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3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가 내 오기를 더 창창하게 만드는
가운데 스텝1명으로 영업을 시작했어요. 러닝머신 21일째 입니다.
21일의 의미가 특별히 있는 건 아니지만 열 받고 짜증날 때 분풀이로
나마 분노를 태울 수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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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톰 크루즈 나오는 영화 ‘탑 건'을 보았어요. ‘탑 건, 매버릭’은
1986년 개봉한 ‘탑 건’의 후속편입니다. 당시 ‘탑 건’의 주연을 맡아
단숨에 스타의 대열에 오른 톰 크루즈가 36년 만에 콜사 매버릭으로
돌아왔다며 본인이 나팔을 불어서 본 것인데 뭐 할리우드 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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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찾기 딱 그 수준이지요. 탐 크루즈는 지가 주연한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한국을 찾는 톰 아저씨로 이번에도 특유의 넉살이 한몫했습니다.
하늘 위에서 전투기가 춤을 추듯 비행하며 벌이는 공중전 장면은 미
해군의 위용에 압도당할 만 합디다. 저는 어지럽더이다. 피트 mave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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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강한 사람) 미첼 미국 해군 대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화가
우리시대 '소림사'처럼 생각없이 그냥 팝콘 씹으면서 볼만했어요.
제작진은 항공 씬을 컴퓨터 그래픽 대신 상당 부분을 배우가 직접
전투기에 타면서 찍었다는데 덕분에 아날로그 감성과 극도의 현실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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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 있게 보여줬고 눈이 즐거웠습니다. 해서 ‘탑 건’은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봅니다. 86년이면 제가 군에 있을 때인데 당시 ‘빨간 마후라가’
공군 군가로 불러졌고 야동 제목으로도 세간에 이목을 끓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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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건1’과 ‘탑 건2, 매버릭’의 배경인 Top Gun은 ‘능력·계급·명성에서
최고의 사람’을 뜻합니다. 미 해군은 무적함대 항공모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행기 조종 군인이지만 공군이 아닌 해군소속입니다.
21세기 군사력의 기준을 항공모함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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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제럴드 R도드를 비롯11대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고, 러시아는
방어용 쿠즈네초프 항공모함을, 중국은 러시아제 랴오닝 항공모함을
가지고 있고 2025년까지 7척을 보유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인도가 러시안 산 항공모함2대, 프랑스가 샤를 드골 항공모함1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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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있는데 성능 면에서 미국 항공모함 급 핵추진 함대입니다.
‘탑 건‘의 어원은 미 해군의 학교에서 비롯됐다고 해요. 미 해군은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미 해군 해상공격ㆍ공중전투 학교(NSAWS)를
네바다주 팰런 해군 항공 기지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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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AWS의 시작은 1969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
해군과 공군은 약세로 깔봤던 북베트남 공군에게 호되게 당합니다.
미 해ㆍ공군은 공대공 미사일을 끝판 왕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그 무렵
최강 전투기인 F-4 팬텀Ⅱ는 기관포를 달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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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시 미사일은 성능이 시원찮았대요. 미사일을 피한 북베트남
공군 전투기가 미 해ㆍ공군의 전투기 꼬리를 문 뒤 기관포로 격추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합니다. 극중에서 간간이 나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F-4 팬텀Ⅱ에 기관포를 추가하고, 레이더의 성능을 높이면서, 미사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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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이어졌어요. 그리고 미 해군은 전투기 조종사의
근접전 기량을 키우는 과정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탑 건’입니다.
미 해군은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를 ‘탑 ’건의 교관으로 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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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북베트남 공군의 주력기인 미그-17과 미그-21의 비행 특성을
따라 하면서 소련이 북베트남에 가르친 전술대로 학생 전투기 조종사와
모의 교전을 벌였다 네요. 탑 건의 미 해군 군용기와 북베트남 군용기간
격추 비율은 미 공군보다 훨씬 우세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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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공군에도 ‘탑 건’ 학교가 청주에 있어요. 기지의 제29전술 개발
훈련 비행전대(29전대)입니다. 이곳의 베테랑 교관 조종사는 공중전술을
개발하며, 가상 적군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압니다. 지인 중에 탑 건을
지원하는 걸 몇 번 들었는데 한 명도 탑 건이 된 이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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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피트 매버릭 미첼은 전투기 조종사로 남기 위해 진급을 사양합니다.
‘탑건: 매버릭’에서 상관인 체스터 해머 케인(에드 해리스) 제독(해군 소장)은
미첼을 보고 “자넨, 여태까지 별 안 달고 뭐 했나 ” 라고 물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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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실에서 현역 전투기 조종사로 활동하는 대령은 없어요. 전 세계를
다 뒤져보지 않았으니, 정확히 말하면, 없다고 봐도 됩니다. 공군 관계자는
“중령이 비행대대장을 맡으며 전투기를 타는 경우가 있다”면서 “대령으로
진급하면 지휘관 임무만 맡는다고“ 합니다. 미 해군에서도 잘 나가는 전투기
조종사 출신 대령은 핵추진 항공모함 함장을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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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건’과 ‘탑 건, 매버릭’의 주인공 피트 매버릭 미첼의 실제 모델인 피트
페티그루도 마지막 계급은 해군 소장이었어요. 베트남에서 375번의 전투
작전에 참가한 베테랑인 그는 1972년 5월 6일 그와 편대장이 모는 F-4
팬텀Ⅱ 2대로 북베트남 공군 미그-21 4대와 붙어 90초 만에 2대(1대 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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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 1대 편대장)를 떨군 기록이 있대요. 그리고 69~72년 ‘탑 건’의 교관
이었습니다. 그는 83년부터 86년까지 파라마운트에서 근무하며 ‘탑건’의
기술 고문으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탑건’에서도 카메오로 출연했어요.
주인공 매버릭이 여자 친구인 찰리와 술집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찰리와 대화를 나누는 백발의 중년 남자가 페티그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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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탑 건’이 나온 뒤 ‘쉐르 딜’과 같은 탑건 스타일의 영화가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졌어요. 한국의 ‘R2B: 리턴 투 베이스’(2012년)를 금방
떠올린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스피드를 좋아하고, 꼭 오토바이를 타고 다닙니다. 그리고 마케팅을 할
때 ‘탑 건’이란 단어를 꼭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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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22.06.22
장르: 액션, 드라마, 밀리터리
시청등급: 12세 관람 가
러닝타임: 130분 (2시간 10분)
쿠키 여부: 없음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톰 크루즈, 마일스 텔러, 제니퍼 코넬리, 존 햄, 에드 해리스, 발 킬머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