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전해주(全海柱)다. 우리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태어난 곳이 경남 진해여서, 진해의 해(海)와 우리 돌림자인 기둥 주(柱)를 합쳐 지은 이름이다. 좀 막 지은 성의없는 이름이다. 그리고 '전해주'라는 이름이 꼭 여자 이름 같고, 또 '내 말을 전해주' 또는 '내 편지를 전해주' 하면서 어렸을 때 많은 놀림을 받기도 하였다. 내 이름이지만 영 마음에 안 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래도 내 이름인걸!
나에겐 또 다른 이름이 두 개 더 있다. 불교에서 수계 받을 때 받은 법명인 인성(忍晟)이 그 첫번째이다. 나를 너무도 잘 아시는 큰스님이 성질을 죽이고 살아야 한다고 지어주신 이름이다. 그래서 그 흔한 '어질 인(仁)'이 아니라 이름에는 쓰지 않는 '참을 인(忍)을 지어 법명을 내려주셨다. 참고, 또 참고 살으란다. 이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지막 이름은 세례 받을 때 받은 노아(Noah)라는 신명이다. 이는 내가 원한 것인데, 사연인즉, 교회(성공회)를 처음 다닐 때 교인들끼리 서로 신명을 부르는 것을 들으며 '베드로님' '안드레아님' 하면서 외국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영 어색해서 가장 한국 이름 같은 것을 찾다보니 그 중 '노아'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나고보니 이 이름 또한 나의 신앙 성향과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역시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요즘 나는 노아(Noah)를 노아(老儿: 늙은 아해)라고 마음 고쳐먹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가장 많이 쓰고 가장 많이 듣는 내 이름이 모두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치 내가 살아온 교과서 같은 삶을 후회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왜 나는 좀 더 드라마틱하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좌충우돌 살지 못했을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느 이름 하나 부끄럽지 않았으니 그것을 다행으로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