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로커, 2차 피해 유발자
브로커는 '독립된 제3자로서 타인 간의 상행위의 매개를 업으로 하는 사람(출처: 두산백과)'으로서 쉽게 말해 중개인입니다. 어감상 브로커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대리인, 즉 에이전트는 상대적으로 긍정적 의미를 많이들 부여합니다. 본문에서의 브로커도 별도의 설명이 없는 한, 부정적 의미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형사사건 특히 피의자가 한국인인 경우, 거의 100% 브로커가 개입하게 됩니다. 대부분 브로커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피의자 가족에 접근하여 꽌시(關係)를 통해 형사처분을 경감할 수 있다고 자신에게 의뢰할 것을 유혹합니다. 그리고는 꽌시로 사건을 해결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면서 피의자 가족으로부터 금전을 편취합니다.
결국 피의자 가족은 브로커의 말만 믿다가 사건 처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골든아워'를 놓치고, 사건은 사건대로 판결이 나면 2차적 금전 피해도 입게 됩니다. 브로커의 면피용 대사도 거기서 거기입니다. 본인이 꽌시를 통해 찾은 정부 고위 관계자가 부정부패로 잡혔다, 돈이 부족했다, 담당 변호사가 자신의 말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일을 망쳤다 등등. 돈만 받고 연락 두절인 브로커도 많습니다.
당사자와 그 가족 입장에서는 평생 한번 겪을까 말까 한 형사사건이 이런 브로커의 손에 들어가서 법적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시간, 금전만 허비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꽌시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안되는 일도 되게 만들고, 되는 일도 안되게 만든다'는 중국의 꽌시, 사실 형사 법률의 강제 규정 앞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브로커는 꽌시를 일컬어 비상식적으로 접근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합니다.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자신의 '명령'에만 따르면 된다는 식의 논리를 펼칩니다.
필자는 상식과 법률의 선에서 꽌시를 논하고자 합니다. 상식적으로 꽌시는 관계, 즉 사회적 인맥과 관계입니다. 인간이 모여 사회가 되고 사회가 커져 국가가 되는데 이러한 인지상정의 관계를 비상식적으로 접근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브로커가 진짜 꽌시가 있더라도 원하는 바를 얻으려면, 사회 대부분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고 법률의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법률적으로 보면, <최고인민법원 인민법원 사법책임제 개선에 관한 의견>에 의하여 판사는 담당 사건의 심리, 판결에 대하여 평생 책임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판사가 법원에서 나와 변호사 개업을 한 후에라도 전에 담당했던 사건이 문제 생기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판사가 꽌시를 통한 브로커의 청탁을 받고 법정 징역형을 집행유예로, 사형을 유기징역으로 판결할까요? 검찰, 공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담당 사건 종신 책임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형사사건은 경찰 조사 단계, 검찰 기소 단계, 법원 재판 단계 등 법정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절차를 어길 시에도 위와 같이 종신 책임제가 적용됩니다. 필자가 의뢰인을 통해 전해 들은 브로커 중 한 명은 사건이 경찰 조사 단계에 막 접어들었는데 이미 꽌시를 통해 법원과 얘기를 끝냈다고 합니다. 담당 판사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가당치 나 한 말입니까? 브로커가 법원장이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절차가 있기에 한,두 사람 꽌시만으로 전체 결과를 좌우지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브로커는 소위 꽌시를 통해 공안, 검찰, 법원 혹은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연락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연락할 수 없음에도 연락했다면서 돈을 요구합니다. 누구나 상대방 연락처를 알고 있으면 연락할 수는 있습니다. 요즘 사회에 연락처를 얻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연락해서 말 몇 마디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3. 브로커의 특징 및 구별법
필자가 생각하는 브로커의 대표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입금. 브로커 중 대부분은 꽌시를 위해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피의자 가족들은 브로커의 꽌시를 맹신하거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돈을 구해줍니다. 정작 돈을 주면 조용해집니다. 연락 두절될 수도 있습니다.
사탕발림. 집행유예 가능하다, 보석 가능하다, 이미 판사와 얘기 끝냈다, 2,3년 뒤면 가석방 가능하다 등등 피의자 가족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합니다. 거의 100% 실현할 수 없는 말입니다. 법률 분석을 통해 듣기 싫은 말일 수 있지만 검증된 사실만 말하는 변호사와 가장 큰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인 비하. 자신의 역할을 극대화하고 타인의 역할을 최소화합니다. 필자가 겪은 대표적인 사례는 브로커가 이미 꽌시를 통해 얘기가 됐으니 변호사는 할 일이 없다고 한 것입니다. 물론 사건 결과는 적법한 판결이었고 꽌시의 '효과'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브로커의 구별법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신분 확인.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브로커의 신분을 최대한 확인해야 합니다. 어디에 사는지, 직장은 어디인지, 무슨 업무를 하고 있는지, 혼인 여부와 자녀 등에 대해 최대한 여러 가지 경로로 확인해야 합니다. 지인이 소개했다 하여 혹은 당사자 개인의 추측, 판단으로 상대방을 섣불리 믿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꽌시 확인. 브로커의 꽌시의 진실성에 대해 여러 가지 경로로 최대한 확인해야 합니다. 공안, 검찰, 법원, 변호사 등 전문 인원의 분석과 관련 법률 규정, 판례를 확인하여 꽌시의 실체 및 실현 가능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4. 꽌시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한 번은 웨이하이에서 발생한 밀수사건을 수임하였습니다. 의뢰인의 가족분들은 한국에서 만난 브로커의 소개로 일가족 4,5명이 웨이하이에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족분들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브로커 일당에게 인질로 잡혀 더 많은 돈을 줘야 풀어준다는 협박을 받게 되고, 시골 외진 지역의 납치 장소에서 겨우 도망쳐 나와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나, 브로커를 믿다가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변호사 중에도 브로커형 변호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평생 직업을 지향하는 공신력 있는 변호사입니다. 또한, 변호사법 등 관련 법률에 의하여 형사사건 담당 변호사는 사건 결과에 대해 장담해서는 안되며, 단지 법률 조문, 유사 판례 및 업무 경험에 따라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형사사건과 한, 중 업무를 주로 하는 필자는 최근 중국인이 한국에서 마약사범으로 잡힌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측 의뢰인에 따르면 한국 구치소 안에서도 브로커의 제안을 받는다고 합니다. 브로커는 국경을 초월하여 존재합니다. 단, 그 누구도 법의 경계를 초월해서는 안됩니다.
당신의 가족이나 친구가 형사사건에 연루될 경우, 브로커를 멀리하고 빠른 시간 내에 형사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좋은 글이네요.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게 최선일테구요.
네, 맞습니다. 만에 하나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더라도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