지어 라이터까지 빌렸다고 한다. 범행 직후 홀로 탄 버스에서 버스 기사에게 마치 자신을 알아달라는 듯이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만 봐도 전혀 조심성이 없는 인물이었다. 결국 이 버스의 기사와 안내양에 의해 현재까지 알려진 몽타주가 작성된 건데, 보다시피 이춘재가 용의주도했다기보다, 목격자가 없었기에 못 잡았던 것이다. 과학 수사가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에는 거의 전적으로 목격자에 의존하는 수사가 주력일 수 밖에 없었다. 피해자나 목격자의 증언으로 용의자가 특정되면 속칭 '공사'라는 고문 수사로 그냥 냅다 폭행해서 자백시키는 수사 기법이었다. 그런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피해자도 살해당했고, 워낙 외딴 시골에서 벌어진 사건이다보니 목격자도 없고, 또 피해자와 지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춘재에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게다가 보통 범인들은 한 번 범행을 저지른 곳을 무의식적으로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특히 언론에까지 보도되면 일반 범죄자들은 잡힐까봐 자제하게 되는데, 버스 기사에 보여준 행동처럼 조심성 없이 그냥 배째라 범죄로 계속 저질렀고, 또한 워낙 수법이 엽기적이라 유독 눈에 띄는 범죄였다. 결국 아내를 만나 결혼하며 잠시 수그러들었으나, 아내와의 갈등이 엉뚱하게도 처제에게 불똥이 튀어 악마의 본성이 다시 나타나고 말았다. 다만 청주 사건은 피해자가 처제였던지라 금방 용의자가 특정되어 손쉽게 체포되었다. 또 단순히 성욕에 의한 범죄가 아니라 아내에 대한 복수심도 작용한 복합적인 범행이었기에, 이전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연장선이라기 보다는, 번외로 저지른 범죄에 가까웠다.
여담으로 이춘재는 이 사건으로 붙잡힌 이후 면회를 온 어머니에게 "집 살림살이 중 태울 수 있는 것은 장판까지 모두 태워버리라"고 했다고 하는데, 단순히 처제 살인의 증거를 은멸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도 있지만 혹시나 있을 연쇄살인의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그런 부탁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 실제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교수는 연쇄살인마들은 본인의 범죄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은연 중 자랑거리인 양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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