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이 어디 따로 있다던가!
솔향 남상선/수필가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9월 9일은 우리 형제들이 고향에서 모이는 날이었다. 7남매 중 6형제가 고향 선산 금초를 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기 때문이었다. 종심(從心: 70세)의 나이를 뒤로 한 나와 바로 밑에 동생은 마냥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날이기도 했다. <형님 두 분은 기운도 없으시고 건강이 걱정되니 그냥 쉬십시오. >하면서 예초기 돌릴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러하니 나와 바로 밑의 동생은 나이 값을 미안함으로 표현하는 신세가 되었다.
상황이 이런지라 땀 흘릴 기회까지 박탈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동생들은 땀을 흘리며 예초기를 돌리고 풀을 깎느라 야단들인데 미안하여 그냥 있기가 더 어려웠다. 남들 다 일하는데 하는 일 없이 지내는 사람들이나 노숙자들의 불편한 심리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원근을 가리지 않고 예초기 돌리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싫지가 않았다. 후손들이 조상님들을 생각하는 음수사원(飮水思源: 마시는 물 한 모금이라도 그것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근원을 알고 마시라.)에서 우러난 효도하는 소리로 들려왔기 때문이리라. 근원이나 뿌리가 없이 태어난 생존 개체는 있을 수 없다. 그러기에 음수사원하며 사는 삶의 자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수사원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배은망덕(背恩忘德)하지 않는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근본을 잊지 않고 살려 하기 때문이다.
동생들 4형제가 땀 흘리며 예초기 돌리는 모습이며 낫으로 풀을 깎고 갈퀴질 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한 가지 목적으로 합심하고 마음을 함께 하는 모습이 천하무적이란 단어가 부러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을 합하고 마음을 함께 한다.>는 육력동심(戮力同心)이란 단어의 위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상님들 산소 앞의 상석을 보고 있노라니 아들(영만)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 생각났다. 아들(영민)이 서울대 합격했을 때 음수사원(飮水思源)하는 마음을 가르치려고 조상님 산소 앞의 상석 위에 합격증을 올려놓고 큰절을 하게 했다. 조상님 음덕에 감사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서울대 합격증을 올려놓았던 상석은 옛날 그대로 있는데, 그렇게 좋아했던 애들 엄마는 지하에서 말 한 마디가 없었다. 인생 일장춘몽이라더니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남가일몽(南柯一夢)을 제대로 실감하는 자리가 되었다.
형이라 나잇값 대접해주느라 일도 못하게 하는 동생들이 대견스러웠다. 인생 설익지 않고 제대로 여물고 성숙해져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착하고 후덕하기가 금메달감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형제들 간에 우애하고 육력동심(戮力同心)으로 힘을 합하고 마음을 함께하는 그 모습이 자랑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왕후장상에 씨가 없다더니 천하무적에도 씨가 없는 것 같았다. 바로 우리가 천하무적 형제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천하무적이 어디 따로 있다던가!
어려운 일 있을 때 힘을 합치고 마음을 같이하는 우리 형제들이 그 주인공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도 못하고 미안하여 점심이나 맛있는 거 사 주려고 했는데, 그 기회마저 빼앗겼다. 바로 밑엣 동생이 칠순 때 식사 한 끼 제대로 못했다고 식당까지 예약을 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한우로 전국적 명소가 되다시피 한 광시 한우전문식당에서 거할 정도로 맛있게 배를 채웠다.
밤 시간은 몇 달 전에 예약해 놓은 봉수산 휴양림에서 형제간의 우애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형제들 간에 단합하고 화목하게 살기 위해 시간 될 때마다 예기하던 정철의 훈민가로 교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형아 아애야 네 살할 만져 보아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 보아라.)
뉘손듸 타나관데 양재조차 가타산다.(누구한테 태어났기에 얼굴모양조차 닮았느냐?)
한 졋 먹고 길러나 이셔 닷 마음을 먹디 마라.(같은 젖 먹고 자라났으니, 딴 마음 먹지 마라.)
‘천하무적이 어디 따로 있다던가!’
우리가 바로
천하무적의 형제들이다.
첫댓글 형제간의 우애가 하늘을 감동시키는 날이군요. 음수사원을 늘 생각하시니
효성과 우애가 아니 나올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께서 형 이라는 권위의식 보다는 인간적인 사랑으로 대해주신
결과라는 생각에
음수사원을 다시 생각케 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제는 선생님께서 무릉도원을 가르쳐주신
안평대군이 꿈을꾼 현장 무계원에 갔었습니다.
무릉도원을 실감나게 설명해 주신 선생님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몽유도원도
서용선
나른한 봄날.
꿈 이련가 ~
도화.행화 피어있는 몽유도원도.
안평대군 꿈을쫒아
오른 무계원.
흩날리는 꽃잎 사이
폭포수도 절경 이로세.
이봄.
박팽년. 이개. 하위지 를 만나러
도화꽃 피어있는
무계원에 종일토록
머물고싶네.~
형제 간 우애가 참 깊어 보이네요. 힘들 때 일수록 가족이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형이 하나 있는데, 작가님을 본받아 서로 존경하며 화목하게 살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